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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8/23 00:24:01
Name meteor
Subject [잡담]다시 비상을 준비하는 당신께(for kOs)
당신을 처음 안 것은 아마 IS에 새로운 테란 유저가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했던 그 무렵일 겁니다.
작년 정도 인 것으로 기억하니 그리 오래 전은 아닙니다.

아~ 인사 먼저 하는 것을 잊었네요. 안녕하세요! 김현진 선수...

당신의 이름을 처음 보는 순간 피식 웃어버렸습니다.
너무도 익숙한 이름. 네~ 성은 틀리지만 제 이름도 그렇답니다.
그렇다고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리 특이한 이름도 아닐뿐더러 처음 겪는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다 한자를 보는 순간 조금은 놀랐습니다.
보배진을 쓰는 사람은 더러 봤어도 한자까지 똑같은 사람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다음 순간은 게임 끝이었죠.
그렇다고 "당신의 팬입니다."라고 말하기는 꽤나 민망합니다. 당신을 알기 전부터 응원했던 선수가 있으니까요.
    
이번 주의 날씨는 최악입니다. 비가 쉼 없이 내리는 것도 그렇고,
높은 습도 덕에 하루종일 끈적거리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상하게도 저에게 비오는 소리는 자장가입니다.
일어나야 할 시간에 딱 맞춰 내린 비로 늦잠을 자버린 어제 아침은 무척이나 바빴습니다.

지하철역에 다다를 동안의 고민은 오늘의 운을 시험해보는 것이었습니다.
혹시 행운의 징후가 있으신 지요.
저에게 행운의 징후는 지하철역의 3-4번 입구에서 17초를 다 세기 전에  "열차가 곧 도착합니다"에 들어오는 빨간색 불입니다.
어이없으시다구요? 그렇게 라도 잠시 웃었으면 저의 작전은 성공입니다.
그런데 이게 요즘 들어 생각보다 꽤나 큰 신통력을 발휘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꽤나 망설였습니다.
저의 공력 부족으로 당신의 행운을 빼앗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다른 입구에 서 버렸답니다.
그래도 꽤나 빨리 들어오는 지하철에 조심스레 당신의 승리를 예상했더랍니다. 아니 원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네요.

며칠 전 자신에 대한 평가에 조금은 가슴아파하는...
그러나 다시 비상을 준비하는 당신의 글을 봤습니다.
요즘 들어 패가 더 눈에 들어오는 소식게시판이지만, 당신이라면...
더욱이 많이 아파한 당신이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훌훌 털어 버릴 듯했습니다.

예전 경기가 기억납니다.
솔직히 현진 님보다는 당신의 할머니가 더욱 기억에 남은 경기기만 벌쳐 컨트롤이 예술이었던, 전혀 신인 같지 않았던 경기.
앞마당 멀티 하나정도면 절대지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경기들.
꽤나 긴 연승을 이어갔던 경기들.
그리고 파나소닉 배의 대 저그전의 그 강력했던 경기까지도.

솔직히 어제 경기 이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승리에는 기뻐했지만,
당신의 패배에는 그리 가슴아파하지 않았음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어제는 뭐라 해야할까요?
경기 시작 전 쿵쾅거리는 소리가 예민한 귀를 자극했습니다.
오래 전부터 응원해 왔던 그 선수 경기 외에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입니다. 꽤나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서 경기를 보는 내내 소란을 떨었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당신의 경기가 끝난 후 그 느낌은... 단순히 가슴아픔이라고 하기는 어려울듯합니다.
솔직히 2경기부터는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이 기대했던 홍진호 선수와 이윤열 선수의 경기도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을 보면
당신의 패배는 아쉬움으로 생각하기에도 많이 부족합니다.
(이게 당신의 너무 좋은 팬들께 드는 죄송스런 마음을 눌러가며 용기 내서 편지를 쓰는 하나의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정도인데... 하물며 당신은...
1승을 위해... 제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했겠지요.
다스릴 길 없는 마음을 꾸역꾸역 부추겨가며 다 잡았겠지요. gg를 치는 순간 그 마음…….

다시 키보드를 정리하고 마우스를 손에 잡는 당신의 마음은 꽤나 복잡할 듯 합니다.
마음 아파하며 올린 팬들의 글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굳이 글을 쓰는 것은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강조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기쁨에 배로 더 기뻐 해주고
당신의 슬픔에 당신만큼 아파하며 눈물 흘려 줄 팬이 있음은...
당신이 게임을 지속해야할 이유라고 억지를 부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너무 힘들면 잠시 쉬었다와도 좋습니다. 잠시 잊어버려도 좋습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올 때는 몰래 숨긴 그 날개를 활짝 펴고 오세요.
그리고 당신의 시대를 알리세요.
당신은 강력한 테란 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밖에 없네요.

