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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9/10/26 03:45:32
Name 박진호
Subject 오스카와 노벨상 주인을 바꾼 그 바이러스 (수정됨)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흥행 예감이 오네요.
호기심이 자극되지 않나요.
객관적으로 봐도 클릭해서 읽어보고 싶은 글이네요.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상 아카데미 (물론 로컬 영화시상식이지만)
과학에서 가장 유명한 상 노벨
이걸 연결하다니. 대단하네요.
아카데미 이야기부터 하면 끝까지 안 읽을거 같아서 노벨부터 할게요.


여기 위대한 과학자가 있어요.
그 이름 로버트 갤러. Robert gallo
이렇게 생기셨어요. 과학 잘하게 생기셨죠. 오늘의 주인공 중 한명이에요.

DrGallo

생물학자인 갤러 박사님은 IL-2와 HTLV-1,2를 발견하셨어요.
당황하지마세요. 스크롤 내릴 필요 없어요.
IL-2는 모르셔도 되고  HTLV는 바이러스 이름인데 요건 이야기와 관련있는거라 설명해드릴거에요.

HTLV는 Human T Lymphotropic Virus 의 줄임말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Human이 또 나왔네요.
인간의 T 세포에 사는 바이러스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어요. (T 세포는 바이러스 잡는 면역세포에요)
갤러 박사님은 HTLV의 발견을 통해 이 바이러스가 백혈병의 원인인 걸 밝혀냈어요.
바이러스는 자체적으로는 번식할 수가 없어서 세포안으로 침입해요.
숙주세포에 있는 단백질로 DNA 복제하고 옷도 만들고 해서 세포를 깨고 나오죠.
그런데 HTLV는 RNA바이러스에요. 복잡해지고 지루해지시죠? 일단 이거 보고 가시죠.


오스카가 날아가는 순간이에요.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이에요. 디카프리오.
잘생긴 얼굴, 연기력, 인기, 돈, 20대의 금발미녀 여자친구, 남부러울 것이 없는 그였지만 한가지 아쉬운게 있었으니
바로 오스카 상.
레오는 이 영화를 찍기까지 총 3번 오스카 연기상 후보에 오르죠.
조연 1번 주연 2번.
하지만 당시에는 상을 못 받은 걸 한탄할만큼 유력한 후보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에게 절호의 찬스가 오죠.
바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에서 명연기를 펼치게 돼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단독 드리블로 돌파하죠.
마약, 댄스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누가봐도 오스카 주연상을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했죠.
영화도 잘 빠졌고, 감독도 마틴 스코시지.
하지만 그 바이러스를 만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죠.
이 모든걸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어요. 마틴 감독님은 이걸 예상하고 있었던 걸까요. 역시 명감독이에요.


다시 HTLV로 돌아가볼까요. 싫어도 따라오세요.
HTLV는 RNA 바이러스까지 했죠. 이 바이러스가 그 바이러스냐구요? 아니에요.
RNA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와 다르게 숙주세포에 완전기생해요.
버스를 잘 타는 바이러스죠.
롤할 때 제일 나쁜 사람이 버스기사 폭행하는 사람이잖아요.
HTLV는 버스를 잘 타는 바이러스에요. T 림프세포에 숨어들어가서 가만히 있어요.
T 림프세포가 두개로 복제 되면 그 안에 숨어있던 HTLV도 두개가 돼요.
굳이 숙주세포 내에서 번식해서 깨고 나오는게 아니라, 그냥 숙주세포에 자기 DNA를 끼워 넣은 다음에 복제당하는 거죠.
아무튼 갤러 박사님이 HTLV를 발견했어요. 위대한 발견이죠.


지금까지 요약. 갤러 박사님 HTLV 발견. 디카프리오 '울프오브월스트리트'로 오스카 겨냥.


