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5/31 22:28:47
Name OrBef
Subject 철지난 영화 리뷰 - Vice 바이스
빅쇼트를 워낙 재미있게 본 까닭에 이 영화 나오면 꼭 봐야지 결심했었지만, 막상 영화가 나온 뒤에는 먹고사니즘에 밀려서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출장가는 길에 비행기에서 보게 되었는데요, 우와 저 개인적으로는 빅쇼트만큼 재미있게 봤습니다. (일반적인 평가는 빅쇼트보다 낮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 다시) 해서 저처럼 이런저런 이유로 이 영화 보지 못하고 지나가신 분들 참고하시라고 글 하나 올립니다. 영화 리뷰를 잘 하는 능력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냥 담담하게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트레일러가 워낙에 잘 빠졌죠. 해서 일단 2분짜리 트레일러 보시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대사가 정말 찰집니다. 정치인 특유의 '방금 입에서 나온 문장' 과 '실제 의미하는 바' 의 괴리를 느끼는 재미가 만만치가 않죠. 예를 들어서 트레일러에 나오는 대화에서 영어 버전의 딕 체니는 조지 부시한데 저런 어마어마한 권력을 달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중요한 일을 하시고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 몇 가지 정도는 나한테 맡기시라... 는 뉘앙스로 말했지요. 물론 실제로 의도한 것은 대통령을 속이고 정작 중요한 권력을 자기가 쥐려는 것이 맞고요. 이 트레일러의 번역은 그런 면에서 많이 아쉬운데요, 아마 본편 번역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해서 영어가 어느 정도 되시는 분이라면 자막을 영어로 놓고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조지 부시를 욕하는 사람들도 정작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의 구조가 어떻게 짜여져 있었는지를 아는 사람들은 사실 별로 없습니다. 근데 실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네오콘들이고 부시는 나름대로 온건파였지요. 물론 부시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자기 아래 사람들이 벌인 악행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맞으니까 부시를 옹호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하여튼 그런 배경을 어느 정도는 알고 보셔야 더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하나 보려고 책을 읽을 수야 없는 거니까, 아주 최소한만 생각해보면

딕 체니 - 도널드 럼스펠드가 당시 네오콘의 리더. 둘은 20년지기... 라기보다는 럼스펠드가 시스로드 딕 체니가 다스베이더인데 나중에는 권력 관계가 역전됨

911 이후로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일으킨 거야 충분히 이해할 만 하지만 이들은 이라크까지 침공. 명분은 후세인이 알카에다를 지원했으며 대량학살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물론 그 명분은 좋게 봐도 착각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조작. 네오콘은 정권 인수 당시만 해도 알카에다가 뭔지도 몰랐을 정도로 중동에 대한 이해가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세속주의자 후세인이 이슬람 근본주의그룹 알카에다를 지원한다는 망상이 가능했음. 게다가 당시는 셰일가스가 나오기 전인지라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오일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음. 게다가 딕 체니는 핼리버튼이라는 거대 군수기업 CEO 였음.

럼스펠드는 당시 미군의 체질을 개선하려고 했는데, 대규모의 주둔군이 더 이상 필요없는 시대니 기동전 위주로 군대를 재편한다는 개념이었음. 이게 나름대로 전쟁 초반에는 위력을 발휘해서 개전 45일만에 이라크 주력을 궤멸시키고 종전 선언을 했는데, 주둔군이 없다보니 이후 지속적으로 게릴라전에 발생했고 이후 10년동안 발목을 잡힘. 이 전쟁에서 미군이 들인 전비는 약 5조달러로 추산되며, 이후 미국의 장기 불황 및 서브프라임의 이유로 꼽힘. 크게 보면 중국의 굴기도 럼스펠드덕.

이후 늦게나마 상황을 파악한 부시가 럼스펠드를 해임시키면서 네오콘의 삽질이 약간이나마 무마됨.

대충 이렇습니다.

