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10/07 18:21:28
Name 빼꼼후다닥
Subject 신작 게임 '레이지(Rage)' 리뷰랄까요?

흔히들 말하는 유명 게임 제작자 중 한 사람인 존 카멕의 신작 '레이지'를 이번에 구매해서 플레이해봤습니다. 발매 이전에는 오픈월드니, 존 카멕의 신작이니 해서 나름대로 기대감을 가진 게임이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는 생각보다 많이 실망입니다.


1. 첫 느낌

우선 게임의 배경은 운석 충돌로 멸망해버린 지구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자세히 말하면 동면 장치 같이 생긴 아크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박살나버린 문명 세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인 듯 싶긴 한데... 개인적으로 폴아웃도 그렇고 너무 자주 나오는 세계관인지라 딱히 매력을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식상하고요. 깨어나보니 다른 사람들은 다 죽고 나 홀로 살아남아 탈출한다는 초반 진행도 별로였습니다.

무엇보다 연출에 있어서도 그리 좋다고 느껴지지 않은게 갑작스레 등장한 적이 날 공격해서 위기에 빠지는 순간을 긴박하게 표현하긴 하는데 굉장히 뻔합니다. 그마저도 초반에 몇번 나오다가 좀 진행하기 시작하면 전혀 나오질 않고요.



게임 로딩 때마다 보이는 컨셉 아트인데 이 게임의 장점 중 하나는 컨셉 아트와 게임이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앞으로 언급할 것들을 생각하면 몇 안되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아 어느 정도 비슷하냐면

바로 이렇게 말이죠.



네... 이렇게 말이죠. 그 외에도 대부분 컨셉 아트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습니다.


2. 자유도

처음에 언급한대로 전 처음에 이 게임이 보더랜드나 폴아웃처럼 어느 정도 자유도를 가진 게임인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발매전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말했고요. 하지만 막상 플레이해보면 제작자의 전작인 '둠'이 생각나는 일직선 진행 구조입니다. 그나마도 서브 퀘스트가 있지만 다른 지역을 이동하는게 아니라 메인 퀘스트의 장식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심지어 해결 방식도 메인 퀘스트를 하다가 자연스레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오픈 월드란 말은 전혀 맞질 않습니다.

또한 캐릭터에 있어서도 불만이 많습니다. 대사 하나 없는 몰개성한 캐릭터면서 자신이 꾸밀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아크에서 깨어난 생존자일 뿐이죠. 그마저도 옷 하나 갈아입으면 그냥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초반 진행하다 보면 옷을 갈아 입게 되는데 게임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이는 멀티 플레이에서도 이어지는데 이건 잠깐 뒤에 설명하죠.


3. 게임의 정체성



자동차의 각종 보급품을 사는 장면, 이 게임은 자동차가 가지는 비중이 매우 큽니다. 아니 이걸로는 설명이 안될 수준입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자동차가 게임의 메인 컨텐츠란 점입니다. 자동차에 각종 화기를 장착하고 부품을 깔아끼우며 각종 무늬로 치장까지 해줄 수 있습니다. 개성 없는 주인공에 비하면 정말이지 넘치는 자유도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중요한건 이 게임은 레이싱 게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분명 fps 게임이라 소개해놓고 실제로 퀘스트를 하면서 자동차 경주는 빠질 수가 없으며, 못하면 게임 진행에 걸림돌이 됩니다. 심지어 멀티플레이에서는 경주가 메인 컨텐츠지요. 물론 재밌긴 합니다. 단순한 경주가 아니라 미니건이나 로켓을 달아 싸우면서 달리는게 나름 재미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자유롭고 풍성하게 구성해놓고는 게임의 본질인 1인칭 액션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는게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입니다.



이 게임은 주인공보다 자동차에 열심히 투자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미니건을 달고 바퀴에 칼날을 달고, 부스터를 더 좋은 부스터로 개조해봅시다.


4. PC 게임으로 불편한 점

하면 할수록 콘솔 위주의 게임이란 생각이 물씬 듭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적은 멀티플레이 인원은 둘째치고 조작키 배치가 너무 불편합니다. 있으나마나한 경우도 있고 심지어 V키를 누르면 개머리판을 때린다는 것도 설명 없이 넘어가서 이런 저런 키를 찾다가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여러 커뮤니티에서 그래픽 관련에서 여러가지 소동도 있었고요. (이 점은 개인적으로 겪지 않은데다가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어서 궁금하신 분은 알아서 찾아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5. 심심하다 못해 밋밋한 멀티플레이

제일 실망한 부분입니다. 멀티플레이는 두 가지 방식을 제공하는데 한 가지는 1인칭 액션의 탈을 쓴 자동차 경주인만큼, 자동차 경주를 4인까지 지원합니다. 현재까지는 딱 한번 플레이해봤는데 아직까진 발매 초라 다들 캠페인을 하는지 제대로 게임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다운로드가 늦어 새벽 시간대에 했다는걸 감안하면 더더욱)

