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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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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1 19:36
앗, 역시 평상시에 머리에 안 집어놓고, 바로 그때 꽂힌 내용을 조사해서 글 쓰는 습관이 또 사고를 쳤군요. 정정했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1/12/01 19:40
우리가 즐기는 많은 게임에서야 그냥 땅따먹기 처럼 전쟁걸어서 쉽게 점령하지만,
(물론 뎌4 처럼 마구 확장하면 내 나라가 터지는 경우도 존재하긴 합니다만) 문화(언어, 종교, 기타 등등)를 공유하지 않은 지역을 점령한다는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역사상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원 주민들을 모두 쫒아내고 새로운 주민을 이주 정착 시키는 방법이지요. 물론 원 국가의 크기 대비 작은 지역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저렇게 넓은 지역이 대상이면.. 쉽지 않지요.
21/12/01 19:56
그렇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시키는 것 역시, 서구적인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지 않는 지역에 대해 서구인이 보여준 오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키아, 서하, 중가르가 그랬듯이, 전근대에 '씨를 말리고 없애라'라는 것이 또 전근대적인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참 현대인에게는 씁쓸한 내용이고요.
역사가 대부분 '식민자'들이 정치/문화적 주도권을 쥐면서, 그 지역의 문물을 바꿔나가면서 발전한 것이겠지만, 또 '콩고'의 예시에 보이듯이, 대부분의 '현지인' 사이에 '총을 가지고 주도권을 가진 제국인'을 보내두는 행위는 또 서로의 정신건강에 좋지않은 결과로 이어지고는 했지요. 지금의 시대야, 서로 민족학살을 현대관료제와 화학무기를 가지고 몇번 해본 다음엔 '아이고 이걸로 국경선 정하기 놀이는 멈추고, 그냥 무역으로 상부상조합시다'라고 합의하고 세계화와 자본주의를 밀어주고 있지만, 민족주의의 귀신이 아주 죽은 것은 아니니 또 '국경은 사람비율로 정하는거 아니냐?'라고 총칼들고 우기기 시작할지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역사와 지구는 다시 또 아름답지 못해지겠군요. 쉽지 않네요, 사람끼리의 역사 크크크크.
21/12/01 20:11
약관에 따르자면, 환불을 해드리기에는 시간 초과입니다(?) 헤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더 재밌는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
21/12/01 19:46
마지막 짤방 찾다가 못 찾아서 포기했는데 여기서 보네요 크크크.
언제봐도 명짤방입니다. 헐리웃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게 블랙호크다운 같은 영화를 보면 분명 미국이 침략자 입장인데 관객인 우리는 미국 이겨라를 외치게 되죠.
21/12/01 20:14
그렇죠. 이런 기록도 철저하게 로마가 남긴 이야기로만 남아있는 것이고요. 그런 지독한 아이러니를 저는 좋아합니다.
불태우는 사람은 집이 불이 타지 않지요. 집이 불탄 사람은 남길 글도 집도 없고요. 그래서 저는 귀한 시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긴 사람들의 이야기는 제가 아니여도 알아서 잘 전달하니까요~
21/12/01 19:47
어디선가 중일 전쟁에 관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들은 점과 선을 차지했지만 면이라는 측면에선 그들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였다. 면을, 그리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건 어려운 일이죠. 개인적으로는 세계 정부, 세계 단일 국가에 회의적이기도 합니다. 뭐 지금과 같은 과학 기술이 교류의 수단은 되겠지만요.