이제 이 영화가 나올 때가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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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에 써있죠. 8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 (조연상도 있네요. 조연상 받은분이 바로 비운의 그 조커에요.)
무슨 영화냐구요? 클럽영화냐구요? 클럽이니까 댄스 영화냐구요?
바이러스 영화에요. 그 바이러스. 바로 HIV. AIDS의 원인 바이러스죠.
영화의 주인공역을 맡은 매튜씨는 에이즈에 걸려 죽어가는 명연기를 펼치시고도 주연상 라이벌 레오가 불안했던지 직접 '울프오브월스트리트'에 출연하여 연기 일기토를 펼치고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다는 것을 선언해 버리죠.
나쁜 사람. 그렇게 다 가져야만 속이 후련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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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원이 미국에만 태어났었어도 "Sunflower"로 오스카였을텐데)

대충 오스카와 HIV의 관계는 이해가 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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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HIV가 노벨상을 주인을 어떻게 바꿨나를 들어보시죠.
싫으시다구요? 나쁜사람....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이상한 병이 발견돼요. 남성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병이었어요. 사람들이 면역력이 저하되어서 별별 감염에 다 걸려서 죽는 것이었죠. 후천적으로 면역이 결핍되어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해서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앞자를 따서 AIDS라고 부르게 되었죠. (처음에는 동성연애자들에게만 나타는 건 줄 알고 GRID라고 불렀대요. ㅠㅠ)
그리고 1983년 프랑스에 바레시누시, 몽타니에 박사가 AIDS 환자의 T림프세포에서 바이러스를 발견해요. 그리고 이름을 LAV라고 지어요.
이 박사님들은 이 바이러스가 RNA바이러스라는 걸 확인하고는 RNA바이러스의 대가인 미국에 계신 갤러 박사님에게 바이러스샘플과 논문을 보내요.
검증을 해달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1983년 5월에 '사이언스'(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지에 논문이 실리죠. 그런데 반전이 있었으니,
갤러 박사님이 그 논문 바로 앞페이지에 "나두나두 미국 AIDS 환자에서 바이러스 검출했어. 이름은 HTLV-3야." 라는 논문을 실어버리죠.
HTLV-3 이라는 건, 갤러 박사님이 발견한 휴먼 T 세포에 사는 바이러스 중에 3번째 종이라는 뜻이죠.
사이언스가 미국잡지어서 그런지 미국박사님 논문을 앞에 실어줬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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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그 잡지 그 표지)

미국은 우리가 이걸 먼저 발견했다며 각종 진단키트 특허를 출원해서 돈을 많이 벌게 되었어요.
그 때부터 미국과 프랑스(크게는 유럽)간에 논란이 생겨요. 최초의 AIDS 원인 바이러스 발견자가 자기 나라라고 싸우는 거에요.
AIDS 바이러스를 먼저 발견한 쪽에서 AIDS 진단 특허권을 갖게 되는 것이었죠.
그러다가 갤러박사가 발견했다고 주장한 HTLV-3가 사실 프랑스 몽타니에 박사가 보낸 샘플에서 나온 LAV라는게 밝혀지게 되면서
미국에서는 이런 제안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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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 프랑스 양국 외교를 통해
공동발견, 특허권 반반. 바이러스 이름은 LAV도 아니고 HTLV-3도 아니고 HIV로 하자.
로 결론 내리게 되죠.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HIV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바레시누시, 몽타니에 박사로 인정되었죠.
그리고 2008년 바레시누시와 몽타니에 박사는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되어요. 물론 갤러 박사님은 못 받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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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갤러박사님은 IL-2, HTLV-1,2 발견만으로도 노벨상을 받을 업적이었어요.
만약 박사님이 HIV 최초 발견자의 욕심만 부리지 않았더라도 벌써 노벨상을 받았을 거라 생각해요.
아직 살아계신 갤러 박사님, 결국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윤리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과학자에게 과연 노벨이 손을 내밀지 의문이 들어요. (우리 황박사님도 앞으로 뭘 하시든 노벨상은 어렵지 않을까)
우리 디카프리오님은 끝까지 노력해서 결국 오스카상을 받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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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김에 HIV 설명 좀만 더 들으세요.
HIV는 레트로바이러스인데 버스를 잘 못타는 애에요.
HTLV처럼 T세포에 잘 묻어있지를 못하고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거죠. T 세포를 박살내고 뛰쳐 나와요.
T 세포는 우리몸에 면역을 담당하는 건데, T 세포를 박살내버리니 면역력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없는 우리몸은 상온에 놓여있는 생고기처럼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고 상하게 되는거죠.
이 단계까지 오면 이걸 AIDS라고 부르는 거에요. (아이고 이제 다 살았다...)


