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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9/29 21:57:39
Name 이그나티우스
Subject 차기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는 누구인가? (수정됨)
부제: 기시다 당선의 정치공학적 분석, 정치인으로서의 기시다, 향후 일본정치 및 한일관계에 대해

오늘(21. 9. 29.) 치러진 자민당 총재선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전 외무상이 고노 타로(河野 太郎) 전 방위상을 꺾고 총재로 선출되었고, 자민당이 현재 다수당인 만큼 근일 내로 총리직에 취임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민당은 기시다 총리를 총대장으로 오는 11월 예정된 중의원 의원 총선거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1. 기시다 당선의 정치공학적 분석

이번 총재선거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외무상, 고노 타로 전 방위상, 다카이치 사나에高市 早苗 전 총무상, 노다 세이코 의원 4명이 출마했습니다. 기시다는 당내 온건파의 대표로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기시다파 및 당내 중견 노장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고노 타로는 아소파 소속이긴 했지만 파벌 내부의 전면적인 지지보다는 오랫동안 당내 비주류의 리더격이었던 이시바 시게루 石破 茂전 간사장과 소장파 의원들의 지지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는 대중적인 인지도는 앞의 둘에 비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원래부터 극우파였던 탓에 극우 유권자(대표적으로 야후재팬이나 유튜브 등에 서식하는 혐한 넷우익)와 당원들의 컬트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고 이번에 아베 전 총리의 전면 지지를 받으면서 아베가 속한 호소다파를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를 받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호소다파의 나머지 일부는 기시다 지지)

보통 파벌투표로 치러지는 일본 자민당 총재선과는 달리 이번에는 주요 파벌들이 기시다파를 제외하면 자유투표를 하였는데, 여기에는 11월로 다가온 중의원 총선거 문제가 있습니다. 코로나 대책의 난맥상으로 인해 지금 스가총리와 자민당의 지지율이 안전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시절 자민당의 지지도가 높은 시절에 쉽게 정치입문을 했으나, 아직 지역구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닦지 못한 초재선 등 당선회수가 적은 신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음번 선거에서 도움이 될 대중적 인기있는 총리”라는 당내 여론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같은 파벌 내에서도 당내 노장, 중견의원은 기시다, 소장의원은 고노로 갈리는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번에 기시다가 총리가 될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당내 의원들의 지지를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중적으로는 기시다는 고노에 인기가 다소 밀리는 편입니다.  뒤에서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다소 관종끼가 있고 평소부터 유튜브, 트위터 등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는 고노에 비해 “따분하다”는 평을 받는 기시다는 다소 인지도 면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오늘 총재선에 있어서도 전국 당원투표에서는 기시다가 고노에 밀렸지만 의원투표에서 승리하면서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1차 투표에서는 기시다가 고노를 1표 차이로 이겼고, 결선투표에서는 의원표에서 압도적인 차를 벌이면서 고노를 여유있게 누르고 당선되었습니다.

참고로 일본의 자민당 총재(다수당이므로 자동으로 총리)는 의원표 50%, 당원표 50%로 선출합니다. 이 1차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있으면 그가 총재로 선출되고, 없으면 2차 결선투표를 하는데 여기서는 의원표는 그대로 가는데 비해 당원표가 47개 도도부현별 1표로 줄어들면서 의원들의 영향력이 커집니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 대중의 지지도는 높지만 당내 기반이 약한 고노보다는, 의원들의 지지가 두터운데다, 호소다파 일부의 지지를 받는 다카이치와 연합한 기시다가 결선투표에서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차투표에서 고노는 당원표에서는 큰 격차로 기시다와 다카이치를 이겼으나 기시다에게는 물론 의원표에서는 3위 다카이치에게도 밀리면서 1차선거에서는 기시다가 총득표 1표차로 이기고 과반수득표자 없는 상태로 결선으로 갔고, 결선에서는 다카이치의 호소다파 표를 흡수한 기시다가 의원표에서는 압도적으로 이기고, 지역 당원표에서는 고노가 압도적으로 이기면서 최종적으로는 기시다가 큰 표차로 총재선에 당선됩니다. (아베도 이런식으로 이시바 시게루를 꺾고 2012년에 총리가 됨.)

기시다는 당내 주요 파벌인 기시다파의 수장이고, 또 온건한 중견 의원들의 필두와도 같은 존재여서 당내 기반 자체는 확고한 편입니다. 게다가 라이벌인 고노가 좌충우돌하는 행보로 노장들의 신뢰를 잃은 가운데, 반 고노파가 결집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또 오늘 1차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극우파의 대표인 다카이치 사나에와 결선투표에서 연합하면서 그쪽의 표를 물려받은 부분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2. 기시다 후미오는 누구인가?