이렇게만 보면 딕 체니와 럼스펠드를 아주 악마같이 묘사했을 것 같지만, 영화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습니다. 딕 체니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매우 강조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아내를 극진하게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었고 (고등학교때 첫사랑인데 그대로 주욱 평생동안 고락을 같이 했더라고요), 아이들을 사랑하고 존중했습니다 (첫째딸이 게이인데, 그때문인지 공화당이면서도 동성결혼을 지지합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가지 못하고 막후 실세의 인생을 살게 된 이유는 아마 이때문일 것 같습니다). 럼스펠드는 조금 더 나쁘게 나오긴 하는데, 약간 개그 캐릭터 기믹을 추가해서 그런지 밉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럼스펠드 역을 맡은 스티브 카렐은 원래가 코미디가 전문이죠. 브루스 올마이티에 나오는 에반 백스터를 연기했습니다. 그게 누구냐고요?



이 분입니다.

조지 부시야 뭐 본인이 출연했으니까 싱크가 잘 맞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꽤 비중이 높게 나오는 캐릭터가 하나 더 있는데, 딕 체니의 부인인 린 체니입니다. 이 분은 꼭 영화의 스타일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딕 체니의 정치 인생에 아주 크게 영향을 행사했습니다. 하우스 오브 카드의 클레어 언더우드에서 감정에 휘둘리는 약점을 빼고 대신 남편을 쥐락펴락하는 능력과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능수능란하게 뻘소리를 하는 능력을 탑재시킨 상위 호환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저는 영화 아주 즐겁게 봤습니다. '공화당을 신나게 깠겠지?' 를 상상하고 보시면 좀 실망하실 거고 (물론 까지만, 심하게 까진 않습니다. 공화당을 신나게 까지 않아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싫어하고, 공화당 지지자들은 원래 싫어하고 그랬다네요. 그래서 영화가 흥행도 좀 안 좋습니다), 8-90년대 미국 정치를 2시간짜리 하우스 오브 카드 스타일로 요약한 영화를 생각하고 보시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루에
19/05/31 22:48
수정 아이콘
저도 이 영화 즐겁게 봤습니다.
체니 럼즈펠드 두 인물 모두 유쾌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졌어요. 두 인물을 호감가게 그리려는 것이 감독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두 배우가 워낙 매력적인 인물들이어서인지 연기하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더라구요. 아니면 바로 그런 양면성을 보려주려는 것-이 사람 좋아 보이는 사람들의 부주의로 세계가 엉망진창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는지도요. 혹시라도 공화당에 대한 분노나 적개심 내지는 비판의식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 감독의 취지였다면 이 영화는 실패입니다 크크크
19/05/31 23:10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보는 내내 '이 양반들아, 조금만 더 힘을 내!' 하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크크크
19/05/31 23:01
수정 아이콘
저도 마침 오늘 봤습니다. 빅쇼트 보다는 약간 모자라지만 (혹은 그만큼 신선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재밌었습니다 흐흐흐흐
19/05/31 23:05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재밌게 봤네요. 기생충 보기 전까진 올해 영화 중 최고였어요. 생각해보니 두 영화 다 블랙코미디로서도 살벌하게 재밌네요.
세오유즈키
19/05/31 23:11
수정 아이콘
빅쇼트만큼은 아니지만 진짜 재밌게 봤습니다.빅쇼트는 4명이서 티키타카하면서 치고박는 맛이 있는데 이 영화는 딕체니랑 럼스펠드+나레이션이여서 상대적으로 맛이 떨어지더라고요.맨 마지막에 크레딧 끝나고 올라오는 거 보면서 제대로 웃었습니다.
19/05/31 23: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배경을 못보고 봤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하지만 빅쇼트하고 마찬가지로 새롭게 연출할려는게 있는거 같은데 빅쇼트에서는 괜찮았어요 그런데 바이스에서는 별로더군요. 그것뺴고는 만족하고 봤어요
19/05/31 23:18
수정 아이콘
리뷰 한번 해볼까 하다 미뤄두고 있던 터라 매우 반가운 글이네요! 참 떠들거리가 많은 영화죠.



