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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22 02:06:55
Name 신불해
Subject 유방의 부하들이 꼽은 유방이 승리한 이유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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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전쟁에서 유방이 항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전략전술적인 부분에서 접근할 수도 있고 정치공학적인 부분에서도 접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다 종합해서 두리뭉술하게 이야기 해본다면 묘합니다.



항우는 유방보다 싸움도 잘했다고 하고, 세력도 컸다고 합니다. 반면에 유방은 대체적인 인식으로는 싸움도 못하고(거기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는 점을 예전에 이야기한적도 있지만 넘어가고) 인간성도 더럽고 부하들도 숙청했다고 합니다. 항우가 싸움도 잘하고 세력도 컸고 유방처럼 대놓고 부하를 숙청하진 않았는데 아니 그럼 왜 졌다는 건지?





천하 통일 후 승자의 여유를 만끽하며 펼쳐진 한나라의 주연에서 유방은 부하들에게 "너희들이 생각하기에 내가 항우를 이긴 이유는 무엇인 것 같나? 한번 계급장 때고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라." 라고 말했고, 이에 부하인 왕릉, 고기 등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고기(高起)와 왕릉(王陵)이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는 오만하셔서 사람을 업신여기지만 항우는 어질어서 사람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폐하는 사람을 부려 성과 땅을 공략하게 하여 항복시키면 그것을 나누어 주어 천하와 함께 이익을 함께 합니다. 항우는 어질고 유능한 자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공을 세우면 해치고 어질면 의심합니다. 싸워 승리해도 그 사람의 공을 인정하지 않고 땅을 얻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 이익을 나누어주지 않습니다. 이것이 그가 천하를 잃은 까닭입니다."



高祖置酒雒陽南宮. 高祖曰:「列侯諸將無敢隱朕, 皆言其情. 吾所以有天下者何? 項氏之所以失天下者何?」高起、王陵對曰:「陛下慢而侮人, 項羽仁而愛人. 然陛下使人攻城略地, 所降下者因以予之, 與天下同利也. 項羽妒賢嫉能, 有功者害之, 賢者疑之, 戰勝而不予人功, 得地而不予人利, 此所以失天下也.」






보통은 이 말보다, 이 말을 듣고 난 뒤 유방이 "경들은 하나만 알고 다른건 모른다. 나는 한신, 장량, 소하 보다 각각 능력은 떨어져도 그들을 잘 써먹을 줄 알았다. 반면 항우는 범증 한 사람도 제대로 못 부렸다." 라고 한 말이 더 유명합니다.





하지만 유방의 부하들이 '유방이 승리한 이유' 로 꼽은 것이 '유방이라는 사람이 오만무례하긴 해도 무얼 얻으면 그걸 나눠 주는 법을 안다. 반면에 항우는 뭘 나눠주는 법이 없다. 그래서 진 건다.' 라는 것이었다는 건, 생각해보면 꽤나 재밌습니다. 최소한 '폐하는 오만하고 사람을 업신여기는데 항우는 그래도 성격은 어질어서 사람 사랑 할 줄은 안다.' 라고 까지 했는데 단순히 유방을 추켜세우려고 하는 소리는 아닐 듯 하구요.





소설 초한지 등과 각종 미디어매체로 한신, 항우 등에 훨씬 감정이입 하는 경우가 많은 대체적인 사람들은 유방에 대해 '아주 탐욕스럽다' '욕심이 많다' '부하들을 숙청해서 그걸 빼앗아 꿀꺽했다' 등등 일종의 '욕심 많은 도둑 놈' 이라는 이미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유방은 잘 나눠주었다. 바로 그렇게 잘 나눠준 게 유방이 승리한 가장 큰 원인이다.' 라는 건 완전히 정반대의 이야기니까요.






이 일화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항우와 유방을 비교하는 유방 부하의 발언은 또 있습니다. 바로 '진평' 의 발언인데, 사기 진승상세가에서 나오는 해당 언급은 이렇습니다.




「天下紛紛, 何時定乎」

유방 : "이봐, 이 어지로운 천하가 대체 언제나 되서 안정될 것 같은가?"