이유야 어쨌든지 간에 최소 11월, 그리고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앞으로 당분간 일본 행정부의 수장이 될 기시다 후미오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기시다 후미오는 1957년 도쿄에서 태어났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히로시마현에서 1993년부터 중의원 의원에 재임중입니다. 많은 일본 정치인들이 그렇듯 기시다 역시도 조부 시절부터 정치를 해온 3세 정치인 집안으로 본인의 아들도 현재 비서를 하고 있어 큰 이변이 없으면 4대째 정치를 할 정치가 가문 출신입니다.

기시다는 일본의 명문고인 카이세이開成고등학교 출신으로 와세다대 법학부를 졸업했습니다. 보통 이정도면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데, 기시다의 경우 아버지도 그렇고 집안에 도쿄대를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많아 본인은 도쿄대 합격을 위해 3수를 했지만 결국 와세다대에 갔다고 합니다. 다만 지금은 이것이 그에게서 지나친 엘리트의 향기를 다소 지워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나도 당신들처럼 소싯적에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우.” 는 식의…)

아무튼 와세다대를 졸업한 기시다는 장기신용은행(현 신세이은행新生銀行)에 입행하여 외환거래부서와 시코쿠 지역의 지점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특히 시코쿠 지점에서 일한 경험은 실물경제와 사회의 어두운 면을 체험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합니다. 아무튼 은행생활을 마친 기시다는 다른 2세 정치인들처럼 아버지의 비서로 들어가 경력을 쌓은 뒤 정계에 입문했고 이후 지금까지 죽 정치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기신용은행은 경영위기로 신세이은행으로 재편된 뒤, 1금융권 끝자락에서 놀다가 최근에는 최근 SBI은행(우리가 잘 아는 SBI저축은행의 모회사)의 적대적 인수합병 시도로 골머리를 앓고 있음.)

기시다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기 전에 외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을 역임합니다. 아베정권 당시 입각하여 외무상을 역임했는데, 당시 한일 위안부 협정에서 한국측의 카운터파트이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정권의 대중압박의 와중에서 일본 외교라인의 총책임자로서 미국과 호흡을 맞춰 중국과의 교섭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또 이후 ‘당3역’(간사장, 총무회장, 정무조사회장)이라고 불리는 자민당의 쓰리톱중 하나인 정무조사회장(약칭 정조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일본 정계에서는 커리어상 거의 만렙을 찍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기시다를 더 알아보기 전에 우리는 기시다가 속한 자민당내 파벌인 기시다파, 아니 정식 명칭인 코치카이宏池会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민당은 1955년에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쳐서 만들어진 정당입니다. 자유당은 이른바 요시다 독트린, 즉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경제발전에 주력한다는 자유주의적 노선이었고, 반면 민주당은 군비강화와 민족주의를 중시하는 우익적 노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자유당의 자유주의적 노선을 이어받은 것이 이른바 보수 본류 계파(대표적으로 기시다파), 그리고 우익적 노선을 이어받은 것이 보수 방류 계파(대표적으로는 아베 전 총리가 속했던 호소다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치카이는 이 자유주의적 보수 본류의 총본부라고 할 수 있을 명문 계파입니다. 이 계파가 만들어진 것은 일본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이케다 하야토池田勇人 전 총리에 의해서입니다. 전후처리 및 미일방위조약을 둘러싸고 극심한 좌우 정치대립이 기승을 부린 50년대를 뒤로 하고, 1960년대의 일본은 고도성장을 거듭하는데 이 때를 대표하는 정치인이 이케다입니다. 이케다는 일본경제사, 정치사에 흔히 등장하는 그 유명한 “국민소득배증계획”을 제창하며 고도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치에 주력합니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그를 트랜지스터 세일즈맨이라고 비아냥댔을 정도로 정치보다는 경제분야에 더 주력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이런 이케다의 정치활동을 뒷받침한 당내 파벌이 코치카이였고, 당시 잘 정비된 인맥 및 정치자금 인프라(?)로 인해 아직도 코치카이는 자민당내 유수 파벌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수 본류라는 폼나는 이름과는 별개로 코치카이는 1993년 미야자와 키이치 총리를 마지막으로 거의 한 세대 동안 총리를 배출한 바 없었습니다. 실제로 파벌 의원 숫자에서도 아베가 속한 호소다파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규모로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한다면 아주 오랜만에 일본에서는 온건파의 대표격인 코치카이에서 총리를 배출했다는 것이고, 과장 좀 많이 보태 말하자면 유사 정권교체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할 바는 절대 아닙니다. 아마 선거에서 진 고노와 다카이치 진영에서 상당수가 기시다 내각에 들어갈 것입니다.)

