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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8/12/24 00:32:59
Name sylent
Subject 굿모닝, 이제동.
배가 조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을 때 선장은 결코 회의를 열지 않는다. 저그 군단의 선장 이제동은 ‘실천’으로 <신추풍령>을 넘어섰다.


임요환, 강민, 마재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는 ‘황제’ 임요환이다.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은 고스란히 e스포츠 발전에 녹아내렸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훌륭한 선수는 ‘천재’ 이윤열이다. 스타리그의 골든마우스와 MSL의 황금뱃지를 함께 차지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이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상대 선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선수는 ‘괴물’ 최연성이다. 그의 병력이 진출하는 순간은 곧 경기 종료시간이 임박했음을 의미했다. e스포츠 역사상 가장 시청자를 공포에 떨게 했던 선수는 ‘마에스트로’ 마재윤이다. 그는 상대 선수, 맵메이커, 시청자 모두를 상대로 싸웠고 끝내 승리했다.

e스포츠 운영의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요즘, 나는 ‘프로게이머란 입스타와 손스타 사이에 숙명적인 거리를 갖고 사는 누군가’라는, ‘프로게이머가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삶이란 그 숙명적인 거리를 어떻게든 줄이려고 노력 혹은 발악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날을 곱씹어 봤을 때, 역대 본좌 중 각 종족의 발전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로 테란의 임요환, 저그의 마재윤을, 주저하지 않고 꼽겠다. 아직 프로토스 본좌는 등장하기 전이니 너그럽게 시야를 넓혀본다면 프로토스의 강민을 보태는 것이 타당할 듯 하다. 임요환은 대표적인 저축형 테란이었고, 강민의 APM은 동시대의 프로게이머들에 비해 뒤쳐졌으며, 마재윤의 뮤탈리스크 컨트롤이 최고였다고 말하기에는 수줍은 수준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부족한 ‘피지컬’을 극복하기 위해 상대를 뛰어넘는 ‘로지컬’로 무장했으며, 그 중 몇몇은 후배들에게 깊은 귀감이 되어 현재의 전략/전술의 토대가 되었다.


네버다이, 제동

단지 상상속의 어떤 것들이 일순간 강한 현실성을 띤 채 모습을 나타내면, 그 비일상적인 환각은 더할 나위 없는 공포감을 안겨준다. 테란이 다른 종족과 차별되는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전술의 실패가 승부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임에도 불구하고, 눈앞에 다크스웜이 펼쳐지고 동시에 인스네어가 떨어지는 순간, 정명훈의 머리는 동작을 멈추었고 승부는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이제동의 ‘피지컬’과 ‘로지컬’의 절묘한 합주가 정명훈을 공포로 몰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본좌 후보에서 한 발 물러나있는 저그 플레이어’라는 기존의 생각과 ‘이제동이야 말로 스타크래프트의 세기말을 책임질 북극성’이라는 뜨끔함이 정면충돌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퀸즈네스트가 하이브로 가기 위한 필요조건이기에 그 건설 부담이 적다는데 동의 한다면, 여태껏, 인스네어가 개발(미네랄100/가스100)된 퀸 한 기(미네랄100/가스100)가 동일 타이밍의 러커 두 기(미네랄250/가스250)보다 더 효율적인 전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견이 “단지 입스타일 뿐”이라며 묵살되어왔던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이 어려우니까 우리가 감히 손을 못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과감히 손을 대지 않으니까 일이 어려워지는 것이다(물론 내일부터 당장 모든 저그 플레이어들이 퀸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을 리는 없지만, 지금은 필수요소가 된 디파일러처럼 언젠가 대중적인 유닛으로 활약할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 정도는 허락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이제동은 우리가 잊고 지냈던 몇 가지 격언들을 상기시켜주었다. “머리로 생각하고 가슴으로 믿을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창조적인 예술가는 그 전의 작품에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만든다”, 그리고 어쩌구 저쩌구 ...

우리는 ‘하루’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 이제동의 위대한 발견과 실험의 순간이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모든 저그 플레이어들의 거대한 연대로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한줄요약.
오늘의 감동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하는 어휘력의 한계. -_-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1-0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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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ilbert
08/12/24 00:33
수정 아이콘
굿바이, 이제동 시리즈군요
08/12/24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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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는지라 일단 추게찍고...
굿바이 이제동 이후로 안보이시더니 다시 돌아오셨군요.
08/12/24 00:41
수정 아이콘
일단 추천하고 봅니다.
낭만토스
08/12/2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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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응원하던 팀이 졌지만, 퀸을 입스타라고 묵살하던 분들에게 일침을 가한 경기라 만족합니다. 제발 상용화 해주세요
산들 바람
08/12/24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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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동선수의 아름다운 경기력은 앞으로도 계속 될꺼라고 봅니다~^^
王非好信主
08/12/24 01:03
수정 아이콘
뭐... 오늘 경기는 충분히 퀸을 활용했지만... 퀸을 활용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많았고, 퀸자체의 활약은 상대에게 충격을 준 것이 가장 컸고 전투상에서의 이득은 이경기를 통해서도 '러커 2기'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었냐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기에...

