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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8/05/02 16:09:03
Name 켈로그김
Subject 육아 커뮤니케이션. (수정됨)

https://pgr21.co.kr/?b=8&n=76702

이전에 썼던 글에서 육아 관련한 문의가 있었습니다.
사실 뜯어보면 별거 없긴 하지만, 그래도 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공유할 목적으로 관련글(?)을 써 봅니다.

이하 내용은 확립된 이론이나 정설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는 단정적 어조를 포함합니다.

--------------------------------------------------

1. 아이를 진상처럼 대하라

정확한 비유는 아닙니다.
대체로 아이는 아직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고, 스스로의 충동적 욕구/감정에 충실하기에
아이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일단 내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신뢰. 남북대화 보시면(...)

여러 방법이 있는데,
제가 선택한 방법은 "내가 너를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고. 화난게 아니다" 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토대가 되는 것은 신뢰입니다.
그 중, 아이를 상대할 때의 신뢰는 적어도 "널 무시하거나 싫어하지 않아" 라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겠지요.
약국에서 제가 본 제어실패 케이스 중 절대다수가 이런 신뢰의 형성부터 실패한 경우였습니다.

연습해봅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완력으로 제압하기(ㅡㅡ;;;)


2. 문제는 욕구에서 시작되나 증폭된 감정이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이야기입니다.
차이라면, 타인의 감정과 욕구는 나와의 관계정도에 따라 여러가지 선이 있겠지만,
내새끼의 문제는 내 선에서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한다는 책임이 강제됩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 무엇이 욕구이고 무엇이 감정인지를 가능한 한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어떤 형태로든 아이의 욕구충족에 대한 가이드가 있지만,
(마트에서 과자 하나씩은 허용한다거나, 주사를 맞은 날은 장난감을 사주거나, 주식 이전에 간식을 주지 않는다거나.. 등등)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가이드는 부실합니다.

주로 "너의 욕구는 잘못되었어 - 그러니 그 욕구불만에서 우러나는 너의 감정도 일축하겠어" 이런 형태가 많이 관찰되었고,
"너의 욕구는 잘못되었어 - 그런데 너의 슬픈 감정은 해소해주고 싶어 - 욕구를 충족시켜줄께" 이런 형태도 의외로 많이 관찰됩니다.

전자는 감정을 일축함으로써,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에 악영향을 끼치고(신뢰감 하락)
후자는 그 자체가 부적절한 거래로서 아이가 욕구충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게끔 합니다.


정답은 "너의 욕구는 들어줄 수 없지만, 난 널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아. 그리고 너의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나는 너의 감정표출때문에 화가나지 않았어 널 이해해"


3. 보상시스템.

그동안의 신뢰형성과 두뇌풀가동 및 부모의 몸에 생겨난 사리는 아이와의 관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감정과 욕구를 컨트롤하는 바람직한 경험을 쌓게하여
(부모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결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그 것은 적절하게 이뤄지는 보상에 의해 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집니다.
우리도 애 키운다고 뼈에 사리가 생길 지경이지만,
별것 아닌 욕구불충족과 좌절의 경험이 아이들에겐 주관적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충격이 됩니다.
아이의 경험(배움?)이 아이에게 있어 스트레스가 되느냐.. 즐거움이 되느냐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것이 "보상" 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상은 후불입니다"
거래의 대상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펀지같아서 나쁜것도 빨리 배우거든요(...)


일례로 저는 놀이기구를 한번만 타기로 약속한걸 한번 더 타겠다고 울며불며 떼를 쓰는걸
200미터정도 안고, 끌고, 들고 하면서 놀이공원 출구까지 끌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약속은 한번이었는데 더 타고싶은 마음은 이해해. 그치만 약속을 지키는 연습이 더 중요해서 아빠도 마음 아프지만 나온거야"
...당연히 씨알도 안먹혔지만, "이해하지만 안돼" X 100번 반복했지요.

약간 마음이 사그러들때 쯤 해서, "아빠도 하기 어려운 약속지키기를 잘 한데다, 슬프고 미운 마음도 스스로 이겨낸 OO이가 자랑스러워.
오늘은 최고로 멋진 모습 보여줬으니 갖고싶은걸 사줄께" 하고 왕따시만한 시크릿쥬쥬 풍선을 사줬지요.

그리고 그 보상원칙은 항상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상을 거부하면서 "이번엔 별로 안힘들었어" 라고 자랑을...
이제는 인정욕구에 눈을 뜨는거겠지요. 몹시 칭찬해줍니다.