물론 보수 본, 방류의 구별은 오늘날 현대 일본 정치에서는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된 편이고, 본류라고 해서 무조건 온건하고 방류라고 해서 무조건 다 과격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애초에 자민당이라는 정당 자체는 같은 이념을 가진 동지들이 모인 정당이라기보다, 명사들과 지역의 유지들이 모인 연합군의 성격이 강합니다. 애초에 현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주요 멤버들의 상당수도 자민당 출신일 만큼 자민당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민당이나 그 예하의 파벌들을 획일적으로 이렇다 저렇다 규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시다를 코치카이의 일원으로만 보는 것은 협소한 해석이고, 우리는 정치인 기시다 개인을 더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시다는 이번 총재선 출마연설에서 작은 메모장 한 권을 한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기시다 노트라고 불리는 이 작은 수첩에는 기시다가 의정활동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기록한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합니다. 이 작은 퍼포먼스를 통해 기시다는 강력한 자기만의 정치 노선을 추구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최대공약수적 정치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취임 후 일성으로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정치”를 지향한다는 점을 강하게 피력했는데, 기시다의 이런 캐릭터를 고려하면 립서비스 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기시다가 피력한 공약들은 하나하나 뜯어보면 다 정론인데 막상 다 듣고 나면 뚜렷한 인상이 남지는 않는 그런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뒤집어서 말하면 극우계의 다카이치 사나에와 같은 돌출적이고 과격한 노선을 지향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출마선언과 기자회견에서 기본적으로 기시다는 코로나 대책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면서,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통한 거시경제 펌핑에 주력한 아베노믹스와는 달리 복지와 분배를 더 중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는 의견을 폅니다. 일본 현지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가장 제기되는 비판이 거시경제지표 자체는 좋은데 가구별 가처분소득 등 국민들이 체감하는 부분이 별로 없다는 것인데, 기시다는 이런 부분에서 분배정책 강화 등으로 개선을 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외교적으로는 인권과 법치주의에 기초하여 미국 등 자유진영과의 연대를 강조했고, 인상적이었던 부분으로는 중국 위구르 등 인권문제 관련 보좌관을 설치할 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부분입니다.

한편 여론조사 1위를 기록했던 고노 전 방위상이 낙선한 이유가 바로 이런 기시다의 특징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고노담화로 유명한 고노 료헤이의 아들로 방위상과 규제개혁담당상을 역임한 고노 타로는 대중적인 지지도는 대단히 높은 편입니다. 그도 그럴게 트위터를 활발히 사용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정도로(직접 봤는데 언변이 좋은 편) 대중에 대한 노출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 스가정권 출범 이후에는 규제개혁담당상으로 일본의 악명높은 ‘서류결재 도장’을 전자결재로 전환하고 백신접종을 총지휘하는 등 대중의 이목을 끄는 포스트를 많이 맡은 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고노가 기시다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부분입니다. 고노가 처음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것이 동일본 대지진 이후 탈원전을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른이 돼라.”는 스가 총리의 고언(?)을 받아들여 자신의 신념을 꺾고 아베 정권으로 들어가 방위상 등을 역임하며 기존의 탈원전 소신을 봉인합니다. (당연히 이번 선거에서도 탈원전 입장이 질문되었고 고노는 장기적으로는 탈원전을 지향하나 현재 원전가동을 중지시킬 생각은 없다. 고 합니다.)

이외에도 여계텐노론(지금 텐노가 딸 밖에 없는데, 그 딸이 결혼해서 낳는 자식 쪽으로 텐노 지위를 계승할 것인지), 선택적 부부별성제 지지 등 개혁파의 이슈를 덥썩덥썩 물면서 개혁 이미지를 쌓긴 했는데 이게 의외로 역풍이 커서인지 정작 총재선 출마선언에서는 모두에서부터 본인이 보수정치인임을 강조하는 등 이랬다 저랬다 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대중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고노는 자신이 속한 아소파 의원들의 통일된 지지도 끌어내지 못하면서, 또 다른 유력 총리후보였던 이시바 시게루와 우리나라에도 밈으로 잘 알려진 고이즈미 신지로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의원투표에서 떨어지고 맙니다. 심지어 고노가 속한 아소파의 수장인 아소는 처음에는 고노의 출마를 반대하다가(“이번에 총리가 되면 단명한다.”는 걱정을 빙자한 반대), 나중에는 출마를 반대하진 않는다, 하려면 제대로 해라! 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입니다. 사실 뭐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여론조사는 잘 나오는데, 당내 입지가 취약한 대선주자들도 있고 하니, 그런 케이스의 일본 버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요약하자면 기시다는 본인 스스로가 당내 온건파의 대표주자라는 것을 공언할 정도로 크게 모나지 않는 정치적 노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 본인 캐릭터 자체도, 미디어 노출을 보면 알겠지만 과격한 언행으로 팬덤을 끌어모으기보다는, 적을 만들지 않는 신중하고 온건한 면모가 강하기도 합니다. (출마선언 유튜브 영상에서 제일 인상깊었던 댓글이 “직장의 사람좋은 상사가 생각나서 왠지 친근감이 느껴진다.” 였습니다.) 물론 연합정치로서의 의원내각제를 보면 이런 본인의 개성이 얼마나 발휘될 지는 모르겠지만, 강경우파의 대표격에 자기주장이 강한 아베의 집권기와는 다소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향후 전망은?
1) 우선 일본은 행정수반 하나 바뀐다고 나라 전체가 싹 물갈이되는 그런 구조가 아니고, 각 파벌이 내각과 여당의 주요 포스트를 나눠먹는 구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달리 정부수반이 바뀌었다고 해서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급진적 변화는 없을 것입니다.