21/12/01 20:25
일본의 아시아주의는 참 괴상한 사상이지요. 너무 이상한 나머지 저도 한번 피지알에서 다뤄볼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시아를 해방시킨다는데 도저히 일본인외 아시아사람들은 들어주지도 못할 제국주의였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사람을 압도적인 우위로 총으로 쏠 수 있다고 해도, 한발짝도 못 전진하는 것이 옳은 것이겠죠. 하지만, 이미 '인종청소', '인구교환', '공교육', '유튜브 영상'이 있는 시대에서, 저는 언제까지 '지역사고'가 남아있을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마치, 사라져가는 방언과 전설을 보는 것처럼요. 아프간의 신정주의는 결코, 인류가 우주에 나가서 별들에 씨앗을 뿌릴때, 우주에까지 퍼지지 못하고, 인류 역사에서 스러진 많은 단절된 사상처럼 사라지고 말겠지요. 세계 정부가, '문명화'의 성전을 나섰을 때, 우리는 그걸 비난할 수나, 다른 시점에서 볼 수나 있을까요? 저는 그런 점에서는 우려가 됩니다.
21/12/01 20:27
아 로마인 이야기에서 봤던 내용이 다시금 생각나네요 십년도 더 전에 봤던 건데 드루수스라고 바로 생각났어요 크크크
점령과 점유의 개념은 문명인에게나 먹히는 거고, 비문명인을 상대로 점령이란 훨씬 더 가혹한 것이었네요.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비문명화된 갈리아를 찜쩌먹은 카이사르는 얼마나 대단한 역량이었던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네요
21/12/01 21:06
갈리아는 이탈리아와 인접한 덕분인지 빠르게 문명화가 되었지만, 또 게르만족이 라인강을 넘어오자 순식간에 로마세계를 이탈해서 게르만 세계에 편입이 되었다가, 또 독일본토와는 다르게, 절반-로마(?) 프랑스 정체성을 만드는게 참 재미있지요.
크크크 로마인 이야기가 정말 잘 쓴 책이 맞나보군요, 오래전에 보신 내용인데 기억하신다니 대단합니다. 체제가 있으면 인수인계라도 쉽지만, 비문명의 지역에는 문명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하며, 대부분 '제국'은 그런 귀찮은 짓은 공들여 안하고 도망간다는게 참 복잡미묘한 현실이라고 봅니다.
21/12/01 20:37
이 주제와 연관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어느 유튜버가 한 말이 생각나는 군요....
'다인종 동일 문화 사회는 유지할 수 있어도, 다문화 사회는 절대 쉽게 유지되지 않는다'
21/12/01 20:51
잉글랜드회사인 CA가 만든, 저시기를 다룬 게임인, 토탈워 : 로마2를 플레이 해보면 (1은 안해봐서 모르겠네요)로마가 진출했을대 가장 먼저 착수하는게 토착문화(종교)를 로마식으로 바꾸는거죠.스웨덴에 위치한 역설사에서 만든 게임도 새로운 동네에 진출하면 기존 지배자들을 그대로 인정할거 아니면 종교 문화는 우선적으로 다 바꿔버리죠. 안그러면 유지가 너무 힘들어지니까...
21/12/01 21:28
이런 어려운 절차를 자세히 잘 다뤄보려고, 역설사에서는 '임페라토르: 롬'이라는 엄청난 게임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와 반드시 해봐야겠어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무리 봐도 패치도 얼마 못하고 멈춘게 그냥 빅토리아 3를 위한 기술실증용이 맞았나봅니다 흐흐흐. 다음에는 다시 근대 이야기로 돌아와야겠어요.
21/12/01 21:27
크크, 저도 이렇게 생각합니다. '제국'이 괜히 역사에 몇개 안되는 강대국들인게 아니라고 봅니다. 로마 제국도 분명히 지금봐도 대단한 체제를 가진 국가였다는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물론, 시대의 한계를 초월했다거나 그런건 아니겠지만요. 뿌리가 얼마나 깊으면 이천년이나 갔으니까요, 흐흐.
21/12/01 21:33
정말 멋있는 말이군요. '문화 헤게모니'가 중요해진 현대사회를 꼬집는 것 같기도하고요. 다양한 인종과 문화의 교류가 있지만, 현대국가는 그에 상승하는 관료제, 대중문화, 공권력으로 오히려 전근대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이 국민들의 '문화'를 통제하고 자율규제하지요.
