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자가 일 때문에 지방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호텔에서 한숨 자고 새벽녘에 돌아가기로 하고, 근처의 호텔을 예약했다.
우선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방에 두었다.
방은 호텔 꼭대기인 12층에 있었다.
방에 도착하고 남자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바로 출장처로 향했다.
일은 밤 늦게까지 이어졌다.
호텔에 돌아왔을 때 남자는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머릿 속에는 어떻게든 빨리 자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로비를 벗어나 엘리베이터 앞까지 가서 버튼을 누르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몇분 지나지 않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안에는 할머니가 한 명 있었다.
엘리베이터 구석 쪽에 서서 이 쪽을 보며 환히 웃고 있다.
[안 내리시는건가?] 라는 생각을 했지만, 할머니는 내릴 기색이 없었다.
남자는 같이 엘리베이터에 들어서 자신의 방이 있는 12층의 버튼을 눌렀다.
남자는 할머니와 반대쪽의 벽에 몸을 기댔다.
그런데 층 버튼을 자세히 보니 자신이 누른 12층의 버튼만 빛나고 있었다.
다른 층의 버튼은 눌러져 있지 않다.
남자는
[이 할머니도 나랑 같은 층에 묵고 계시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2층에 도착할 때까지 그저 멍하니 엘리베이터 위쪽의 층을 표시하는 전광판을 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서서히 올라가 드디어 12층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위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었다.
이 호텔은 분명 12층까지 밖에 없을텐데?
남자는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해졌다.
할머니는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이윽고 멈춰섰다.
전광판에는 13이라는 숫자가 떠올라 있다.
천천히 문이 열리고, 현기증이 날 정도로 눈부신 빛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비쳤다.
문 너머 저 편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성스러운 빛에 휩싸인 새하얀 세상이었다.
할머니는 남자에게 미소를 짓고 빛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저 할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빛에 휩싸인 할머니는 문득 뒤를 돌아보고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로 남자를 향해 손짓했다.
남자는 밖의 광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대로 나갈 뻔 했지만, 순간 위험하다는 생각에 닫힘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문이 닫히고 남자는 정신을 잃었다.
남자가 정신을 차린 곳은 출장지의 병원이었다.
간호사에게 자신이 왜 이 곳에 있는지 물어보니, 3일 전 호텔 앞 길에서 차에 치여 중태인 채로 병원에 후송되어 생사를 오가는 상태였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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