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12/09 00:46:09
Name 걷자집앞이야
Subject 사랑했던 너에게
몇년전 함께 공부했었던 언니에게서 몇년만에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연락해주어 반가웠고 드디어 합격했다는 이야기에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이제 30대가 된 내게 안부와 함께 너는 잘지내냐 물었다
헤어졌다하니
당연히 그사람과 결혼할줄 알았다며 놀래기에 웃어넘겼다

유난히 추웠던 그해에 스터디를 시작했었는데
너와 꼭 만나야한다고 토요일만은 안된다고 말했던 내가 떠올랐다
그게 벌써 몇년전인지
나보다 어렸던 너에 비해 나이들어보일까 걱정했던 나는
이제는 진짜로 나이든 사람이 되었어



참 이상하지
나는 헤어지면 잊어버리고 사는 사람인데
기억을 떠올리지도 마음아파하지도 않는 사람인데
너는 왜 이리 오래 마음에 남는지

이제는 얼굴도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고
꿈에서 너를 만나 울다가 깨지도 않는데

힘들었을때에 나를 안아주던 사람이라 그런지
처음 널 알게된 겨울이 오면
올해도 너의 행복을 빌어



너와 헤어진 이후로는
의식하지 않아도 영화를 잘보지않게 되었는데
우연히 헤어질 결심을 보고는
헤어질 결심을 하려고 했다는 서래의 말에
한참을 울었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고
슬픔이 잉크처럼 물드는 사람이 있다는데
내게 너는 파도였다가 또 잉크이곤 했어



언젠가 니가 써준 편지에서
서울을 생각하면 언제나 니가 떠올랐음 한다던
구절이 있었어

그래서일까
아직도 서울에가면 지하철 저편에는 니가 있을것 같아
널 닮은 사람을 찾곤해
꽃한송이와 편지 한통에 점프해대는 나를 꼭 안아주던 시절이
이제는 너와 내 기억에만 있는 서울이 가끔은 그리워

참 오랜시간 너와의 기억이 자꾸만 붙잡아서
한참을 뒤돌아 서있다
이제서야 너를 사랑했던 사람으로 남겨둘 수 있을 것 같아

시간이 지나 너의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매년 겨울이 오면 습관처럼 너의 행복을 빌게
꼭 행복하길 바래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4-07-16 09:55)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22/12/09 00:52
수정 아이콘
뭐야.....눈물나
짬뽕순두부
22/12/09 01:05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v=blbL2lNO3Rc
BGM으로 추천드립니다... 벌써 11년 전 음악이군요. 벌써 그렇게 되었군요.
서쪽으로가자
22/12/09 01:10
수정 아이콘
딱히 길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연애였지만, 그 지역가면 만났던 분이 떠올라서 좀 꽁기꽁기해지던...
결국 시간이 약이고 기분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이즈리얼
22/12/09 02:22
수정 아이콘
마음 한켠이 아련해지네요. 그리 나쁘지않게 헤어지지 않으신것같은데 인연을 다시 이어가실 생각은 없으셨던건지 궁금하네요.
지구 최후의 밤
22/12/09 09:25
수정 아이콘
엣날 기억이 나네요.
이래서 제가 모교를 안 갑니다.
조메론
23/08/30 20:18
수정 아이콘
추천게시판에 올라온 글 보고 닉으로 검색해서 글 읽고 있습니다

가슴이 아련해지네요
글 자주 올려주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676 WBC 일본 대표팀 분석 - 선발투수 편 1부 [38] 민머리요정13225 23/02/09 13225
3675 백화점이 전자양판점에 먹히는 날 [45] 이그나티우스13992 23/02/07 13992
3674 [역사] 2월 14일,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는 이유 / 초콜릿의 역사 [7] Fig.112802 23/02/07 12802
3673 (스압) 대한민국 건국후 주요 대형 인명피해 사고 [50] Croove13467 23/02/05 13467
3672 한국 수출은 정말로 박살났을까? [87] 민트초코우유15679 23/02/07 15679
3671 『당신은 사업가입니까』이런데도 정말 사업을 하려고? [28] 라울리스타14258 23/02/05 14258
3670 나는 왜 호텔에서 요리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가? [120] 육식매니아14582 23/02/05 14582
3669 야간 투시경 [21] 밥과글13615 23/02/04 13615
3668 소녀 A [19] 밥과글13564 23/02/03 13564
3666 전세보증금 반환 소송 후기 [41] Honestly14108 23/02/03 14108
3665 C의 죽음에 대한 것 [6] 범이13005 23/02/02 13005
3664 버거 예찬 [66] 밥과글13178 23/02/02 13178
3661 웹소설의 신 [19] 꿀행성12934 23/02/01 12934
3660 60년대생이 보는 MCU 페이즈 1 감상기 [110] 이르13443 23/01/31 13443
3659 도사 할아버지 [34] 밥과글13795 23/01/31 13795
3658 전직자가 생각하는 한국 게임 업계 [83] 굄성14569 23/01/30 14569
3657 엄마와 키오스크. [56] v.Serum13245 23/01/29 13245
3656 워킹맘의 주저리 주저리... [17] 로즈마리13074 23/01/28 13074
3655 육아가 보람차셨나요? [299] sm5cap13647 23/01/28 13647
3654 라오스 호스텔 알바 해보기 [26] reefer madness14833 23/01/12 14833
3653 나에게도 큰 꿈은 있었다네 – MS의 ARM 윈도우 개발 잔혹사 [20] NSpire CX II13798 23/01/03 13798
3652 첫 회사를 퇴사한 지 5년이 지났다. [20] 시라노 번스타인14178 23/01/04 14178
3651 더 퍼스트 슬램덩크 조금 아쉽게 본 감상 (슬램덩크, H2, 러프 스포유) [31] Daniel Plainview13329 23/01/08 1332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