로마인들이 돌아온다면 지금의 시대야말로 팍스 로마나를 구현하기 좋은 시대라고 평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의 후예인지, 참칭자들인지는 이미 수백년째 사람들이 논쟁을 해주고 있지만, 결국 민족주의 앞에 비극적으로 붕괴한 '오스만 제국'을 봐도 말씀해주신 말은 정말 무서운 이야기이지요. '왕께서 통치하시는 일종의 콜렉션이야'라면서 관대하던 다양한 종교와 민족을 아우르던 전근대의 유목제국이, 민족주의 앞에서 결국 서로가 역적이 되고, 내부의 적이 되면서 내란과 내분에 휩싸이다가 결국 '터키인'이라고 하라고 통일하자, 라는 합의를 피와 총알로 완성했으니까요. 헤, 아타튀르크는 말씀하신 그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던 사람이었겠군요.
21/12/01 21:22
아프간의 경우도 그렇고, '장거리원정 끝에 지친', 살수대첩 같은 것과 이런 경우는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군사적인 승리가 모자랐던 것도, 적을 무찌를 병기가 먼저 떨어진 것도 아니었죠. 다만 얼마나 이질적이고, 기존 체제와 어울리지 않은 지역을 엄청난 국력을 투자하면서까지 흡수하려고 하는가의 의지라고 봅니다.
그리고 의지가 나약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제대로 된 대제국이라면 이런 괴상한 원정보다는 더 제대로된 예산순위가 있는 것이 더 정상적인 의사결정이 되는 강대국이겠지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베트남이나 아프간도 미국을 멸망시키지 못했고, 게르마니아와 (상황은 전혀 다르지만) 몇번의 큰 동방 원정이 실패했음에도, 로마가 결과론적으로 멸망하는 것에는 수백년, 아니 동로마까지 포함하면 천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포기할 수 있는 식민지'의 경계는 제국마다 달라서, 영국이 인도를 내준것과 달리, 벨기에의 콩고와 포르투갈의 앙골라 같은 경우에는 정말로 국운을 결고 최후의 순간까지 전쟁했으며, 식민지에서의 패배보다 정권이 먼저 타격을 입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앙골라, 콩고의 사람들은, 게르마니아의 게르만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저히 이길수 없으며, 자신들을 쉽게 죽이고 핍박하던 강력한 군대가 이해할 수 없는 정치적 이유로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서 어안을 벙벙해했죠. 아 그리고 이들은 개입사유가 있으면 다시 돌아와서 마을을 잿더미로 만들기도 했고요. 다시 말해, 군사적인 한계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별로 정확한 시각이 아니라고 저는 봅니다. 저는 오히려 군사학에 이런 개념을 다루는 개념이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명확한 전쟁목표', '무찌를 주력 적군'도 없는 전장이요. '대테러전', '대게릴라전', '현대전' 등등 여러 개념이 이걸 설명하려고 하지만, 문명인이 결국 이길 수 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무도 못하지요 흐흐.
21/12/01 21:43
음...저는 오히려 그래서 공세종말점이라는 단어가 더욱 적합한 단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 단어가 꼭 단순히 병력이 진출하는 한계선만을 말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좀 엉뚱한 이야기지만 문화적인면에서든 경제적인면에서든 공세종말점이라는 개념은 쓰일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군사적인 힘이있어도, 어느선이상으로 가지못한다면 역시 공세종말선이 거기까지인거죠 종합적인면에서 말입니다
21/12/01 22:14
너무 강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긴 합니다만, '공세종말점'은 매우 구체적인 군사용어이기 때문에, 비유적으로 의미를 확대하시는 것은 올바른 활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저는 듭니다. '세력권', '영향권', '문명세계', '패권 (근대 이후의 이념적인 맥락에서 나온 표현이긴 합니다만)' 등 다른 단어가 의도하시자 하는 개념을 더 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세종말점'의 개념 자체가 종심(흔히 깊이로 번역하는 영단어 depth의 다른 번역어입니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게르마니아로의 보급은 설명할 수 있지만, 베트남과 아프간의 경우에는 미군의 보급 종심의 문제였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비록 최상의 보급로에서 전쟁을 치른 것은 아니며, 저도 인지하기로는 특히 아프간으로의 보급은 확실히 미군의 전투 능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문제가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수대첩이나, 벌지대전투의 역습과는 달리, 미군이 보급에 허덕여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궤멸당한 것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철군한 이유는 철저히 정치적이었고, 직전까지의 전투에서도 훌륭한 '공세'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전의 정치적 전환점이 된 '테트 공세'의 경우 베트콩 주력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혔을 정도로, 미군은 결코 전쟁수행능력에 피해를 입거나 한계에 도달한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음, 물론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시는지에 대해서는 그냥 입장 차이에 더 가까운 것 같긴 합니다.