2) 가장 변화가 예상되는 곳으로는 경제분야를 예상합니다. 확장재정, 금융완화, 성장정책을 3개의 화살로 내세운 아베노믹스와 달리, 기시다는 낙수효과의 미진함을 비판하며 분배정책에 더 주력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일본 주식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과거 아베노믹스와 같은 증시견인 및 경기부양과 같은 호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오늘 취임 인터뷰에서 코로나 대책으로 대규모 부양정책 등을 시사한 바 있어서, 급작스러운 증세 등의 긴축정책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적어도 한동안은 현재와 같은 정부발 확장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3)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당분간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일본에서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는 것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 현금화인데, 만약 정말로 현금화가 되어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장부가 변화한다면 한일관계에 상당한 쇼크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이런 부분은 일본 국내에서는 매파와 비둘기파를 막론하고 어느 정도 합의가 있는 부분이라, 국제협력을 중시하는 기시다라고 해도 정말 위 사태가 벌어진다면 한일관계 경색을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기시다 정권이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서 장기적으로는 호재인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기시다는 한일 대립구도 속에서 적대적 공생을 추구하는 극우파 정치인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한국 때리기를 하면서 지지율을 결집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고(없진 않습니다.), 또 본인의 캐릭터 자체도 신중한 편이라 예측불허의 망언을 남발하며 국제적 리스크를 올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지금의 관계경색 상황이 개선된다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기시다 총리는 그리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봅니다.

여담으로 혐한류의 뒷받침을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개인적으로는 최악이라고 봤는데 그건 피했습니다. (넷우익들 열폭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다만 이번 총재선에서 다카이치가 기시다에게 협력한 만큼 정권 지분을 받을텐데 여기서 파생하는 한일간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다카이치는 총재선에서도 독도 관련 망언을 하는 등 극우적 행보를 보였는데, 만일 이 양반이 정권의 외무상이나 방위상 등 한국과의 접점이 있는 포지션을 맡을 경우 우리나라를 망언이나 야스쿠니 참배 등으로 자극하는 등의 리스크가 우려됩니다.

4)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기시다가 계속 총리직에 있는다는 전제 위의 이이기입니다. 문제는 오는 11월 일본에서는 중의원(하원) 총선거를 하게 되는데, 총선거 승리여부에 따라 기시다의 거취도 정해질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의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자체가 워낙 규모가 영세해서 딱히 자민당을 이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지만, 앞서 말한대로 현재 코로나로 인해 정권과 여당에 대한 불만이 있는 상태라 아베 시절과 같이 자민당이 무조건 유리한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적 인기가 다소 낮은 기시다가 대표가 된 것은 자민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9-1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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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29 22:02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큰틀에서의 변화라기보다는 안정적 변화겠네요..
한뫼소
21/09/29 22:16
수정 아이콘
신세이 은행에 시코쿠면 은행맨 커리어로만 봐도 좋거나 즐거운 경험이라고 보긴 힘들텐데, 신기하네요. 여러가지 일면을 경험했다는게 빈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구조에 대한 개요에 더해 좋은 통찰 감사합니다.
이그나티우스
21/09/29 22:24
수정 아이콘
장기신용은행이 버블붕괴 후 한번 작살이 났었어서 지금의 신세이은행과 위상 차이는 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꽃길만 걸은건 아닌 것 같긴 합니다. 시코쿠 시절에는 도산하고 사장이 야반도주한 조선회사도 처리하고 그랬다고 하니까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뫼소
21/09/29 22:29
수정 아이콘
예. 말씀하신대로 구 장기신용은행과 코치카이의 관계를 알아보니 좀 더 재미있네요. 그냥 별거없이 은행맨으로 꽂힌 건 아닌 것 같은데, 그럼에도 다른 경제권역상 꿀땅같은 곳이 아니라 귿이 시코쿠에서 굴렀다는 건 재수경험까지 더해서 호감포인트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그나티우스
21/09/29 22:3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정치인에게는 지나친 탄탄대로보다는 적절한 고생담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합니다.
AaronJudge99
21/09/30 11:09
수정 아이콘
시코쿠가 왜 그런가 햇더니 일본 내에서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곳이었군요...
Bronx Bombers
21/09/2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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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한일관계는 한국측의 대응에 따라 달린거라고 보기 때문에, 일본 정치 지형의 변화로 한일관계가 바뀌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자민당 어떤 계파를 봐도 한일관계는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복지부동, 현재 스탠스 그대로 간다라는게 암묵적으로 합의된지라. 어차피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고, 일본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한국에게는 없으니 당연한 수순이겠죠. 다카이치정도의 꼴통 극우는 아마 말로는 많이 빡치게 할텐데, 사실 다른 사람이 됐더라도 입만 안 털 뿐이지 뭐 크게 안 바뀔겁니다.

