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정소민을 너무 좋게 봐서, 신작인 "이번 생은 처음이라"도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일본드라마 리메이크라는 기사가 떴네요. 그러다 얼마후 제작사 측에서 리메이크가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대상은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줄여서 니게하지)라는 일드인데, 작년 일본에서 엄청나게 히트쳤던 드라마입니다. 그래서 며칠전 정주행했는데, 정말 재밌네요. 히트친게 이해가 갑니다.

한드는 지금까지 본방 봤고 일드는 완결까지 본 입장에서 후기 올려봅니다. 일드 스포 없습니다.


1. 일단 법적으로 소송이 걸린다면 패소하진 않을 것 같네요. 등장인물의 설정이나 심리의 방향성이 다릅니다. 초반 전개과정도 상당히 달라요.



2. 하지만 인터넷에서 표절이라 욕먹긴 하겠네요. 여자 주인공은 고학력 문과 출신으로 일자리를 못찾아 절망하고 있는 상황이며, 남자 주인공은 능력있는 IT업계 종사자인데 평생 연애나 결혼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둘이 실리적 이유로 계약결혼을 합니다. 이 대전제가 똑같으니 욕을 먹을 수 밖에 없죠.  

1,2화에선 나름 참신하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3,4회에 오니 결국 위 계약결혼 상황에서 벌어지는 재미가 주요 포인트입니다. 이 점은 앞으로가 더 문제일 것 같습니다. 사람 머리가 생각하는게 거기서 거기인데, 일본드라마에서 보여준 상황과 비슷할 수 밖에 없겠죠. 이를 의식해서 피하다보면 재미가 떨어질거라 생각합니다.



3. 이에 "판권을 사고 제작하지" 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점은 2006년 히트친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생각나네요. 일본만화 판권을 샀다지만 막상 뜯어보면 내용이 아주 많이 다릅니다. 그렇지만 판권을 구매했습니다. 이를 통해 분쟁 생길 여지를 차단하고, 일본원작에서 좋은 부분은 마음껏 취할 수 있게 됐죠.  



4. 한드의 단점 대해 적자면, 한드 특유의 문제점이 드러나긴 합니다. 일단 주변 인물 스토리가 너무 많습니다. 거기서 재미가 없어지면 채널 돌리고 싶어지네요. 어제 친구들이 적나라하게 욕하고 소리지르며 싸우는데, 채널 돌리고 싶어졌습니다.

또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완전 유능한 남자 주인공이 고작 월 30만원 더 벌려고 여자 동거인 들이고, 여자는 결혼을 통해 월세 5만원 깎았다며 너무 좋아하네요. 금액은 그냥 얼버무리고 말던지...

일본 원작에선 집안 가사 일을 아예 맡긴다는 설정인데 이게 차라리 현실성 있죠. 제 생각엔 한국에서 여혐논란이 나면 단체로 패는 분위기가 되니, 이 부분을 최대한 피한 것 같습니다.


  
5. 한드 장점에 대해서 말하자면, 정소민과 이민기가 괜찮습니다. 둘의 캐미가 살고 연기도 잘합니다. 비쥬얼이 좋으면서도, 제대로 연애 못해본 여자와 30대 후반까지 독신인 초식남이 묘하게 어울립니다.(물론 현실에 저런 사람 있으면 인기 폭발이겠지만)

그리고 어제 연출을 보니 계약결혼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웃기게 잘 뽑을 것 같습니다. 다만 전술했듯이 일본드라마 의식하느라 재미진 요소를 피할 우려가 있긴 하네요.

이외 진지한 상황에서의 대사를 잘 썼네요. 상투적이지 않으면서 마음에 와닿습니다. 물론 손발 오글거리는 대사들도 있긴 한데, 잘 쓴 대사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6. 결론적으로 본방사수하긴 하겠지만 우려되는 점들이 많습니다.

근데 예고편에서 거짓말 좀 안 쳤으면 합니다. 다음회에서 장인어른께 인사드리러 간다 해놓고선 안 나오고 다다음회에 나왔습니다. 어제는 친구들한테 결혼 사실 발표한다고 했는데, 안 나오고 다음주에 방영됩니다.



(추가로 일드에 대해 좀 적자면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아주 매력있어서 성공한 것 같네요. 아라가키 유이는 10년째 톱 여배우니 두말하면 입아프고, 남주인 호시노 겐도 역할에 너무 잘 어울립니다. 남주 외모는 지극히 평범한데, 현실에서는 여고생들한테도 인기 많은 싱어송라이터에 말빨도 좋은 인기남이니 일본여성들이 몰입하며 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외 이시다 유리코는 전세계 60년대생 여배우 중 손에 꼽을 만큼 매력있네요. 정말 곱게 나이 먹었습니다. 추가로 우리동네 예체능 나오던 오타니 료헤이가 조연으로 출연합니다. 일드로 보니 신기하네요. 비중도 큽니다.

적어놓고 보니 판권 샀어도 일드와 같은 스토리는 어려웠겠네요. 일단 찌질한 남자주인공 설정부터 한국엔 무리고 마땅한 배우도 없네요. 호시노
겐 자체가 매우 특이한 케이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