사전 포석과 상대방이 예측대로 움직일거란 어느정도의 예상(이건 운이라기엔 가장 그럴 듯한 상황에서의 사용인지라 - 추풍령&T1테란)에 전략의 노출이 없어서 상대의 대응이 매끄럽지 못했던 점(무탈훼이크와 빠른하이브를 썼는데... 하이브가 완성되자마자인 타이밍에 전진했다면...) 퀸2기에서 인스네어를 활용하기 위한 희생(2챔버가 아닌1챔버)등... 많은 걸 감수하고 최적으로 맞아 떨어졌음에도 퀸의 활약이 별로 뛰어나지 않았습니다.(충격이 너무 커서 그렇지...)

오늘 경기는 그냥 '수퍼 이제동'이니까 '퀸 쓰는거 보고 싶다니까 함 써줄게'란 마음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여기저기 글 중에서 지난번 이제동선수의 퀸 활용에 대해 말들도 있었으니 그걸 불식시키고 싶었을 거구요. 정석이야 당연히 무리고, 이따금이라도 쓸 수 있는 '필살기'로도 아니라 봅니다. 그냥 경기자체의 목적이 '퀸의 활용'이었다고 생각되네요.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었다기 보다 그 위의 '내가 저그의 트랜드를 만든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The Greatest Hits
08/12/24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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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아이디군요^^ 이제동선수..오늘 정말...초대박입니다. 5경기까지...정말..머라고 설명할수 없습니다.
Epicurean
08/12/2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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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날으는씨즈
08/12/24 01:44
수정 아이콘
오늘 경기보고 감동 받으신 분이 참 많은가봅니다
오버마인드
08/12/24 01:49
수정 아이콘
스타를 즐긴지 10 년정도 된거같은데..
역사상 가장 완벽한 선수를 뽑자면 이제동 선수를 뽑고싶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충격을 줄지 기대가 되네요 ^^
08/12/24 02:32
수정 아이콘
르까프 대 티원 경기. 1대1까지 보다가 약속이 있어서 나갔습니다. 지금 시각 새벽 2시 33분. 들어와서 경기 결과 확인하고, 제동 선수 관련 글을 확인하는데 재가 왜 다 눈물이 나는지...ㅠ_ㅠ 그냥 더 이상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군계일학
08/12/24 02:36
수정 아이콘
바로 얼마전에 박문기 선수가 이영호? 선수 상대로 퀸을 쓰고 무한 저글링으로 달려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게임을 져서 그런지 집중은 못받더군요.

하지만 이제동선수는 워낙 완벽하게 쓰고, 거기다 이겨버렸으니...
즐거운하루
08/12/24 04:14
수정 아이콘
박문기선수와 다른점은 병력이 덥치는 구도입니다. 제가 퀸테스트하면서 알아낸사실은 퀸의 인스네어는 저그의 전투력을 상당히 상승시킵니다. 퀸이없어도 저그가 이길전투일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남는병력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인스네어자체도 상당히 잘썼구요
08/12/24 07:21
수정 아이콘
돌아온 제동신이여~ 스타판을 다시한번 평정해버리길~ 리쌍의 부활이 기대됩니다~
08/12/24 09:16
수정 아이콘
퀸이 있었기에 조금더 쉽게 병력을 싸먹었을수있다고 확신합니다. 얼마전 이영호선수가 저그전을 할때도 참- 감명 받았던게 럴커가 마메병력을 앞뒤로 싸먹으려고 덥쳐들자 타이밍 정확하게 마메를 펼쳐서 별 손해 없이 럴커를 잡아냈엇죠. 물론 지형도 다르고 병력수도 다르지만 인스네어가 있었기에 그런 컨트롤도 못나오고 저그가 전투에 쉽게 이겼다고 생각합니다.
08/12/24 09:42
수정 아이콘
리쌍 vs 택뱅 시즌2
정말 기대되네요
멜랑쿠시
08/12/24 13:44
수정 아이콘
이영호 선수 팬이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5대 본좌에 더 가까이 간 이제동 선수라는 걸요.
새로운 패러다임의 부재라고 부정하는 것도 헛짓이 되버렸고, 예전보다 강력한 무기로 화려하게 나타났네요.
이제동.. 네버다이입니다.
멜랑쿠시
08/12/24 13:54
수정 아이콘
군계일학님// 신대근 선수죠.
08/12/24 14:52
수정 아이콘
인스네어 퀸 하나는 제대로 쓰면 분명히 럴커 두기보다 더 위력적이라고 봅니다. 최상위 선수들의 경기에서 럴커는 일정 규모이상의 병력싸움에서 마린의 무브에 의해 제 역할을 다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인스네어는 마린의 속도를 급감시켜서 프로게이머의 컨트롤을 무의미하게 만들어줍니다. 프로게이머의 놀라운 컨트롤만 아니라면 럴커가 얼마나 위력적인 유닛인지를 보여준 것이 이번 신 추풍령에서의 교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윤성민
08/12/24 23:51
수정 아이콘
예전에 사일런트님의 쓰셨던 굿바이 이제동과 배치되네요 ^^ 그때 글과 연관하여 어떤 심정으로 글을 쓰셨을지 궁금합니다 ^^
블래키
08/12/25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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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는것 같네요.. ^^
저그가 많이 이기는 모습이 보고 싶어요 ㅠㅠ
아무로
08/12/26 07:15
수정 아이콘
글쎄요.저는 아직까지는 성급한 거 같습니다. 이제동이 최근에 이영호,정명훈,김택용을 잡아서 다시 회복세로 간 것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제동이 앞으로도 곰시즌4우승(저는 이때가 이제동의 최고의 전성기라고 봅니다.)할때의 모습으로 돌아올거 같지는 않습니다. 이미 이제동에 대해서 분석이 끝났고 앞으로 훌륭한 선수들이 계속 나올것이라고 보면 말이죠. 개인적으로 5대본좌는 나오지 않는다고 봅니다.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독주하는 시대도 이미 불가능한 시대라고 보거든요. 그리고 예전에 '굿바이 이제동'이라는 글은 그 시절에 적절하게 나온 글이라고 생각합니만 이번 글을 조금 성급한 글로 보이네요
스쿠미츠랩
09/01/02 10:47
수정 아이콘
그래서 더더욱 이번 MSL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조2위로 진출했지만 어쨌든 메이져에 입성했으니
6룡과 그밖의 떠오르는 (신희승, 정명훈, 신상문등등)테란들과도
싸워 이겨내는 모습을 MSL에서 보여줘야 다시 이제동 본좌론이 부상할꺼 같단 생각이 듭니다
낚시꾼
09/01/02 17:22
수정 아이콘
지금같은 시기에 절대본좌론은 진짜 나오기 힘들거 같습니다.
상향평준화도 평준화지만 종족별로 이렇게 강성한 시기가 있었나 싶을정도로 말이죠(저그는 이제동 뿐이지만)

