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작성한 창문형 에어컨 글에 홈짐 장비 관련 관심을 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제가 직접 사용해보면서 제 값을 한다고 생각하는 장비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홈짐의 핵심은 ‘공간과의 전쟁’입니다. 큰 집에 혼자 살며 안방 하나를 통으로 운동방으로 만드는 분이 아니라면 보통은 베란다 혹은 작은 방 정도에 꾸미는 것이 보통이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치닝디핑이나 문틀에 끼우는 철봉을 설치하기도 하죠. 본인의 운동 성향, 나에게 주어진 공간에 따라 선택할 문제입니다만, 중요한 건 본인이 밖에서 하던 운동의 최소 7할 정도는 홈짐에서 가능 혹은 대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헬스장에서 프리웨이트 및 머신을 이용한 보디빌딩을 취미로 하던 분이 치닝디핑 하나 구입한다고 해서 홈트레이닝으로 만족하기 어렵겠죠. 이런 경우는 보통 다시 헬스장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고, 돈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엔 철강 가격, 해운 운임, 홈짐 수요의 증가가 겹쳐 운동 기구, 장비들의 가격이 많이 올라간 편이라 더욱 신중하게 구매를 고려하는 게 좋습니다.
보통 Glute Strap 혹은 Ham Strap이라고 부르는 도구입니다. 보통 헬스장에선 레그 컬 머신과 같이 뒷벅지를 집중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죠. 그러나 홈짐에선 공간의 문제로 컬 머신을 따로 들이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레그 컬이 가능하도록 나오는 가정용 벤치도 있습니다만 어태치먼트가 부착된 상태라 무게가 무거워지고 벤치의 덩치가 커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루트 스트랩을 사용하여 노르딕 컬이라는 운동으로 레그 컬을 대체하는데요.
스트랩을 이용한 노르딕 컬의 장점은 우선 편리합니다. 벤치에 묶어도 되고, 벤치가 없다면 요가매트에 묶고 바닥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스트랩 하나만 있으면 되니 고정적인 공간 점유가 없고요. 다만 단점으로는 내 체중을 뒷벅지와 엉덩이의 힘만 이용해 버티고 당기는 운동이라 기본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초중급자는 내 체중의 부하를 분담할 수 있는 밴드를 사용하거나 바닥에 베개 등 가동범위를 줄일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난이도를 조절하여 수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기가 많은 운동이 아니라 국산 제품은 찾기 어렵고 미국에서 직구로 구입해야 합니다. 배송대행비 포함 약 5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고, 너무 비싸다고 느끼는 분들은 네이버에서 '화물 슬링벨트'로 검색하면 만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피트니스 브랜드에서 나오는 글루트 스트랩과 화물 슬링벨트의 차이는 벨트의 촉감 정도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공동주택에서 이웃에게 소음/진동 피해를 주지 않고 컨벤셔널 데드리프트, 펜들레이 로우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압축마블스펀지와 나무 발판입니다. 헬스장과 같이 상업용 시설에서도 소위 땅 데드는 진동 때문에 못하게 하는 곳이 적지 않죠. 물론 공동주택에선 그 소음과 진동이 더 심합니다. 요즘 홈짐을 꾸리는 인구가 늘고 3대 운동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어나며, 운동기구 업체들이 랙에 데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슬링벨트를 적용한 제품이나 작은 데드리프트 랙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이런 제품들은 소음은 나름 잡아주는 편이지만 진동에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소음은 잡아주니 문제가 없을 거라 오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은 문제가 있지만 아래 살고 계신 분이 보살이라 참고 있는 상황이라 봐야 하고요. 물론 100kg를 1kg처럼 살포시 내려놓는다면 괜찮겠지만, 처음엔 그렇게 할 수 있어도 나중에 힘이 빠지면 누구나 쿵쿵(...).
집에서 땅 데드를 하면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제 생각엔 두꺼운 압축마블스펀지가 사실상 유일한 방법입니다. 단단하면서 동시에 진동도 잘 잡아주는 제품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없습니다. 진동에 있어선 쿠셔닝이 좋은 물질을 쓰는 게 상책이죠. 저는 압축마블스펀지에 커버를 씌운 1단 강아지 계단 1쌍을 진동 흡수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압축된 스펀지라 쿠셔닝이 있지만 또 너무 푹푹 꺼지지도 않는 제품이고요. 스펀지로 인해 바벨의 높이가 높아진 만큼 나무 발판을 사용하여 맞춰주면 됩니다.
강아지 계단은 1쌍 기준 약 3만원 정도에 온라인을 통해 구입할 수 있고, 발판은 5~10만원 사이입니다. 집 주변에 목공소가 있다면 사장님과의 아슬한 밀당을 통해 원하는 사이즈로 저렴한 가격에 만들 수도 있겠죠.
