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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09/18 16:26:10
Name 凡人
Subject 요즘 라면은 왜 예전같은 맛이 나오지 않는가 & 라면 맛있게 끓이는 팁.

요즘 라면이 어릴 때 먹었던 라면보다 맛이 없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90년대 까지만 해도 라면 1봉당 나트륨 함량이 2500mg~2800mg 에서 오가던 것이 현재는 식약청 저염식단 권고로 인해 2000mg 까지 떨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라면을 끓일 때 소금을 스프 무게의 20% 에 해당하는 2g 정도 더 넣는다고 해서 맛이 썩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소금이 줄어드는 부분 만큼 다른 성분을 추가해서 맛 밸런스를 맞춰놨기 때문이죠. 높은 소금 농도를 기준으로 맛 밸런스를 다시 설계한다면 아마도 과거의 맛을 다시 내는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또, 그 무렵에는 MSG (MonoSodium Glutamate, L-Glutamate) 가 라면스프당 1.5g 정도 들어가 있었는데 이후 논란을 피하고자 이것을 빼면서 다른 성분을 더 추가하게 됩니다. 식물유래 원료 중 Glutamate 함량이 높은 편인 간장이라던가, 효모 엑기스 분말을 투입하는 식으로 바꾼거죠. 야쿠르트의 경우 장라면 출시 시기까지는 MSG를 사용했지만 농심/삼양/오뚜기의 아성을 넘지 못한것을 보면 MSG가 만병통치약은 아닌 것 같네요.

연간 한국인이 라면을 36억개 정도 소비한다고 합니다. -_- 저것 중의 1/3 이상은 신라면이죠. 이정도 소비가 일어나는 상품이니만큼 연구비도 만만치 않게 들어갑니다. 농심의 경우 연간 연구개발비만 23억 정도 쓰고 있습니다. [1] 즉, 연간 몇억씩 들여서 유지하고 있는 맛인 셈이죠.

고로, 라면은 조리예에 맞춰서 끓일 때 가장 맛있습니다.

대형 마트에 가면 플라스틱 계량컵을 7000원 정도에 팝니다. 잘 모르시겠으면 그릇파는 코너 가서 계량컵 찾아주세요 하면 됩니다. 계량컵을 이용해 물을 550ml 따라 붓고, 끓으면 스프부터 넣고 잘 섞어주세요. 면을 넣은 후 뚜껑을 덮고 1분정도 기다려서 면이 어느정도 익었다다 싶으면 젓가락이나 집게등을 이용해서 면을 들었다 놨다 하는 식으로 섞어주세요. 1분 30초 정도 반복해주시면 됩니다. 라면이 꼬불꼬불한 이유는 면 안쪽까지 끓는 물의 열을 잘 전달시키기 위해서인데, 이것을 도와주는 겁니다.

또, 라면을 오래 끓이면 면발이 이상해지는 이유는 면이 국물을 머금기 때문이 아니라, 호화가 과도하게 일어나서 면발 중의 전분이 변해버리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국인의 식성이 호화가 좀 덜 된 면을 (쉽게 말하면 꼬들꼬들한)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조리예에 나오는 3분 30초 보다는 1분정도덜 끓이는 것이 좋습니다. 면발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풀어주기 때문에 짧게 끓여도 충분히 면이 익게 됩니다.

파나 마늘은 향을 내는 목적으로 쓰는 일종의 향신료이며, 향 성분이 휘발되기 쉽기 때문에 면을 다 끓인 후 파를 탁 털어넣고 냄비뚜껑을 닫고는 15~20초 정도 놔뒀다가 먹는 것이 재료의 특성을 잘 살리는 방법입니다. 다만 마늘의 경우 향뿐만 아니라 맛도 중요한 요소이므로 미리 넣어도 큰 상관은 없습니다. 파는 미리 썰어 놓으면 향이 날아가므로 끓이기 직전이나, 면을 넣고 1분간 끓이는동안 잽싸게 써는 것이 좋습니다.

라면은 탄수화물과 지방의 함량이 높고, 나트륨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입니다. 보통 라면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영양학적으로 제대로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칼로리는 충분할지 모르나 탄수화물과 지방이 메인이며,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오는데다가 비타민이나 미네랄이 제대로 섭취되지 않아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좋지 않다' 가 됩니다. 아울러 한개만 끓여먹어도 국물까지 다 마시면 하루 필요 소금량을 다먹게 됩니다.

부득불 면식 위주의 생활을 한다면 계란이나 우유와 같은 비교적 값싼 단백질 섭취원이라도 같이 섭취해 주고, 김치등을 통해서 채소를 섭취해서 미네랄과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치를 먹기 힘들다면 약국에 가서 비타민제제라도 사먹는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깝겠지만 국물은 냉정하게 버리세요. 면만 먹으면 염 섭취량도 걱정할 게 없습니다. 스프의 소금이라는게 결국 국물에 다 녹아있는 것이니까요.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개발했던 닛신식품의 고 安藤 百福 (안도 모모후쿠) 씨 같은 분은 1958년 이후 하루에 한 개씩 꾸준히 인스턴트 라면을 드셨다고 합니다만 만 96세까지 건강하게 사셨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해에 (2006년) 모처에서 직접 뵌적이 있는데, 노령때문에 부축을 받기는 해도 마이크를 잡고 카랑카랑하게 연설하시더군요. 그러면서도 라면이 몸에 나쁜게 아니에요라고 재차 말씀하시던걸 보니 왠지 눈물이 났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스턴트 라면은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더군요.

