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올렸던 [베트남의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 가능성은 얼마인가] 글에 대한 호응이 좋아서 이어서 2차예선 관련글을 하나 더 써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6/13(토)에 2차예선 최종전에서 레바논에게 2:1로 승리하며 2차예선을 5승 1무 무패로 마무리하고 최종예선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 나라는 우리나라, 일본, 호주, 시리아 등 4개국 밖에 없습니다.(E조 1위 오만도 사실상 진출확정) 총 12개의 자리 중에서 아직 8개나 확정되지 않을 만큼 2차예선의 경쟁이 치열한데요. 그렇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교롭게도(사실은 AFC의 설계) 각 조별 최종전 대진에 조1위와 조2위의 대결이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2차예선에서는 8개조별로 각 조1위는 최종예선에 진출하고, 조2위 8개팀은 승점-득실차-다득점 순으로 서열을 가려서 상위 5개팀이 최종예선에 진출하고 6~8위는 탈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는 조2위 8개팀 중 4위까지만 진출하는 것이지만, 월드컵 개최국이라서 본선에 자동출전하는 카타르가 2차예선에 출전하여 E조 1위를 차지했고, 카타르는 최종예선에는 출전하지 않기 때문에 그 빈자리를 조2위 팀 중 5위가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본선에 자동출전하는 카타르가 굳이 이번 월드컵 2차예선에 출전한 이유는 이 대회가 2023년 아시안컵의 예선을 겸하기 때문입니다)
(FIFA가 간절히 바라는) 중국의 최종예선 진출은 가능한가?
중국은 사실 2차예선에서 최고의 꿀조에 배정되었습니다. 사실 요즘 중국 축구를 보면 2차예선에서 1번 포트 자리를 받을만 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조추첨 당시의 FIFA랭킹 기준으로 한 포트배정에서 FIFA랭킹 73위로 아시아 8위였기 때문에 총 8개 팀에거 주어지는 [1번 시드 막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덕분에 일단 1번 포트의 다른 강팀(대한민국, 일본, 호주, 사우디, 이란, 카타르, UAE)을 피했습니다. 조2위가 되는 경우에는 다른 조의 2위들과 성적을 비교해서 진출/탈락을 가리기 때문에 일단 조1위가 유력한 아시아 최강팀을 하나 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엄청난 메리트죠.
또한 같은 조에 들어갈 2번 포트 팀 또한 [중국보다 훨~씬 강해보이는] 우즈베키스탄이나 이라크를 피해서 시리아가 들어갔으니 (중국 입장에서) 나름 괜찮은 결과였습니다. 게다가 1~2번 시드팀을 괴롭힐만한 수준의 마지노선인 3번 포트에서도 바레인, 태국, 북한 등의 난적을 다 피해가고 포트 최하위 필리핀(FIFA랭킹 126위)가 걸립니다.
여기에 화룡점정으로 4번 포트에서 몰디브, 5번포트에서 괌이 나오면서 [휴양지 더비...] 아, 아니... 중국에게 개꿀조 조합이 완성된 것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 꿀조인지 체감이 안되시는 분들을 위해 중국 입장에서 A조의 최악 대진을 포트 순서대로 넣어서 구성해보면 [중국 - 우즈베키스탄 - 바레인 - 쿠웨이트 - 인도네시아] 정도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시 보니 지금 대진표가 선녀 같네!]
아무튼 이런 개꿀조에서 중국은 난적 시리아에게 1패를 당하고 최종전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종전은 단순히 설욕전만의 성격을 가지는 경기가 아닙니다. 시리아를 이겨도 조1위를 탈환할 수 없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두어야만 최종예선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시리아와의 1차전에서 한 번 패한 것보다도 약체 필리핀에게 한 번 무승부를 당한 것이 더 문제였습니다. 만약 필리핀에게 두 경기 모두 이겼더라면 지금 이런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아무튼 중국의 현재 성적이 5승 1무 1패로 총승점은 16점이지만, 조2위 간의 서열을 가릴 때에는 각 조마다 최하위 팀과의 전적을 제외한 나머지 성적(조정승점)만으로 판단하는데, 중국이 A조 최하위인 괌과의 성적을 제외하고나면 3승 1무 1패로 조정승점이 10점 밖에 안됩니다.(조정득실차는 +11) 따라서 만약 시리아와의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다른 조에서 조정승점 11점으로 2위를 차지하는 팀들이 대거 나오면 중국이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일단 현재 조2위간 서열 경쟁에서는 오만(E조)이 조정승점 12점으로 앞서 있으며 사실상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F조의 2위(현재 키르기스스탄)는 조2위간 서열경쟁에서 최하위가 확정적입니다. 또한 레바논(H조)은 모든 경기를 다 마친 상태에서 조정승점 10점, 득실차 +3으로 중국과 득실차가 너무 심해서 중국이 시리아에게 8점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조2위 경쟁에서 중국에 뒤집니다. 따라서 중국은 시리아에게 패하더라도 사실상 조2위간 경쟁에서 6위 자리는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제 한 놈만(!) 더 잡으면 되는 거지요.