VICE : 악? 부통령?
중의법을 통해 영화의 대략적인 방향성을 암시해 줍니다.




지적하신 체니와 부시의 극장판 대화는 대략 다음과 같이 번역된 걸로 기억합니다.


체니 "사소한 걸로 몇 가지 권한을 줬으면 해. 예를 들어, 국방, 에너지, 외교 같은 것들" 아시다시피 톤앤매너는 진짜 사소한 거 달라는 어조죠.

그러자 부시는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곧 허탕(허당+호탕)하게 웃으면서 동의합니다. 부시가 아주 바보같이 묘사되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부시 정권 하의 신보수가 비판받는 부분. 주로 보수가 비판받는 부분들과 일맥상통하죠. 대책없는 대외강경외교로 인한 마찰, 명분없는 전쟁, 사임 시 과도한 퇴직금을 지급한 헬리버튼에 국책사업 수의 계약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인 부분.
저 나라 보수는 적어도 민주주의라는 룰 자체를 훼손시키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전쟁에 이긴 대통령은 인기가 좋지'.. 정도의 언급이 다죠. 룰에 맞춰 선거에 임하고 지면 깨끗이 물러납니다.


이걸 가장 폐부에 찔러넣는 대사가 바로 마지막 딕 체니의 대사죠.

(우리가 잘못했다고?)
관객들을 똑바로 쳐다보며 딕 체니가 말합니다.
"당신들이 우리를 선택했잖아"
anddddna
19/05/31 23:23
수정 아이콘
별 기대 안하고 봤는데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선 cgv 단독 개봉이라 상영관 찾기 힘든 영화였네요.