기능성 체육관을 표방하는 곳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플라이오 박스입니다. 덤벨 들고 계단 오르기, 스플릿 스쿼트 등 좁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편측성 운동에 도움이 되는 도구입니다. 운동 중 무거운 케틀벨, 덤벨을 올려놓는 용도로도 쏠쏠하게 사용할 수 있고요. 저는 특히 '씰 로우'라는 당기기 운동을 할 때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했는데요.
http://youtu.be/zh+cjotL5gU?t=155
위 영상처럼 높이 조절이 가능한 벤치를 사용하는 등 어떻게든 벤치의 높이를 더 높게 만들어준 상태에서 하단의 바벨이나 덤벨을 당기는 운동입니다. 무거운 무게로 운동을 하면 다리가 위로 파닥파닥 들리는 모양새가 나오는데, 이 모습이 꼭 물개처럼 보인다 하여 씰 로우라고 부른다네요.
아무튼 이 운동의 장점은 허리 개입을 최소화하며 무거운 무게를 다룰 수 있는 로우 운동이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바벨을 이용한 로우 운동이라면 1) 벤트 오버 바벨 로우, 2) 펜들레이 로우가 있을텐데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일정 수준 이상의 허리 개입을 요구하는 운동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당기기 운동을 하면서 동시에 코어 등척성 운동도 되니 일타쌍피, 가성비가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스쿼트, 데드리프트 등 필연적으로 허리가 개입되는 운동에 쓸 에너지를 당기기 운동에 낭비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개인의 취향, 허리 피로도, 프로그램 구성에 따라 선택할 문제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저는 바벨 로우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주로 씰 로우를 합니다.
씰 로우 또한 노르딕 컬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선 아직 대중화된 운동이 아니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씰 로우용 벤치를 국내 업체에선 찾기 어렵고, Eleiko, Rogue 등 해외 업체에서 직구를 해야 하는데요. 그래서 저는 인클라인 벤치와 플라이오 박스를 이용해 씰 로우 셋팅을 만들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플라이오 박스는 온라인에서 6만원 대부터 시작합니다.
랜드마인은 헬스장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장비입니다. 보통은 티바 로우를 위한 용도로 많이 사용됩니다만, 상하체 편측성 운동에서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고요. 티바 로우를 제외한 용도에선 보디빌딩 보단 기능성 운동에 활용하기 좋은 장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머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홈짐과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짧은 기둥은 원판에 꽂고, 긴 기둥에는 바벨은 꽂는 간편한 방식입니다. 가격은 2만원 대부터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앙증맞게 생긴 바는 로더블(loadable) 덤벨, 우리나라에선 보통 아령봉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장비입니다. 홈짐에도 짐이라는 말이 붙는 만큼 그래도 바벨과 덤벨이 있어야 구색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텐데요. 일반적으로 홈지머들은 3가지 종류의 덤벨 중 하나 혹은 둘을 선택하는 편입니다.
1) 헬스장과 같이 개별 덤벨을 다 구입하여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운동에 있어선 가장 쾌적합니다. 다만 많은 덤벨을 거치할 공간과 개별 덤벨을 구매할 금전적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헤비급 유저가 아니더라도 예산을 100만원 이상은 생각해야 합니다. 금액이 부담스러워 저렴한 고무 덤벨을 산다면 훈련병 시절 화생방을 집에서 다시 한 번 하게 될 것입니다(...).
2) 홈짐을 대상으로 한 무게조절덤벨이 있습니다. 보통 전용 무게추를 탈착하는 방식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고요. 장점은 개별 덤벨을 하나하나 수집할 필요가 없어 공간 활용에 좋습니다. 단점은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무게추를 탈착하는 방식이라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무게 조절을 빠르게 할 수 있는 제품은 안전성이 떨어지고, 안전성이 뛰어난 제품은 무게 조절이 오래 걸립니다. 1쌍 기준 10~20만원대의 저렴한 카피 제품이 있고, 대표적인 무게조절덤벨 브랜드들의 제품은 보통 4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3) 바벨을 덤벨처럼 짧게 만들어 바벨용 원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게 나온 아령봉입니다. 장점은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원판은 있는 걸 활용할 수 있으니 봉만 구매하면 됩니다. 단점은 무게 조절을 위해 원판을 끼고 빼는 번거로움이 있고, 국내에서 판매하는 아령봉은 보통 50cm라 덤벨로 사용하기엔 길이가 너무 깁니다. 35~40cm 사이로 나오는 아령봉을 구매하시는 걸 권합니다. 국내에선 '쿠스포츠'라는 업체에서 짧은 아령봉을 판매하고 있고, Eleiko, Rogue와 같은 해외 업체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는 타오바오에서 배송대행비 포함 6만원에 1쌍을 구입했습니다.
* 손금불산입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3-08-0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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