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21/12/30 15:09:26
Name 담담
Subject 게임 좋아하는 아이와 공부 (feat 자랑글)
우리 가족은 게임을 좋아합니다. 롤챔스 결승전과 시즌4 롤드컵 결승전에도 모두 같이 가기도 하고, 스타도 부모팀 형제팀 대항도 하기도 하며 게임 좋아하는 가족은 나름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부모가 게임을 좋아하더라도 자식이 공부 안하고 게임하는 걸 반길 사람은 없을 거 같습니다.
큰애 초딩 저학년 때 제가 퇴근해 집에 오니 컴퓨터에 메이플스토리를 깔아놓고, 아이디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메이플이 하고 싶어서 지나가는 형아한테 깔아 달라고 했다는군요.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거 같아 아이디 만들어 주고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 되었습니다. 규칙을 정해야 할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요.
그래서 정한 규칙은 초딩때는 없었고, 중딩때는 평일 하루 세시간 공부, 나머지 시간이랑 주말은 게임 가능, 고딩때는 평일 게임 금지, 주말 게임 가능 이정도로 규칙을 정했습니다. 어길시 벌칙은 며칠 게임 금지 였고요.
그리고 게임하다 식사시간에 늦게 오면 설거지 벌칙이 있어서 한번 다섯 식구 설거지 하고 나면 절대 식사시간에 늦지 않습니다. 제가 주말에 식사 준비를 하면 쪼르르 나와서 예상 식사 시간을 물어 보고 갑니다.
초딩때는 규칙이 없다고 하지만 평일에는 영어학원, 태권도 학원 갔다오면 저녁 시간에나 게임을 할 수 있었고, 주말에는 일부러 샌드위치 만들어서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자전거, 인라인, 공놀이 등을 함께 많이 해서 게임 시간도 과하지 않았습니다.
규칙은 있지만 엄마는 출근했으니 규칙을 어겨도 들키지만 않으면 그깟 규칙이 되지요.
한번은 큰애 중딩때 우연히도 규칙을 어긴걸 들켰습니다. 벌칙으로 이삼일 게임금지를 시켰는데요. 하지만 엄마가 출근을 하니 게임금지 벌칙을 어긴걸 모를거라 생각하고, 낮에 게임을 했는데 그것도 엄마한테 들켰습니다. 엄마가 게임전적 사이트에 롤 닉네임 검색해서 전적 검색할 수 있는 사람이란걸 간과했던거지요. 롤티어 올리는 거 보다는 학교 티어 올리는게 먹고 사는데 이득일 거다. 엄마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낮에는 직장일 하고 밤에는 너희 반찬 준비하고 내 의무를 다하고 게임을 한다 너도 네가 할 일은 다했으면 좋겠다 정도만 하고 크게 야단치진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오히려 아이가 게임하는지 어떤지에 대해 간섭을 안하게 되었습니다. 예전만큼 공부가 중요한 세상도 아니고 모난 애도 아니니 알아서 먹고 살겠지, 그리고 내가 스트레스 받는게 싫었던 것도 있고요.
고등학교 가서는 야자도 신청하고 주중에는 나름 열심히 하고, 주말에 몰아서 게임을 했고, 여름방학에는 밤새 롤 하더니 플래티넘 땄다고 자랑도 합니다. 속은 터지지만 겉으로는 잘했다고 칭찬해 줬습니다.
고2 끝나고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서울에 있는 학교는 어려울거 같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라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터라 꽤 충격을 받은거 같았습니다. 그때부터 게임을 딱 끊고 잠도 줄여가며 1년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서울에 꽤 괜찮은 대학의 공대에 들어갔습니다. 수시로 맞춰서 가면 되지 뭔 그렇게 고생스럽게 공부하냐는 부모의 잔소리도 무시하고 정시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뿌듯하더군요.
작은애는 한번도 게임 관련해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공부 방법을 갖고 있습니다. 동영상(애니나 유튜브 같은)을 켜놓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공부가 되니? 응. ........... 그래 열심히 해. 근데 의외로 성적이 괜찮습니다. 뭐지.
고등학교 내내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더니 이번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아는 사람들이 묻습니다. 너는 맨날 게임만 하는 거 같더니 애들 공부는 어떻게 시켰냐?
돈 열심히 벌어서 매끼 고기 반찬 해 먹였거든. 공부는 알아서 하는거지.
이상 자랑글이었습니다.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에는 좋은일만 있기를 바래 봅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10-20 00:22)
* 관리사유 : 추천게시판 게시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1/12/30 15:12
수정 아이콘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고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죠.

