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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2/02/04 19:24:37
Name antidote
Subject 어떻게 국내의 해양플랜트 업계는 망했는가?
https://pgr21.co.kr/freedom/94963

아래의 글을 보니 조선업계가 지금 지지부진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인 해양플랜트 망한 이야기가 나오는군요.

여기에 대해서 제가 아는대로 써보고자 합니다.

해양플랜트는 보통 해저 지하에 묻힌 석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일종의 해양광산(or + 초벌정제소) 입니다.

해양 플랜트라는 것이 뭐고 어떤 이슈들이 있는가 에 대해서는

https://namu.wiki/w/%ED%95%B4%EC%96%91%20%ED%94%8C%EB%9E%9C%ED%8A%B8

나무위키에 간략하게 설명되어있고 국내 조선업이 파멸한 대략적인 사건의 흐름도 나와있습니다.

한편으로는

https://namu.wiki/w/%EB%94%A5%EC%9B%8C%ED%84%B0%20%ED%98%B8%EB%9D%BC%EC%9D%B4%EC%A6%8C%20%ED%8F%AD%EB%B0%9C%20%EC%82%AC%EA%B3%A0?from=%EB%A9%95%EC%8B%9C%EC%BD%94%20%EB%A7%8C%20%EC%84%9D%EC%9C%A0%20%EC%9C%A0%EC%B6%9C%EC%82%AC%ED%83%9C

읽기쉬운 나무위키 딥워터호라이즌호 사고 건을 보시면 대략적으로 몇가지 중요한 단서들이 암시되어 있습니다.

주목할만한 대목은 " 2001년 당시에는 시추설비에 관련된 설계에 현대중공업이 참여하지 않았으며", "잠수식 시추선(Semi-sub Rig) 혹은 드릴쉽(Drillship)과 같은 시추관련 설비는 시추관련 설비인 Top side와 이를 제외한 선체 관련인 Hull side로 철저히 분리되어 설계, 시공이 이루어진다." 입니다.

원래(한 20년전 이전)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의 hull side의 설계 및 시공에 나름의 업력이 있었습니다. 딥 워터 호라이즌호 같은 케이스가 대표적이죠. 배 만드는거나 해상 거대 부유구조물을 만드는 것이나 비슷한 기술이 사용되나 플랜트쪽이 훨씬 더 요구되는 사양이 까다롭습니다.

국내 대형 선박 조선업 산업력이 크게 상승하면서 2000년대 초반 이쪽에 나름 hull side쪽에 가장 경쟁력이 있던 회사들이 국내 회사들이었어요. 수백미터짜리 구조물을 철판을 이어붙여서 수백미터의 구조물을 공차 수십센티미터 이내로 만들어야 하는데(일반 기계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아니 무슨 공차가 수십센티나 나는게 있어? 이게 말이 되냐 하실텐데 말이 되는 업계입니다. 수백미터면 낮과 밤의 온도차로 강철에 선팽창으로 발생하는 길이차만 해도 수센티미터를 넘어갑니다) 이게 설계/시공 경험과 숙련공 그리고 프로젝트 관리능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뭐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라고 하기 어려울수도 있겠습니다만 쉬운일도 아닙니다.

그러나 저런 거대한 구조물 위에 각종 공장설비인 기계와 펌프, 파이프 등을 목표사양에 맞게 설계해서 배치하고 제대로 작동하게 만드는 top side의 기술이 알짜배기이고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유럽/북미쪽의 업체들이 많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top side의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 시공과정에서 아주 다양하고 많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시공하다보면 원래의 설계가 완벽하게 변동없이 가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네. 이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거든요.

과거로 돌아가서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한국 조선업은 소위 "꿀을 빨았습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하면서 경기침체가 오는것을 막기 위해 연준이 저금리를 장기 유지하면서 전세계에 돈이 풀리고 중국의 경제가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상선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었는데 당시 중국의 조선능력이 수요를 쫓아가질 못하니까 국내에도 상당한 일감이 떨어지고 있었거든요.