말씀하신대로 한국에서 미쯔비시 자산 현금화가 과연 대법원 판결대로 이행 될 것인지, 아니면 문재인 정권이 적당히 무마하거나 차기 정권으로 공을 넘길 것인지가 향후 한일관계를 결정하겠죠.
아케이드
21/09/29 22:31
수정 아이콘
자산 현금화는 어차피 차기 정권으로 넘어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21/09/29 22:35
수정 아이콘
자산현금화 문제는 한국 정부도 솔까 하기싫어하는 눈치인데 어떻게 결말이 나련지 모르겠네요 크크 이미 문피셜로 재산 강제집행은 적절하지 않다는 메세지가 있었으니...

아마 정부도 조용히 흐지부지되는걸 원할텐데 자기 지지층을 고려하면 이것도 쉽지는 않으니 그냥 폭탄 돌릴거같아요.
헤일로
21/09/30 00:56
수정 아이콘
일본 우익계열이 말하는 볼은 한국에 있다. 혹은 골대를 한국이 바꾼다. 같은 말이라고 이해하는 거라면, 제가 오해하는 거겠죠?
Bronx Bombers
21/09/30 06:43
수정 아이콘
이해하신게 맞고요. 상황도 걔네들이 의도했던 수순으로 가고 있어요.

여기까지 온 이상 한국이 말하는 도덕적 당위성과는 별개로 일본이 이 문제에 대해 100% 책임지는 해결안은 이제 더 이상 이뤄질 수 없다는게 제 얘깁니다.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합의 끝났다가 일본 입장이고 한국은 이걸 한국쪽에 유리하게 뒤집을 수 있는 힘도 명분도 없죠. 강제징용의 자산 현금화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 리스크가 진짜 큰 행위라 이것만큼은 아무리 일본을 싫어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도 더더욱 취하기 힘든 선택지입니다. 그럼 결국 한국 정부가 어떻게든 책임지든지 무마하는 단계로 갈거라 보고 있어서.
이그나티우스
21/09/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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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하신 데 저도 동의합니다. 단순히 삼권분립이라고 퉁쳐버리기엔 자산몰수조치에 따르는 후폭풍, 리스크가 너무 커져버렸습니다. 현 상황의 리스크는 단순히 한일관계를 넘어 한미관계에도 영향을 주게 될테니까요. (물론 우리는 다 잘못했고, 일본 입장이 무조건 옳다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일본 비위를 맞춰줘야 했다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저는 우리나라 정부가 이런 상황이 예상됨에도 대안적 민사 해결수단(화해, 합의 등)를 강구하지 않고 그저 법원의 판결만 천수답식으로 기다린 것이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일본도 적대적 공생관계를 어느 정도 바랐지만 우리가 그렇다고 거기 맞춰줄 이유도 없었는데요.
헤일로
21/09/30 13: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뇨 제 말은, 일본 우익계열에서 자신들은 모든 부분을 정당하게? 이행하고 있는데 마치 한국 쪽에서 잘못, 한국에게 도덕적 책임론을 제기하는 주장에 동의하냐는 것이죠.

님 글 뉘앙스를 보면, 그냥 한국이 역학적으로 불리하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요.?
Bronx Bombers
21/09/30 13:13
수정 아이콘
위안부 합의 후 파기 문제는 일본쪽에 명분이 더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국가원수간 합의를 뒤집는건 말이 안 되죠. 피해자 설득이야 그걸 사전에 제대로 못한 한국 정부(정확히는 박근혜정부)쪽 책임인거지 일본은 한국이 합의한 이상 그 이후는 신경 쓸 필요가 없고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간단한 얘기죠. 국회 비준 얘기까지 나온건 이미 돈까지 받아놓고 재단 설립한 상태에서 한거니 의미 없는 얘기고. 님이 말씀하신 일본 우익쪽 얘기가 틀린 얘기가 아닙니다. 이 얘기를 듣고 싶으신건가요?

