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6/25 11:19:19
Name Secundo
Subject 병신같은 직업
세상엔 나를 귀찮게 하는 전화와 전단지,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매일같이 나에게 한푼이라도 더 빨아먹으려는 간사한 혀놀림에 지치기도 했다.

예전의 나는 유난히 한국사람들이 싫어하는  광고와 영업을 합친 '광고 영업'을 했었는데 지겹고 귀찮았으며 자존심도 굽히기 싫었다.
기계같은 아웃콜을 하루에 150통씩 돌리면서 내 직업이 가장 병신같은 직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간사한 새끼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럭저럭 살고 있을 때 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닭발집에 갔다.
사장님도 나를 아시니까 오픈전인데도 들어오라 하셨다.
그리고 어떤 아저씨 하나가 들어오시더니 락앤락 3개를 꺼내시며 두께와 식감이 다른 단무지샘플들을 깔아놓고 하염없이 설명하고 계셨다.
얼핏들은 대화로는 이번달만 8번 오셨다고 한다.
그러다 '이건 괜찮네' 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그더운 여름 땀을 뻘뻘 흘리며 비슷해보이는 단무지박스를 6층까지 계단으로 가지고 올라왔다.

지인분이 운영하는 치과에 갔다가 점심식사를 하게 되었다.
밥먹고 들어오는길에 20대 후반즈음으로 보이는 제약회사 직원 하나가 정장을 입고 치과 입구에서 90도로 세번 인사를 했다.
자기에게 꼭 3분만 달라며 이제는 찾아오지 않겠다며.
원장실로 함께 들어간 남자는 고기썰때 끼는 쇠장갑을 끼고선 자기 손에 망치질을 했고 나와 원장님은 서로 일어나서 그를 말렸다.
그제서야 망치질을 그만둔 그는 자신이 원장님의 쇠장갑이 되어드리겠단다.

우리집엔 정기적으로 점검하러 오는 정수기 아줌마가 있었다.
아줌마는 그냥 점검하고 돌아가셨는데 어느날부턴가 50대즈음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드나들었다.
올때마다 나에게 팜플렛을 보여주며 비데종류, 얼음정수기, 가스레인지등을 계속 설명하셨다.
결정권자도 아닌 나에게 올때마다 그행동을 반복했다.
그러다가 친구네 집에 비데를 달고싶다는 얘기가 나왔어서 연결을 해주었다.
다음 점검때 우리집에 오신 아저씨는 최소 스무살은 어린 나에게 사장님같은 분 덕분에 힘이난다며 감사하다, 잘생겼다를 연발하고 장문의 문자까지 보내셨다.

당시의 나에게 그들의 땀은 신선했고, 충격적이었다.

나는 기술영업 직군으로의 이직을 앞두고 있다.
이젠 나도 박스 들고 6층도 오르내릴 수 있고, 쇠장갑도 낄 수 있고, 어린친구에게 입발린 말도 할 수 있다.
내가 지켜야할사람들이 생겼으니까.
이번엔 나를 응원해 보련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사악군
19/06/25 11:22
수정 아이콘
'남의 돈 먹기가 쉬운게 아냐..'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19/06/25 11:33
수정 아이콘
본문 표절이네여
이렇게 유명한말을 두고...
19/06/25 11:23
수정 아이콘
영업이 참 어려운일이죠... 내 몸값은 챙겨야하는데 요즘세상에 고객이 바라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힘내세요.
아웅이
19/06/25 11:24
수정 아이콘
너 나 우리 파이팅입니다.
독수리가아니라닭
19/06/25 11:25
수정 아이콘
세상 참 열심히 사시는 분들 많네요.
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건가...
홍승식
19/06/25 11:27
수정 아이콘
그 지켜야하는 사람들에게 Secundo 님은 영웅입니다.
화이팅입니다.
19/06/25 11:31
수정 아이콘
라인하르트 픽 해봅니다.
19/06/25 11:30
수정 아이콘
영업 참어렵죠. 영업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길!
19/06/25 11:31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좋은 글인듯 하네요. (이런저런말 주저리 주저리 쓰다가 다지우고... )잘 읽었습니다.
게르아믹
19/06/25 11:32
수정 아이콘
영업하시는 분 진짜 존경스럽습니다. 전 진짜 못하겠더라구요...
19/06/25 11:33
수정 아이콘
화이팅!!!!
이쥴레이
19/06/25 11:35
수정 아이콘
힘냅시다.
메가트롤
19/06/25 11:51
수정 아이콘
쇠장갑 퍼포먼스는 와........
고무장이
19/06/25 11:57
수정 아이콘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거 같습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요시오카 리호
19/06/25 11:58
수정 아이콘
[이젠 나도 박스 들고 6층도 오르내릴 수 있고, 쇠장갑도 낄 수 있고, 어린친구에게 입발린 말도 할 수 있다.
내가 지켜야할사람들이 생겼으니까.]