「項王為人, 恭敬愛人, 士之廉節好礼者多帰之. 至於行功爵邑, 重之, 士亦以此不附. 今大王慢而少礼, 士廉節者不來;然大王能饒人以爵邑, 士之頑鈍」

진평 : "항우라는 사람은 남을 공경하고 사랑해서 절개 있고 예를 좋아하는 선비의 부류가 많이 그에게 몸을 맡깁니다. 그런데 공을 논하여 벼슬과 땅을 줄 때는 정작 아까워 하기 때문에, 선비들이 또 이 때문에 그를 따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진평 : "대왕의 경우를 말씀드리자면, 대왕은 오만무례하고 예의를 한없이 가볍게 여기시기 때문에, 청렴하고 절개 있는 사람들이 오질 않습니다. 그렇지만 벼슬과 땅을 잘 주기 때문에 절개 없고 이익을 바라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우리 한나라로 많이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둘의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한다면 천하야 손가락만 저어도 금세 안정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왕께서는 멋대로 사람을 욕하고 다니시기 때문에 청렴하고 절개 있는 선비들을 못 얻고 계십니다."






여기서 진평은 항우가 일단은 사람이 품격 있고 예절을 좋아하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선비들이 많이 따르지만, 정작 항우는 무얼 나눠주는 법이 없어서 그들이 실망해서 떠난다고 이야기 합니다.


반면에 유방에 대해서는 무례하기 짝이 없어서 명망 있는 사람들이 영 꺼려서 이런 품격 있는 사람들이 오질 않는데, 반면에 뭘 나눠주기 때문에 그걸 바라는 인간들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잘 오고 있다는 아주 노골적인 발언을 합니다.




유방에 대해서 '덕이 많다' 는 다소 두리뭉술한 표현이 자주 사용 되고, 좀 더 직접적으로는 '사람 끄는 매력이 있다' 는 말도 자주 사용 됩니다. 그런데 어떤식으로 사람 끄는 매력이 있다는 건지 싶을 수 있습니다. 최소한 유방이 오만무례하고 건달 같은 면모가 심했다는 건 누구나 다 인정하고, 특히나 전통적인 귀족 사회 계층에서 이런 점은 더 큰 결점이었을 겁니다. 한때 유방을 따랐던 위나라 공자 출신 서위왕 위표가 유방을 배신한 이유가 "유방은 너무 욕을 많이 해댄다. 사람을 무슨 개나 소라도 되는 양 욕을 해대니 견딜 수가 없다." 였을 정도니 말입니다. 욕을 너무 많이 해서 배신하는 사람이 나올 정도의 사람에게 '덕이 많다' 는건 정말로 두리뭉술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평이 유방에게 말하길, 그런 사람들은 그런 이유로 유방을 따르지 않지만, 대신 이익이나 바라는 소인배들은 유방을 따르면 뭔가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싶어서 똥파리마냥 몰려든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유방이 무슨 엄청난 대의명분을 가졌다거나, 정체불명의 두리뭉술한 매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최소한 따르는 작자들에게는 뭘 주긴 줬기 때문에, 이 따르는 사람들도 이익이나 바라는 파리떼 같은 자들이고 이익이 안되면 당장이라도 떠날 사람들이지만, 유방이 주는 이익을 마다하지 않고 그에게 머물렀다는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유방의 가장 핵심적인 측근이라고 할 사람들도 그런 점이 없지 않습니다. 절친 노관이나 같이 칼싸움 하고도 숨겨주던 하후영, 동서인 번쾌 정도는 예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의 관리 출신인 소하나 조참의 경우는 또 이야기가 다릅니다. 특히나 소하 같은 경우는 충신, 중국사에 길이남을 명재상, 더 없이 헌신적인 신하로 알려졌지만 처음 유방을 따른 계기를 보면 또 묘한 점이 있습니다.





부로들이 바로 자제들을 이끌고 현령을 죽이고는 성문을 열어 유계를 맞아들여 패현의 현령으로 삼고자 했다. 유계는 “천하가 바야흐로 소란스러워 제후들이 너나할 것 없이 들고 일어나는데 지금 못한 장수를 두면 단 한번의 패배로 바닥에 처박히고 말 것이오. 내가 목숨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능력이 부족하여 부모형제들을 지키지 못할까 두려워서입니다. 이 큰 일은 서로 돌아가며 추천하여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소하와 조참 등은 모두 문관으로 몸을 사렸다. 일을 성취하지 못하면 진에게 집안이 멸족당할까 두려워 모두 유계에 양보했다. 여러 부로들도 모두 “평소 듣기에 유계에게는 기이한 일들이 있다고 들었소. 귀한데다 점을 쳐보니 유계가 가장 길하다고 나왔소”라고 했다. 유계게 몇 차례 사양했으나 아무도 하려는 자가 없어 유계를 패공으로 세웠다. ─ 사기 고조본기





