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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15 00:35:33
Name 스웨트
Subject [기타]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며..
오늘 박지성 선수가 은퇴를 했습니다.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고, 기쁨을 주었던.. 너무나 감사했던 선수였습니다.
저는 오늘 한동안은 그동안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골 영상들을 검색하고 찾아봤습니다.
챔스에서 첼시에게 넣었던 골.. 일본침몰슛에 이은 산책 세레모니.. 울버햄튼 대활약.. 아스날과 리버풀에게 꽂아넣은 골..
아인트 호벤 시절 ac밀란에게 넣었던 골.. 국대 월드컵예선에서 박지성 박지성 박지성!을 외치게 했었던 골 등등..

그렇게 골 영상들을 보다가 박지성의 골장면중 어떤 한 장면을 보게 되었고 문득
'내가 과연 가장 행복하게 축구를 봤을때가 언제였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봤었던 그 어떤 한 장면은 포르투칼 전 결승골 이었고
제가 가장 행복하게 봤었던 시절은 2002년 이었습니다.




전 이때 고 2였습니다. 
폴란드전은 학원에서 봤죠. 고3 형들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도 하나둘씩 몰려들었고, 축구에 관심없던 누나들도 모였습니다.
그전까지 월드컵에서 한국은 단1승도 없었던 팀이었습니다. 98년엔 5:0으로 깨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한 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1승.. 그 1승을 하는 날이었으니까요.

이후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행복 했었습니다.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말이 되나? 우리가 이럴수 있는건가?
발 동동 거리며 학교 끝나자마자 집으로 튀어나가 미국전을 보려고 달려갔었던 그때도 생각나고,
"포르투갈 피구가 그렇게 잘한다며?" 라고 친구들과 웅성웅성 대면서 "근데 피구 잘 못하는거 같은데?" 하기도 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송종국의 위엄이란..) 당시 반미 분위기라 미국말고 포르투칼이랑 올라가지.. 했던 기억도 나네요.

예전에도 지금에도 2002년 그 당시에도 우리와 라이벌이었던 나라는 "일본" 입니다.
우리나라가 파란을 일으키는 동안 일본 역시 엄청난 활약을 하면서 16강을 돌파했습니다. 어린마음엔 "일본에 지면 안되는데"가 강했고
"만에 하나 우리나라보다 더 많이 진출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낮경기에서 일본이 탈락했다 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후 사실 저는 "이탈리아에게 져도 뭐.. 일본도 탈락했으니 다행이다" 했죠..

그리고 그날 우린 기적을 봤습니다. 우리나라 5천만이 보게 된 'again 1966'의 기적!!

축구라는 경기가 세상에서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봤었던 그 어떤 경기보다 짜릿하고 폭발적이었습니다.
모두가 포기했었던 그 상황에서 나왔던 믿을 수 없었던 동점골. 그리고 마치 미국전의 데자뷰가 느껴지던 안정환의 헤딩골!!!!

(전 이때 친구집에서 시청했는데, 친구 아버지와 같이 보게 되서 긴장하고 조용히 발동동 거리며 보다가 동점골때 저도 모르게 소리지르고,
결승골땐 정신놓고 "우와!!!! xx!!! 우와!!! xx!!!" 을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친구 아버지께서 푸하하 웃으시면서
"이녀석 그래 xx 해! 오늘은 괜찮아! 하시면서 집에 있던 술 주시던 생각 나네요. 이런날은 마셔도 된다고)

사람들은 이렇게 된거 혹시? 라는 욕심을 품었고 그 욕심은 현실이 되서 우리나라 역사상 월드컵 4강이라는 말도 안되는 기록을 만듭니다.
4강이라니.. 16강.. 아니 월드컵 1승에 목말라 하던 우리나라가 4강이라니.. 도저히 믿을수 없는 꿈이 말이죠.

독일전때도 정말 잘싸웠지만 안타깝게 졌고, 터키전에는 여러가지 멋진 장면들과 보기 드문 장면들이 나오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정말 행복했었습니다.

