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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5/09 05:16:15
Name 언어물리
Link #1 이미지 출처는 나무위키
Subject [일반] 비새누리 지지자인 정알못 눈에 비추어진 정치 이야기
안녕하세용.. 선게에는 정치 유머 빼고는 별로 글을 올린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댓글은 많이 썼지만 정말 정치에 대해서 뉴스를 많이 보기는 하는데 아는 바가 없어서 큰 글을 쓰기는 정말 망설여졌어요. 하지만 왠지 대선 본투표일이 되니 마음이 울컥해져서 제 마음이 선게에 글을 하나라도 써야겠다고 느끼게 만드네요. 글을 다 쓰고 보니 어린애가 쓴 백일장 글 같네요 헤헤..;;

저는 제가 투표를 행사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난 이후부터는 역대 대선, 총선, 지선 모두 투표권을 행사했던 사람인데 그래도 모든 선거가 다 기억나지는 않아요. 그리고 정치/사회에 무관심한 사람은 아닌데 이를 체계적으로 알지는 못하는 사람입니다.(과연 니가 아는 게 뭐냐? = =;) 그래서 제가 말하는 것에 대해 디테일하고 구체적인 예시를 들기는 힘들어용..






내가 처음 머리가 커져서 그나마 어느 정도라도 제대로 어떤 선거를 보게 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16대 대선이었다. 이회창씨가 아주 높은 지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어서 그가 무난히 대통령이 될 줄 알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월드컵 4강 신화에 힘입어서 역시 꽤 높은 지지를 받던 다른 대통령 후보인 정몽준과 단일화를 하여서 결국 이회창씨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 그 이후의 참여정부의 이미지는..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뭔가 무력했던 것 같다. 대연정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 걸 보아 아무튼 노 전 대통령은 포용력은 좋았는데 사람들이 그를 잘 따라주지 않았고, 하는 정책들은 많은 부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언론들은 연신 그를 깠고, 대중들 역시 그 언론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무슨 나쁜 일만 터지면 그를 까기에 바빴다.

노 전 대통령을 국회에서 탄핵하는 일도 있었다. 그 분을 탄핵시키는 과정은 정알못인 내 눈에 봐도 참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비한나라당-비새누리당-비자한당 쪽 사람이 되었던 것 같다. 저 쪽 정치인들은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고 헛짓을 해도 다 '오케이'하면서 용납되었고, 그 반대편인 이 쪽은 조그마한 흠결이 잡혀도.. 아니지 그 흠결의 의혹만 생겨도 저 쪽과 이 쪽 모두에게서 엄청난 욕을 먹고 또 의심을 받았다. 특히 북풍이라든지 NLL이라든지 등등의 건수들에 대해서는 참으로 기가 막힌 일들 또 황당한 일들 뿐이었다.




내 정치적 포지션은 아주 간단한 판단 위에 있다. 비한나라당-비새누리당-비자한당이면서 가장 힘이 세고 동시에 어느 정도 이상으로 합리적이고 명석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당을 지지할 것.

나는 말장난을 싫어한다. 이 세상의 일들이 이런 관점에서는 요렇게 생각할 수 있고 저런 관점에서는 죠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안다. 즉, 어떤 시공간 속에 위치해있는 어떤 집단이 판단내릴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꼭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어떤 가능한 관점에서 바라보든지간에 너무나 명백하게 틀린 것은 있는 것이다. 데이터를 자기의 더러운 정치적 의도대로 취합하고, 숨기고, 왜곡하는 짓은 솔직하지 못하고 또 정의롭지 못한 것이다. 어떤 일 A와 다른 어떤 일 B가 있을 때, (그 바닥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누가 보아도 일 A가 일 B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경우에서조차) 일 A의 심각성/중요성/가치를 최대한 축소하면서 거꾸로 일 B의 그것을 부풀리는 짓을 하면 안 된다. 앞으로 더 있을 법한 가능성을 가졌다고 판단되는 이야기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하고, 덜 있을 법한 이야기에는 그만큼 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완전히 무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 잘못을 지었으면 마땅히 그에게 이 잘못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에 보이기에만 화려한 4과를 하고 되지 않는 감성팔이를 하고 '~는 대단히 큰 잘못을 저지른 xx와 같은 당이지만 인물이 다르니 잘할 수 있을 거여' '과거를 보지 말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정치인이 다 그놈이 그놈이지 안 그래? 최소한의 사실관계도 안 알아보고 그냥 아무나 찍어보자(혹은 투표하지 말자)' '~가 확실히 더 인물이 나아보이지만 나는 저 ~의 출신 배경이 왠지 맘에 안 들어서 안 찍을래' 같은 생각들을 부추겨서 면죄부를 받고 생명연장하는 정치인/정당이 싫다. 인간이 비합리적인 측면이 합리적인 측면보다 더 많은 생물이라는 걸 알긴 알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까지여야 한다. 잘못한 정치인/정당에게는 그 잘못에 대해 그 잘못의 크기만큼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 사회를 계속 유지하고 세울 만한 최소한의 건전한 가치관이 이 밑바닥에 깔릴 수 있는 것이다.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그들이 선택하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을 요구하고 추궁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반성하지 않는 자의 거짓눈물에 감성적으로 홀라당 넘어가버리면 안 된다.