Good Luck to kOs!!

더하기..
PgR에서의 글쓰기는 많은 용기를 요구하는 듯합니다. 로그 인을 하고 파일을 열고 write를 누른 후에 Ctrl+c, Ctrl+v만을 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심한 저의 성격이 한 몫 했겠지만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당신이라는 단어는 조금은 너그러운 눈으로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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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oxxX
03/08/23 00:27
수정 아이콘
심각한 글에 딴지지만.. 같은 글이 두번 복사되어있네요 ^^;
03/08/23 00:29
수정 아이콘
잡담...이라 하기에는 너무 정성이 가득한 글인걸요...
김현진선수, 언젠가 명승부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화이팅!
03/08/23 00:32
수정 아이콘
앗..^^; 확인하는 순간 꽤나 놀라하면서 후다닥 고쳤는데. 순식간에 올라간 조회수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03/08/23 00:35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저도 김현진선수 상당히 좋아하고 주목하고있습니다.
힘을내요 kOs!!
온리시청
03/08/23 00:36
수정 아이콘
온게임넷 지난 시즌 비프로스트에서 대 홍진호전.....눈물나는 경기였죠...
항상 승리에 2% 부족한 뭔가가 있는 듯한 김현진 선수.....힘내세요....화이팅~~ (/^o^)/
몽땅패하는랜
03/08/23 00:36
수정 아이콘
김현진 선수는 참 행복할 것 같습니다.meteor님 같은 팬이 계시니까요.
혹 동양선수들 가운데서 피지알을 방문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흐뭇하게(혹은 질투의) 웃고 계실 듯 합니다.
좋은 글 읽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준태
03/08/23 00:37
수정 아이콘
메테오님//혹시 Meteor[z-zone]님이신가요? ㅇ_ㅇ;
03/08/23 00:43
수정 아이콘
박준태님//그렇지는 않습니다.^^;
03/08/23 01:14
수정 아이콘
김현진선수도 명경기 만들어내는제조기~~~
저도 이선수의 비상을꿈꿉니다...
더높은이상
03/08/23 01:53
수정 아이콘
명경기제조기가 아닌 명경기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합니다 현진선수 힘내시길...
포로리야~
03/08/23 02:42
수정 아이콘
그냥 쭈욱 지켜보렵니다... 좀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김현진선수의 경기는 늘 흥미진진하니까요.^-^ 그 1%의 어떤 것을 뛰어넘어서 kos가 승자가 되는 경기가 많아질거라고 믿습니다. 김현진 화이팅!
03/08/23 03:58
수정 아이콘
이 정도 필력이시면 별 걱정 안 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_^
달팽이관
03/08/23 09:04
수정 아이콘
현진선수의 카페에서..pgr에 적힌 자신의 평가를 보고 많이 힘빠졌다..라는 글을 며칠전에 본것 같은데..오늘 이 글을 보고는 힘내셔서...앞으로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좌절과 고난이 조금 빨리 찾아왔다라고 생각하세요..현진선수...앞으로는 힘찬모습..이기는 모습..자주 보여주세요..김현진 화이팅~~~
03/08/23 09:21
수정 아이콘
아.. 어제는 정말 이겨주길 바랬습니다. 사실 진남선수와의 경기때도 진호선수와의 mbc 게임에서도 이겨주길 바랬습니다. 이렇게 바라고 바란 후의 그 승리는 팬들에게 얼마나 값지겠습니까만은, 어제는 드디어 지친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난 팬이 아닌가봐 ㅜ.ㅡ) 8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방송대회에서 1승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경기력이 떨어지는건 아닌데 자꾸 지니까 감을 잃어버린것 같고. 그리고 질수록 저도 무던 해지는 것 같네요. 후~!! 다시한번 힘을 내세요 kOs!! 저도 kOs가 승리하는 모습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기합을 얍!!
03/08/23 09:59
수정 아이콘
필력이 되지 못해 리플달려고 기다리다가..자버렸습니다..^^;
김현진 선수에 대한 글이 올라올거라고 생각되었거든요..
김현진 선수는 지금도 충분히 강함에도..다른 분들 지적하시는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것..
그것을 지금의 충분한 강함에 덧붙일 것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본다면..
비상할 수 있는 가능성..정말 높이 날 수 있는 가능성이 그에게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가 결국엔 2%이든 1%이든 채우고..명경기에서 W쪽에 서게 될것을 기다려봅니다..
Return Of The N.ex.T
03/08/23 10:04
수정 아이콘
김현진 선수.. 2%채워주세요..^^
힘내세요.. 화이팅 입니다..^^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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