!!!!!!!!
이웃집개발자
19/06/25 12:0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돼지도살자
19/06/25 12: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 우회 비속어 사용(벌점 4점)
시나브로
19/06/25 12:22
수정 아이콘
'세 번 인사' 문장에서 따로 기억했지만 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결혼식장 식사 연회장 입구에서 꾸벅 인사하는 아르바이트 일 하던 스무 살 정도 여자 아이들 생각나게 돼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저게 뭐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애틋한 게 애틋한 거라..

올해 초 겨울에 저희 집 정수기 점검해 주시는 여사님 뒷주머니인가에서 핫팩이 터지는 바람에 부엌에 검은색 부스러기 핫팩 내용물 쏟아져버린 기억도 나고..

이 일들은 아무것도 아닌 화장실 한 구석에서 열악하게 먹고 쉬는 청소 노동자 여사님들 탐사 뉴스 등...

이상적 최선진국 실현한다고 저런 일들이 사라질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우리 전체 국민의 삶의 질, 행복이 매우 증진될 거라는 점에서 강력한 동기부여라고 하지 않을 수 없고, 영은 통한다 믿고 항상 기도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살 생각입니다.
조용히살자
19/06/25 12:45
수정 아이콘
에고... 우리모두 힘냅시다...
파랑파랑
19/06/25 12:5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다람쥐룰루
19/06/25 12:53
수정 아이콘
제가 기술직이라 아직 잘 모릅니다만...
저게 적성에 맞아서 하는사람은 없겠죠...
티모대위
19/06/25 21:38
수정 아이콘
사람이란 모름지기 열이면 열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사는데... 누군들 남 비위 맞추는게 적성에 맞고 즐겁겠습니까 ㅠㅜ
직업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거겠죠...
metaljet
19/06/25 13:00
수정 아이콘
쇠장갑 퍼포먼스 써먹어봐야겠네요.. 근데 정말 안다치나요?
19/06/25 13:01
수정 아이콘
사람 상대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어요
19/06/25 13:08
수정 아이콘
사람 상대하는 것 안 하려고 전공부터 직업 선택까지 엄청 신경써서 살았는데, 그래도 완전히 안할 수는 없더라고요. 영업을 주 업무로 하는 분들 진짜 대단하십니다.
루카쿠
19/06/25 13:17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한 반년 넘게 맨땅에 헤딩 비스무리한 영업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영업 진짜 어렵죠. 늘 을로 살아야 하고 주문 안 들어오면 속타고... 자괴감 들고...
영업을 오랫도록 하시는 분들 정말 대단하고, 영업이란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문과 졸업하고 영업 말곤 할게 많이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정말 낙담했습니다.
전직백수
19/06/25 13:42
수정 아이콘
흑흑....내신세야..!!! 加油 !!!
foreign worker
19/06/25 13:44
수정 아이콘
마인드는 존경스럽지만 결코 좋아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앚원다이스키
19/06/25 14:12
수정 아이콘
영업 진짜 힘들죠. 정말.. 사람 상대하는 일이라는게 참
곽철용
19/06/25 14:24
수정 아이콘
진짜 피같은 돈입니다
먹고사는게 참 힘들어요
잘 쓰고 잘 굴려야죠
19/06/25 14:38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영업이 제일힘든거 같아요 ㅠ
처음과마지막
19/06/25 15: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세상일이 모든게 따지고 보면 나를 파는 영업이죠
결국 국가 수출도 크게 보면 영업의 일종이구요