21/12/01 22:28
아뇨 강하지않습니다 흐흐
네 뭐 그런거죠 클리셰라는 단어가 꼭 영화에서만 쓰여야하는건 아니잖아요 그런의미로 넓게 쓸수있다고 봅니다
21/12/01 21:59
네, 저도 갑자기 용비어천가를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로, 만주 국경지대가 생각나더라고요, 흐흐흐. 그 시대를 다루는 창작물이 나와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의 최전선, 절박한 사람들, 척박한 땅... 그야 말로 피가 끓어올라오는 소재겠군요! 다음에도 비슷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21/12/01 22:22
만주족이나 튀르크인들이 그랬듯이, 결국 이들은 수백년 존버를 하면서 주변 문명세계의 기술을 흡수하고 교류하면서 자신들의 수준을 끌어올렸고, 결국 서로마가 무너질 때쯤에는 결코 서로 수준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존재들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니 서로마 지역들이 순식간에 프랑크 왕국이니, 서고트 왕국이니, 반달 왕국이니 하면서 동화되고 떨어져나가고요.
중세 자체가 암흑기였다기 보다는, 소빙하기를 포함해서 서로마의 패망이 질서있기는 커녕 아주 수준급 난세였기에, 그 피해를 수습하는게 중세였고, 그게 바로 극복되자마자 근대로 이행한게 아니냐는 꽤나 중세를 너그럽게 보는 관점이 요즘에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무리 근대인들이 '신성로마제국은 신성하지도 로마이지도 제국이지도 않다'라고 비웃었지만, 서유럽의 풍요는 결코 '더럽고도 미개한 중세'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등장한게 아니었지요. 어쩌면 그냥 서유럽자체가 엄청난 진화와 발전의 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요. 다만, 그런 지역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무질서와 무의미한 전쟁의 황무지였다니, 정말 역사는 재미있습니다.
21/12/01 23:00
좀 쓸 데 없는 태클일 지도 몰르겠지만 서로마 말기의 게르만족이란 로마인과 수준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 아닌 그냥 로마인 자체였습니다. 상당수의 게르만족 출신들이 로마 군대에 입대 해서 입신양명 했고, 장군도 해먹고 재상도 해먹었지만 그들은 아직 개화하지 않은 옛 동포들을 딱히 동포라고 여기지도 않았죠. 그저 야만족이었을 뿐.
오히려 서로마가 마지막으로 치닫는 동안 그 최후의 서로마를 지탱하던 최후의 로마인들은 하나 같이 옛 야만족 출신들이 수두룩 빽빽하죠. 이것이야말로 로마가 왜 제국 그 자체가 될 수 있었는 지를 암시하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정복 당한 옛 노예들이 결국엔 과거의 정복자들이 가졌던 모든 것을 빼앗는 그 이상 갈 수 없는 최고의 복수를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구요
21/12/01 23:10
로마의 민속놀이인 내전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스틸리코는 한낱 야만인에 불과했음이 증명 가능합니다.