소하와 조참은 현령이 자기들을 죽이려 들자 겁이 나서 유방에게 합류해서 현령을 죽이고 반군의 일원이 되었는데, 일단 일이 그렇게 된 후 유방을 대장으로 삼았을때 보통은 의례적으로라도 "소하와 조참은 유방이 덕이 있다고 생각하여..." 혹은 "유방에게 있는 신묘한 기운을 느끼고 그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해..." 같은 포장이라도 해줄만 한데 이를 기록한 사마천은 그런 에두리 없이 직설적으로 



"소하나 조참이나 모두 문관 출신이고, 만약에 일이 잘못되어 진나라의 법률로 처벌 받을 경우 대표자로 있으면 집안이 멸족 당할 수도 있어서 유방에게 대표 자리를 넘겼다." 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유방이 주는 이익을 바라서 따른 건 아니지만 유방을 일종의 방패막이로 써먹은 겁니다. 유방을 이용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으려고 한 건 앞서 진평이 말한 '소인배' 의 무리와 비슷 합니다. 유방이 자신에게 득이 되기 떄문에 따랐던 거죠.





그리고 유방은 실제로 그들에게 이득을 주었습니다. 유방을 따라서 아무것도 없는 날건달에서 후(侯)가 된 직접적인 공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단으로 시작했더라도 유방의 부하로 오랫동안 그를 따라서 나름대로 부대에서 관록도 있고 적당히 이름도 있을만한 '고참병' 들 역시 많은 이득을 보았습니다. 





「諸侯子在關中者,復之十二歲,其歸者半之。民前或相聚保山澤,不書名數,今天下已定,令各歸其縣,復故爵田宅,吏以文法教訓辨告,勿笞辱。民以飢餓自賣為人奴婢者,皆免為庶人。軍吏卒會赦,其亡罪而亡爵及不滿大夫者,皆賜爵為大夫。故大夫以上賜爵各一級,其七大夫以上,皆令食邑,非七大夫以下,皆復其身及戶,勿事。」又曰:「七大夫、公乘以上,皆高爵也。諸侯子及從軍歸者,甚多高爵,吾數詔吏先與田宅,及所當求於吏者,亟與。爵或人君,上所尊禮,久立吏前,曾不為決,甚亡謂也。異日秦民爵公大夫以上,令丞與亢禮。今吾於爵非輕也,吏獨安取此!且法以有功勞行田宅,今小吏未嘗從軍者多滿,而有功者顧不得,背公立私,守尉長吏教訓甚不善。其令諸吏善遇高爵,稱吾意。且廉問,有不如吾詔者,以重論之。」


"제후의 자식으로 관중에 있는 이는 12년간 요역을 면하게 하고, 돌아간 자는 그 반만 면하게 하라. 백성들이 이전에 난을 피해 혹 산이나 못에 모여 살며 목숨을 보존하다 호적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이제 천하는 이미 안정되었으니, 영을 내려 각자 제가 살던 현(縣)으로 돌아가게 하고, 옛 작위(爵)와 전택(田宅)을 돌려주며, 관리들은 법조문으로 그들을 깨우쳐 알려주어 자신을 욕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백성들이 굶주림 때문에 스스로를 팔아 남의 노비가 된 자는 모두 면(免)하여 서인으로 삼아라."


"부대의 관리나 사병 가운데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작위가 없는 자나 제5급인 대부 작위가 없는 자에게는 일률적으로 대부 작위를 하사한다. 원래 대부 작위를 가진 자나 이보다 더 높은 작위를 가진 자에게는 일률적으로 원래 작위보다 한등급 높은 작위를 하사한다. 또 7급인 공대부 작위를 가지는 자는 일률적으로 식량 및 토지를 받는 대우를 누릴 수 있다. 공대부 이하의 작위를 가지는 자와 친척은 모두 요역에 복무하지 않을 특권을 누릴 수 있다.


