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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4/20 17:12:17
Name chil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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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2009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위기의 비교


이코노미스트에서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애덤 투즈의 ‘붕괴’란 책이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경제사를 집대성한 책으로, 궁금한 데이터들이 많긴 한데 하나하나 찾아보기 귀찮은 저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그런 고마운 책이죠.

아무튼 이 책에 보면 금융위기가 발발한 이후 주요국의 정부들이 소위 얼마나 돈을 퍼부었는지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표가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편하긴 하나 제가 대충 옮겨봤습니다. 애덤 투즈는 이 통계를 근거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중국 및 아시아 지역의 역할이 컸다는 걸 이야기하지만, 저는 우리나라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각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대응하는 2009년을 기준으로 보죠. 우리나라의 GDP 대비 경기부양책 규모는 3.9%로 러시아에 이어 2등을 차지합니다. 구매력지수 기준 경기부양책 규모는 5등, 실제 경기부양책(환율 환산) 규모는 6등이죠. 2008년으로 봐도 거의 비슷한 순위이니 2008년 말 강만수 기재부 장관이 “올해는 정말 원 없이 돈을 써봤다”라고 말한 게 이해가 되고요. 당시 발언 타이밍이 넌씨눈(...)인 걸 떠나서 말이죠.

실제로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4대강과 같은 SOC 사업 말고도 유가안정에만 10조를 넘게 쓰는 등 이곳저곳 많이 썼습니다. 이러한 공격적인 재정정책이 금융위기의 폭풍 속에서 비교적 빠르게 벗어나는 큰 힘이 되었죠. 이명박 정부의 공과 중 공으로 언급되는 대표적인 것도 금융위기 극복이고요.

10년 전엔 이렇게 기재부가 적극적이었는데 2020년 코로나 사태의 기재부는 영 다른 모습입니다. 원래 기재부는 돈 쓰는 것에 부정적이라고요? 통계를 보면 예전 위기 땐 그러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처럼 펑펑 돈 쓸 수 없다는 이야기도 보수언론의 단골 레파토리인데요. 호주 달러가 기축통화라 GDP 대비 우리의 2배가 넘는 규모의 부양책을 낼 수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호주 정부는 국가신용도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고 보는 것이겠죠. 호주 외에도 말레이시아 등 기축통화와 상관없는 국가 중 금융위기 이상으로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나라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요. 여담으로 보수 언론들이 꾸준히 주장해온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는 공격적인 재정·통화정책을 쓰면 큰일난다”는 이야기가 불변의 진리라면 이미 체코,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여러 번 망했을 겁니다. 디테일이 실종된 막연한 공포 프레임 조성에 불과하죠.

MMT이론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미친 듯이 돈을 쓰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지나치게 소극적이니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주길 바라는 것이죠.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사례가 있는데 재난수당 재원 마련하겠다고 SOC 예산을 빼는 행태를 보면 기재부가 지금 상황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지 심각한 의문이 듭니다. 국방, SOC 예산을 당겨쓰는 게 맞냐 틀리냐를 떠나 기저에서 느낄 수 있는 기재부의 태도가 진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방역 정말 잘했고, 특히 현장의 의료진에게는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다만 코로나로 인한 경제 피해 최소화까지 달성해야 완전한 방역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바이러스 방역에 있어서는 미국, 유럽 등 어느 나라보다 기민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했는데, 경제 방역에 있어선 다른 나라보다 느리고 적극적이지도 않습니다. 대통령이 오늘 “경제에서도 전 세계에 위기극복의 저력을 보여주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정부, 특히 기재부는 대통령의 언급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전향적 태도를 보여주길 바랍니다. 청와대 정책실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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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에리노
20/04/20 17:38
수정 아이콘
다른건 둘째치고, 다른 나라가 모조리 경기부양책을 쓰는데 우리나라만 안 하고 있으면 근린궁핍화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번엔 경기부양책 쓸 수 밖에 없을거 같아요.
chilling
20/04/20 17:47
수정 아이콘
김상조 실장의 인터뷰를 보면 근린궁핍화와 반대의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또 글을 쓰는 이유도 걱정되서 그러는 거구요.