물론 농담이고 점점 맛이 가다가 완전히 맛이 가버렸던 5세기에도 서로마는 멸망이 코앞에 닥친 나라라는 것이 믿기 힘들 정도의 괴력을 보여주며 수많은 도전자들을 거꾸러뜨렸습니다. 그것도 서로마가 일치단결 하여 최후의 힘을 쥐어짠 결과도 아니고 이 와중에도 열심히 자기들끼리 치고 받는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서로마의 위정자들이 조금만 더 제정신을 붙들고 있었더라면 서로마는 멸망하던 순간까지 이탈리아-달마티아-갈리아 남부의 수백만 인구를 통제하고 있었고 이것으로 얼마든지 재기가 가능했을 텐데, 아까도 말한 그 최후의 로마인들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기는 고사하고 그런 뛰어난 인재들이 자기들끼리 치고박다 죽게 만들었죠. 그리고 독일 땅의 경우에는 상당히 최근까지 똥땅이었습니다. 독일이 유럽 한복판이다보니 온갖 부침이 많았던 탓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도 독일 땅은 프랑크 왕국 내에서도 똥땅 취급이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알짜배기 땅 취급이었죠. 독일이 유럽의 중심이 된 지금 보면 격세지감이지만 독일이 유럽의 중심이 될 만큼 강력해진 건 불과 150년도 되지 않은 매우 짧은 기간이죠. 그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유럽의 중심은 이론의 여지 없이 프랑스였으니까요
21/12/02 00:11
로마에 대한 아쉬움은 확실히 삼국지 만큼이나 기나긴 재밌는 떡밥이군요 크크크. 아 정말 아쉽습니다. 동로마도 수백년 더 간 것을 보면, 서로마도 저력이 없지는 않았을텐데 정말로 망하라고 암군 연타를 주니까 뭐 망해야지요 흑흑.
중세 성기의 신성로마제국은 실질적인 서유럽의 제왕 아니겠습니까 흐흐흐. 경제 통계를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했는데, 검색어가 알맞지 않은지 잘 안 찾아지는군요... 전근대 경제사에 대한 이야기도 참 재밌을 것 같지만 제가 아는게 적은 것이 너무나도 슬픕니다.
21/12/03 00:37
첨언하자면 제가 읽은 책들에선 동로마와 달리 서로마가 버티지 못한 두 가지 이유를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1. 비옥한 동로마제국의 핵심 영토인 발칸반도/아나톨리아에 비해 서로마 지역의 핵심 지역인 이탈리아/갈리아는 생산성과 인구 부양력이 떨어진다. 2. 동로마 지방의 유력자들은 페르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면 제국 정부에 협력해야하는 입장에 있었다. 반면 서로마 지방의 유력자들은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없다면) 차라리 게르만 부족장과 제휴하는 쪽이 더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라고요.
21/12/02 02:50
동로마가 그 체제 안정성 하나만으로 에게해 와 흑해 연안의 핵심지의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과 후퇴를 반복했던걸 생각하면, 서로마도 정치 체제의 안정만 유지했더라면 어떻게 됬을지 궁금하긴 하네요. 아... 아틸라 토탈워 마렵다.
21/12/02 14:57
게르만의 반란을 주도했던 아르미니우스의 이야기를 국뽕(문화권뽕?)을 섞지 않고 담담하게 다루는 정말 좋은 전통 사극이었지요! 인빅타 채널도 아르미니우스의 이야기에 꽤나 분량을 할애했는데, 저는 어쩌다보니 분량조절을 하는 과정에서 아르미니우스의 이야기를 통편집해버렸습니다. 흑흑.
게르만 사람들 시점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분은 넷플릭의 바바리안! 정말 추천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21/12/02 03:40
Invicta 정말 재미있죠. Kings and Generals, Epic History TV 와 함께 저도 즐겨보는 채널입니다.
을유문화사판 「어둠의 심연」커버아트가 무척 흥미롭네요. 파생작품의 이미지를 원작에 가져다 쓴다는게 뭔가 요즘말로 하자면 메타적으라고나 할까요.
