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15 00:21:32
Name zzoda
Subject 개마고원, 길로틴의 짧은 소감
그 동안 pgr이 없는줄 알았다가, 오늘 찾아보니 떡하니 살아있네요. 어쨋든 반갑습니다.^^;

예전에도 별로 글 쓰지 않았는데, 그냥 밤에 심심하기도 하고, pgr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한두자 끄적여보려합니다. 딱히 이 글을 어디에 써야될지 몰라서 여기다 쓰고 있습니다. 지금 쓰려는 글은 맵 분석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도 그렇고, 그냥 최근에 개마고원에서 연습을 많이 하게 되면서 느낀점 정도..? 를 써보려고 합니다.

개마고원.. 처음에는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그 당시 겜비씨리그에 나온 맵들과 비교하면 너무 평범하다는게 처음 감상이었습니다. 인디언라멘트(페이스 오프로 바꼈던가-_-a), 짐레이너스 메모리등 상당히 특색있는 맵들을 차례차례 내어놓았던 겜비씨리그의 맵들과 달리 밸런스 조정에만 계속 매달리는 감이 적지 않았거든요. 앞마당 가스, 넓은 센터, 삼룡이 멀티 같은 로템에 연장선상에 계속 매달려 있는게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그 덕분인지 몰라도, 보통 동네 대회에서 대회맵으로 로템대신으로 개마고원을 쓰게 되더군요. 그래서 연습을 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개마고원은 보기보다 로템과 느낌이 많이 다른 맵이었습니다.

최근..도 아니고,  몇일전 온겜넷에서 강민대 홍진호 님의 재경기 리플이 올라왔었는데, 그 맵이 개마고원의 특색을 가장 잘보여주는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 때 해설자 분들은 초중반부터 저그 프토가 계속 치고박는 것을 단지, 홍진호님이나 강민님 성향상 공격적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하셨으나, 사실 개마고원 맵 자체가 그런 경기를 유도하는 맵이라는 것이 바로 제 의견입니다.
개마고원에서 저그로(저는 저그유저입니다) 프토를 상대하는 것이 로템보다 꽤 까다롭다... 라는 것이죠. 아주 작은 예를 들자면, 로템에선 삼룡이 지역에 러커를 포진시켜두면 그 입구가 좁아서 프토가 뚫고 나오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그 덕분에 프토유저분들이 로템에서 저그에게 꽤 쓴 고배를 많이 마셨는데요.. 개마고원에서는 앞마당에서 센터로 나오는 지역이 꽤 넓습니다. 그 지역에 러커를 배치시키려면 로템에 두 배쯤 되는 숫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경기를 하면서 제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그 지역에 러커를 배치시킨다고 해서 프토가 삼룡이를 못 가져가는 것도 아닙니다. 그 덕분에 저그는 하이브로 넘어가기 직전 정말 숨가쁜 방어전을 치러야만합니다. 투 게스에 삼룡이까지 먹은 프토가 다수의 드라군과 템플러 질럿으로 러커를 위협하고, 위치상으로도 삼룡이 언덕에서 포톤과 템플러를 배치 시키 히드라 견제를 막기도 용이합니다.

더구나 방어적인 측면에서도 개마는 로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 역시 앞마당에서 센터로 나오는 길목이 넓기 때문이고, 설사 그 지역을 성큰 러커로 막는다 해도, 삼룡이로 통하는 본진 길목이 있기 때문에 더욱 힘듭니다. 삼룡이 지역으로 프토 병력이 올라가게 되면 앞마당은 무력화되게되고, 그 길목이 좁기 때문에 쉽사리 저그가 올라가기도 힘들게 됩니다.