상품이든 지식이든 뭐든 광고 하고 홍보하고 영업하고 판매를 해야 수익이 남죠

결혼도 결국에는 조건이 좋아야 잘팔리겠죠

근데 누구나 자기 자신이든 부모든 아내든 지켜야할 것들이 있으니 힘들어도 참고 영업하는거죠

건설 노동자도 자신의 노동력을 파는 영업을 하는거죠

정치인도 대통령도 표얻는 영업해야 될수있죠

세상에 돈버는 일은 다 힘들어요
루카쿠
19/06/25 16:12
수정 아이콘
핵인정.
아이고배야
19/06/25 16:17
수정 아이콘
이런거 보면 게임업에 종사 하는게 그나마 나은거 같기도 하고..-_-;
마치강물처럼
19/06/25 17:44
수정 아이콘
영업 19년차 입니다.
이젠 5분 아니 3분만 이야기 해봐도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짤리면 돗자리 하나 깔아도 될 듯)
간 쓸개 다 빼가며 살아왔지만 20년 가까이 되가다보니 사람이 남았습니다.
사람이 결국 재산입니다. 영업직 화이팅!!!
마스터충달
19/06/25 18:01
수정 아이콘
먼지 같은 우리 존재 화이팅...
달콤한휴식
19/06/25 18:10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 봤습니다 도발적인 제목, 교훈적이면서도 굉장히 현실적인 내용 컴팩트한 글 길이와 그걸 가독성 좋게 풀어내는 글솜씨 정말 인상깊게 봤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써주세요
채무부존재
19/06/25 18:29
수정 아이콘
댓글보다 추천이 많네요.
유쾌한보살
19/06/25 18:52
수정 아이콘
감동이네요... 응원, 또 응원합니다.
19/06/25 18:59
수정 아이콘
딴지는 아니지만, 치과에서 제약회사 영맨이 저런 퍼포먼스를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글은 잘 읽었습니다 ^^
스카야
19/06/25 20:22
수정 아이콘
맞아요 제약이 아니라 의료기기쪽을 잘못쓰신듯..
그러면 나올만한 상황이긴 합니다..
닉네임좀정해줘여
19/06/26 08:55
수정 아이콘
치과에서 쇠장갑 쓸 일이 없는데요...
사악군
19/06/26 13:10
수정 아이콘
쇠장갑은 치과업무와는 아무 관계가 없음..제가 '원장님 쇠장갑이 되겠습니다' 이 드립을 치려고 한 일이라..-_-
19/06/26 13:51
수정 아이콘
제가 잘못알았습니다
치과는 치료말고는 가본적이 없어서 으레 제약회사라고 생각했나봐요
이십사연벙
19/06/25 20:15
수정 아이콘
영업 이미지가 개박살난건 소위 X팔이로 대표되는 유사 사기꾼들 때문이죠(카드 보험 폰 인터넷 통신사..)

실실웃으면서 있는대로 불쌍한척은 다해놓고 원가보다 수십만원덤탱이씌운 쓰레기약정서 건네는거보면 참 가증스럽습니다

얼마전에 저희 어머니는 이사때문에 이전신청했는데 전화받는사람이 셋탑박스를 무료로 교체해줄테니 약정을 3년연장하자고 했다더군요, 참나.. 만천원짜리 갖다가.. 이게 사기꾼이지 별게 사기꾼이겠습니까? 잘 모르는 사람 데려다가 한놈만 걸려라 하고 여기저기 찌르고다니는거..