그리고 콜 오브 듀티 : 모던 워페어 2에서 보던 스펙 옵스 같은 '황무지의 전설'이란 게임 모드를 제공합니다. 말 그대로 PVE 모드인데요. 충격적인건 이건 유일한 1인칭 액션 모드이면서 3인 이상으로 지원이 안 됩니다. (딸랑 2명이서 할 수 있다는 뜻) 그마저도 한 단계 올라가면서 여러 스테이지가 풀리지만 전체 스테이지가 10개가 안 되는데다가 하나의 스테이지도 무진장 짧습니다. 그나마 재미있으면 모르겠는데 영어로 열심히 떠들어대는 외국 유저와 아무런 호흡도 맞출 필요 없이 열심히 쏘면 깨는, 아주 간단한거라서 더욱 더 실망했습니다. 나름대로 전투시의 몰입도가 괜찮은 게임이 일반적인 멀티플레이 지원이 없고 오히려 자동차 경주가 메인 컨텐츠다 보니 여러모로 실망입니다.



그나마 자동차 관련해서는 이렇게 언락할 수 있는 자동차까지 제공하면서...



황무지의 전설은 스테이지와 난이도 조절 말고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거의 몸 풀기 수준...


6. 결론

도무지 이게 무슨 장르의 게임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레이싱 게임인지, FPS 게임인건지...

솔직히 전투시의 몰입도나 연출은 괜찮습니다. 실외의 넓은 황무지는 밝은 분위기면서도 실내로 들어가면 어두침침하면서 묘하게 긴장하게 만드는 음악 등은 정말로 일품입니다. 또 전투시에도 백병전을 벌이러 오는 적의 움직임도 날카롭고 긴장되게 만들거든요. 그 외에도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나, 총에 맞고 죽어가면서도 공격하는 모습, 머리에 쓰고 있는 투구가 총에 맞아 날아가는 등의 전투 중 묘사는 굉장히 휼륭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멀티플레이에서 다수 대 다수가 붙는 데스매치나 좀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수 있는 협동 모드가 지원되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정말 전투시 이렇게 달려드는 적을 보면 꼭 '둠'이 생각납니다. 실제로 대부분 인간 혹은 인간과 비슷한 돌연변이면서도 총 한 두발로는 쓰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꼭 '둠'의 그것들 같더군요.



안전한 마을에서 즐길 수 있는 도박, 간단히 설명하면 돈을 걸고 다가오는 4명의 적이 빨리 해치울수록 돈을 벌고, 아니면 망하는 게임입니다. 일종의 슬롯머신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묘하게 긴장감이 드는터라 중독성이 있더군요. 물론 돈 버는데는 도움이 안 됩니다... (돈을 잃을 확률이 적은데 돈을 딸 확률도 적은 게임입니다.)


7. 평가

장점 : 몰입도 높은 전투,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픽 등으로 잘 구현된 세계관, 취향에 맞는다면 굉장히 흥미로울 자동차 경주

단점 : 오픈 월드하고는 전혀 상관 없는 게임성, 지나치게 레이싱에 편중된 게임 구조, 빈약한 멀티플레이, 일부 PC에 일어나는 텍스처 문제 등...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데드 아일랜드'와 비교해서는 많이 실망한 게임입니다.



