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6/24 23:40:49
Name chilling
File #1 추경.jpg (178.9 KB), Download : 55
Subject [정치] 추경과 관련된 이야기들


출처, '2019 대한민국 재정', 국회예산정책처

1. 빚을 내야만 추경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추경의 재원 구성에는 보통 언론, 정치권에서 ‘빚’이라고 표현하는 국채 발행도 있지만 세계잉여금, 한국은행 잉여금 등 다양한 재원이 존재합니다. 세계잉여금은 쉽게 말해 정부가 지출하고 남은 돈입니다. 세금이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들어와 남는 것이죠. 이 남은 돈으로 국가채무 상환하는 등 이곳저곳에 먼저 쓴 후 그래도 남은 일부를 다음 해 추경 총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한국은행 잉여금은 한은도 알고 보면 순이익을 내는 기관입니다. 예컨대 보유한 외화자산을 그냥 묵히는 게 아니라 굴리기도 합니다. 잘 굴려서 수익이 나면 그걸 추경 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죠. 작년엔 한국은행이 거의 4조에 가까운 수익을 냈고, 한국은행 기여금이 추경에 6000억 정도 이용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잉여금 말고도 정부가 볼 때 올해 세수가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면 그 돈을 추경 예산으로 미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누군가의 매출은 또 다른 누군가의 지출이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정부의 예상을 초과한 세수는 결과적으로 정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 여력을 그만큼 감소시킨 것입니다. 정부는 가계, 기업과 다르게 수익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주체가 아니므로 잉여금을 가계와 기업에게 할 수 있는 만큼 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전혀 빚을 내지 않는 추경도 있는가?

전 정부로 보자면 16년에 국채를 전혀 발행하지 않고 11조 규모의 추경안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11조 중 9.8조는 예상 세수증가분, 나머지 1.2조는 세계잉여금으로 준비했었는데, 이렇게 하면 빚을 내지 않고 추경이 가능합니다. 현 정부는 17년, 18년 연속으로 추경을 편성했는데, 이때도 16년과 마찬가지로 국채는 발행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항상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추경 전해에 정부의 예상보다 오히려 세입이 적은 세수결손이 발생했었다면 오히려 추경을 통해 그 결손을 메꿔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곤 합니다.



3. 최근 자유한국당이 얘기하는 것처럼 19년 추경안은 ‘빚내서 퍼주기’인가?

‘빚내서’라는 표현 자체만 보면 사실입니다. 정부의 이번 추경안은 규모로는 6.7조 정도이며 이 중 빚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국채 발행은 3.6조로 추경액의 약 5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시나 상대평가를 해봐야겠죠. 그 비판을 하는 정당이 정권을 잡았을 땐 어땠는지 비교를 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부가 국회로 토스한 추경안 기준)

이명박 정부 : 08년(4.9조, 국채 없음), 09년(28.9조, 국채 22조)
박근혜 정부 : 13년(17.3조, 국채 15.8조), 15년(11.8조, 국채 9.6조), 16년(11조, 국채 없음)
문재인 정부 : 17년(11.2조, 국채 없음), 18년(3.9조, 국채 없음), 19년(6.7조, 국채 3.6조)



4. 빚을 내지 않는 추경이 잘하는 건가?

꼭 그렇게 말할 순 없습니다. 보통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추경 계획이 있었던 때의 재원은 2번에서 언급했던 16년의 사례처럼 초과세수, 세계잉여금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가 예상을 실패한 겁니다. 물론 오차가 거의 없이 잘 예상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좋게 보면 실수를 바로잡는 당연한 선택이고, 반대로 “처음부터 잘하지 그랬어?”라고 나쁘게 볼 수도 있습니다.



5. 정부의 추경 계획이 발표되면 야당은 언제나 ‘발목잡기’로 일관하는가?

때에 따라 다릅니다. 현 여당이 야당이던 시절에도 지금처럼 오래 발목을 잡던 적도 있고요.  그래서 올해와 비슷한 상황을 찾아 비교하면 좋은데, 15년이 비교 대상으로 적절합니다.

현 정부는 18년 12월부터 올 5월까지 6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15년에도 그해 1월부터 시작된 수출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되며 우려가 터지던 상황이었고, 이는 16년 7월까지, 총 19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남깁니다.