 "공대부와 8급인 공승 이상의 작위는 모두 고급 작위에 해당한다. 그러나 나를 따라서 천하를 탈취한 사람은 고급 작위를 가질 수 있다. 나는 수차례 휘하의 관리들에게 우선적으로 이 사람들에게 토지와 가옥을 나눠 줘야 한다고 명령했다. 고급 군작과 식량 및 봉록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은 사실 우리의 존중과 예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많은 관리들은 그들에게 누려야 할 대우를 해주지 않고 있다. 이는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진나라가 통치하고 있었을때, 공대부 이상의 작위를 가졌던 사람은 현령과 같은 지위를 누릴 수 있다." ─ 한서 고제기






이는 유방이 천하통일 후 부대를 해산하며 내린 조서인데, 전쟁 통에 살던 곳을 잃어버린 유랑민들을 다시 터전으로 돌려보내고 혼란 중에 노비가 된 사람들에게 노비 해방령을 내려 자유를 주는 등의 내용이 있는데 부대원들에 관한 내용도 있습니다. 



부하들 중에서 딱히 결격 사유가 없는 자들에게는 일괄적으로 모두 대부 작위를 주고, 원래가 대부 작위 이상인 사람들은 일률적으로 한 단계 높은 작위를 주었습니다. 그게 공대부 이상이 되면 역시 일괄적으로 식량 및 토지를 나눠 주었고, 그들의 친척들에게 요역을 복무하지 않아도 되는 특권을 내렸습니다.



공대부 이상이면 유방의 부하들 중에서도 그래도 어느정도 솜털 같은 뜨내기들은 거르고 나름대로 굵은 인물들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유방은 그런 인물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관리들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이 사람들에게 토지와 가옥을 줘야 한다." 고 수차례 명령했고, 이게 잘 되지 않는듯 하자 직접적으로 전국에 포고하는 조서를 내려 "이런 점을 잘 시정하라." 고 특별 당부를 내렸습니다. 유방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 중에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당시 군웅들은 아무런 선택지도 없이 그냥 덕이 있고 정의로운 유방을 순진무구하게 믿고 따르다가 그에게 호구처럼 배신 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들 '선택' 의 기회가 있었지만 다들 나름대로의 꿍꿍이와 탐욕을 가지고 자신의 것을 잘 나눠주는 유방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그를 선택했고, 그때문에 유방이 승리했다는 시각을 꽤 두루두루 많은 사람들이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방은 탐욕스럽다' 는 이미지와는 좀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방은 분명 오만무례하고, 건방지고, 예절이 없다는 이미지를 당장 그 시대 사람들부터 가졌지만, 최소한 그 시절 사람들은 유방을 '나눠줄 지를 모르고 자기만 다 가지려고 한다' 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맹목적인 충성 이런것보다 '유방이 자신들에게 무언가 떡고물을 줄 것' 이라는 아주 계산적인 '이득' 을 생각하며 그를 따랐고, 실제로 유방이 이를 만족시켜 주었기 때문에 힘껏 싸웠고 여타 인재들을 포섭할 수 있었다는 식이고, 이런 유방의 면모와 대비되어 '항우는 통이 크지 못하다' 는 인식 역시 있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토사구팽에 대해서는? 이 부분도 '한없이 불쌍한 사람들을 유방이 잔혹하게 죽였다' 는 시각도 이제 많이 수정 되서 '죽을만 해서 죽였다' 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죽을만 했는지 안했는지는 둘쨰치고 이 죽은 사람들의 성격을 볼 필요도 있습니다. 유방은 부하들 중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 아무나 다 죽인게 아닙니다. 그건 주원장이고, 유방은 가장 높은 사람들 '만' 쳤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한신, 팽월, 경포의 '이성왕' 들 입니다.



그런데 이 '이성왕' 들은, 애초에 유방의 '부하' 라고 보기에 힘든 사람들 입니다. 원래는 동업자인데 이런저런 사정 끝에 좀 하청업체 같은 느낌이 된 동업자들 입니다. 유방의 부하들과는 성질도 많이 다르고, '유방이 죄없는 이들을 일방적으로 미워해서 죽였다' 는 인식과는 다르게 유방의 직속 부하들 역시 이들에 대해서는 미묘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한신을 보면,




한 6년에 누군가가 초왕(楚王) 한신이 모반했다고 글을 올렸다. 고제가 장수들에게 묻자 장수들은 “서둘러 군대를 내서 그 놈을 파묻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고제는 말이 없었다. 다른 자리에서 고제가 진평에게 의견을 구했지만 진평은 거듭 사양하더니 여쭈었다. "장수들의 뜻은 어떠합니까?"
─ 사기 진승상세가 中



한신의 모반 혐의가 있었을때, 유방이 부하들에게 의견을 물어보자 유방의 부하 장수들은 되려 자기들이 더 열을 내면서 "한신 그 놈을 땅에 묻어버려야 한다" 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유방은 한신의 모반 혐의를 믿지 않았건, 혹은 이렇게 순진하게 군사를 동원해서 일을 접근해서는 한신을 당해내기 어렵다고 생각해서건 부하들의 광적인 반응에 비해 오히려 미묘한 반응을 보이면서 민감한 문제에 안 엮이려는 진평을 몇차례나 채근해 어찌해야 할지 물어봅니다.