21/12/02 15:27
어둠의 심연이 그냥 식민주의에 대한 이야기에 머물 수 있던 것을, "지옥의 묵시록"이야말로, 자신의 문화에서 벗어난 식민주의자의 붕괴와 문명화의 허망함을 다루는 식으로 작품 자체에 대한 논의를 크게 넓혔다고 저는 봅니다. 어둠의 심연은 말씀하신 것처럼 '메타적'으로 비평할 여지가 많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pic History TV는 저는 처음 들어본 채널이군요. 구독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1/12/02 03:44
뻘소리지만 라틴어는 뭔가 어감이 멋있어요. 제가 다니는 회사도 몇가지 일이 정리되면 법인을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인데, 회사이름은 꼭 라틴어로 지을겁니다!!
21/12/02 15:28
크크크, 사어 특유의 멋짐이 있지요. 단어의 뜻이 이상하게 바뀌지도 않을테니 단어를 잘 고르시면 정말 멋있겠네요!
다만, 저는 라틴어를 생각하면 이게 생각나서 웃음이 막 올라오곤 합니다.https://youtu.be/oa5nG4-L_BI 크크크크크크크
21/12/02 07:45
지금의 독일 땅은 꽤 기후가 온화하고 비도적당히만 내리는 그런땅이고 철학서적이 베스트셀러가되는 땅인데 야만적이고 살기도팍팍한 땅이라는 표현이 믿기지가 않은 느낌이에요 아우구스투스즈음 독일보다 지형도괴팍하고 겨울에얼어죽고 여름에타죽는 한반도에는 그 이전부터 고조선이란 나라가 있었는대말이죠.
21/12/02 15:33
오직 문명인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존재만이, 그 국경선의 끝에 서서 '야만인의 땅으로 우리가 걸어들어가다니 미쳤다'라고 뇌까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을 침공하던 몽골군도, 요동정벌을 따라가던 고려군도, 나선정벌 때 조선군과 그걸 상대하는 러시아 코사크들도 다들 그리 생각했을 것이며, 날씨는 괴상하고, 풍토병은 창궐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하고는 했겠지요.
막상 거기 사는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살았을텐데도 말입니다. 베트남이나 아프간도 기후가 절대적으로 인간이 서식이 불가능한 그런 마경은 아니니까요. 어떤 미군 할아버지는 한국을 장진호만 기억하시겠죠. 저는 그래서 전쟁이 총알보다 무섭습니다.
21/12/02 17:18
'전쟁은 정치의 연장이다'라는 말이 단순 표어가 아니라 절절한 현실의 표현이라는 게 가슴 깊이 다가오는 요즘입니다. 옛날같이 게임처럼 1:1 맞다이! 총력전! 같은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서 그 뒤 배경을 보기 시작하니 이 다채롭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혼란한 상황이 너무 재밌습니다.
이런 쪽을 보면 볼수록 과거인은 단순 미개인이 아니라, 그거 기술과 제도의 제약이 있을 뿐 우리와 동등한 지성을 가진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하고요. 솔직히 제가 그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는 절대 아니라고 봐서 흐흐. 시간의 간극을 빼고 보면 지금 기준으로도 초인들이니.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유튭 채널 추천도 감사합니다. 틀고 들으며 잘 영어 유튜브 채널이 늘었군요 흐흐흐. 완전 제 스타일이라.
21/12/02 20:24
확실히 요즘엔 많이 현대인 천재론 같은 이야기가 죽긴했죠 크크크크. 대체역사 같은 소재에서도 '아니 현실에서 이걸 어떤 천재가 해결했다고? 아니 현실 전개가 이랬다고?' 하면서 감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요. 흑흑,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혼란해지니, 과거의 편린조차도 속편하게 보지 못하고, 이런 이야기는 널리널리 퍼지니 정말 저에게는 좋은 일이군요.
인빅타 채널 좋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인빅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음에도 더 좋은 소재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21/12/03 00:33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옛날에 읽은 책 중 하나에선 티베리우스가 게르마니아 정복을 중단시킨 이유를 "게르마니쿠스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서술하더군요. 저도 그 견해에 제법 동감하는 편입니다. 물론 인간은 저녁밥 먹을 때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지라, 정복이나 후계 구도 정리 쯤되면 이야기가 훨씬 복잡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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