[1] 2010 전자공시 시스템 ( http://dart.fss.or.kr ) 등록 사업보고서 참고.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9-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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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18 16:37
수정 아이콘
뭘 먹느냐보다, 그걸 먹고 어떻게 몸을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겠죠 :)
3시26분
11/09/18 16:43
수정 아이콘
오 몰랐던 내용들을 많이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흐름을잡다
11/09/18 16:47
수정 아이콘
신라면 주로 먹는데 라면물 550ml 넣어서 끓이면 국물이 너무 묽습니다.
라면은 물을 조금 덜 넣고 꼬들 꼬들하게 끓여 먹는게 좋다고 보는데
물을 450 정도 넣고 끓이는게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요로시쿠
11/09/18 16:48
수정 아이콘
오오 면식을 매우매우매우 좋아하는 저로서는 아주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네요.
라면+계란+김치 이런 조합으로 먹으면 그나마 영향불균형을 보조할 수 있다는 거군요!
11/09/18 16:51
수정 아이콘
라면이 몸에 안 좋다라는 소리를 듣는 것에는,
말씀하신 것과 같은 영양의 불균형, 과도한 염분 섭취 우려 등과 같은 요인이 크게 작용하겠지만,
라면의 면이 밀가루로 만들어진 다는 것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봤는데,
대부분이 수입되는 밀의 경우 운반과정에서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인체에 결코 유익할리 없는 처리과정을 거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밀가루만이 아니라 그 처리약품도 함께 먹는 것이라고,,,
또 어떤 분들은 한국의 식문화가 오랜 시간에 걸쳐 쌀에 맞춰져 있어서,
한국인이 밀가루를 적절히 처리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요,,,
11/09/18 16:57
수정 아이콘
면이 꼬불한 이유는 유통상에 부서짐을 방지하는것과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을 넣기 위함이라고 알고있었는데..
맛을 위한 이유도 있군요!
진리는망내
11/09/18 16:59
수정 아이콘
라면은 어릴 때 먹던 삼양라면이 젤 맛있었는듯...
요즘엔 라면을 잘 안먹네요.
전 꼬들한 면보단 좀 시간지나서 불어터진 라면도 맛있던데...
RookieKid
11/09/18 17:02
수정 아이콘
추....추게로.... 는 오반가..

개인적으로 라면 정말 좋아하는 1인으로써, 너무 좋은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추천 때리고 갑니다.
가난한쉐리
11/09/18 17:04
수정 아이콘
확실히 집에서 먹는 라면보다 분식집 라면이 맛잇는거 같아요... 화력차이라고 하는데, 요새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도 불이 많이 세졌는데도, 분식점의 그 맛을 못따라가는거 같아요...
11/09/18 17:18
수정 아이콘
전 남이 끌여주는 라면이 제일 맛있는 거 같더군요 흐흐
글 잘 읽었습니다.
임개똥
11/09/18 17:52
수정 아이콘
그런데 연구의 결과대로 조리예에 맞춰 끓이는게 가장 맛있다고 하셨는데 정작 끓이는 법은 일반적인 순서와는 다르네요.
해피새우
11/09/18 18:24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라면에 대한 적절한 정보와 함께 중간중간에 맛있게 끓이는 팁을 번갈아서 쓰시니까
참 읽기가 편하네요
11/09/18 18:30
수정 아이콘
청양고추 썰어서 조금 넣어주면 정말 맛있습니다!!!
물은 500ml 추천합니다..
ridewitme
11/09/18 18:5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단 하나
11/09/18 19:39
수정 아이콘
끓는 점이 올라간다는 사실 때문에 스프 먼저 넣으라는 것 같지만 실제로 실험해보진 않은 듯 하네요.
진짜 같이 만들어서 실험해 보면 10명 중 9명은 스프와 면을 같이 넣은 라면을 선택할 것입니다.
면의 꼬들함은 다소 상승 할 지 몰라도 국물과 따로 도는 밀가루 덩어리의 맛과 국물이 베인 맛은 분명 다르거든요.
괜히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라면들의 조립법에 같이 넣으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거 아니죠.
파일롯토
11/09/18 19:52
수정 아이콘
저도 물을550넣을때가 가장맛있더군요.
시간은 정확히 2:30초만익히고 바로 접시에덜어서 꼬들꼬들하게 먹습니다
11/09/18 20:00
수정 아이콘
전 찬물에 라면 스프 전부 한번에 넣고 끓입니다. 그래도 안불어요.
RealityBites
11/09/18 20:00
수정 아이콘
매우 도움되는 게시물이었습니다.
11/09/18 20:56
수정 아이콘
문득 110세(정확하지는 않지만 100세 이상으로 기억..) 애연가가 생각나는군요
도달자
11/09/18 23:30
수정 아이콘
저도 계량컵쓰는데 확실히맛있더라구요. 여기서 더 중요한 어느라면이 더 맛있나요?
저는 싼맛에 스낵면을 먹다니 오랜만에 신라면을 먹으니 새삼 신라면이 맛있더군요. 갑자기 라면이 땡기네요. 내일먹어야겠어요.
7drone of Sanchez
11/09/19 10:52
수정 아이콘
글 속에 다트 링크가 뜨길래 엄청 놀랬습니다. 글 쓰기에 앞서 자료 수집에 얼마나 공들이셨는지...
근데 연구비 항목은 어디서 찾으신건지 여쭈어도 될까요? (제가 찾은 수치랑은 달라서...)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참, 제가 아는 라면끓이는 공식은 단 하나 입니다. 꼬들꼬들한 라면을 위해선 센불로 짧게 끓이는게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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