이런 유방 부하들의 반응은 한신이 죽을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후가 한신을 불러들이려고 했지만 그가 혹시라도 오지 않을까봐 염려되었다. 이에 소하와 모의하고, 거짓으로 사람을 시켜 고조에게서 온 것처럼 “진희가 이미 사형을 당했습니다. 여러 제후들과 뭇 신하들이 모두 축하하고 있습니다.”고 말하게 했다. 소하 역시 한신을 속여 “병중이기는 하지만, 억지로라도 들어와서 축하하시오.”라고 했다. 한신이 들어가자 여후가 무사를 시켜 한신을 포박해 장락궁(長樂宮) 종실(鍾室)에서 목을 베었다. - 사기 회음후열전



유후가 주상을 따라 대(代)를 공격하고, 마읍(馬邑)에서 기이한 계책을 내고, 소하를 상국(相國)으로 세우게 하는 등 주상과 함께 조용히 천하 대사를 논한 것이 아주 많았지만 천하의 존망과 관계된 것이 아니기에 드러내지 않겠다. ─ 사기 유후세가



회음후가 관중에서 모반하여 여후가 소하의 계책을 사용하여 회음후를 죽였다. 이 일은 「회음후열전」에 있다. 주상이 회음후가 죽었다는 말을 듣고는 사신을 보내 소하를 상국(相國)으로 삼고 5천 호를 더 봉하면서 병졸 500명과 도위 한 사람에게 상국을 지키게 했다. ─ 사기 소상국세가






여후는 유방의 부재 동안 한신을 죽이면서 소하와 모의했고, 소하는 계책을 내서 한신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한신이 죽었다는 말을 멀리서 전해 듣자 유방은 소하를 상국의 지위에 올리는데, 기록에 따르면 유방에게 소하를 상국으로 삼으라고 권한 사람은 바로 장량 입니다. 소하가 여후의 연합하여 한신을 죽이는 역할을 전담하고, 장량이 이에 동조해서 정당성을 부여한 겁니다. 앞서 본 "한신을 파묻여 죽여버려야 한다" 고 먼저 목소리를 높인 다른 장수들까지 합치면, 여기에 무슨 "똑같이 공을 세우고 숙청 당하는 사람들의 비운의 동료의식" 같은건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유방을 통해 나름대로 지위를 얻고 기득권이 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런 이성왕들은 자신들이 얻은 걸 위협할 수도 있는(지금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불순분자로 보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토사구팽이라도 하지만 이런 부류의 몇명을 빼면 대다수 사람들은 유방이 준, 유방을 통해 얻은 위치를 영유하며 잘 먹고 잘 살았고, 유방 사후 여후가 이를 뒤흔들며 여씨의 세상을 만들자 숨 죽이며 지켜보다가 기회가 오자 이를 몰아내고 다시 유씨의 세상, 자신들의 위치가 여전히 유지되는 원래의 세상으로 되돌리는데 힘을 씁니다. 이렇게 보면, '욕심 많고 냉혹한 유방의 숙청을 통한, 부하들과의 일방적인 관계' 는 좀 아니었지 않나 싶습니다. 서로 기브 앤 테이크를 했다면 모를까... 그리고 무엇보다, 유방은 그들이 요구하는 만큼 '잘' 줬다고 볼 수 있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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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장식
19/02/22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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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스러운 유방이라는데, 정작 황제 되고서도 자기 주머니 채우자고 뭘 했다는 이야기가 없죠. 죽을때까지 세금은 어떤 건수라도 잡아서 줄이고, 요역 면제권 뿌리면서 소하가 궁궐을 너무 으리으리하게 짓는다고 눈치주기도 하고...
19/02/22 02:25
수정 아이콘
그나마 돈 쓴거 생각나는건 자기 아버지 태상황으로 모시겠다고 할떄랑
고향사람들 초청해서 잔치벌일때?
Hastalavista
19/02/22 02:23
수정 아이콘
뽀나스 잘 챙겨주는 착한 사장...
19/02/22 02:25
수정 아이콘
분배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 할 수 있죠
아무것도 분배되지 않으면 폭발하게 되지만
일단 콩 한쪽이라도 나눠주기 시작하면 좋든 싫든 이 녀석은 그래도 내가 뭘 하면 이렇게 해주는구나 라는 생각에 없던 충성심도 생길테고 없다해도 일단 그걸 먹기위해선 일을 하게 될테고..(..)