4. 이 모든 것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규칙이 없이 그때그때 돌발적인 제어가 발생하는 것과,
예측 가능한 규칙(선제시요~)이 있는 경우,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응한다면... '내 아이가 지나치게 순응적인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겨나겠지요;;

따라서 가능하다면, 규칙을 선제시하여 그 안에서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거울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거울이었던가..?? 여튼;;
아무리 훌륭한 규칙이라고 해도 아이도 인간인 이상 '가능하면 어기고 싶다' 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죠.

아이를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가 아무리 이것저것 읽고, 공부하고, 배운걸로 아이를 [ 상대 ] 로 노력해도,
아이는 내가 상대하지 않을 때도 항시 나를 관찰하여 나의 헛점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규칙 앞에서 동등해지려고 하죠. - 너도 지키거나, 규칙을 없에거나 -

그러니... 자나깨나 불조심아이조심. 자는 아이 다시보자.. ㅡㅡ;;

-----------------------------------------------------

이게 육아에 있어서 모두에게 통용될 정답은 당연히 아니라는건 당연하고..

제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 를 생각해보면, 
부부, 가족관계 치료 서적 + 유아심리 관련 파편화된 아티클들 + 약국에서 관찰한 육아실패사례.. 정도로 형성된 것 같습니다.

무엇이 최선인지는 여전히 저는 모릅니다.
단, 무엇을 피하는게 낫겠다.. 는 정도를 생각하고있고, 
그런 생각에서 쓴 글입니다.


......근데, 이게 아이만 그런건 아니고 성인도 거의 다 해당되는 이야기라는건 함정...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8-08-04 12:19)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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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시
18/05/02 16:16
수정 아이콘
아우 너무 어렵네요
켈로그김
18/05/02 16:17
수정 아이콘
세줄 요약
- 부모까지 짜증내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 한번, 두번이 어렵지 세번째는 쉽다
- 애들은 항상 맞먹을 기회를 노린다. 조심하자

... 크크크;
사악군
18/05/02 16:21
수정 아이콘
좋은 아빠다...
진상은 그럭저럭 다루겠는데 애들 다루는 건 너무 어렵네요..ㅠㅠ
무엇보다 저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화가 난 게' 맞기 때문에 애들한테
화가 난게 아니라는 포지션을 지키기가 힘들더라고요 ㅠㅠ

아빠가 널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네가 이렇게 하면 아빠는 화가 난다'같은 형태가 되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바람직한 것 같지 않습니다.

화가 나있기 때문에 "너의 욕구는 잘못되었어 - 그러니 그 욕구불만에서 우러나는 너의 감정도 일축하겠어"
의 형태로 가버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고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켈로그김
18/05/02 16: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일까요..;;;

저는 저 기준이 현재까지는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아이의 사회성 교육에 있어서도 괜찮은 방식이라고 생각은 해요 크크크;;
18/05/02 16:29
수정 아이콘
말도 잘 못알아듣는 5살 짜리 아이한테 진지 모드로 설명하다가 얻어맞은게 한두번이 아니고, 그거 땜에 화딱지(...)가 터진 것도 여러번인데, 최대한 화를 안내고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저도 사람이라 잘 안되서 힘드네요... 울다 웃다 반복하는게 육아 같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랑 함께 크고 있다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래봤자 이따 저녁에 밥먹자고 백번 말해도 귀닫고 장난감 가지고 노는 아이 보면서 또 이성의 끈이 떨어지겠지만.. ㅠㅠ
켈로그김
18/05/02 16:30
수정 아이콘
그죠.. 100인이 있으면 100가지 육아가 있으니까요;;