문제는 이후 물동량의 증가폭은 둔화되었고 상선 수요는 감소했고 중국의 조선은 과잉투자로 업계에 엄청난 가격 하락을 야기했습니다. 한국의 조선업이 중국 조선업보다 품질은 좀 더 낫게 맞춰줄 수는 있어도 중국과의 가격경쟁은 쉽지 않았습니다. 말그대로 한국에 발주하면 한척 나올게 중국에서 두척 세척씩 나와버리는 상황이니 아무리 원가절감을 하려고 해도 따라갈수가 없었습니다.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보통 3가지로 갈리게 되었습니다. 1. 밀려서 망하거나(실제로 수많은 중소조선소가 망해서 사라졌습니다.) 2. 중국이나 동남아에 조선소를 지어 똑같이 인부의 임금을 낮춰 경쟁하거나 3. 아직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는 고부가가치선박으로 주력업을 전환하거나 정도의 선택지 앞에 서게되었고

여력이 안되는 다수의 중견기업들은 1번의 운명에서 파멸했고 조금 더 여력이 있던 회사들이나 대기업들은 2번과 3번을 했죠. 그러나 해외의 조선소가 생각만큼 생산성이 나오지 않으면서 한진이나 STX 같은 대기업 중 하위권 회사들도 결국 밀려나게 됩니다.

국내는 이제 완전히 대형업체인 현대, 삼성, 대우 정도만 어느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게 되었고 이 세 회사들은 상선은 미래에 업황이 나빠지면 나빠지지 좋아질리 없다고 판단하고 LNG수송선 및 고유가로 인해서 앞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되던 해양플랜트 쪽의 top side쪽을 욕심내게 됩니다.

물론 이들 회사는 해양 플랜트 top side쪽의 기술력은 없었습니다. 일단 바다에서 기름을 캐려면 뭔가 기름을 캐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건데 광산업은 해외에 수많은 식민지에서 자원개발을 해온 열강시절을 거쳐온 선진국들에서 발전한 업이거든요.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이전에 해양플랜트를 시공하면서 주워들은 것으로 이 top-side 설계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선과 비슷한 경로의 업계 잠식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니 아직은 외국의 인건비보다 국내 인건비가 낮으므로 예전에 하던식의 인력을 갈아넣어서 업계를 잠식하는 방식을 해보기로 한 것이죠. 왜냐하면 전에 공사하면서 보니까 저기도 초기설계가 항상 완벽한게 아니라 공사하면서 어느정도는 변경이 되더라는 것이죠. 원천기술이라고 신이 내린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다고 봤던 겁니다.

설계도는 원천기술이 없으니 일단 외국 업체에서 사오고 프로젝트 전체를 국내 조선업체가 관리하면서 업력을 쌓은 뒤 추후 자체설계를 서서히 부분적으로부터 도입하면서 그 내에서 파이를 잠식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던 것이죠. 그러니까 전체를 다 먹지는 못해도 부분만 먹어도 어쨌든 중국이 당분간 쫓아오지 못할 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을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런 일견 무식해보이는 무대포가 말이 되나 싶은데 한국은 조선업에서 그런식으로 많은 파이를 발굴해냈습니다. 현대중공업만 하더라도 이전에는 전량 유럽제 엔진을 넣던 것을 현재는 전부는 아니어도 일정 비율은 현대 자체제작 엔진을 탑재해서 보내고 있죠. 원래 공업이라는 건 업력이 쌓이면 최종 설계도를 컨트롤하는 원청이 업의 상당부분을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게 말이 안될거 같은데 어느정도는 말이 됩니다. (해양이 아닌)조선분야는 이전에는 외국의 부품이나 도구만을 써야했거나 했던 것들이 그래도 어느정도 부분 국산화가 되면서 소위 낙수효과라는 것도 발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을 국내의 현대, 대우, 삼성이 모두 하고 있었고 한정된 일감을 두고 업력을 얻어내기 위한 저가수주 경쟁이 붙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이런 일련의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1. 특정 업체의 CEO가 본인의 업적을 위해(영업이익에는 이미 양념을 쳐둔 상태였기 때문에 임기 내에 공사가 안끝나면 매출 증대만 경영자의 업적으로 남게 됩니다. 이게 소위 말하는 수주산업을 주로 하는 회사들의 재무재표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무리한 저가수주를 지시하고 영업담당자들은 이게 말도 안되는 가격인걸 알면서도 무리하게 저가수주를 추진하게 됩니다.