강제징용 문제는 한국쪽이 힘의 논리에 의해 결국 떠앉게 될거라는 얘깁니다.
헤일로
21/09/30 13:44
수정 아이콘
핀트를 잘 못 잡으시는 것 같습니다.
내용 중에 '힘의 논리'라고 말하는 걸 보면 결국 이 상황을 자신은 부당하게 바라 보는 것 같은데 말이죠.
Bronx Bombers
21/09/30 13:54
수정 아이콘
제가 부당하게 보는거랑 실제 상황이랑 꼭 같이 갈 필요가 없죠. 마음같아서야 일본 총리가 마음의 집 방문해서 할머니들 두 손 잡고 직접 사과하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럴 일이 없으므로 아무런 의미 없는 얘기고, 걔네들은 '우린 이미 합의 했고 돈도 다 줬으므로 나머지는 당신들이 알아서 하시오'라고 해도 방법이 없는거죠. 반대로 일본에서 위안부 할머니들한테 배상금 다 주고 일본 총리가 직접 머리 조아리면서 사과하고 '위안부는 일본 제국 시절 국가적으로 저지른 전쟁범죄'라고 선언하고 문서까지 남겼는데 총리 바뀌고나서 다음 정권이 합의 뒤집으면 한국이 그거 용납할 수 있습니까?

아무리 듣기 좋은 소리 해도 벽에다 대고 얘기하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솔직히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건지 모르겠는데요.
헤일로
21/10/0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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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지는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님께선 현실주의 관점인 거죠.
역학적으로 불리하니 힘들다...뭐 이런 거.
예전에 pgr에서 그냥 우익계열 대변하는 댓글이 추천을 받길레 한번 그런 주장이었는지 떠 본 거였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배상금 명목으로 돈을 준 적은 없죠. 애초에 식민지 국가에서 배상금 명목으로 돈을 주는 사례는 찾기 힘들고..
21/09/3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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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적으로 불리한게 사실인게 강창일 주일대사 피셜로 현재 위안부 합의는 파기된게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 피셜로 미쓰비시 자산현금화는 부적절합니다. 한국정부 입장이 수세적인만큼 역학적으로 불리한건 사실이죠. 이걸 풀어내는게 외교력이구요.
헤일로
21/09/3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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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적으로 불리한 거랑, 어느 쪽이 잘못했다. 라는 거랑은 다르죠.

애초에 저나라 우익계열은 우리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입막음 하려고 해도 저쪽이 날뛴다 정도의 인식이니..
21/09/3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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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글쌔요 원댓글은 전형적인 현실주의 외교론적 관점인데 이게 뭔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문정부가 도덕성 당위를 강하게 주장하며 일본에 맞서고 이 전략이 효과적인 상황에서 bomber님이 일본 입장에 공감(?)하는 댓글을 단거면 몰라도(전 이래도 문제없는 댓글이라 보지만요) 문정부가 이미 가불기 걸려서 20년도부터 일본에 강하게 못나가는 상황에서 현 상황을 담백하게 바라보는게 어떤 사상적(?)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제발 한국인이라면 대일외교에 있어선 일본만 비판해야한다 뭐 이런건가요? 박근혜때 거하게 똥볼차서 지금 한국이 가불기 걸려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도 일본비판만해야 되는겁니까
헤일로
21/10/01 14:33
수정 아이콘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인지 한번 떠 보는 거였습니다.
현실주의적인 취지면 그런 의견이야 포용 가능하고요.

다만, 외교에서 현실주의를 주장할 때는 꽤 그 패턴이 비슷한 것 같더군요. 대 중국, 대 미국, 혹은 북한과의 정책(헌법상 북한은 나라가 아니니..)에 대해서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먼저 숙이고? 가야 한다. 뭐 이런 건데.. 그런 사례는 만들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력차가 심해도 적어도 형식적이라도 주권국가들 사이에서는 왠만하면 안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공항아저씨
21/09/2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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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1/09/2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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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스가보다는 좀 더 무게감이 있는 총리가 탄생했다고 보면 되려나요? 스가는 제 기억에 뽑힐때도 "엥 쟤가?"이런 분위기였고 패전처리투수란 평도 있었고 실제로도 빨리 강판되었으니...
Bronx Bombers
21/09/29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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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보다는 입지가 더 탄탄하죠. 스가와는 다르게 기시다는 정치 명문가 출신이고 계파의 수장으로서 자민당 내에서 전략적으로 육성된 금수저 정치인이고, 스가는 무계파 관료형 정치인에 가까우니까요. 중국으로 치면 스가는 리커창, 기시다는 (집권 초기) 시진핑과 대강 유사합니다.
이그나티우스
21/09/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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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는 일단 본인이 무파벌인데 파벌연합(호소다, 아소, 니카이파)으로 등판한 격이라, 파벌수장이 총리가 된 이번 선거와는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21/09/2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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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치에 관한 좋은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그나마 최선의 후보가 당선된 셈인데, 문제는 기시다 정권이 얼마나 연명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네요. 말씀하셨듯이 코치카이의 당내 세력이 그다지 굳건하지 못한데다, 선거 과정에서 정책상으로는 대척점에 있는 다카이치를 지지하던 최대 세력 세이와카이와의 연계를 통해 당선된 셈이라, 리더쉽을 발휘하기 용이하지 못한 상황이죠. 당내 중진인 니카이파와의 대립이 어떻게 해소될런지.. 또한, 일본정치에서 '온건한 조정자역' 이라는 포지션의 정치가가 총리로서 롱런한 케이스가 그다지 없기도 하구요.