나는 정치적 show를 싫어한다. 즉 서민 코스프레라든지 먹방이라든지 갑자기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절을 한다든지 하는 것을 싫어한다. 어떤 사람의 인격과 철학을 알려면 그의 언행을 시간적 흐름에 따라 주욱 보고 종합적으로 평가내리면 된다. 그런 단발성으로 팡팡 터지는 말이라든지 선동하는 말이라든지 사이다 발언이라든지 등등은 부차적인 것이다. 정말 착하고 자신만의 합리적인 철학을 가진 사람은 "나는 정말 착해요."라든지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에요." 등등의 말을 소란스럽게 직접 하기보다는(물론 그들도 그런 말을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으로서만 그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정말 쓸만한 법안을 발의한다든지 납득할 수 있는 행정적 조치를 취한다든지 시민들의 말을 정말 잘 받아들여서 이를 최대한 정책 시행에 반영한다든지 등등의 일을 묵묵히 하기 마련이다.

나는 정치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잘 조절하는/조정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은, 일단 어떤 사안에 있어서 서로 얽히고설킨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무시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들의 의견을 정치적 판단을 내림에 있어서 최대한 많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도 역시 한계를 가진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정당이 취하고 있는 스탠스에 반反하는 목소리는 듣기 싫은 법이고 그 견해를 들어주면 그 자신이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까지 있다. 하지만 어떤 사회가 내적으로 진정 성장하려면, 듣기 싫은 말도, 들어주면 손해를 보는 정치적인/사회적인/학술적인 의견 역시도 마땅히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정치인/정당을 뽑아야 하고, 그것을 듣도록 상당히 유도하고 강제하는 시민사회의 분위기와 구조를 조성해 놓아야 한다.

한나라당-새누리당-자한당 계열 정치인, 정당, 지지자들에게 위와 같은 것들을 바라는 것은 - 이것은 지켜져야 하는 아주 최소한의 원칙이라고 생각하는데 - 전반적으로 거의 사치에 가까운 일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비한나라당-비새누리당-비자한당의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어떤 사람에게도 어떤 단체에게도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이는 정치에도 마찬가지여서, 나는 좌-우, 진보-보수 그 어느 쪽의 정치적 행위라도 어느 정도의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 최대한 호의적으로 생각하려는 사람이다. 나는 (참으로 황당하게도, 한국 기준으로는 나 역시 좌파이고 진보라고 여겨지겠지만) 굉장히 보수적이고 꼴통인 사람인데 - 나와 다른 여건에 놓인 다른 사람이 처한 입장을 그다지 고려하려 하지 않음,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싫어함,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조차 어느 정도 선까지는 인정함 - , 그런 나로서도 이 한국 사회를 꽉 잡고 있던 한나라당-새누리당-자한당 계열이 하는 정치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납득이 안 가는 것들 투성이였다.








한편, 한동안 정치적인 무기력에 빠져있던 나에게 - 특히 이명박근혜의 9년은 나로서는 정말 학을 떼게 만드는 것들 투성이었다 - , 이번 20대 총선의 결과 그리고 이번 촛불집회 및 박근혜를 탄핵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이때는 다른 모종의 일들로 인해서 나의 교조적인 마음과 다른 사람의 말을 안 듣는 편협한 관점이 꺾이던 시기였는데, 이때 이런 정치적인 사건들까지 내 눈으로 쭈욱 보게 되니 어떤 애틋한 느낌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나는 정치적으로는 투표를 행사한 것밖에 더 없고 다른 정치적/사회적 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누구를 탓하고 평가했다는 말인가 하는 그런 생각도 조금은 들었다.

세월호 희생자들, 위안부 할머니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서 싸우는 분들 그리고 싸우지는 않더라도 그들의 편에서 눈물흘리고 공감해주는 분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멋진 마음을 가지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4대강이나 국정 교과서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일에 항의하는 많은 지식인들이 TV에 나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서 그 전문가적인 양심에, 그 학술적인 진지함에 개인적으로 많이 배운 것도 있다. 민주화 이전에는 지금의 정치적 투쟁보다 더 힘든 싸움이 많았을텐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는 꽤나 느긋한 생각도 감히 가져본다.

사실 대한민국은 나 개인의 같잖은 생각이 포섭할 수 있는 작은 존재가 아니었다. 이 나라는 내가 모르는 영역에서부터 예나 지금이나 항상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도, 역시 이 나라와 이 나라의 시민들로부터 앞으로 많이 배워서, 이와 함께 크고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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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들도들
17/05/09 09:4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언어물리
17/05/09 09:49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제가 써놓고도 참~ 못 썼다 생각이 헤헤;;
닭장군
17/05/09 14:29
수정 아이콘
저는 원래 친 민주노동당 이었다가, 참여정부가 시달리는것을 보고 친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일은 되게 해야 하는 법인데, 좌우 모두 일을 안되게 하더군요.
언어물리
17/05/09 14:32
수정 아이콘
참여정부가 벌인 실책도 크긴 했지만, 좌우에서 아예 일을 못하게 흔드니 참여정부에 대해 평가를 덜 박하게 하려는 편입니다. 애초에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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