훌륭하십니다.
李昇玗
21/12/30 15:20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자식농사 잘 지으셨네요

축하드려요
도라곤타이가
21/12/30 15:19
수정 아이콘
훌륭하십니다
PLANTERS
21/12/30 15:20
수정 아이콘
좋으시겠습니다. 축하드려요~
후랄라랄
21/12/30 15:22
수정 아이콘
자랑 많이 하십시오
자격 되십니다
21/12/30 15:23
수정 아이콘
피지알의 정체성과 맞는 가정의 이상향이로군요.
스컬로매니아
21/12/30 15:26
수정 아이콘
저도 게임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희 와이프는 게임을 싫어했었고, 게임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결혼전에는)
결혼 후 약 2년여의 시간동안 설득,타협, 갈등, 집안일 퀘스트 후 보상과 같은 방법 등으로 게임에 대한 와이프의 인식을 '매우 부정적'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전환시켰고, 결혼 6년차인 지금은 22개월차 아들 육아 퀘스트가 추가되었음에도 게임할 시간을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만큼 보장받고 있습니다.
저도 장차 아이가 성장하면 게임에 대한 당근과 채찍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고, 이 주제로 와이프와 가끔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거다 싶은 방법은 떠오르지가 않네요.
제가 꿈꾸는 삶은 친구같은 아빠, 같이 코옵 가능한 아빠, 아들과 게임 대화가 원활한 아빠입니다.
정답은 없는 이 주제에 대해 한가지 사례로써 좋은 글을 읽게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닉네임을바꾸다
21/12/30 16:27
수정 아이콘
자식 : 아빠 그렇게 하는게 아닌데...
메가트롤
21/12/30 15:34
수정 아이콘
옳게 된 가정
Hammuzzi
21/12/30 15:3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아들이 크게되면 게임에 대한 부분이 고민이 되었는데 경험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선신
21/12/30 15:37
수정 아이콘
아주 훌륭하시네요 본받고싶은 가정입니다
썬업주세요
21/12/30 15:40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초중고다닐때 저한테 정해진 룰이 평일에는 게임 금지, 주말에는 하루 3시간이었는데
룰을 몇백번은 어긴거 같습니다. 크크
포도사과
21/12/30 15:41
수정 아이콘
막아봐야 안그래도 재밌는 게임에 반항심+일탈심리까지 더해지니 크크
현명하십니다.
21/12/30 15:45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셨고, 축하드립니다!!
냉이만세
21/12/30 15:46
수정 아이콘
우선 축하드립니다.
4살 2살 어린 두 딸을 키우고 있는데 이런 글들 볼때마다 난 언제 키우나~
저렇게 잘 키울수 있을까??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고 지금까지 훌륭하게 키우셨고 자랑해도 될만큼 아이들이 잘 자랐으니 앞으로도 좋은 일들만 가득하실껍니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덴드로븀
21/12/30 15:53
수정 아이콘
그래서 전 요새 아이에게 오히려 [빨리 게임해라!] 라고 하고 있습니다 크크크
조건도 심플합니다. [니가 해야할 일은 다 한 뒤에!]

해야할 일을 다 하기가 쉽지 않다는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죠. 크크

어차피 게임이란게 하지 말란다고 안하고, 총량제를 도입한다고 해봐야 별 의미 없다는건 우리 모두 알고 있잖아요?
21/12/30 16:00
수정 아이콘
다 키운게 부럽습니다..크크크
전 총각일때는 왜 저리 사람들이 극성일까 싶었는데
이제는 제가 세상 극성입니다... 뭐 공부할 나이는 아니지만 칫솔질 장난감정리 뽀로로보는시간 지키기 이런 것도 벌써 관리하기 벅차네요.. 맨날 꾀만 늘어가구 크크
21/12/30 16:07
수정 아이콘
“니가 할일”이라는게 굉장히 추상적인 표현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할일”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할일”이 다른 경우가 많지요. 애 키우다보니 그런 고민도 많아지네요.

그런 어려운 일들을 정말 훌륭히 해내신 것 같습니다.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축하드립니다!
사이먼도미닉
21/12/30 16:20
수정 아이콘
아이에게 필요한 넛지는 무엇일까요? 생각이 많이드는 글이네요.
뽈락킹
21/12/30 16:25
수정 아이콘
고기반찬 메모
스타본지7년
21/12/30 16:31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크크.
21/12/30 16:31
수정 아이콘
고기반찬 메모(2)
21/12/30 16:36
수정 아이콘
본인 스스로가 진학 이야기 듣고 충격을 받고 게임 끊은 것 자체가 아이도 훌륭하고 가정의 교육방침도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생각합니다.

