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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05 13:27:26
Name 우주전쟁
Subject 스피릿호와 오퍼튜니티호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나? (수정됨)
스피릿호와 오퍼튜니티호는 쌍둥이 로버입니다. 모양이나 기능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로버들이었습니다. 둘 다 애초 미션 기간은 90일 정도로 예상하고 있었고 둘 다 예정된 미션 기간을 훌쩍 뛰어넘어서 탐사를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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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멈춘 것은 스피릿호였습니다. 2009년 스피릿호는 탐사 도중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빠져버립니다. 여기 지구에서 자동차가 모래사장에 빠지거나 눈밭에 빠진 것과 동일한 일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나사의 기술진들이 로버를 탈출시키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화성에 겨울이 닥쳐옵니다. 스피릿호나 오퍼튜니티호나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는 태양광 패널로부터 얻게 되는데 이때 태양빛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각도로 태양광 패널을 위치시키는 것이 핵심입니다. 모래사장에 꼼짝없이 빠져버린 스피릿호는 불운하게도 이 최적의 각도를 유지할 수가 없었습니다. 2010년까지는 그나마 멈춰선 자리에서 지구와의 통신은 유지가 되었지만 그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나사는 2011년 스피릿호의 미션종료를 선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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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튜니티호는 아시다시피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발단은 착륙 직후부터 이미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오퍼튜니티호의 착륙 직후 나사는 오퍼튜니티호의 로봇팔에 장착된 히터가 "온(on)" 모드로 켜진 상태에서 오프(off) 모드로 전환이 안 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스위치가 어디 낀 것처럼 "온" 모드에서 멈춰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굳이 필요가 없을 때에도 히터가 계속 작동하면서 안 그래도 아껴서 써야 하는 에너지를 빨아먹게 돼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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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에서 내놓은 해결책은 밤에는 로버를 아예 꺼버렸다가 아침에 다시 켜는 것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밤이 되면 집에 있는 두꺼비집을 내렸다가 아침에 다시 올리는 거였죠. 물론 이렇게 되면 밤 동안에는 로버가 차가워지게 되는 데 다행히 그게 운용 한계치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았기 때문에 나사에서는 매일 오퍼튜니티호의 전원을 끄고 켜기를 반복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딥 슬립(deep sleep)" 전략이었죠. 이 '딥 슬립' 전략이 아니었다면 오퍼튜니티호는 애초에 예상된 미션 기간인 90일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2018년 6월 화성에 관측사상 역대급 규모의 먼지폭풍이 불어 닥칩니다. 나사는 이 무렵에 오퍼튜니티호에 장착된 시계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5,000번 이상의 셧다운이 진행이 되면서 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닌 가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다 보니 로버가 밤에는 자야 되는데 자지를 않고 계속 활동 모드로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의 히터는 계속 켜져 있었을 것이고요. 안 그래도 먼지폭풍으로 충전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에서 딥 슬립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계속 켜져 있었을 히터가 남아있던 전력을 다 소비해 버렸을 거라는 게 나사의 생각입니다. 물론 이것은 나사에서 확실하게 확인해 주는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추정입니다. 사실 이미 한계치를 훌쩍 넘어섰기 때문에 어제까지 잘 움직이다가 바로 오늘 작동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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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전체를 포함하는 자기장도 없고 대기도 희박해서 태양으로부터 오는 방사선에 직접 노출이 되는 열악한 환경이기 때문에 오퍼튜니티호가 영구적으로 살아있을 순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만약 저 히터의 스위치가 고장이 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오퍼튜니티호는 오늘도 화성의 사진을 우리에게 전송하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그만 하라고 할 때까지는 계속 일 했을 친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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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21-06-24 16:15)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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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영화
20/08/05 13:45
수정 아이콘
https://creativepark.canon/ko/contents/CNT-0024559/index.html
https://creativepark.canon/ko/contents/CNT-0024525/index.html
다른 글에도 달긴 했었는데, 화성 탐사선 소장하기입니다!
우주에 대한 로망은 모두가 있는 것 같아요~
VictoryFood
20/08/05 14:08
수정 아이콘
사람이나 로봇이나 제대로된 수면과 식사가 이렇게 중요합니다.
20/08/05 16:30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이선화
20/08/05 16:40
수정 아이콘
미래에 로봇이 지배하는 세계가 되면, [노예처럼 부려먹히다 죽음을 맞이한 오퍼튜니티의 원수를 갚겠다 이 비열한 인간놈들아]라고 외치는 AI가 한 명 쯤은 있을 것 같네요 :b
-안군-
20/08/05 17:16
수정 아이콘
알파고님 미리미리 충성충성!! /^^
20/08/05 20:20
수정 아이콘
이런 로버들을 보면 꽤 빨리 움직일수 있을거 같은데 실제 움직이는 영상보면 엄청 천천히 움직이더라고요
지니팅커벨여행
20/08/06 18:52
수정 아이콘
마지막 사진에 까페베네 로고가 빠졌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메가트롤
21/06/25 08:1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유목민
21/06/25 09:34
수정 아이콘
둘 다 사실 NASA에서 뽕을 뽑아먹었죠.
그래도 지구처럼 비오고 눈오고 안하는 사막환경 비슷해서 더 오래 버틸 수 있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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