본좌론에서 가장중요한건 프로게이머 자신들이 느낀다는겁니다.
이선수는 정말 잘한다, 만나기 싫다, 정도의 느낌.
6룡이니 리쌍이니 본좌후보론은 여럿 나왓지만

그중 조지명식에서도 설설 피하고, 누굴만나도 질것같이 않은 포스로보자면
현 본좌로는 이제동이 가장 근접해있지 않을까 싶네요
커리어로 보자면 김택용이 아닐가 싶지만.. 느낌상의 본좌는 이제동이 더 강하네요
!ArMada!
09/01/05 13:48
수정 아이콘
예전에 굿바이 이제동이란 글을 썼었던거 같은데.. 논조가 바뀌셨네요..

thinking과 action...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로지컬과 피지컬..

thinking으로 대표하는 선수를 꼽자면, 박태민선수와 마재윤선수를 꼽을수 있겠죠. 박태민선수야 롱런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당골왕배때는 본좌급포스였고, 마재윤선수는 어느정도 롱런하면서 본좌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죠.

반면에 actiong으로 꼽는 선수들은 준본좌급에 머물긴 합니다.

하지만.... 2008년 한해를 뒤돌아보면.. 한가지 명약해지는 것은, action이 안되면, 피지컬이 안되면 더이상 저그는 살아남을수 없다는 겁니다.
즉, 로지컬.thinking은 본좌급으로 성장하기 위한 촉매제라면, 피지컬,action은 저그가 오늘날 살아남기 위한 기본기라는 것이죠.

박태민선수, 마재윤선수,, 아직까지 선수로 뛰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성준선수, 이제동선수는 여전히 무서운 선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작년에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action이 잘된 선수들이 그 시대에 맞는, 또는 뛰어넘는 운영체제를 습득했을때... 정말 무서워집니다.

박성준선수와 이제동선수가 비수류에 대응하는 플토전 스킬(네오사우론을 비롯)을 익히자, 두 선수의 플토전이 무서워졌습니다.
물론 요새 네오사우론에 대한 파훼법이 어느정도 나오면서, 플토전 로직에 있어서 한단계 업글시킬 시기가 오긴 했습니다.

또한 이제동선수는 테란전에 있어서 대바이오닉 퀸의 활용에 있어서도, 대메카닉 대응에 있어서도 한단계 업글의 기미가 보여집니다.

그렇기 땜에 사일런트님이 이런글을 남긴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엔 thinking형과 action형을 나눌수 있었습니다.

근데 이제는 더이상 나눌수 없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요새 살아남으려면 기본적으로 actiong형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thinking적인 면에서 얼마나 발전할수 있느냐가 도약의 열쇠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프로리그 팀배틀 시즌이 왔네요. 네오사우론이 파훼되는 시점.. 그리고 대저그전 메카닉이 유행하는 시점에서 저그유저들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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