출발이 빠르진 않았으나 방향은 잘 잡고 있는 것 같으면 믿겠는데, 방향이 이상한 것 같아 걱정됩니다.
aurelius
20/04/20 18:37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논지에 적극 공감합니다. 현재 페북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논객들 대부분 홍남기 짜르라고 아우성이더군요. 지 혼자 세상 태평한 장관이라고 말하면서... 심지어 이분들 극렬 반문재인 논객들인데 말이죠.
chilling
20/04/20 19:02
수정 아이콘
대드니까 잘라야 한다는 표현이 과해 메세지 전달보다 표현의 공격성에 초점이 쏠려 이번엔 좀 순화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홍남기 장관에 기대하지 않습니다.

페북에서 자르라는 주장을 하시는 분들의 논지를 정확하게 모르지만 아마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1번 혼자 태평한 것 같다, 2번 전형적인 큰 일 벌리지 않고 소극적인 관료형 장관인데 현 상황에 적절한 사령관이 아니다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20/04/20 18:49
수정 아이콘
전에도 댓글로 적었지만 경질 등 워딩이 강해서 댓글 반은은 반발이 많았는데요.
전례없이 엄청난 경제위기가 닥쳐오는 판에 무사태평으로 별일 아닌양 헬렐레 하고 있으니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라 워딩이 강해도 저는 이해가 가긴 했습니다.
무슨 돈을 아무 생각 없이 펑펑 쓰라는 게 아니라 쓸 땐 확실히 써야 하고 지금이 그 쓸 때가 맞고 미증유의 엄청난 파도가 덮쳐오는 판에 도대체 뭔 생각인지를 모르겠어요. 위기감이 전혀 없다고 봅니다.
다른 나라 다 미친듯이 경기부양하려고 발악을 하는데 한국 기재부 쪽이 제일 비정상 같습니다. 다른 나라는 뭐 바보라서 저러겠냐고요.