반면 항우는 본문글대로 정말 쪼잔했나봐요. 초한지 소설을 읽어도 그렇고 관련된 글 (주로 신불해님 글이지만) 읽어봐도 그렇고 항우가 누군가에게 정말로 잘대해줬다는 많이 봤어도 누군가에게 포상을 분명히 했다라는 건 못본거 같습니다. 그나마 분봉했다는 그것도 개판 오분전으로 해놔서 원한만 쌓였고요

그리고 한신의 경우는 항우와 마찬가지로 미디어매체에서 지나치게 로맨틱가이(?)로 나오는 바람에 더 동정심이 있었나봅니다
근데 기록상에는 되려 유방보다도 그 측근들이 더 한신을 싫어했나보군요
한신도 어지간히 적이 많았던거 같아요
19/02/22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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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성 전투 이후 항우는 자기 본진이 한번 털렸다는 것 때문인지 거둔 보화와 금은을 언제나 진중에 같이 가지고 다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희 역시 비슷한 경우죠. 그런데 그 시점부터 부하들의 불만이 솔솔 새나오기 시작하긴 합니다. 진평의 뽐뿌질을 받은 종리매 용저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범증에게 항왕은 우리를 높이 사지 않습니다. 드립을 친다던가... (물론 이 뒤 범증이 죽으면서 항우가 직접 종리매 용저 계포 등에게 사과합니다만)
항우가 이들 측근보다 항씨들에게 더 높은 작위를 준 것도 문제겠지만 저렇게 보물을 잔뜩 쌓아 끌고다니면서 또 부하들에게 인색했던 것 역시 불만의 원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네요.

반면 유방은 정말 진중에 금은이 쌓일 틈도 없이 모략에든 상참에든 마구 써댔죠. 바로 위에 언급한 범증 죽이는 모략만 해도 진평에게 금 수천 근을 내려서 모략을 꾸미는 것을 도왔고, 영포를 설득할 때도 엄청난 물자를 예물로 바쳤다고 하고.
19/02/22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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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에서 유비가 사람 보는 눈이 기가 막히다는 말을 본적이 있는데
그거의 원조는 유방인거 같기도 합니다.
진평 말대로 이득만 바라보고 콩고물 하나라도 얻어먹으려고 온 날파리들이 그렇게 많았는데 그 많은 얘들중에 적절하게 골라 쓰고 한걸 보면 대단한거 같아요 죽기전 여후와의 대화에서도 누굴 어떻게 써야하는지 말해주는 것도 이 사람이 무슨 단순한 인덕?이니 매력이니 하는걸로 천하통일한게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거 같음
19/02/22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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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가 어느정도의 위치인가요 진사?
복슬이남친동동이
19/02/22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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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떤 정도의 작위를 준 건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후,공경과 선비 사이에 위치하는 작위라고 하네요. 진사 정도라고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지..?
19/02/2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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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사정도면 지방유지정도 되는 급아닌가요??

초한대전을 끝내고 통일할 쯤 되면 유방밑에 군사가 십수만은 넘을것이고 그중 고참병만 따져도 수만은 족히 될텐데

전부다 진사쯤 되는 지위를 줄 정도면 대륙이 정말 넓긴 넓네요
19/02/22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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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설명하면
유방은
야이새키야 일 똑바로 안하냐? 어휴 저걸 직원이라고 쯧쯧
맨날 욕하고 정작 지도 일 못하는데 월급 400에 상여금도 매달 100프로씩 챙겨주는 사장
프로젝트성공해서 영업이익 겁나 나면 성과금 겁나줌

항우는 일 개잘하고 매너있고 존대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해주는데 최저시급에 초과,야간수당 안챙겨주고 회식도 안시켜주는 쪼잔한 사장

이런 느낌이군요
남광주보라
19/02/22 08:44
수정 아이콘
거기에다, 항우는 별 설득력도 없이 자기 친인척들을 능력 안따지고 요직에 앉혀서 밑에 직원들 이상으로 챙겨주고 감싸주는 소위. . . 일부 개잡 중소기업 사장 마인드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 .
19/02/2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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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맘에 안들면 하청업체 임직원을 파묻기까지...
블랙번 록
19/02/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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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직언하면 삶아 죽이죠
19/02/22 09:37
수정 아이콘
야 이건 무조건 전자네요
개발괴발
19/02/22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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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회식하고 맨날 술독에 곯아떨어져있고
보고하러 사장실 들어가보면 맨날 비서가 발 씻겨주고 있고 막 그렇죠.