내수 또한 현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경기동행지수나 선행지수에 있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15년에도 14년 7월 최경환이 경제부총리를 맡으며 바로 금융지원까지 포함하면 거의 40조에 다다르는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발표하며, 대출규제완화,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부양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으나 지수가 신통치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정권 3년 차, 다음 해 총선 예정, 국채를 발행하는 추경과 같은 공통점들이 있습니다. 15년에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만에 추경을 통과시켜줍니다. 19년에 자유한국당은 다들 아시다시피 2달째 국회에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래서 상대평가가 중요합니다. “뭐 둘 다 추경 반대하며 발목 잡는 거 똑같지 않나?” 이런 반응들은 정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당시 새민련 대표였던 문재인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추경에 합의하면서 법인세 정상화를 합의에 명시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다. 협상을 통해 다 얻을 수는 없지만, 우리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거둘 수 있는 성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6. 참고하면 좋은 정보들

http://www.korea.kr/news/pressReleaseView.do?newsId=156328074&call_from=seoul_paper
올 추경은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nabo.go.kr/
‘대한민국 재정 2018’, ‘대한민국 재정 2019’라고 검색하면 보고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상당히 길지만, 예산, 재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굉장히 좋은 자료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6/25 03:4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키비쳐
19/06/25 06:25
수정 아이콘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Multivitamin
19/06/25 07:3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재동자
19/06/25 09:34
수정 아이콘
위에 언급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나온 ' 2019 대한민국 재정' 책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이게 1년에 한번씩 나오는건데 벌써 한 10년 됐을겁니다.
실무적으로 재정에 대한 기초를 잡기에 가장 좋고, 통계자료도 상당히 유용한 책입니다.
세트로 아마 지방재정과 공공기관재정 책자도 있을건데 얘네는 시리즈가 쌓인지 얼마 안 됐지만, 관련 제도를 이해하고 정리하는데는 이만한 책자들 찾기 어려울 겁니다.
다람쥐룰루
19/06/25 10:1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빚을 내서 더 큰 추경을 하는게 효과적일거라 생각합니다만 자한당이 저렇게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야 도저히 통과가 어렵겠죠...
제일좋은
19/06/25 11: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
19/06/25 12:31
수정 아이콘
양적완화도 하는 판국에 빚내서 퍼주는게 뭐 어떤가 싶긴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344 [일반] 고인 뜻과 관계없이 형제자매에게 상속 유류분 할당은 위헌 [18] 라이언 덕후1754 24/04/25 1754 1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47] 오지의4187 24/04/24 4187 11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17] 사람되고싶다2275 24/04/24 2275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47] 사부작3507 24/04/24 3507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59] Davi4ever8609 24/04/24 8609 3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15] *alchemist*4604 24/04/24 4604 11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41] 네오짱6543 24/04/24 6543 5
101337 [일반] 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결심했고, 이젠 아닙니다 [27] Kaestro5978 24/04/24 5978 16
101336 [일반] 틱톡강제매각법 美 상원의회 통과…1년내 안 팔면 美서 서비스 금지 [32] EnergyFlow4141 24/04/24 4141 2
101334 [정치] 이와중에 소리 없이 국익을 말아먹는 김건희 여사 [17] 미카노아3451 24/04/24 3451 0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2882 24/04/23 2882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7] 오사십오9747 24/04/23 9747 0
101331 [일반] 기독교 난제) 구원을 위해서 꼭 모든 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87] 푸른잔향4203 24/04/23 4203 8
101330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선거와 임직 [26] SAS Tony Parker 2992 24/04/23 2992 2
101329 [일반] 예정론이냐 자유의지냐 [60] 회개한가인3819 24/04/23 3819 1
101328 [정치] 인기 없는 정책 - 의료 개혁의 대안 [134] 여왕의심복6292 24/04/23 6292 0
101327 [일반] 20개월 아기와 걸어서(?!!) 교토 여행기 [30] 카즈하2782 24/04/23 2782 8
101326 [일반] (메탈/락) 노래 커버해봤습니다! [4] Neuromancer844 24/04/23 844 2
101325 [일반] 롯데백화점 마산점,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 종료 [39] Leeka5944 24/04/23 5944 0
101324 [일반] 미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푸념 [49] 잠봉뷔르8459 24/04/23 8459 99
10132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14] Kaestro3722 24/04/22 3722 8
101321 [일반] [서브컬쳐] 원시 봇치 vs 근대 걸밴크 vs 현대 케이온을 비교해보자 [8] 환상회랑2875 24/04/22 2875 5
101320 [일반] 이스라엘의 시시한 공격의 실체? [20] 총알이모자라27452 24/04/22 7452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