2. 사실 업체들끼리는 서로 어느정도의 가격으로 입찰을 내는지 치열하게 탐색을 하는데 한 업체가 말이 안되는 가격을 써낸것을 알자 경쟁사의 경영진들은 기존에 예상한 가격에 어느정도 원가절감이 가능한 추가적인 룸이 있는게 아닌가 하고 의심(경쟁사에게는 뭔가 대책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걸 알아내야 한다 라는 비합리적이지만  "재가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리가 없다"는 막연한 기대)을 하게 됩니다.

3. 중공업분야는 업력에서 계속 밀리기 시작하면 완전히 밀려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손실을 어느정도 감수하고 저가 입찰을 한다는 선택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top-side경험이 많지 않아 업력을 얻기위한 어느정도의 저가수주는 어쩔수 없더라도 어느정도는 감당이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 했는데 너무 무리한 수준으로 저가수주를 한 것이죠. 큰 경우는 공사 한건에 조단위의 손실이 발생했던 건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대충 5조짜리 공사를 4조에 수주해서 1조 손해보고 공사를 하고 뭐 이런 상황'들'이 발생한겁니다. '들'인 이유는 업체당 공사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건'들'이었죠.(물론 공사마다 손해액은 다릅니다.)

해양플랜트가 공사 하나당 덩어리가 워낙 큰데다가 "제조"보다는 "공사"에 가까워서 초기에 예상한 원가 / 재료비에는 여기저기 구멍이 많이 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어쨌든 원가절감을 잘 하면서(보통 공사이기 때문에 부품을 싼걸 쓰거나 공기의 단축을 하면 원가절감으로 이어집니다. 건축과는 다르게 콘크리트 양생같은게 없어서 프로젝트 관리를 잘 해서 공기 단축해서 빨리 만들면 빨리 만든것 대비로는 생각만큼 문제가 없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부품을 싼걸 쓰는건 설계도를 그리는 회사에서나 가능해서 이건 국내 업체들이 손대기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만들다보면 이 구멍이 메워지면서 어떻게든 해결되지 않을까 라고 굉장히 무책임할정도로 낙관적인 생각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었고 이것은 결국 조 단위의 손실로 이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한없이 날아갈 것 같았던 유가는 상승을 멈추고 오히려 하락/횡보하게 되었고 수주에는 겨울이 찾아와 손해보며 했던 공사는 업력보다는 그냥 손실로 남게 되었고 앞으로 친환경이 강조될수록 해양유전/가스전 개발은 정치적인 힘을 얻기 힘들어서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해지게 되었습니다.

무엇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요?

중국의 추격? 미지의 분야로의 진출? 특정 회사 CEO의 독단적인 저가수주 지시? 유가의 하락? 친환경?

사실 해양플랜트에서만 이런일이 일어난게 아니라 지상플랜트에서도 업체만 바꿔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혹시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쓰신 분이 있으신가 해서 검색을 해보니 이 게시판에서는 2013년의 게시물이 나오네요.

