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량과 영입 가능 여부로 인해 클럽팀들의 조직력과 경기력이 국대팀보다 우위라는 것은 보편적 인식입니다만, 최소한 월드컵에서의 수비력만큼은 중위권 국대가 최상위권 클럽팀들보다 우위라고 봅니다. 내셔널리즘과 결합된 국가대항전 축구의 꽃인 월드컵은 대중성과 상징성에서만큼은 어떤 프로축구 경기보다도 넘사벽으로 우위에 있고, 팀과 선수들이 임하는 마음가짐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그든 챔스든 클럽 프로축구는 축구팬들에게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서 재미없는 축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더럽고 빡세게 하는 일은 드물죠.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텐백축구나 침대축구 등 극단적 수비지향 축구를 해서라도 승리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나 국민들에게나 절대적으로 우선시되죠. 오늘 메시 경기를 보면서 왜 메시가 월드컵에서는 저런 화려한 드리블을 잘 보여주지 못했던가 생각해보니 국대팀들이 클럽팀들보다 수비에서는 확실히 강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스코어만 봐도 최상위권 클럽경기에서는 한 팀이 4득점 이상 하거나, 양팀 합쳐 6득점 이상 하는 대첩급 다득점 다실점 경기가 자주 나오지만 중위권 이상 수준의 국대경기에서는 드물죠. 국대의 공격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는 국가대항전에서의 참패 자체가 국가 역사에 남을 수치가 될 수 있으니 수비수들이 악착같이 수비하고 공격수들도 수비에 가담하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그러니 2014년의 브라질의 독일전 7 대 1 참패 같은 다실점 경기가 최고 수준 국가대항전 역사에 극히 드물었죠.

결론적으로 메시가 월드컵에서는 수비 가담도 열심히 하면서 몸바쳐 뛰었는데도 그 동안 클럽팀과 같은 압도적 포스를 못 보여준 이유는 월드컵 출전 팀들의 수비력에 있었다는 이유가 가장 크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최고 수준의 클럽팀이 중요한 클럽 경기 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고, 최고 수준의 국대가 월드컵 결승 하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누가 이길지는 장담 못 하지만 국대가 3실점 이상 할 확률은 극히 낮을 거라고 봐요. 피잘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