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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12/29 16:24:31
Name 안개사용자
Subject [낙서] 사이코 K씨와 마법의 빨강전구
<사이코 K씨와 마법의 빨강 전구>

***************************************************


“으음… 여기는………”

술기운에 뒤척이던 사이코K씨는 자기 방에서 눈을 떴다.
단기 기억상실증상이 있던 그는 눈을 뜨자마자 무언가 기억할 만할 물건이나 메모를 찾기 위해 서둘러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잠시후 K씨는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빨간색 전구를 하나 발견했다.

“뭐… 뭐지? 이건…설마!!!!!”

그리고 그저께 있었던 모든 기억들이 그의 머리속에 밀려들어왔다.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 맛있는 도너츠, 열정적으로 소리치던 해설자들, 어느 꽃미소년의 얼굴, 경기장을 가득 메운 뜨거운 열기, 우주소년 아톰........
폭발하는 유닛들의 대 혈전, 미인들과의 술자리…. 그 모든 것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래… 난 그저께 대구실내 체육관에 갔었어. 프리미어리그 플레이오프를 보기 위해…”

그렇다. K씨는 25일 대구실내체육관에 갔었었다.





사건발생일, 사이코K씨는 솔로친구들로부터의 연락을 끊기 위해 휴대폰을 꺼놓고 아침 일찍 그곳으로 향했다.
어느 분이 VIP석을 마련해주신 덕분에 K씨는 경기장 정중앙, 앞에서 세번째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몇 분이 사이코K씨를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글 속의 사이코K씨치고는 너무나 차분하시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사이코K씨는 살짝 미소지었다.
어찌 사람 속을 알 수 있으랴… 그가 조용한 까닭은 머리 속이 정상인보다 정리가 안되어서 말이 안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을…
사이코K씨는 되도록 말수를 줄여 자신의 정체를 감춘 후, 꽃단장하신 어느 분이 주신 도너츠를 감사히 받아 먹으며 플레이오프 경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방송상의 문제 때문에 경기는 3시로 연기되어 있었고 피곤한 K씨에게 졸음이 밀려왔다.
그 때 그의 귀를 울리던 명랑한 소리~

“으음…. 이것은 아톰!!!?”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화면에는 우주소년 아톰이 방영되고 있었다.
가뜩이나 졸음과 싸우고 있었던 K씨에게 그것은 고문이었다.
하지만 K씨가 누구인가? 세상의 모든 고통을 마조히즘의 정신으로 극복해온 그가 아니던가?
그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영광스러운 아톰의 탄생장면과 규칙을 지킬 줄 아는 멋쟁이 로봇 할리의 활약이 나오는 로봇볼 대회까지 두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았다.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사이코K씨는 정신없이 보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_-;

“KT, KTF 프리미어리그 플레이오프를 시작합니다!!!!!”
“우아아아아”

K씨가 눈을 떴을 때, 이제 막 선수들이 입장을 하고 있었다.
서지훈, 조용호, 임요환, 홍진호선수는 등장과 함께 각자의 손에 든 빨간 전구를 관중들을 향해 던졌다.
그리고 때마침 기지개를 펴던 K씨의 손에 홍진호선수가 던진 전구가 쥐어졌다.

“헉!”

전구안에 홍진호선수의 내공이 담겨있었던 것일까? K씨는 10만볼트의 전류가 손에 퍼지는 것을 느끼고는 급히 호흡을 가다듬고 운기조식을 했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K씨는 손에 든 전구를 바라보았다. 루돌프사슴코 전구…. 과연 명품이었다.
경기시작…
조용호선수는 완벽하게 밀어붙이는 서지훈선수의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2:0으로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하지만 마지막 2판에서 조용호선수가 보여주었던 끊임없는 드랍공격은 정말 멋있었다. 다음번에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그리고 K씨가 가장 좋아하는 임요환선수와 홍진호선수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여어~ 요황아~ 안녕~”

K씨는 역시 사이코답게 임요환선수의 이름을 잘못 부르며 손을 흔들었다.
1경기. 초반 3배럭을 홍진호선수에게 간파당한 임요환선수… 끊임없이 빈집털이를 당하면서 악조건속에서도 분전했으나 패배하고 말았다.