그러면 중국과 더불어 고려해야 할 나머지 조2위 팀을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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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조 2위 중국: 조정승점 10점, 조정득실차 +11 (최종전 vs시리아)
H조 2위 레바논: 조정승점 10점, 조정득실차 +3 (최종전까지 치름)
D조 2위우즈베키스탄: 조정승점 9점, 조정득실차 +6 (최종전 vs사우디)
G조 2위 UAE: 조정승점 9점, 조정득실차 +5 (최종전 vs베트남)
C조 2위 이란: 조정승점 9점, 조정득실차 +5 (최종전 vs이라크)
B조 2위 요르단: 조정승점 8점, 조정득실차 +1 (최종전 vs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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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교롭게도 조2위 팀의 잔여 최종전 대진이 죄다 조1위팀과의 경기입니다. [AFC의 설계!] 게다가 D조, G조, C조의 경기는 조2위 팀이 이길 경우 조1위와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에 더욱더 흥미진진해집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시리아에게 패하더라도 안드로메다까지 가지만 않는다면, 자기 밑에 있는 4개의 조2위 팀(우즈벡, UAE, 이란, 요르단) 중에 하나라도 지거나 무승부로 끝나면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주의 기운이 작용하여 중국의 최종예선 진출을 저지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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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국이 시리아전에서 패한다. (최종 조정승점 10, 조정득실 +11에서 시라이전 결과가 추가됨)
2-1) 우즈베키스탄이 사우디를 이긴다. (사우디가 조2위가 됨, 조정승점 13)
3-1) UAE가 베트남을 이긴다. (베트남이 조2위가 됨, 조정승점 11)
4-1) 이란이 이라크를 이긴다. (이라크가 조2위가 됨, 조정승점 11)
5) 요르단이 호주를 이긴다. (요르단의 조정승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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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나리오가 발생하는 경우 중국은 조2위간 경쟁에서 6위로 밀려서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1)~5) 중에서 하나라도 어긋나면 중국은 시리아에게 지더라도 최종예선에 진출합니다.
참고로, 우즈베키스탄, UAE, 이란의 경기는 무승부가 되어도 중국에게 변수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아래와 같은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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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우즈베키스탄과 사우디가 비긴다 (우즈벡이 조2위 유지, 조정승점 10, 조정득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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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시리아에게 패한 중국은 우즈벡과 조정승점 동률이 되므로 조정득실차를 따져야 합니다. 중국의 조정득실이 +11이고, 우즈벡은 +6이기 때문에 중국이 시리아에게 5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중국이 최종예선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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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UAE와 베트남이 비긴다 (UAE가 조2위 유지, 조정승점 10, 조정득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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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UAE와 중국의 조정승점이 10점으로 동률이 되므로 조정득실차를 따져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이 시리아에게 6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중국이 UAE를 득실차로 앞서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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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이란과 이라크가 비긴다 (이란이 조2위 유지, 조정승점 10, 조정득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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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3-2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중국이 시리아에게 6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중국이 UAE를 득실차로 앞서게 됩니다.
중국의 운명이 걸린 2차예선 최종전 경기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기일은 모두 6/16(수)이며 한국시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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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0 이란 vs 이라크 - 이란이 지면 중국 진출, 무승부시 중국이 6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진출
01:45 UAE vs 베트남 - UAE가 지면 중국 진출, 무승부시 중국이 6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진출
03:00 사우디 vs 우즈벡 - 우즈벡이 지면 중국 진출, 무승부시 5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한 진출
03:00 중국 vs 시리아 - 중국이 무승부 이상이면 최종예선 진출, 지더라도 대패하지 않으면 진출
04:00 요르단 vs 호주 - 요르단이 이기지 못하면 중국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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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종합해보면, 중국은 최종전에서 시리아에게 패하더라도, 아주 크게 패하지만 않는다면 최종예선 진출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혹자는 중국의 탈락을 바라실지도 모르겠으나, 다른 건 제쳐두고 최종예선에서 우리나라의 실익(?)만을 놓고본다면 우리에게 껄끄러운 이란이나 우즈벡이 탈락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하지만 아마 현실은 이미 조2위 팀 중에서 레바논, 요르단, 키르기스스탄이 6~8위를 차지하고 그 외 팀들이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