다행인점이 있다면, 일본 코로나 상황이 매우 호전되고있고 긴급사태선언 해제를 눈앞에 두고있는지라, 이러 분위기를 등에업고 총선거에서 낙승한다면 초반 순항에는 문제없을 것 같네요.
이그나티우스
21/09/30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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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지적해주신 바대로 기시다 정권은 정치공학적으로 본다면 기시다파와 호소다파, 그리고 여타 파벌들의 노장들이 주축이 된 정권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연립정권 형태는 의회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흔히 나타나는 것이고, 이걸 넘어서 자기 정치를 하는게 또 기시다 본인의 역량일 겁니다.

오히려 저는 기시다 정권의 가장 큰 약점은 부족한 대중적 인기에 따른 총선거의 어려움에 있다 봅니다. 최근 여론조사 1위가 45% 전후를 달리는 고노이고, 기시다는 다카이치와 비슷한 수준의 10%대를 달리고 있습니다. 본문에도 적었듯 안 그래도 코로나로 인해 민심이 흉흉한 상황에서 대중적 인기가 부족한 총리가 선거의 전면에 나선다는 것은 자민당 입장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일단은 자민당 승리가 정배겠지만, 아베시절과 같은 대승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의석을 대폭 잃는다든지 하는 상황이 되면 총리의 지위도 위험할 지 모르겠습니다.

또 한가지 파벌 관련 쟁점은 니카이 토시히로 간사장과의 대립구도입니다. 이번 총재선에 출마하며 기시다는 "당내 직위의 임기를 1년씩 2회 연임하여 총 3회(3년)로 제한하자."는 폭탄발언을 합니다. 니카이 간사장이 현재 5년째 간사장직에 재임중이므로 사실상 물러나라는 압박입니다. 또 이러한 임기의 제한 문제는 노장파와의 대결구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늘 취임하자마자 기시다가 중견, 소장 의원들의 등용을 천명한 만큼 자민당 내 세대교체 바람을 타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及時雨
21/09/29 23:06
수정 아이콘
총리가 되기 전까지 상당히 자기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정치적인 처신을 잘해온 인물이더라고요.
기나긴 정치인생에도 불구하고 작년에서야 처음으로 자기 이름으로 저서를 낸 걸 보면 아직 어느 방향으로 성향이 표출될지 알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이그나티우스
21/09/30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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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본인 저서 출판 부분은 잘 지적해주셨습니다. 스가가 승리한 지난번 총재선거에서 기시다는 큰 표차이로 졌고 그래서 당내에서는 "기시다는 이제 끝이다."는 조소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때 기시다와 그 보좌진들이 주목한 기시다의 가장 큰 약점은 뚜렷한 개성이 없고 자기만의 주의주장이 부족하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과 기시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책을 출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와신상담을 위한 나름의 수단이었던 셈이죠.

또 같은 이유로 기시다는 개인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kishidafumio230)도 만들어 총재선거 전후로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기간 동안 기시다는 '기시다 박스'라고 불리는 질문지함에 질문지를 공개 모집하여 그에 대해서 유튜브 채널에서 답변하는 1시간 전후의 긴 영상들을 여러차례 게시하였습니다. (내용 자체도 좋아서 일본어 청취 가능하고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기시다의 딕션도 좋은 편이라 참조할만 합니다.) 후보자 개인의 개성이 중요한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이정도로 적극적으로 주의주장을 발산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상당히 칼을 갈고 나왔다는 부분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토피넛라떼
21/09/29 23:24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언급해주신대로 현 시점에서 크게 의미있는 분류는 아닐지 몰라도 정말 오랫만에 이케다파를 뿌리로 둔 총리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묘한 기대감이 들기는합니다. 또 반대로 생각해보면 근 20년간 자민당 출신 총리 중에 가장 온건한 노선을 취했던게 기시파의 적자격인 후쿠다 총리였다는 것도 아이러니기는 하네요.
21/09/2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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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한 신문기사보다도 더 깊이가 있네요.
오지키
21/09/29 23:4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야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글, 감사합니다.

2주 전쯤 이시바가 나온 어느 방송의 클로징에서 모리토모 학원에 대해 급질문을 하자 아무래도 파헤칠 수 밖에 없을거라고 말하면서 화기애해하게 끝나서 코노가 당선되면 tbs나 아사히에서 칼춤에 동조해주는 그림을 그릴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조금 아쉽게 되었네요. 코노의 성격 상 언젠가 다시 도전하겠지만 부디 이시바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 좋겠네요.
이그나티우스
21/09/3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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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사실 이번 총재선 선거전에서 이미 주요 후보들이 모두 모리토모 문제에 대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기에 별로 놀랍진 않습니다. 심지어 고노도 출마선언 당시 사법절차를 밟고 있으므로 추가적 조치는 없다는 발언을 한 만큼 사실상 덮어두기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민당 장기집권, 특히 아베 장기정권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의 한 사례라고 봅니다만 뭐 남의나라 얘기라 뭐라 하기도 좀 그렇긴 하네요.