“크윽… 흑흑…”

K씨는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꽃미소년의 품에 안겨 흐느껴야만 했다.
잠시 슬픔을 달래던 K씨의 시선이 자신의 손에 쥐어진 전구에 향했다.

“나의 정신력이 홍진호선수의 선물공세에 헤이해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임요환선수의 패배를 바란 것은…?”

소름이 돋았다. 그제서야 K씨는 홍진호선수의 간계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수련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K씨는 자신의 한심함을 반성하며 머리를 짜내 홍진호선수의 계략(?)을 역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빨간색 전구를 꽉 쥐었다.  
고대로부터 상대방의 기운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주술을 걸고 하지 않았던가?
K씨는 이 전구를 이용해 주술을 걸기로 마음먹었다. 그와 동시에 K씨의 기운을 전구에 주입되었다.

“으라차차차차~”

주술이 통했던 것일까?
임요환선수의 기습적인 벙커공격에 해처리를 파괴당한 홍진호선수...
난타전 끝에 2경기에서는 패하고 말았다.
비록 임요환선수가 이겼지만 K씨는 죄책감 때문에 홍진호선수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미안해… 이럴 수밖에 없는 날 용서해줘. 하지만 임요환선수가 군대가면… 그러면... 그 때부터는 너만 바라볼게(?)….”

그리고 운명의 셋째판…. 다시 K씨는 전구를 쥐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요황아! 마음의 눈! 마음의 눈을 뜨란말이야!!!!!!!!!”

그러자 마린 4기가 귀신같이 오버로드가 날아오는 방향으로 달려가 가우스건을 쏘아댔다.
제3경기는 정말 대혈전이었다. 상대방 본진에 대한 양선수의 과감한 공격!
끊임없이 확장을 시도하는 홍진호선수와 그것을 저지하려는 임요환선수의 지속적인 공격…

“흑흑… 정녕 제가 지금 게임을 보고 있는 겁니까?”

정말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전투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모든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는 법... 결국 최후에 웃는 자는 임요환선수가 되었다.
K씨는 약간 뻘줌한 자세로 손을 흔드는 임요환선수를 보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상의를 벗어던지려고 상의의 지퍼를 내렸다.
K씨의 온몸에 바디페인팅으로 “임요환! 승리 축하해요!!”가 새겨져 있었던 것을 기억해낸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가 옷을 벗기 전에 옆에 있던 꽃미소년이 말했다.

“안사님... 밥먹으러 가야죠.”
“아…. 네……”

그리고 밤늦게까지 계속된 술자리...
그날로부터 지금까지 K씨는 연일 연말 모임 때문에 술먹고 정신을 잃어왔던 것이다.
여기까지 기억을 떠올린 K씨는 다시 자신의 손에 쥐어진 빨간색 전구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이 전구는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이대로 내가 홍진호선수의 승패를 좌지우지해도 된단 말인가? 그것은 홍진호선수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K씨는 빨강 전구의 힘을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일어선 사이코K씨...
하지만 그의 눈에 전구는 너무나 아름다워보였다.
그는 홀린 듯 그 전구를 코에 달고는 생각에 잠겼다.

“아니야. 좀더 생각해보자. 조금더, 아직 생각할 시간은 충분해… 아직까지는....”





“역시 예상대로 자아가 분리되기 시작하는군요.”

거울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간호사가 보고서를 적으며 옆에 있던 닥터X에게 말을 걸었다.
닥터X는 환자의 상태가 예상보다 심각한 거에 놀라고 있었다.

“어떻할까요? 선생님…”
“그냥 내버려 두는 수 밖에요.”

닥터X는 한숨을 쉬었다.

“착각은 자유니까...”






