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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11/09/16 04:55:23
Name 순욱
Subject 남자 셋, 여자 셋









이것은 90년대를 뜨겁게 달구었던 어느 시트콤의 이야기고 아니고, 소개팅에 나가서 서로를 처음 마주한 남녀 세명의 이야기도 아니며, 우연히 나의 눈에 띈 남자 세명과 여자 세명의 이야기 입니다.

2002년 2차 6번의 지명으로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한 한 남자는 입단후 세시즌동안 단 7차례, 타석에 들어서고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습니다. 팀에서 방출당하고 그는 경찰청으로 입대를 하게되고, 무사히 군생활을 마친 뒤 삼성라이온즈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어떤 친구의 추천으로 다시 삼성라이온즈로 돌아오게 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큰 꿈을 안고 메이져리그를 도전했던 남자는 빅리그의 큰 벽을 느끼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더이상 마이너리그에도 남아 있을 수 없게되자 그는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그는 사회인 야구에서 무시무시한 강타자가 됩니다. 그리고 어느날, 천금같은 기회를 잡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을 하게 됩니다.

세번째 남자는 앞의 두명과 다릅니다. 팀의 1차지명을 받은 연고출신의 남자입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시즌에 기회를 받게되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입대를 하게됩니다. 하지만 2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팀의 야수자원이 아주 부족했기때문에 군대에서 그 남자가 돌아왔을때 모두들 그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 세명의 남자가 모였습니다. 저마다 하나씩의 사연을 가슴에 품고, 모두 다 삼성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방출, 군대, 마이너리그의 기억을 안고 남자 세명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복고의 열품은 아주 뜨거웠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이야기처럼, Franz ferdinand, Kasabian 같은 락밴드들이 불고온 복고의 열풍은 주류 팝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2008년과 2009년의 그래미 어워드는 저에게 "여자 셋"으로 기억됩니다. 여자 셋은 2008년 그래미 어워드 위너인 Amy Winehouse와 2009년의 그래미 어워드를 장식한 Adele과  Duffy입니다. 여자 셋 모두 1960년대와 70년대의 복고풍의 소울과 알앤비가 음악의 기본이 된 가수들입니다. 더욱더 놀라운 점은 Winehouse를 제외하면 Adele와 Duffy는 그들의 첫번쨰 앨범이었다는 점입니다. 시가하나를 손에 들고 다리를 꼬고 있는 아주머니가 아니라 알고보니 19살과 23살의 쌩판 신인의 여자가수 였다는 거죠.  하여튼 2008년과 2009년의 그래미 어워드는 저에게 일종의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저 세명의 여자 가수들로 인해서 말이죠.





2008년 그래미 어워드를 압도한 Amy Winehouse는 영국 출신의 가수입니다. 그녀의 음악은 복고풍의 소울과 알앤비, 그리고 힙합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사실 그래미 어워드 위너로도 유명하지만, 그래미 어워드 이후 우리가 그녀를 더 자주 만난곳은 음악이 아니었습니다. 알코올중독과 약물중독, 그리고 그에 따른 여러 기행들로 인해서 음악이 아니라 해외토픽정도의 가쉽거리 뉴스에서나 그녀를 우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충격적인 소식으로 우리모두를 슬프게 했었죠.  

Winehouse의 음악은 정말로 대단했습니다. 그녀에게 그래미를 안겨준 Back to the back 앨범은 정말로 완벽한 재즈, 소울, 힙합의 복고적 해석이었죠. 더 이상의 복고는 이 지구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것만 같은 완벽한 앨범이었습니다.