전 고향이 시골이라 그날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거리 응원은 하지 못했지만
정말 스포츠로 인해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 라는 것을 그 월드컵 한달 간 느끼게 되었고,
그당시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기억을 가질 수 있다 라는 것에 정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아들아. 2002년에 말이지..)

오늘 박지성 선수가 은퇴 했습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 잊지 못할 겁니다. 2002년 월드컵을 도저히 잊을수 없듯이, 박지성 선수도 잊을수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성 선수

그리고 감사합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님과 2002년 월드컵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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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깔콘
14/05/15 00:40
수정 아이콘
이떄 초등학교 4학년이였지만 아직도 기억에는 남네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가지고 가서 정말 행복합니다
2002년은 최고였습니다.
지금 와서 축구를 챙겨보고 다시 돌아보면
이떄 이탈리아 스쿼드는 참......
sprezzatura
14/05/15 00:40
수정 아이콘
인생에 그 대회 본게 행운입니다. 다 재밌었지만 이탈리아전이 최고였던 것 같네요.
PK 실축한 안정환이 골든골 넣은 것도 그야말로 드라마였고 말이죠.

더불어 터키vs일본 16강 할 때 터키 응원을 얼마나 했던지 헐헐
우미트 다발라라고, 그때 결승헤딩골 넣은 선수 이름까지 생각납니다
14/05/15 00:45
수정 아이콘
그 누구보다 미친듯이 놀았다고 자부하는 02학번 대학교 새내기였습니다.
일단 새내기 버프+ 월드컵 버프때문에 광란이었습니다.

술먹고 거리응원 차량응원등...
완전 광란 of 광란이었죠. 그때 기억으로는 술집(대구 동성로)도 뭐 이벤트 걸어서 술값은 거의 공짜였어요.

제 인생에 돌아 오지 못할 최고의 한해였습니다.

그리고 제 동기 보다 더 기억 남는 이유는 제가 2002년 FIFA월드컵 자원봉사여서...헤헤
누구보다 뜨겁고 값진 삶이었어요.
경기장에서 6만명(대구월드컵경기장)이 부르는 응원은 가슴을 터지게 만들었어요.
연아동생
14/05/15 00:47
수정 아이콘
이탈리아전은 정말... 대전에 살면서 월드컵경기장 신축했을때 대전구장이 제일 멋 없어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탈리아전 이후 그 어떤 경기장 보다 멋있고
자랑스럽게 보이더군요. 이곳이 이탈리아를 무찌른 성지구나 하면서요.
14/05/15 00:52
수정 아이콘
포르투갈전은 제가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친척과 처음만난 날이기도 했죠 크크 같이 시청하면서 친해졌다는 흐흐
아리아리해
14/05/15 00:53
수정 아이콘
오늘 박지성 선수의 은퇴 소식때문에 하루종일 우울하네요. 그리고 오늘날의 박지성 선수를 있게 해줬던 그 시작점.. 02월드컵이 아련해집니다. 그땐 정말 누구랄 거 없이 미쳤었는데 말이죠. 흐흐
14/05/15 01:03
수정 아이콘
누군가는 조작으로 얼룩진 대회라 하지만 저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월드컵이었습니다.

죽기전에 4강.. 아니 8강 볼 수 있을까요
저지방.우유
14/05/15 03:05
수정 아이콘
저랑 동갑이시네요
저도 고2였는데!

친구들하고 광화문 길거리 응원 나갔던 게 제일 기억에 남고
또 집에서 봤을 때는 온 아파트 단지가 떠내려갈 정도로 함성이 들리던 것도 기억나네요

최고였습니다
모든 경기가 드라마틱했던...
정말 한여름밤의 꿈이었죠
로랑보두앵
14/05/16 17:43
수정 아이콘
크.. 중학교때 애들이랑 빨간옷 사입고 광장같은곳 나가서 붉은악마랑 같이 봤던기억이나네요

하도 사람이많이 와서 경기는별로 보지도못하고

골넣을때만 마냥좋아서 다같이 얼싸안았던기억이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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