저는 운이 좀 좋은거 같습니다;;
18/05/02 16:30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 육아에 꼭 참고하겠습니다!
켈로그김
18/05/02 16:32
수정 아이콘
저는 부부감정치유라는 존가트맨(;;;) 아저씨의 책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원래는 마눌님을 향한 서운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서 샀던 책인데,
오히려 아이를 보는 관점에 더 도움이 되었지요 흐흐;;
완성형폭풍저그
18/05/02 16:31
수정 아이콘
제가 아내에게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군요.
아이나 아내나 남편이나 진상에게 대하듯이 해야하는 것은 진리 같습니다.
속은 부글부글해도 얼굴은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말해야죠. ㅠㅠ
켈로그김
18/05/02 16:33
수정 아이콘
그리고 진상에게는 아이한테 하고픈 마음 그대로
"아니! 니가! 그따구를 요구하니까 내가 열받아 안열받아?" 하고 큰소리를 뻥뻥 치고 있습죠(...)
완성형폭풍저그
18/05/02 16:41
수정 아이콘
크크크 훌륭하십니다!!
전 진상에게도 참다보니 힘들어서 머리카락이 저를 떠나더군요..
치키타
18/05/02 16:44
수정 아이콘
아직 3살 딸내미 키우는데 교육이고 뭐고 개차반으로 자라든 말든...그냥 건강히 다치지만 말고 지금처럼 이쁘게만 무럭무럭 자라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켈로그김
18/05/02 16:46
수정 아이콘
사실 별다른 교육 없이도 잘 자랄 애들은 잘 자랍니다.
잘놈잘(...)
비싼치킨
18/05/02 17:19
수정 아이콘
전 조카에게 “대학생되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매운 거 먹고 싶다고 할 때, 핸드폰 달라고 할 때 등등..)
몇 달 전에 예방접종하러 가자고 하니까 가기 싫다고 펑펑 울면서
“대학생되서 맞으면 되잖아!!” 라고 하길래 할 말이 없습디다
그래서 그 날은 거르고 그 다음주에 데리고 갔습니다
애들 무서워요.......
켈로그김
18/05/02 17:2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아 웃으면 안되는데;;;;;
링크의전설
18/05/02 17:49
수정 아이콘
존경합니다
켈로그김
18/05/02 18:10
수정 아이콘
과찬이십니다 흐흐;

더 나은 방법이 있을텐데.. 거기까지는 제가 미치지 못해서 고생을 사서 한 감은 약간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잘 지내니 어쨌든 성공적인걸로 퉁치면 될거같아요.
박진호
18/05/02 18:09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볼때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어쨌든 애지중지 키웠을텐데
결국 커서 불효자인 내가 된 거잖아.
켈로그김
18/05/02 18:11
수정 아이콘
반박을 하는게 예의인데, 반박할 수가 없습니다 크크크크;;;
염력 천만
18/05/02 18:37
수정 아이콘
육아를 할 때 내가 감정과 체력의 한계를 가진 인간임이 좌절스러울때가 있습니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내가 힘들고 지치면 그 귀하고 사랑스럽다는 자식마저도 감정적으로 대하게 되더군요.
교육을 할 때 아이의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 정량적으로 나와야 아이가 혼란스럽지 않을텐데,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떨때는 쓸데없이(또는 귀찮아서) 너그러워지고 어떨때는 과도하게 감정과 분노가 섞여듭니다.
그래도 그 와중에 그런 나를 미워하지 않고 사랑하면서 커가는 자녀가 오히려 고마울 뿐입니다.
켈로그김
18/05/02 18:40
수정 아이콘
구구절절 동감합니다.
18/05/02 18:55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는것과 거의 일치하는 방식이네요 저도 두 아이의 아빠입니다. 근데 사실 쉽지 않죠
켈로그김
18/05/02 19:01
수정 아이콘
토나오죠...
이제는 좀 틀이 잡혔다.. 싶을때쯤 새로운 욕구대상이 나타나서 또 되풀이되기도 하고 ㅡㅡ;;;
꼭두서니색
18/05/02 19:37
수정 아이콘
어릴때 조금만 잘못해도 온갖 폭언과 매타작을 당하며 자랐는데.. 이런글 볼때마다 나는 좋은 아빠가 될수 있을까? 싶어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지네요. 같은 사람이 되면 안되는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켈로그김
18/05/02 21:14
수정 아이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확신은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다만, 뭐라도 해야한다는 책임감은 생기더라고요.
희원토끼
18/05/02 20:07
수정 아이콘
딜 중요합니다...크크...몇달간 쳐다도 안보던 변기를 폴리네들 다이캐스팅으로 3주만에 클리어하고...오지게도 안'처'먹어서 열내던 밥상머리는 잘먹은 뒤 초콜릿한조각으로 극복중입니다.
켈로그김
18/05/02 21:14
수정 아이콘
적절하게 이뤄지는 보상은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크크크
18/05/02 20:35
수정 아이콘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완력으로 제압하기... 화전양면전술이라니...!!
켈로그김
18/05/02 21:17
수정 아이콘
(수정됨) 파전을 두 장 굽고 술을 대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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