이렇게 무서운 병을 이겨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미국남부 카우보이를 실감나게 연기한 매튜 매커너히가 나오는,
8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에 빛나는 그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캠핑클럽아니에요)
안 볼 이유 잇나요.

* 노틸러스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20-06-22 10:5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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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26 04:40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오스카 받을 사람이 노벨상 받았다는줄;;
이유진
19/10/26 04:43
수정 아이콘
아이고 이렇게 영화 한편을 영업당했네요.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박근혜
19/10/26 06:52
수정 아이콘
추천 안 할 이유가 있나요.
홍삼모스키토골드
19/10/26 08:21
수정 아이콘
보고 싶어요
Elden Ring
19/10/26 08:23
수정 아이콘
정독 했는데 왜 해바라기가 제일 궁금하죠?
김연아
19/10/26 08:40
수정 아이콘
카이지 늪 편 정주행 갑니다
19/10/26 08:55
수정 아이콘
Sometimes I think I'm fighting for a life I ain't got time to live
공대장슈카
19/10/26 08:57
수정 아이콘
우와...
톨리일자
19/10/26 09:12
수정 아이콘
영화 진짜 재밌어요
19/10/26 09:20
수정 아이콘
팩트 : 레오도 불곰버스기사의 하드케리로 아카데미 무임승차임 불곰쨔응이 동물이라 레오가 탄거임 아무튼 사실임
미나사나모모
19/10/26 09:33
수정 아이콘
오오오 린다 오오
별빛서가
19/10/26 10:19
수정 아이콘
아 봐야겠네요ㅠㅠ
19/10/26 10:52
수정 아이콘
노벨상은 한번 준 세부분야는 더 안줘요. 그걸로 끝! 손절합니다.
스테로이드는 협연까지 다 합쳐서 10번쯤 받긴했지만, 세부는 다른 방향의 연구였고요. 그래서 갤러 박사님은 새로운 분야를 하지않는한 노벨상은 못받게 되겠습니다.
19/10/26 12:26
수정 아이콘
이글 피씨로 스크롤하면 브라우저 오류나는군요 같은분 계신가요?
박진호
19/10/26 13:53
수정 아이콘
gif 오류나서 바꿨어요
19/10/26 15:36
수정 아이콘
네 이제 안팅기네요
어느새아재
19/10/26 19:57
수정 아이콘
스크롤 내릴려 하는데 스크롤 내릴 필요 없다고 하고
따라가기 싫은데 따라오라고 하고 너무 강압적인 이과생 아닙니까.크크
타란티노
19/10/26 21:14
수정 아이콘
자레드 레토 연기도 정말 좋았었어요. 주연상,조연상 동시에 받은 영화기도 하고 흐흐
그래서 조커 연기한다고 했을때 기대 많이 했었는데..
정말 좋은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
318reborn
19/10/26 23:47
수정 아이콘
글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
조지아캔커피
19/10/27 00:10
수정 아이콘
린다.. 아임 쏘리 린다... ㅠㅠ
솔로몬의악몽
20/07/17 11:37
수정 아이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군요. 혹시 안보신 분들중 KT 케이블티비 보시는 분들은, 무료 영화에 있으니 꼭 찾아서 보세요. 저도 얼마 전에 생각없이 봤다가 감동했습니다.
곧미남
20/09/21 18:26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보고나면 레오팬도 아 이번에도 힘들겠구나 이럴수밖에 없었죠..
여우곰
22/09/11 20:57
수정 아이콘
노벨상과 아카데미라...
이 글을 어찌 끝까지 안 읽을 수 있겠습니까?
정말 기발하고도 재밌는 접점이네요.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매튜 매커너히, 자레드 레토...엄청난 연기였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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