고노의 경우 말씀하신 대로 이시바와 같은 전철을 밟고 있습니다. 이시바가 국민적 지지는 높은데, 독고다이를 추구하는 본인 스타일 탓에 당내 지지세력을 많이 구축하지 못해 4번이나 총재선에서 낙선한 바 있습니다. 고노 역시 비슷한 케이스죠. 본인의 튀는 성품 등등 해서 당내 인망이 넓지 않은 모양입니다. 오늘 이시바가 총재선 종료 후 지방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 안되는 현재 자민당 총재선 시스템이 문제다, 라는 발언을 했는데 자민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지적이기도 합니다. 이번 선거에선 호소다파와 기시다파 등 파벌간의 정치적 야합으로 여론조사 1위 후보 대신에 2위 후보를 선택했고, 그 탓에 국민 상대로의 총선거에서 어려움에 빠질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1/09/2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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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앙겔루스 노부스
21/09/30 00:41
수정 아이콘
어른스럽게, 어른이 되라 이런 부분 일본 문화에서 꽤나 중요한 부분이죠. 대신급 인물이 공개발언으로 한국보고 어른이 되라 이런 소리도 나오곤 하니. 저 소시적엔 한국에서도 어른이 되는게 중요했는데, 이제 한국은 딱히 그렇지 않은거 같지만 일본은 여전한거 같아서, 두 나라가 가는 길이 갈린지는 꽤 되는거 같습니다. 한국은 10년텀두고 일본 따라간단 말 요즘도 하는 사람 있는데, 그런 말 보면 솔직히 좀... 후후

기시다는 그야말로 일본 정통어른, 솔까 아베보다 더 어른인 정치인이고 캐논? 니콘? 은 그런 인물이 전혀 못되는 양반이었죠. 저 밑의 어느 글에서도 기시다가 될 거라고 썼었는데, 그것도 그런 이유이고. 위안부협의에서 한국을 거하게 털어먹은 기시다긴 합니다만, 그건 기시다가 유능하고 한국 외교당국이 멍청해서 당한거니 할 말 없죠. 위안부합의에 대한 개인적 분노와 별개로, 그 자체는 일본이 정말 잘한 협상이고, 그걸 이끄는 기시다를 보면서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았었네요. 저 양반은 상황에 맞춰 정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보는지라, 크게 무리하지 않고 잘 이끌어갈거라 봅니다.
21/09/30 05:39
수정 아이콘
와... 이 정도의 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서지훈'카리스
21/09/30 07:3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어떤 인물인지 정보가 부족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일관계에 개선이 필요하고 또 그를 위해서는 미쓰비시 자산동결 매각은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계약 합의된 사항을 중시하는 일본애들 입장에서 어떤 한국과 우호적인 움직임도 할 수 없게 만드는 조치라고 봅니다.
중국의 위협성 증가로 인해 한미일간 공조 협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21/09/30 07:51
수정 아이콘
오우 깊고 좋은 글이네요
21/09/30 08:46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벙커속에 다크
21/09/30 10:24
수정 아이콘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김곤잘레스
21/09/30 10:5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치체계가 다르다보니, 국민지지율이 저렇게 차이가 나는데도 정치권력의 톱이 의원들 손들기로 결정나는게 여전히 좀 와닫지 않네요. 역시 직선제가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醉翁之意不在酒
21/09/30 11:55
수정 아이콘
직선제는 직선제대로 또......
트럼프라든가.....
21/09/30 13:27
수정 아이콘
저도 그게 좀 낯설더라구요 한국정서로는 용납이 안되는 문제죠 크크 "아니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짝짝꿍해서 뽑았다고?!?!"

한국이 내각제 도입하고 저런일 터지면 바로 대통령제 복고 광화문 시위각 크크
이그나티우스
21/09/30 13:56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당장 일본 현지에서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당원투표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민심과의 괴리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대통령중심제에 익숙한 우리가 의원내각제 국가를 바라보는 데서 오는 생소함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내각제에서는 수반을 직선으로 뽑지 않으니 우리 입장에선 투명하지 않다고 보일 여지도 있는 것이죠. 그렇지만 의원내각제도 엄연한 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만큼 어느쪽이 낫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AaronJudge99
21/10/10 08:36
수정 아이콘
자민당은 가끔가다보면 중국 공산당 마냥 사회의 엘리트들을 다 빨아들이고 굳건한 집권세력을 유지하는거같아요 중국보단 낫지만 야당이 별 힘이 없어보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처럼 야당 여당이 몇년마다 바뀌고 맨날 죽어라 싸우는 나라가 은근히 아시아에서 흔치 않은거같기도 해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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