저에게 Winehouse가 가장 대단하고 훌륭한 가수 였다면, 저에게 가장 높은 포텐셜을 보여준것은 Duffy였습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장르로 데뷔한 Adele보다도 한두수정도는 위로 보였고, 음악적인 가능성도 Duffy의 손을 들어주던 분이 저뿐만이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집의 큰 성공이 있은 뒤, 제가 Duffy의 2집을 듣게된것은 그녀의 두 번째 앨범이 발매되고 한참 뒤였습니다. 소흘히 음악을 듣던 시기였던것 같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고 기대하는 뮤지션들의 앨범은 꼭 꼭 챙겨듣던 시절이었는데도 그녀의 앨범은 몇달이 지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여자는 변했더군요. 독특한 매력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에, 그저그런 이쁜 배우가, 그저그런 치어걸 스타일의 가수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단 한장의 앨범으로 Winehouse와 나란히 걷게 했던 그녀의 매력적인 보컬을 제외한 그녀의 두번째 앨범은 최악의 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동시대에 등장한, 동시대를 풍미한 여자 셋 중에 제일 모자라보이는것은 바로 Adele였습니다. 그래미 신인상을 안겨준 그녀의 앨범에서 저의 주위를 끈 곡은 올림푸스의 광고음악으로 유명한 Chasing pavement 뿐이었습니다. 12개의 트랙중에서도 말이죠. 그 단한곡이 저와 Adele를 계속해서 이어주던 끈이었습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제일 부족해보이던 Adele이 제일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녀의 두번쨰 앨범 21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앨범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한 인기입니다. 몇년만에 다시 나오는 천만장앨범이라고 합니다.

가장 완성에 가깝던 여자는 그녀의 멘탈과 사생활로 유명을 달리하였고, 가장 좋은 포텐셜을 보여주던 여자는 잘못된 변신으로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가장 뒤에있던 여자는 어느새 제일 앞에서 나머지 두명을 훨씬 앞질러 달리고 있습니다. 결국 마지막까지 자기 길을 꾸준히 간 여자가 살아남고, 강해진 것이죠.

이것이 여자 셋의 이야기입니다.

다시 남자 셋의 이야기입니다.





지역출신의 전도유망한 유망주는 자신의 성장을 과시라도 하듯이 군대에서 돌아오자 마자 포텐셜을 폭발 시킵니다. 팬들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저 또한 그 남자가 목표로 해야될 곳은 파란 유니폼을 입었던 전설적인 선배들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빅리그와 사회인야구 출신의 남자는 팬들의 부정적인 예상을 깨고 첫 해의 적응 이후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입단과 방출, 그리고 또 입단의 복잡한 사연을 가진 선수는 2008년 프로야구 최고령 신인왕이 됩니다. 삼성의 유니폼을 입고 담장넘는 뜬공을 왕창 쳐내던 선배에는 한없이 부족해 보였기에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자 셋이 삼인방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던 것도 아마 그때쯤이었습니다.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세명의 젊은 유망주들이었죠. 금방이라도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될 것 같던 박석민, 눈에 띄는 재능과 솔리드한 모습을 보여주던 채태인, 그리고 최고의 선배들과 비교를 당하며 발전이 없어 보이던 최형우까지 이렇게 남자 셋입니다.

결과부터 말하면, 현재까지 승자는 최형우입니다.

금방이라도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될 것 같던 박석민은 부상에 시달리며 09년이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그리고 있고, 꽤나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것 같던 채태인은 야구외적인 일에서 구설수에 오르며 불명예스런 '채천재'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발전이 없는것 같던 최형우는 근 몇년간 꾸준히 성장해서 올해 드디어 리그 최고의 타자중에 한명이 되었습니다. 재능없어 보이던 남자가 결국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가장 강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쾌조의 스타트를 하며 금방이라도 최고가 될것 같던, 최고의 포텐셜을 보여주던 박석민과 Duffy는 부상과 2집의 실패로 인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채태인과 Amy Winehouse는 음악과 야구 외적인 일들로 말썽을 일으키면서 많은 것을 잃었구요.