※ 2003년 크리스마스, 대구에서 프리미어리그 플레이오프가 있었다.
경기 시작 전 홍진호선수는 빨간전구하나를 관객들을 향해 던졌고 우연히 그것을 잡게 되었다.
코에다 다는 ‘루돌프사슴코’ 전구…
전구가 적을 응원하는 자의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었을까?
홍진호선수는 임요환선수와의 경기에서 아쉽게 2:1로 패하고 말았다.
사실 그 경기들은 그 누가 이겼어도 아쉬울 것이 없는 명경기였고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 난 임요환선수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 홍진호선수에게 더욱 큰 박수를 보냈다.
현재 문제의 전구는 깨끗하게 포장되어 E-Sport 전시관에 기증될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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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Inferno [FAS]
03/12/29 16:57
수정 아이콘
헤에... 전 3층에서 봐서(유닛이 마린인지 저글링인지 구분이 안되는 곳 -_-) 선수들이 뭘 던졌나 궁금했었는데 전구였군요.
sunnyway
03/12/29 17:23
수정 아이콘
사이코 K씨가 더 맘에 든다고 하면, 안사님의 자아분열에 더 가속도를 붙이게 하는 걸까요 ^^;; (농담인 것 아시죠...)
유리별
03/12/29 17:26
수정 아이콘
앗! 그 빨간전구 저도 정중앙에 앉아 있다가 잡으려고 했으나 제 앞에분이 잡아버리셔서 못잡았는데 혹시?!
03/12/29 17:42
수정 아이콘
하하 그날 임요황선수의 승리가 싸이코k씨가 받은 빨간 전구 때문이었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출연하신 분들이 좋아하시겠네요.^^
새로운시작
03/12/29 18:51
수정 아이콘
저도 이상하게 제가 경기에 집중을 못하는 날이면은 임요환 선수가 허무하게 경기를 지고는 합니다. 그래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난 요환선수와 정신적 공유자임에 틀림없어. 내가 집중해야 임테(우리끼리 부르는 별칭)가 이겨" 라고 했다가 비오는 날 먼지 나게 두들겨 맞을 뻔 했죠.-_-. 저도 조만간 싸이코 K 씨 옆호실에 들어갈 것 같은-_-;;;;;;;
sad_tears
03/12/29 19:21
수정 아이콘
K씨 25일날 서울에서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결국 플레이 오프를 선택했네요.
03/12/29 20:04
수정 아이콘
절대반지가 아니라 절대전구군요...ㅋㅋ
03/12/29 20:11
수정 아이콘
하하하.. 바디페인팅하고 계셨습니까? 밥먹으로 가잔말 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
03/12/29 21:00
수정 아이콘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씨가 쓴 단편소설인 "편하게 세상보기"가 생각나는군요 =_=;;
03/12/29 22:06
수정 아이콘
안사님 제 얘기는... ㅠ_ㅠ (대마왕 k씨 라고..-_-)
옆의 꽃미소년이 원망스럽군요. 하하^^
SoulMatE_CO★
03/12/29 22:09
수정 아이콘
왜 홍진풍은 안해줍니까? ^-^;;
안전제일
03/12/29 22:12
수정 아이콘
으하하하하
(정신 못차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오프를 가셨다니요! 부럽군요~우훗
(그러나 전 그때에 좋은 곳에서 더 재미있게 놀아서 플레이 오프간 분들이 하나도 안부럽다는!으하하하하)
카나리아
03/12/29 22:23
수정 아이콘
안사님, 어디사시나요? 전구전문털이범으로 변신하겠습니다!(농담입니다^^)
03/12/29 22:50
수정 아이콘
흐~~~정말 안개사용자님은.....^^
Real Korean
03/12/29 23:59
수정 아이콘
역시 사이코 k씨 당신의 정체는 역시.....
하루종일 옆에 있었는데도 전혀 정체를 몰랐는데 이제야 그 정체의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알듯하네요.^^
담에 다시 만나 술한잔 같이 해요. 그날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럼 연말 잘 보내세요~~~!
꽃단장메딕
03/12/30 01:01
수정 아이콘
사실은 제가 질투에 눈이 멀어..폭투혈전에서 우리 미나리(-_-*) 나오는 부분만 골라서 읽었답니다
안사님께 그 사실을 들킬까봐...죄송해서 피해다녔었지만....이제는 말할수 있습니다
우리 미나리도 좀 예뻐해주세요....
안사님의 멋진 문장력으로 그를 빛나게 표현해주세요...^^*
03/12/30 13:12
수정 아이콘
전구 였군요.. 목도리 인줄 알았다는.. 그때는 삼층에서 봐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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