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조이기도 어렵고, 방어도 어려운 개마고원에서 저그로 프토를 이기기 위해서는, 프토를 러커나 뮤탈로 막아놓고 각 멀티지역에 성큰을 도배해서 방어전 양상으로 끌고 가던가, 아니면 처음부터 프토를 계속 흔들어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로템에서 풍부하게 드론을 뽑은다음 히드라 러커로 조이는 배부른 광경은 찾아볼 수 없고, 초반부터 저글링 숫자가 질럿 숫자보다 많도록 계속 뽑아주고, 한덩이에 한마리씩 드론을 겨우 배치해서 짜낸 돈으로 러커나 뮤탈로 테크를 옮긴 다음 상대 앞마당 타이밍을 최대한 늦춰주고, 상대가 앞마당을 먹었더라도, 드랍이나 뮤탈로 계속 괴롭혀주지 않으면 프토가 병력을 갖춰서 나오는건 시간문제라는거죠.

계속 프토 얘기만을 했는데;; 사실 저그대 테란전도 양상 또한 재밌게 됩니다. 대각이 나오지 않는한 앞마당을 먹기 힘들고, 엄재경님 말씀대로 배에 힘주고 앞마당을 가져간다할지라도 삼룡이 지역으로 올라오는 마린을 막기가 힘들어지고, 가스를 포기하고 예전 초기 저그처럼 세번째 해처리를 삼룡이 입구지역에 배치시켜서 3해처리 체재로 가게 되면 테크가 늦어져서 빠른 탱크 쪼이기를 들어오는 테란을 상대하기가 까다로와지죠. 결국 1해처리 플레이를 하거나 본진 투해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 또한 가난해서 저글링 러커 스컬지로 테란을 상대하면서, 겨우겨우 눈치보며 드론뽑고 멀티먹으면서 힘겹게 테란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한가지 저그의 이점이 있다면 앞마당 지역이 넓어서 개마에선 테란이 쉽게 앞마당을 먹기가 힘듭니다. 먹기 위해 병력을 배치 시키면 저글링 러커로 뚫어버리기 쉽기 때문이죠. (사실 이점이 굉장히 크게 작용합니다. 이 때문에 저그가 다른 쪽 멀티를 가져가기 쉽게 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저그 대 테란전 또한 개마고원에서는 본진 해처리를 한 저그를 파괴하려는 땡 마린 scv러쉬, 그것을 막기 위한 발업된 저글링, 매딕을 갖추고 러커 나오기 직전을 노리는 타이밍 러쉬, 그것을 막기 위해 삼룡이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본진 난입을 하려는 저글링, 러커 완성후 러커 전진을 막기 위한 마린메딕의 포진, 그것을 밀어내고 입구까지 올려보내기 위한 저그의 러커 저글링 컨트롤, 가난한 저그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드랍쉽, 그걸 막기 위해; 앞마당 완성되기도 전에 지어야하는 스파이어, 이런식으로 개마고원에서 전개되 나가는데요. 위에 적힌대로 이 역시 초반부터 굉장한 난전을 유도하게 됩니다.