멋지십니다.
저도 아이 낳으면 이렇게 하고 싶네요.
햇님안녕
21/12/30 16:39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의무를 다하고 게임한다는 조언이 인상적이네요.
다른 얘기지만, 저는 남편이 게임을 너무 싫어하고(애들이나 한다고) 제가 좋아해서 예전에 많이 했는데 아이가 둘 되니 할 시간이 없군요. ^^;
League of Legend
21/12/30 16:43
수정 아이콘
[속은 터지지만 겉으로는 잘했다고 칭찬해 줬습니다.]
멋지네요.. 대단하십니다. 자녀분들이 부모님을 많이 존경할 것 같아요. 나중에 이 글을 제 주변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싶네요.
롤스로이스
21/12/30 16:58
수정 아이콘
저의 꿈 ㅠㅠ
부럽습니다
핫토리비노카야
21/12/30 17:05
수정 아이콘
와 제 이상향이십니다. (아들램 이제 두돌 크크킄)
21/12/30 17:13
수정 아이콘
여름방학 때 밤새 롤하며 플래찍은 것도, 고2때 성적으로 충격먹고 게임 접고 다시 공부하여 인서울 한 것도, 어떻게 보면 일맥상통하는 게 있네요. 물러받았든 가정환경에서 배운 것이든 참 잘자랐네요.
호랑호랑
21/12/30 17:26
수정 아이콘
222 이거 될놈될 아닙니까.. 가정교육도 유전자도 감탄이네요 크크
벌점받는사람바보
21/12/30 17:18
수정 아이콘
잘키우는에 대해서 가끔 고민해보면
결국은 자기부터 잘해야하고 잘할려면 고민 과 공부가 필요하겠죠
충분히 자랑하고 싶을만 합니다. 크크크
Gottfried
21/12/30 17:55
수정 아이콘
리스펙트!
21/12/30 18:20
수정 아이콘
와 대학까지 다 보내놓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저는 만 6살반인 딸한테 스위치 가끔 시켜보는데 아직 컨트롤이 힘든 나이구나 싶기도 해서 호캉스 갈때만 조금씩 노출시켜주고 있습니다. 나중에 본인이 알아서 컨트롤하면 좋을 것 같아서 항상 고민인데 좋은 팁들 배워갑니다.
세이밥누님
21/12/30 19:16
수정 아이콘
캬… 가끔 여자친구랑 미래 얘기도 하는데 참 좋은 모습인 거 같네요 흐흐

고기반찬 메모(3)
시설관리짱
21/12/31 04:36
수정 아이콘
4살얘 운동겸 겸사겸사? 스위치 링피트를 구입할까 고민중입니다.
아빠닮아 절제력부족할까봐 고민중리네요
21/12/31 14:11
수정 아이콘
글로만 봐도 아드님이 올바르게 성장한 게 느껴지네요. 전 아들과 롤 봇듀오 서는 게 꿈입니다. 아들아 어서어서 크거라.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425 [성경이야기]지도자 훈련을 받는 요셉 [9] BK_Zju4108 20/12/22 4108
3424 [역사] 붕어빵 꼬리에 팥이 있어야할까? / 붕어빵의 역사 [30] Fig.13014 22/01/17 3014
3423 2년 간의 방송대 졸업 분투기 및 약간의 가이드 [32] Dr. ShuRA2981 22/01/16 2981
3422 상나라의 인신공양을 알아봅시다 [44] 식별3280 22/01/16 3280
3421 실천해보니 좋았던 직장내 소소한 습관들 [42] visco3555 22/01/16 3555
3420 [성경이야기]야곱의 거짓말 [21] BK_Zju5386 20/12/10 5386
3419 난 뭘 벌어먹고 살 것인가 [77] 깃털달린뱀5982 22/01/15 5982
3418 [기타] 나는 어떻게 무공을 만들었는가 (1) - 디아블로2 레저렉션 [54] 험블2840 22/01/13 2840
3417 내가 겪었던 좋은 사람들 [25] 착한아이2874 22/01/13 2874
3416 연대는 사라지고 억울함만 남았다. 우리에게 무엇이 남을까? [185] 노익장3268 22/01/12 3268
3415 2021 플래너 모아보기 [26] 메모네이드2591 22/01/12 2591
3414 [NBA] 클레이 탐슨의 가슴엔 '불꽃'이 있다 [19] 라울리스타3173 22/01/10 3173
3413 [팝송] 제가 생각하는 2021 최고의 앨범 Best 15 [16] 김치찌개2978 22/01/09 2978
3412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홈술 해먹는것도 나름 재밌네요.jpg [25] insane2846 22/01/08 2846
3411 우량주식 장투가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이유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이유) [84] 사업드래군3595 22/01/04 3595
3410 결혼 10년차를 앞두고 써보는 소소한 결혼 팁들 [62] Hammuzzi6945 22/01/02 6945
3409 대한민국 방산 무기 수출 현황 [48] 가라한6285 22/01/02 6285
3408 나도 신년 분위기 좀 느끼고싶다아아아! [10] 깃털달린뱀3539 22/01/02 3539
3407 중년 아저씨의 베이킹 도전기 (2021년 결산) (스압주의) [34] 쉬군6657 21/12/31 6657
3406 게임 좋아하는 아이와 공부 (feat 자랑글) [35] 담담3935 21/12/30 3935
3405 허수는 존재하는가? [91] cheme5756 21/12/27 5756
3404 고양이 자랑글 (사진 대용량) [31] 건방진고양이2848 21/12/30 2848
3403 마법소녀물의 역사 (1) 70년대의 마법소녀 [8] 라쇼3253 21/12/26 325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