https://pgr21.co.kr/freedom/46355?divpage=19&ss=on&keyword=%ED%95%B4%EC%96%91

저 게시물로부터 약 9년이 흐른 지금 당시에 저 말도 안되는 일들을 되게 만들기 위해서 잦은 야근으로 몸과 정신이 망가진 분들도 있을정도였는데 그분들 중 상당수가 업계를 떠났거나 경험을 살리는 일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것을 생각하면 세상일이라는게 참 알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2013년 저때만 하더라도 고유가가 어느정도 지속된다면 현재의 손실과 격무가 나중에 뭔가로 되돌아 올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었거든요.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1-07 09:17)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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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4 19:32
수정 아이콘
플랜트가 원천기술 없으면 들어가기 힘든거같아요
전 그래서 두중 절대 안망할거라 생각해요
지금은 두중에서 GT 실증 사업도 하고있는데
날라가면 한국도 발전소 수입하는거죠..
22/02/04 20:06
수정 아이콘
한국의 발전소는 제작, 시공만 자체적으로 해결한 것이지 근본적으로 언제나 수입이었습니다. 두중이 10여넌 전 해외 ST 및 보일러 업체를 인수한 이후로, 석탄 화력에 한해서만 서양 메인스트림 업계보다 한 세대 전의 주기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죠. 그마저도 석탄화력 자체가 사양산업이 되며 국내외에서 모두 의미 없는 일이 되어버렸고..복합화력에 사용하는 두중 GT 는 정부의 압력에 공기업 등에서 일부 사용할지 몰라도, 국내나 해외나 유의미하게 팔릴 일이 거의 없는 물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율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쪽 업계는 신뢰성이 너무나 중요하거든요. 업계인으로서 보기에 나라에서 국내 유일의 주기기 제작사인 두중을 망하게 놔두지는 않겠지만, 잘나갈 일도 절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iPhoneXX
22/02/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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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nelon님이 잘 달아주셨네요. 그나마 주기기 들고 있어서 경쟁력이 있었던건데 해외 비교하면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었고, GT도 선도사들 대비 장점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그나마 선도사들도 GT 쪽 그다지 미는 추세도 아닌거 같고요. 그리고 화력 대비 GT 쪽은 규모도 작아서 국내 물량만 해서는 겨우 버티는 수준일꺼라고 봅니다.
차라리꽉눌러붙을
22/02/0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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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소라면?
22/02/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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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글 감사합니다.
저 졸업할때 비슷한시기에 기공간 애들은 현중 많이 갔었고, 모바공 간 애들은 다 삼전 갔었는데 그때 지금 제 친구들의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
미래라는 건 정말로 모르는 일 같아요.
깃털달린뱀
22/02/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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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건설 오래 하시던 분들 말씀 들어보니까 단순 건설과 해양 플랜트 사업 자체의 차이를 이해 못하고 덤벼들어 손해본 것도 크다 하시더라고요.
건설은 설계도 사와도 상대적으로 현장에서의 재량이 통용되고, 그렇게 얻은 룸을 통해서 공정 동시 진행하고 사람 갈아서 공기 단축하면서 비용 절감하는 구조인데, 플랜트는 여기서 Top side로 표현되는 설계자의 힘이 막강해서 안된다고.

근데 건설 기준으로 공기를 빠듯하게 계약해서 동시 진행 하려 하는데 뒷부분 설계도는 아직 제대로 내려오지도 않았고, 설계사에 닥달해봐야 거기선 '그건 니네 사정이고'일 뿐이죠. 또 현장 재량이랍시고 했다가 문제 생기면 설계도대로 안따른 EPC 업체 잘못이니 그거 다시 갈아 엎는데 고스란히 돈 퍼부어야하고, 공기는 계속 늘어지고 못맞추니까 다시 계약 상 손해가 나고.

요즘은 그래서 아예 국내도 탑 시공사는 FEED 노래 부르면서 힘들고 리스크 크고 돈도 안되는 EPC에서 벗어나려 하는데 과연 잘 될런지.
antidote
22/02/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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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재로서는 그렇죠. 그런데 그것도 결국은 발주처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니 절대적인가? 라고 본다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한국에서도 업계담합이 가능하다면 대항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대우, 현대간 합병이 무산되어서 좀 아쉬운 감이 있습니다.
Janzisuka
22/02/04 19:58
수정 아이콘
관련 해외컨설팅으로 시공사랑 진했었었던 기억이....개 짜증.....
22/02/0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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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모든 것이 지상 플랜트에도 유사하게 적용 되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추격? 미지의 분야로의 진출? 특정 회사 CEO의 독단적인 저가수주 지시? 유가의 하락? 친환경?"
저 모든게 다른 플랜트 업계에도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핵심 기술 없이 시공 및 제작 노하우만 중국에 비교 우위이던 국내 업체끼리의 EPC 저가수주 경쟁으로 프로젝트는 족족 손실만 나고, 저유가로 발주까지 나지 않으니 망할 일밖에는 없었죠.
22/02/04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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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13년도에 제가 쓴 글이네요
13년도면 입사한지 몇년 안됐을때라 나름 회사에 애정도 있었고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늘어나지 않는 연봉과 늘어나는 빚, 갈수록 어두워지는 업황에 이직할 곳이 없나 기웃거리는 신세가 됐네요 크크