아무리봐도 이 집은 안될 집 같은데 막상 사장실 나와보면 직원들이 하나같이 어질고 멋지고 대단함
이상한 회사임.
19/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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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요즘 정치 잘한다는 말이 분배를 잘한다란 얘기로 생각합니다.
임금과 신하가 잘 나눠먹어야 문제가 없더군요. 충성심이나 의리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방은 잘 나눠줬죠. 항우는 나눔을 몰랐구요.
그래서 유비 삼형제가 좋았죠. 거래 잘해주던 조조를 버리고 유비만 따라서 천하를 돌아다니던 그 의리가....
복슬이남친동동이
19/02/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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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이 중국에서 말하는 "나서지 않지만 덕이 있는 군주"의 전형이고 그 중 가장 중요한 덕목들 중 하나가 호방함이라는데 정작 한국에서 전해지는 유방의 기록은 배은망덕한 인성갑 싸패에 가까워서 항상 의문이 있었는데 그러한 의문이 해소되는 글이군요.
펠릭스30세(무직)
19/02/2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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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략의 기본이지요. 이익의 공유. 이익이 공유되면 페미니 태극기니 떠들어도 우리는 하나 위아더 월드가 되는것이 정치의 마력.
19/02/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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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고맙습니다.
독수리가아니라닭
19/02/22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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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고 유능한 자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공을 세우면 해치고 어질면 의심합니다


어 이가 완전 유방인데...
19/02/2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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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 강화를 위해서 공신숙청을 불가피 했어요.
모리건 앤슬랜드
19/02/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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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밑바닥에서 시작했으니, 위에 올라가서도 윗사람의 눈 뿐만 아니라 밑바닥의 안목까지 같이 갖추었다는게 세상 뒤집히는 상황에서 무서운 장점이 된거죠. 6국이 망하고 몰락했다지만 가문빨 이름빨 하나로 다시 떠받들어지며 살았던 입장에선 그렇게 생각 못할겁니다. 챙겨주는게 없다고 나를 떠난다고?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전국시대라면야 쟤도 뼈대있는 왕가였으니 그렇다 쳐도 저 앞뒤없이 쌍욕박는 무지랭이한테? 당연히 나를 모셔야지 하는 생각을 가진 전국시대 마인드로는 당연히 줄건 줘야지 하는 유방네를 이기기 힘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9/02/22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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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만 봐서는 종종 회자되던 전두환의 리더십 느낌도 나네요.
남광주보라
19/02/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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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닮아있죠. 전장군의 리더쉽과 유방 리더쉽이. . .
이글 이전에도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서 유방에 관한 이야기 나올 때, 사람 부리는 게 전장군과 비슷하다는 말도 꼭 나왔어욤
19/02/2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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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떤 사람은 전두환의 리더십을 간단히 말해 조폭 두목의 리더십이다 이렇게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유방은 신불해님이 올려주신 여러 사례를 보면 확실히 대인의 풍모랄까 황제의 풍모랄까 그런게 있는데 전두환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강미나
19/02/2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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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삼국지나 초한지쪽 글 읽어보면 유비, 유방의 리더십을 조폭 두목의 리더십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됩니다.
김카리
19/02/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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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도 보면서 전두환 생각이 나던데요.
오'쇼바
19/02/2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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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나 통하던 인사관리를.. 현대에 적용하면.....
Lord Be Goja
19/02/22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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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에게는 없는 장세동이 전두환에겐 있던 이유긴 하죠.
강미나
19/02/2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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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인간경영이라는 베스트셀러가 있기도 했죠 크크크크크
강미나
19/02/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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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30년 전에는 꽤 유명한 얘기긴 했습니다.
안유진
19/02/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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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 이거 전두환인데.. 하면서 내려왔는데 역시나..
정상을위해
19/02/22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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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대통령도 1년 밥값만 1억이라는 등 의원시절 사람들 잘 챙겼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수지느
19/02/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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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가족같지만 이익을 나눌줄 모르고 개처럼 부려먹지만 통장에 돈을 꽂아줘서 더럽다고 하면서 그만두지 못하는..
19/02/22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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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상관없이 여윽시 인센티브가 최고다
드러나다
19/02/22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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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느꼈던 항우는 그저 싸움만 잘하는 멧돼지 바보 이미지였는데, 알면 알 수록 복잡한 캐릭터더군요. 명문가 자손의 귀족주의 마인드가 강해서 사람을 대접하고 교양을 보이는 측면에선 확실히 강점인데다 불패의 돌격대장이니 얼마나 매력이 넘칩니까. 초나라 재건이라는 명분도 멋있고, 저라도 초한대전 직전에 선택하라면 항우 선택할듯요. 금은보화? 땅? 신하된 자로 그런거 소인배나 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유방? 천한 출신에 성격도 날건달 그자체인데 싸움실력은 좀 있는 그런 촌놈 아닌가요. 사실 돈이라도 두둑이 안챙겨주면 누가 그 밑에서 일하려고 합니까.
항우가 멸망한 원인은 제후국 분봉의 어정쩡함으로 보이듯이 신세력이지만 구세력을 존중해야하는 자기 배경의 한계와 진 멸망과정에서 보인 학살로 인심을 잃은 것 두 가지 아닐까 싶어요.
드러나다
19/02/22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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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정쩡함하니까 떠오르는게 한신이네요. 사실 한신도 만만치 않게 어정쩡 했죠. 사실 한신은 가랑이사이를 기어간 항우.. 같은 느낌이랄까. 초나라 귀족 집단들에게서 대접받지 못해 건달집단으로 갔지만.. 결국 동화할수가 없었던것 같습니다. 자기는 그들과는 근본이 좀 다른 느낌이 자꾸 들고 실적으로도 그러한데, 그렇다고 유방이 자기를 그렇게 대접해줬는데 막 배신할수도 없고.. 크크
처음과마지막
19/02/2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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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전리품을 나누는건 진짜 중요하죠
성공한 제왕들은 대부분 그걸 잘했죠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죠
결국 부의 재분배가 회사든 나라든 경영의 핵심같아요