... 길게 적어왔는데요. 이제 겨우 제가 하고 싶은 말에 도달하게 되는군요 ;; 전략 게시판에 개마나 다른맵에 관한 것들이 없어서; 좀 부연 설명이 길었습니다.
어쨋든 결론은 '개마는 로템과 비교해서, 초반 난전을 더욱 유도하는 맵이다.' 라는 것입니다. 초반부터 치고 박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맵이라는거죠. 위에 이름만 적어놓고 전혀 설명을 하지 않았던 길로틴 또한; 역시 그러합니다. 길로틴은 약 4개월전에 연습해봤는데, 이 맵이 저그맵이다 라는 것이 잘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패배를 했습니다. 그게 입구 지역이 너무 넓기 때문에 역시 상대방을 흔들어주지 않으면 단지 성큰으로 그 강력한 러쉬를 막기 힘들다는게 제 느낌이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선 프로게이머들의 맵 연구가 큰 역활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로템처럼 숨죽이고 본진에 가만히 병력을 모아서는 길로틴이나 개마에서 쉽게 저그를 제압할 수 없습니다. 처음부터 계속 러쉬를 가던가, 변칙적인 전략으로 상대를 흔들어주어야만 하지요. 또한 길로틴은 그런 요소가 다른 맵보다 훨씬 쉽게 먹히기 때문에, 저는 이 맵이 벨런스에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개마와 길로틴을 연습하면서 상당히 스타가 늘었다..; 고 느꼈습니다. 옛날에는 '저글링으로 어떻게 마린 메딕을 이겨'라고 생각했던 저인데, 요즘은 이 맵에선 온힘을 다해 저글링으로 마린 메딕을 이겨 낼 수밖에 없습니다 ; 게이머를 키워간다, 이것이 이 두 맵의 매력이다.. 라는게 바로 제 생각입니다. 이것은 일반 플레이어보다 프로게이머에게 훨씬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더욱 공격적이고 더욱 연습을 많이 하고, 다수의 유닛 숫자나 유닛의 사기성을 이용한 플레이보다, 컨트롤과 상대 예상을 뛰어넘는 전략을 유도하는 맵이라는거죠. 그 덕분에 요즘 온겜넷에서 많은 빅게임들이 나오고, 초반부터 보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난전들이 풍성하게 되어서 이 맵들을 정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말을 길게 적으니 자꾸 꼬이는군요 ;
워크가 나올쯤에는 스타가 시들하게 되겠지라고 맘속에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 인기가 식지 않는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이러한 방송사들의 맵 연구 또한 한몫을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 물론 이건 단지 방송사의 역활만이 아니라 스타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노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바른 말이 되겠지요. 스타 제작은 블리자드에서 했지만, 스타의 발전은 이 곳에 우리들이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즐거운 기분까지 듭니다.^^;(저는 별로 한건 없지만 ;;)
위 생각을 가지고 요즘 나온 맵들을 다시 찬찬히 보게 되니, 겜비씨 온겜넷 할거없이 꽤나 흥미로운 맵들이 많더군요. 노스텔가지고도 얘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그맵에서 연습해본 적이 없어서 적지 못했습니다.;; 겜비씨 맵은 조금 색깔이 밝아졌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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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viva
03/09/15 00:54
수정 아이콘
개마고원은 로템형 맵이라고 생각하지만, 절대 로템이 아니죠 -_-;; 저도 무지하게 많은 패배 속에 테란이 어떤 타이밍에 멀티를 먹어야 하나 어떻게 진출해야 하나.. 등등.. 많은 고민과 싸움 끝에 대충 맵을 파악했습니다. 기요틴은 솔직히 연습을 별로 안해봐서 잘 모르지만요 ^^
전체적으로 동감합니다,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겜비씨 맵의 색깔이 밝아졌으면 하는 생각은 언제나 합니다 =_=;
03/09/15 03:23
수정 아이콘
음... 개인적으로 정글형 맵타일을 주로 사용했으면 하는... 길로틴은 너무 눈부시죠... 가뜩이나 프로토스 건물도 태양권 한몫하는데...
불가리
03/09/15 08:54
수정 아이콘
헌터 팀플에 익숙하다가 로템은 좀 익숙치 않지만, 개마고원과 기요틴은 헌터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2:2라서 상당히 재미있더군요~ 저도 추천합니다.
본킬러
03/09/15 15:48
수정 아이콘
저는 테란 유저 거든요. 플토 상대로 기본기를 갖춘 테란 유저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그 상대로는 할만하구요.
03/09/16 00:17
수정 아이콘
zzoda님의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특히 게이머의 공격적인 성향을 높여준다는 것에 크게 공감이 가네요. 여러가지 공격루트를 만들어줘서 보다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게이머가 사용할 수 있게하는 아주 좋은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점에서 전 이번 패러독스맵이 좀 불만스럽더라구요.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팽팽한 긴장감과 긴박감, 이런 요소가 거의 없어서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게 느껴지네요. 어쨌든 글 잘봤습니다.
03/09/16 01:24
수정 아이콘
태양권..--;; 전 오히려 지반이 어두운게 더 싫던데요. 러커가 잘 안보여서...
ChRh열혈팬
03/09/17 21:21
수정 아이콘
프로토스의 태양권은 스노우 지형에서 빛을 발한답니다..
미나무
03/09/18 22:18
수정 아이콘
저도 지형이 좀 밝은 편이 좋아요. 눈이 나쁜 건지, 럴커가 안 보일 경우들이 있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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