댓글을 길게 썻다가 지웠는데, 초기 해양 플랜트 산업은 EPCI중 PC만 해서 돈을 벌고 있었습니다. 설계도 가져와서 우리 야드에 맞게 생산설계를 하고, 그 부품을 사와서 지은다음에 판거죠.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게 10년도 즈음부터 이미 상선 수익률은 개박살 나고 있었습니다. 다만 드릴쉽 꿀로 그 수익률을 가릴 수 있었지만 그 꿀도 이제 슬 끝물이었죠.
그래서 조선소에서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상선은 이미 조졌고, 드릴쉽 꿀도 끝나가는데, 해양플랜트도 PC만 하다보면 결국 싱가포르나 중국에 따라잡혀서 상선 꼴 나는거 아닐까? 그래서 EPCI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건 살아남기 위한 필연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기본설계를 사온다고 하지만 수주확정이 되어도 기본설계는 한창 진행중입니다. 즉, 건조 도중 기본설계가 변경되어 발생하는 임팩트와, 기본설계 지연으로 인한 납기임팩트 같은것도 최종 납기일을 책임지는 조선소가 모두 떠안아야 하는 등 여러모로 불리한게 많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무모한 도전인거 알지만 지금까지 우야겠노 여까지 왔는데.. 하는 심정으로 경험 잘 쌓아서 해보자 하면서 시도한거였고, 해양플랜트 산업 특성상 공사 중간중간 받는 인센티브나 change order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겠죠.
처음에는 수업료라는 생각으로 저가수주 했을수도 있는데 워낙 해양공사 하나하나에 임팩트가 커서.. 흑자/적자를 단수히 프로젝트 숫자로 따지만 흑자 프로젝트가 훨씬 많긴 할겁니다

뭐 여튼 기름값도 다시 오른다하니 잘되길 바라봅니다 크크
antidote
22/02/04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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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 감사합니다.
저도 필연적이었다고 봅니다. 뭐 세상이 항상 붉은여왕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빠르게 달리냐 느리게 달리냐의 차이가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옆에서 뛰는사람 있으면 계속 뛸수밖에 없는게 인지상정이죠.
어차피 원천기술이나 기본설계라는것도 결국 외국에서도 신이 아니라 사람이 하는건데 어떻게든 부딪치는거 외에는 별 방법이 있나 싶습니다.
다만 오일의 경우 해양사고 리스크가 있고 석유가 천연가스보다는 환경오염을 많이 시키는 편이니 장기적으로는 해양가스전 쪽이 미래에 좀 더 선호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느낌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게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22/02/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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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깔보고 한국인은 대단하니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한국 특유의 인간 갈아 넣기 격무 등을 포함한 요상한 능력으로 극복 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 망할 수 밖에요.

중국인들 일 잘합니다.

예전부터 한국인들이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죠.

다 같은 인간인데 평균 지능에 체력은 갖추었다는 가정하에 양질의 교육과 복지와 성과보상이 수반 되면 어느순간 인간은 거의 같은 수준의 노동력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예전엔 지금보다 더 중국 물가랑 봉급이 낮았으니 한국인이 할 일을 2명이서 하죠.

한국과 달리 정시 퇴근해도 16시간 일하는 피곤한 한국인 1명보다 8시간 일하는 중국인 2명 효율도 좋습니다.