* kimbill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1-10-07 18:40)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10-12 04:42)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빠이
11/10/07 18:36
수정 아이콘
보자마자 풀아웃 생각이 나네요 크크
풀아웃3 를 재미있게해서 이것도 시간이 난다면 한번
해봐야 겠네요 ^^;;
내려올
11/10/07 18:51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pgr에는 게임 리뷰가 별로 없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려주세요~
11/10/07 18:51
수정 아이콘
세계관이 보더랜드랑 너무 비슷한것 같아요...
지나가다...
11/10/07 18:55
수정 아이콘
아이폰/아이패드용 게임도 있습니다. 전에 무료일 때 받았는데, 강제 진행 방식이고 단조로워서 별 재미가 없더군요. 밑에서 두 번째 화면과 같은 장소만 계속 나왔습니다.
11/10/07 18:56
수정 아이콘
깔끔한 리뷰 잘 봤습니다. 전체적으로 빼꼼후다닥님의 실망감이 느껴지는군요.
평소에 관심 가지던 게임인데 재고하고 있습니다. 역시 게임은 평을 듣고 사야 -_-)b
마빠이
11/10/07 18:57
수정 아이콘
이런 세계관 의 원조가 '매드맥스' 인가요?
제가 알기론 '북두의권' 도 매드맥스에 영감을
받은걸로,알고는 있는데 매드맥스 다시한번
보고싶어지네요 크크
이녜스타
11/10/07 19:04
수정 아이콘
아는 사람 집에서 2시간 정도만 해봤기 때문에 소감이랄건 없지만 버그가 너무 심각하더군요. 텍스쳐 팝인현상에 수시로 프리징 걸리기.
가끔 화면이 엄청나게 깨지기도 하고요. vga도 그럭저럭 괜찮은 건데도(560ti / 드라이버는 배필3와 레이지용으로 나온 최신)
게임내적으만 얘기를 해보자면 일단 그래픽에 실망을 느꼈습니다. 그냥 보기는 좋아요. 그런데 인물과 주요아이템을 제외하고 가까이서 보면
둠3정도의 텍스쳐질감을 보여주더군요. 하늘도 실시간이 아닌 그냥 그림만 오려붙인거.....콘솔때문에 어쩔수 없었다고 하기에는
질감이 너무 저질입니다. 이게임이 화제가 되는건 둠의 창시자인 존카멕의 작품이기 때문이란 이유가 큰거같은데
이름값에 비해서 좀 거시기 합니다. 좀 건방지지만 이게 카멕의 한계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그리고 데드스페이스나 블렛스톰이 얼마나 잘만든 게임인지 다시한번 느꼈습니다.
11/10/07 19:10
수정 아이콘
한글 노지원인가요?
11/10/07 19:29
수정 아이콘
사실 존카맥한테 게임성따위를 기대하면 안됩니다. 게다가 레이지는 스마트폰용 엔진까지 고려해서 만든 게임이다보니...
사실 아이패드에서는, 여태까지 나온 모든 아이폰 게임 중에서 가장 훌륭한 그래픽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존카맥이 한 유명한 말이 있지요. "게임에서의 시나리오란, 포르노영화의 그것 정도면 충분하다."
샤르미에티미
11/10/07 21:00
수정 아이콘
현재 리뷰 평점은 80점으로 데드 아일랜드와 같네요. 하지만 소감들을 보면 비교도 안 되게 데드 아일랜드가 좋네요.
어쨌든 80점 이상이면 기본적으로 재미는 보장된 게임이고 취향을 약간 타는 정도라고 보면 되서 본문의 내용에 끌린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네요.
11/10/07 22:14
수정 아이콘
그래픽은 폴아웃, 게임 진행은 보더랜드 같네요.
게임을 해보진 않았지만 리뷰만 봐도 구매자들의 Rage를 불러 일으킨다는 의미에서 제목을 저리 지은듯하군요.
MB라는 이니셜이 인상적이네요.
엑세리온
11/10/08 08:07
수정 아이콘
첫번째 그림에서 이마에 글씨는 무슨의미일지;
율곡이이
11/10/08 13:33
수정 아이콘
데드아일랜드는 어떤가요~? 데드4에버인가에 비해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523 (09)내가 진짜로 듣고 싶었던 말 [23] 키큰꼬마8066 09/12/04 8066
1522 (09)멀어지는 과정. [17] 50b5292 09/11/19 5292
1521 왕자의 난 - (1) 조선의 장량 [10] 눈시BBver.25021 11/11/02 5021
1520 다단계 피해 예방 혹은 ‘Anti’를 위한 글(+링크 모음) 本(본) 편 : 초대Ⅰ [4] 르웰린견습생5549 11/11/01 5549
1519 한미 FTA에 대해 알아봅시다. [92] Toppick8127 11/10/29 8127
1518 (09)[고발] 데일리e스포츠, 그들이 묻어버린 이름 '위메이드' [60] The xian12162 09/11/08 12162
1517 (09)라이터가 없다. [7] kapH4728 09/11/03 4728
1516 고려의 마지막 명장 - (5) 폐가입진, 해가 이미 저물었구나 [5] 눈시BBver.23919 11/10/26 3919
1515 꿈은 조금 멀어지고 죽음은 조금 가까워진. [19] 헥스밤6572 11/10/11 6572
1514 (09)Neo Kursk - By Flash & Firebathero, 경기 분석글. [14] I.O.S_Lucy5726 09/10/21 5726
1513 (09)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구두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하고 결혼도 안하던 초식남 구두장인이 있었습니다. [36] 양치기6977 09/10/19 6977
1512 (09)매혹적인 행성들 [30] 세린6549 09/10/13 6549
1511 windows 8 사용기 [31] 5957 11/10/25 5957
1510 최대한 쉽게 써본 무선공유기 이야기 - (상) 무선공유기의 선택 [27] 마네6188 11/10/25 6188
1509 잃어버린 낭만에 대하여 [17] nickyo5523 11/10/24 5523
1508 (09)홍진호. 그 가슴 벅찬 이름에 바치다. [14] 세레나데8000 09/10/13 8000
1507 (09)[스타리그 10년-5]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스타리그 10년 [13] Alan_Baxter5368 09/10/11 5368
1506 (09)[인증해피] 신발에 관한 잘못된 상식들과 올바른 관리법! Part - 2 [28] 해피7277 09/10/06 7277
1505 그 차장 누나들은 어디 계실까? [11] 중년의 럴커6431 11/10/24 6431
1504 은은하게 멋내고 싶은 남성들을 위한 정장 50계명 [56] 월산명박11232 11/10/24 11232
1503 불휘기픈 나무 - 정도전, 태종, 세종대왕 [55] 눈시BB7654 11/10/22 7654
1502 ‘病身’에 대한 짧은 생각, 긴 여운… [9] Love.of.Tears.5644 11/10/22 5644
1501 [정보&팁]인터넷서점 비교 및 책 가장 싸게 구매하는 법(내용 쪼끔 깁니다~) [28] 하늘의왕자6896 11/10/22 689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