아무튼 좋은물건 팔려고 열심히 노력하시는 영업사원분들은 파이팅이고 x팔이들은 국가차원에서 좀 공정한계약을 할수있게끔 지도했음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단통법도 별로 나쁘게 안봐요
밝음의전설
19/06/25 20:46
수정 아이콘
이게 리얼 월드죠

화이팅입니다!
19/06/25 21:35
수정 아이콘
난 영업은 절대 안돼. 못해!!
평생 이 마인드로 살았고 인문계열 나온 주제에 영업은 안쓴다며 관리 지원직군으로만 쓰다가 취업에 난항을 겪었죠..
지금은 잘풀려서 외부고객상대하는 일은 안하지만 내부고객 샤바샤바를 10여년간 하다보니 영업직도 시키면야 언제든 굽실거리면서 할 자세가 되었습니다. 이새x는 영업시키면 잘할꺼야 하는 말도 여러번 들었네요..
인생사 내공이 쌓이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 본문에 예를 들어주신 분들도 그런 내공이 쌓일대로 쌓인 훌륭한 분들이란 감상이네요.
지니팅커벨여행
19/06/26 08:43
수정 아이콘
대학생 때까지는 다들 그렇게 생각하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영업 직군에 마음을 운 사람들도 꽤 있더라고요.
제조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제조업의 꽃은 영업이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대표이사가 한 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15043 6
공지 [공지] 정치카테고리 운영 규칙을 변경합니다. [허들 적용 완료] [126] 오호 20/12/30 247833 0
공지 자유게시판 글 작성시의 표현 사용에 대해 다시 공지드립니다. [16] empty 19/02/25 324368 8
공지 [필독] 성인 정보를 포함하는 글에 대한 공지입니다 [51] OrBef 16/05/03 447432 28
공지 통합 규정(2019.11.8. 개정) [2] jjohny=쿠마 19/11/08 317098 3
101200 삼체 살인사건의 전말 [5] SNOW_FFFF1242 24/03/29 1242 0
101199 갤럭시 S23 울트라 One UI 6.1 업데이트 후기 [10] 지구돌기1774 24/03/29 1774 1
101198 전세계 주식시장 고점신호가 이제 뜬거같습니다(feat.매그니피션트7) [54] 보리야밥먹자8730 24/03/29 8730 0
101197 8만전자 복귀 [39] Croove5203 24/03/29 5203 0
101196 웹소설 추천 : 천재흑마법사 (완결. 오늘!) [34] 맛있는사이다3373 24/03/28 3373 0
101195 도둑질한 아이 사진 게시한 무인점포 점주 벌금형 [105] VictoryFood6973 24/03/28 6973 9
101194 시리즈 웹툰 "겜바바" 소개 [46] 겨울삼각형5033 24/03/28 5033 2
101193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마침표와 물음표 사이.(노스포) [4] aDayInTheLife3548 24/03/28 3548 3
101192 고질라 x 콩 후기(노스포) [21] OcularImplants4881 24/03/28 4881 2
101191 미디어물의 PC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80] 프뤼륑뤼륑7846 24/03/27 7846 3
101190 버스 매니아도 고개를 저을 대륙횡단 버스노선 [59] Dresden10784 24/03/27 10784 3
101188 미국 볼티모어 다리 붕괴 [17] Leeka10345 24/03/26 10345 0
101187 Farewell Queen of the Sky! 아시아나항공 보잉 747-400(HL7428) OZ712 탑승 썰 [4] 쓸때없이힘만듬3749 24/03/26 3749 5
101186 [스포없음] 넷플릭스 신작 삼체(Three Body Problem)를 보았습니다. [48] 록타이트8322 24/03/26 8322 10
101185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5) [3] 계층방정3200 24/03/26 3200 8
101184 [웹소설] '탐관오리가 상태창을 숨김' 추천 [56] 사람되고싶다6868 24/03/26 6868 20
101183 진짜 역대급으로 박 터지는 다음 분기(4월~) 애니들 [58] 대장햄토리6441 24/03/25 6441 2
101182 '브로콜리 너마저'와 기억의 미화. [9] aDayInTheLife4038 24/03/25 4038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