조선도 특히 그랬고 결국 이 지경 났고요. 중국과 관계된 많은 산업분야에서 한국인 노동력이 좋다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칩니다. 한국 노동력이 좋다고 생각하는건 국뽕이 아니라 저능아스런 겁니다.
antidote
22/02/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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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있을까 싶네요.
개개인 자체는 한국인 하는만큼은 중국인도 할 수 있다고 봐야죠. 어차피 같은 인간이고 유전적으로도 비슷할텐데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습니다.
한국도 한국의 문제점이 있지만 중국은 중국 자체로의 문제점이 있으니 중국의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는 영역으로 전장을 옮겨서 겨루는 수밖에는 없겠죠.
22/02/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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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소리지만 현실과 이미지는 달라서요

의외로 중국인은 일못한다 중국제품은 저질이니까(?) 이런 인식이 꽤 보편적일수 있습니다
22/02/0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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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10년전 중국 조선업 진출 지역에 한국인들 특히 엔지니어들은 한국인 뽕이 있었습니다.

노동력이 좋다 뭐다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속으로 어 이건 아닌데 싶었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더라구요.

아무튼 그러니 망했죠.

한국인 엔지니어가 보기에 중국인은 땡 하면 퇴근하고 위계로 지시하고 압박가하면 태업하고 그런 성향이 있어서 게으르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제가보기에 눈치보며 잔업하고 위계에 눈치보는 한국보다 중국 근로자가 더 인간답고 발전가능성 높고 워라벨도 당연히 좋아보였습니다. 고루하고 멍청한 한국 엔지니어들이 저렇게 생가하다간 시간 지나면 한국 추월 하겠네 싶었습니다.
김유라
22/02/04 22:43
수정 아이콘
솔직히 반도체 쪽이 말도 안되는 기술집약에 사실상 한국의 존폐를 건 몰빵 사업이라 못따라잡는거긴 하죠.
해외출장 몇 번 나가보니 중국인 정도면 정말 성실한 노동자들입니다... 크크크크크
어둠의그림자
22/02/04 23:18
수정 아이콘
개도국들 많이 다녀보신것같은데 썰좀 더 풀어주세요
김유라
22/02/05 00:47
수정 아이콘
해봤자 중국, 인도, 베트남, 헝가리가 다입니다...

일단 인도는 SOP를 줘도 느낌적인 느낌으로 작업을 했고... 헝가리는 다음날 숙취 때문에 출근을 안했고... 베트남은 옆 공장이 몇 동 더 준다 하면 바로 다음날 퇴직을 했습니다 하하하하;;
메타몽
22/02/05 12:56
수정 아이콘
헝가리 아재들도 한 술 하나 보네요