ps. 제목 본문 워딩이 안 강하니 댓글도 별로 안 달리네요. 반박할 수 없는 정론이라 그런 거 같습니다. 전에는 경질 이 부분이 좀 그랬지 돈 더 쓰자는 걸 뭐라 할 수가 없죠. 비상상황에서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니까요.
chilling
20/04/20 20:02
수정 아이콘
한은도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기재부보다가 한은보면 선녀로 보입...
가라한
20/04/20 19:12
수정 아이콘
사실 지금 상황에 균형 재정이니 재정 건전성에 중점을 두는 발언을 하는 자체가 상황 인식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죠.
적자 재정을 해야 하는 때라는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지금이죠.
chilling
20/04/20 20:05
수정 아이콘
기재부 입장에서 최대한 생각을 하면 올해는 문재인 정부 임기 초와 다르게 본예산이 적자로 편성된 게 사실이라 여기서 더 공격적으로 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지금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4/20 19:5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마 저때 재정정책으로보다는 환율방어를 위해 쓴 외환보유고 비중이 대부분일걸로 보이기는 하는데...그 원없이 돈 써봤다는게...외환보유고를 원으로 환산 하면 60조정도 쏟아부었던걸 말하는걸로 기억하는데...
그 외면 아마 세금감면 혹은 유예 그리고 금융지원책이 대부분이였을거고요...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서도요...
뭐 하긴 2009년 추경규모가 28조대였긴했으니...
근데 앞의 추경 11조언저리였나로 기억나고 이번에도 또 추경규모가 있긴있을거긴하니...
chilling
20/04/20 20:09
수정 아이콘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강만수 장관 발언을 대변인이 해석하길 감세, 추경 등 재정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겠냐고 말했네요. 당사자 입장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통화, 재정 다 포함해 큰 틀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4/20 20:1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벌점 2점), 표현을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chilling
20/04/20 20:35
수정 아이콘
네, 말씀처럼 그런 수단은 통화정책에 분류됩니다.
chilling
20/04/20 20:42
수정 아이콘
쉽게 설명하자면 정부 예산을 늘려 국회로부터 동의를 받고 예산을 사용하는 건 재정정책이고, 국회 동의없이 정부와 중앙은행이 하는 행동은 통화정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 터지고 정부가 금융 쪽에 수십 조 가량의 지원을 한다는데 이건 무슨 추경을 하거나 국회 동의를 받거나 이런 절차가 없었죠? 이런 건 통화정책이라고 보면 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4/20 20:5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벌점없음), 반말투 댓글, 통합벌점처리
chilling
20/04/20 21:02
수정 아이콘
표 제목에 '재량적 재정정책 대응을 중심으로'라고 친절하게 써놓았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0/04/20 21: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벌점없음), 반말투 댓글, 통합벌점처리
chilling
20/04/20 21:16
수정 아이콘
네, 단순히 3.9%로 찍으면 말씀하신 규모가 되겠죠. 다만 상대평가로 현재 다른 나라들의 부양책 규모와 비교해 수위권에 오를 정도라면 십 조가 아니라 백 조 단위로 올라가겠죠.
홍준표
20/04/20 20:1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페북에서 우연히 본 글인데,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글쓰신 분은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ttps://www.facebook.com/taehwan.rhee/posts/3040543076005695
닉네임을바꾸다
20/04/20 20:23
수정 아이콘
흠 일단 재정관리에서 적자가 있긴있었으니...사린다는건가...
chilling
20/04/20 20:25
수정 아이콘
19년만 강조하고, 17~18년 오히려 통합재정수지 흑자 폭이 늘어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줄어든 건 빼고 말하는 방식이죠. 나머지는 뭐 전형적인 보수적 성향이 강한 재정학자들의 스테레오타입 정도로 보입니다.

예컨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에도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등 돈 풀기 반대하는 학자들 있었어요. 하지만 나라를 구하는 건 그들이 아니라 버냉키같은 사람이었고요.
chilling
20/04/20 22:00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조금만 더 하자면 국채 비율이 올라가는 건 재정학자들은 걱정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국채 비율이 올라가는 것 자체만 보는 게 아니라 환율에 문제 생기는 걸 더 중요시합니다. 즉, 환율이 적정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국채 비율이 올라가는 건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오히려 환율이 관리된다는 전제 하에 국채는 더 늘려도 무방하다고 보는 견해가 많지요.

1. 국채 비율이 올라가면 신용도가 떨어짐 -> 원화 똥값 -> 환율에 문제 생기며 제 2의 IMF? -> 빚은 항상 최소화!

2. 대공황, 금융위기 등 전 세계적인 위기가 닥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짐(최근 두 달 환율 추세를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부가 돈을 안 풀고 다른 나라 정부들은 막 돈을 품 -> 원화가치가 상승함 -> 하락 압력과 상승 압력이 결합되어 어떠한 선에서 유지가 됨 -> 이러면 가장 중요한 팩터는 결국 우리나라 자체의 경쟁력인데, 돈을 안 풀었다면 항공 등 여러 산업에서 중요한 기업들이 휘청거리거나 이미 망했을 가능성이 큼 -> 다시 원화 똥값이 되는 것이고, 결국 환율 안정을 위해 국채 비율에 집착하는 것보다 돈을 쓰는 게 현명함

이 두 시나리오가 충돌하는 것인데 2번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정도로 정리할게요.
닉네임을바꾸다
20/04/20 22: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옛날이면 환율은 외환보유고로 틀어막는 짓도 했을텐데 지금은 그랬다간 환율조작국 크리 먹겠죠...우리는 일본이 아니니까 크크
요체는 뭐로든 돈은 풀어야한다인데...
홍준표
20/04/20 23:23
수정 아이콘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이해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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