남자 셋중에 제일 못나보이던 최형우와 여자 셋중에 제일 별로였던 Adele은 남들보다 더 안좋은 출발을 하고도 자기자리를 꾸준히 지켜서 남자 셋, 여자 셋 중에 제일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결국, 오래 살아남는 사람이 강한 사람입니다. 야구도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인생도 다르지 않을겁니다.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9-1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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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파괴자
11/09/16 07:26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1/09/16 08:49
수정 아이콘
방금 파울볼에서 같은 글을 읽고 오는 길인데...크크크
래토닝
11/09/16 10:36
수정 아이콘
인생사 새옹지마 그리고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게 여실히 야구에서도 나오네요

저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줄이야
슬러거
11/09/16 10:38
수정 아이콘
뭐 박석민은 올해도 그만저만 해주고 있죠. 팀에서 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구요. 개그가 더 늘어버린 것 같기도 합니다만..(거기에 엄청난 삼진 숫자)
최형우 선수야 현재 말할 것 없는 리그 톱타자.. 4년간의 성적을 보면 정말 꾸준히 상승하고 있죠. 대견한 선수입니다.

채태인은...... 논외로 하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삼성의 코시직행+코시우승을 이 시점에서 조용히 기대해봅니다 ~
11/09/16 10:40
수정 아이콘
채태인 선수가 '채천재' 라는 닉을 얻은 계기가 뭔가요? 삼성팬인데도 그부분은 잘 모르고 있었네요.
최형우 선수는 올해 초 까지만해도 많이 까였었는데.. 괜찮은 선수이지만 삼성의 4번감은 아니라고요.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흐뭇합니다. 3할 3푼 정도에 30홈런 100타점이면 어느팀 4번타자도 부럽지 않죠. ^^
11/09/16 10:57
수정 아이콘
올시즌초에 삼성팬 친구들한테 최형우 홈런왕설을 주장했던 저였는데, 돌아오는건 비웃음뿐이였는데, 결국 최형우 선수가 홈런왕에 90프로 근접했네요. 타율은 잘쳐봐야 3할~2할8푼 정도 예상했는데 타율까지 3할 3푼에 수렴할줄이야 .
최형우선수의 최고 장점은 꾸준함이죠. 박석민,채태인은 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들이죠. 최형우선수는 2008년 이후로 거의 전경기 출장이죠.
전 부상도 연습부족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최진행 선수가 인터뷰 했죠 ""형우형은 2년간 경찰청에서 정말 잘했다. 2군 리그를 휩쓸었다. 그런데도 비오는 날에 혼자 밖에 나가 연습할 정도로 독했다. 항상 긴장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런 꾸준한 노력이 그를 리그 최고의 타자로 만들었습니다
데미캣
11/09/16 11:25
수정 아이콘
아델.. 정말 좋은 목소리를 가진 여가수지요. 1집 앨범인 19는 더피와 와인하우스에 비해 못 미치기는 하나, 그 진정성 있는 목소리 하나만큼은 일품이라는 생각을 종종하곤 했습니다. 2집이 텐 밀리언셀러가 되었군요. 꼭 들어봐야겠습니다.
진정 천재라 불린 두 사람을 제치고 묵묵히 자신말의 길을 걸어 경지에 오른 두 명.. 참 아름답습니다. 천재들만의 세계에서 범인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겠지요. 물론 최형우 선수와 아델양이 범인은 아니지요. :)

여하간 본문을 읽고 나니 얼마전 교수님에게 소개받았던 이현세 화백의 '열정'이라는 글이 떠오르네요.
데미캣
11/09/16 11:27
수정 아이콘
이현세 - 열정.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든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 들어 살든지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중략)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들과 싸워서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 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나 버린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서 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자신이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이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후략)
켈로그김
11/09/16 12:22
수정 아이콘
채르트랑.. 다재다능한 선수죠..
효자인지는 모르겠지만..;;
Zergman[yG]
11/09/16 14:48
수정 아이콘
아델 21은 정말 대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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