인도는 노뿌라블람, 베트남은 돈 먾이 주면 이직한다는 얘기는 꽤 들어봤는데

헝가리 얘기는 처음 들어서 신선합니다
지니팅커벨여행
22/02/04 21:56
수정 아이콘
플랜트 망할 당시 관련 회사에 있었는데 오너가 아니고 전문경영인(?) 체제여서 일단 플랜트 쪽 임원들 죄다 수주 실적만 쌓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단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차피 손실은 몇 년 뒤에 실현될 거고 그때는 그 임원들이 퇴직금 두둑히 받고 집에서 쉴테니 공격적인 저가 수주를 지시한 거죠.
저 가격에 가능하다고? 아 저 회사 뭔가 있으니 그랬겠지 하며 경쟁사들이 포기했다고 하던데 결국은 아무 것도 없었...
그리고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자 정리해고를 시작했는데 그나마 경력 쌓아 가던 핵심 실무진인 과장 대리급들을 쳐 내거나 분위기 조성해서 퇴사 시키는 짓을 저질렀고, 지인들은 그것을 보면서 이제 플랜트는 앞으로도 가망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더라고요.
22/02/04 22:12
수정 아이콘
가장 문제는 해양플랜트가 가성비가 좋지 않다는 점이죠..
국제유가가 조금이라도 낮아지면 발주가 말라버리니 불황이 길어지고, 길어진 불황에 각 조선소는 긴축을 하는데, 이쪽 업계 일에 또 중요한 기술력, 즉 사람이 유지가 안되요. 돈을 안주고 대우가 낮아지니...
영업.설계.구매.생산.시운전.품질관리.PM까지.
일 잘하는 사람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남은 사람들은 힘이 들어가니, 국내의 해양플랜트는 망해갑니다.
LNG가 요즘 호황이라 FLNG라도 꾸준히 기이이일게 많이 나오면 좋겠네요. 오일 메이저 중심으로...그래야 사람들도 좀 돌아오고 할 듯..
김태연아
22/02/0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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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대우 분식회계 어휴.. 저가수주 앞장선데다가
주인이 산업은행이라 솜방망이로 넘어가고 국가에서 이자 지원해준걸 바탕으로 여전히 경쟁사대비 낮은원가로 입찰하고있는걸로 들었어요
김유라
22/02/0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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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받고 삼성중공업은 드릴쉽까지... 진짜 그냥 돈먹는 하마를 수 십 마리 들고 사업하고 있더군요.
메타몽
22/02/05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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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기계과 선배들이 2010년도 초반에 조선, 해양플랜트 쪽으로 많이 취업하고 업계에서도 많이 밀어주길래 마냥 잘 나갈꺼라 생각했고

어느 순간부터 해양플랜트 얘기가 점점 안들려서 검색을 해보니 무리하게 저가수주 하다가 다 같이 망했다 정도의 기사룰 보면서 업체들끼리 장난질 치다가 망한건가 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본문을 보니 저가 수주가 아니더라도 성공하기 힘들었는데 저가 수주가 쐐기를 박아버린 거네요

2010년대 초반 조선, 해양 플랜트 업계를 생각해보면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지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본문에서도 언급하셨지만 특히 제조업은 혼자 뭘 할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여러 팀이 뭉쳐서 일을 해야 하다보니 톱니바퀴가 하나라도 어긋나면 일이 안돌아 간다는게 정말 치명적이네요

제 친구도 플랜트 업계에서 몇 년 일하다가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데 그 친구에게 이 글을 보여주니 이 글 내용이 다 맞고 자기가 있던 팀도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강제 해체되고 뿔뿔히 흩어져서 각자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밑의 기계과 글과 이 글을 보면 한국에서 제조업, 중공업이 망하지는 않겠지만 예전처럼 주력산업으로 잘나가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군요
22/02/0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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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목공학 전공자인데 플랜트 사업이니 해양플랜트 사업이니 하던게 어느순간부터 조용하다 싶었는데 이런 사정들이 있었군요.
문득 진로 고민하던 시절 생각이 나네요.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멋진신세계
22/02/0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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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글로 정리해놓고 나니, 어쩌면 굉장히 가정이 많이 붙는 일에 도전한 것인데 (계속 프로젝트가 발생해야 하고, 그 일을 수주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을 갈아넣으면서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어야 하고...) 결국 실패한 것 같아요. 저가수주가 없더라도 유가로 해양 플랜트 사업 자체가 침체되어버려서 어려워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물론 저가수주가 쐐기를 박긴 한 것 같습니다.. 중간에 말씀하셨듯이 저놈들이 미치지 않고서는 저 가격을 부를 리 없다. 뭔가의 원가절감수단이 있을거다. 이 마인드가 연쇄적인 파국을 부른 건 아닐지 싶네요..

저가수주 때문에 원가를 절감하려하고 > 원가를 절감하려다 성능이 어긋나고 > 성능이 어긋난 걸 땜빵해야하니 돈이 더 드는 순환고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22/02/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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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 보러 pgr 자게를 하는거죠. 추천!
toujours..
22/02/0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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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덕분에 몰랐던 정보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22/02/0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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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댓글도 잘 배우고 갑니다.
겨울삼각형
22/02/07 12:16
수정 아이콘
해양플렌트가 망한 이유를 한단어로 표현하면..

셰일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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