배우들이 참 매력적이고 빅 쇼트보다 액자식 구성이 적어 몰입감이 높아 좋았습니다.
외력과내력
19/05/31 23:26
수정 아이콘
저는 내용도 내용인데, 클리셰를 깨부수는 구성을 특히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래오래 잘먹고 잘살았답니다 크레딧 올라가던건 정말...... 크크크크 아 스포일러인가요 ㅡㅡ;
19/05/31 23:28
수정 아이콘
아 그 크레딧은 진짜 대단했습니다!!!
19/05/31 23:36
수정 아이콘
원래 부통령은 말 오줌통 같은 자리라고(실권 없는 자리라고) 하는 말이 있었는데 딕 체니는 확실히 근래에 몇 없는 실세 부통령이었던 것 같습니다.
19/05/31 23:46
수정 아이콘
딕순실
1절만해야지
19/06/01 00:13
수정 아이콘
영화 정말 재밌었어요!!! 추천합니다.
19/06/01 02:49
수정 아이콘
진지함과 다크 유머 사이의 선을 걷는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이라크전이 서브프라임 위기의 이유로 꼽힌다는건 카트리나와 투아모리의 상관관계 수준의 비약인네요.
19/06/01 03:06
수정 아이콘
그 부분은 제가 다시 봐도 무리수 맞는데, 글 수정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는 개인 방침이 있는지라 그냥 뒀습니다.
전설속의인물
19/06/01 09:37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의 추천으로 리스트에 넣어두고도 우선순위에서 계속 밀려나고 있네요. 봐야겠네요. 리뷰와 예고편 볼때마다 보고 싶어지는 영화네요.
나눔 감사드려요!
이비군
19/06/01 12:23
수정 아이콘
빅쇼트는 세련되서 좋았는데 바이스는 식탁에서 정책 주문하는 장면 같은건 좀 오글거리긴 하더군요. 감독이 뮤지컬 씬까지 찍었던데 그거까지 넣었으면.. 그래도 재밌었습니다. 자기의 정치적 신념에 정반대에 있는 인물을 매력적인 빌런처럼 표현하는게 참 신선했어요.
Multivitamin
19/06/01 13:50
수정 아이콘
빅쇼트보단 조금 아쉬웠지만 재밌는 영화였어요.
미적세계의궁휼함
19/06/01 17:22
수정 아이콘
비행기 버전은 몇몇 더 노골적이고 찰진대사가 편집돼 있더군요. 같이 비행기로 이동중에 친구에게도 옆자리서 추천했는데 아쉬웠습니다.
19/06/02 01:03
수정 아이콘
아앗 이럴 수가!!!
초능력자
19/06/02 01:27
수정 아이콘
영화보고 나서 감독이 그린 부시는 멍청하고 무능한 인간이었습니다만 이번에 부시 대통령이 한국와서 그림까지 그려주고 간 것 보니 사람이 나빠보이지는 않더군요.
그런 사람이 딕 체니에 놀아나서 최강대국의 대통령이 되어 전쟁까지 일으킨 건 비극입니다.
19/06/06 11: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확실히 빅쇼트보다는 너무 힘이 들어간 느낌이었네요
그래서인지 작품의 유머도 너무 과장되서 빅쇼트 만큼의 재미는 아니었던 거 같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047 서이초 교사 순직 인정 [16] lexicon6960 24/02/28 6960 14
101046 일본 주가지수가 1989년 버블 시절 전고점을 돌파했네요. [17] 홍철5180 24/02/28 5180 0
101045 [듄 파트2 감상]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 사이. (약스포) [11] 빼사스3299 24/02/27 3299 2
101043 여당이 고발하고 경찰이 수사하고 방심위가 차단한 ‘윤 대통령 풍자 영상’ [47] 베라히10769 24/02/27 10769 0
101042 [2/28 수정] 비트코인이 전고점을 뚫었습니다!!!! [116] 카즈하11059 24/02/27 11059 1
101041 한동훈 "민주당, RE100 아느냐고만 이야기해…모르면 어떤가" [102] 빼사스10536 24/02/27 10536 0
101040 Pa간호사 시범사업과 의료사고처리특례법 [14] 맥스훼인4134 24/02/27 4134 0
101039 (뻘글) 유대인과 한국인과 지능과 미래인류의 희망 [41] 여수낮바다3881 24/02/27 3881 4
101038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결책은... 무려 표창장 수여!? [34] 사람되고싶다6353 24/02/27 6353 0
101037 뉴욕타임스 1.16. 일자 기사 번역(미국의 교통사고 문제) [4] 오후2시3443 24/02/26 3443 5
101036 아이돌 덕질 시작부터 월드투어 관람까지 - 1편 [4] 하카세2156 24/02/26 2156 5
101035 대통령실 "4월 총선 이후 여가부 폐지를 예정대로 추진" [133] 주말12167 24/02/26 12167 0
101034 갤럭시 S22 울트라에서 S23 FE로 넘어왔습니다. [10] 뜨거운눈물4638 24/02/26 4638 5
101032 마지막 설산 등반이 될거 같은 2월 25일 계룡산 [20] 영혼의공원4408 24/02/26 4408 10
101031 해방후 적정 의사 수 논쟁 [10] 경계인5354 24/02/26 5354 0
101030 메가박스.조용히 팝콘 가격 인상 [26] SAS Tony Parker 6654 24/02/26 6654 2
101029 이재명 "의대 정원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 선" [84] 홍철13160 24/02/25 13160 0
101028 진상의사 이야기 [1편] [63] 김승남5448 24/02/25 5448 33
101027 필수의료'라서' 후려쳐지는것 [53] 삼성시스템에어컨8477 24/02/25 8477 0
101025 그래서 필수의료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151] 11cm7893 24/02/25 7893 0
101024 소위 기득권 의사가 느끼는 소감 [102] Goodspeed10870 24/02/25 10870 0
101023 의료소송 폭증하고 있을까? [116] 맥스훼인8780 24/02/25 8780 42
101022 [팝송] 어셔 새 앨범 "COMING HOME" 김치찌개1487 24/02/25 1487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