인간은 일개미나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양한 욕망을 가진 개인이니가요

개인도 회사 연봉이나 인센티브등이 주요 이직사유중에 하나죠
뽀롱뽀롱
19/02/22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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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잘하는 권력자 면전에서

님 병신인데 상 잘 땡겨줘서 붙어있음
장점은 그거 하나임

이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분이면 덕장 그 자체라고 봐야죠

근데 덕장이 지휘능력도 탑티어에 비빌 수준에
상도 후하게 주는걸 보면

출신성분 빼놓고는 그야말로 굇수라고 봐야죠
정상을위해
19/02/2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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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 전투력도 항우만 못할 뿐..
19/02/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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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볼수록 신기한 패현.. 동사무소 직원 12가 소하조참
19/02/2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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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지적인 관우 장비를 의동생으로 둔 유비만큼 신기한것 같습니다
Zoya Yaschenko
19/02/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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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직원을 뽑은 사람들은 다 망했거든요.
스웨트
19/02/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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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온갖 난다긴다 하는 날건달 고수들이 모인다는 성지 설이 신빙성이 있음요

철권하러 모이는 그린게임랜드 마냥(지금은 없어졌지만)
저항공성기
19/02/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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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쟁패시대는 재밌습니다. 유교 영향력이 거의 없던 시대라 저런 표현들이 참 대놓고 나오죠.
남광주보라
19/02/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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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을 탁! 치고 글을 정독했습니다. 기브앤테이크, 뭐라도 보상을 해주어서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힘내서 따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19/02/22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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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시대로 요약하면...
유방은 날건달 사장이라 입도 걸걸하고 해서 직원들에게 욕도 하고 그렇지만...
직원들 말하는 것 잘 들어주고, 월급도 잘주고 보너스도 두둑하게 주는 사장이고...
항우는 능력있어서 일도 잘따오고, 자기도 엄청 일잘하고
직원들 젠틀하게 대하주지만, 막상 월급은 짜게 주는 사장 같은 느낌으로 보면 될려나요?

초한지 책은 못읽어봐서 여기저기 들은 지식과, 와이파이 초한지 팟캐로 들은 지식이 전부이지만
이 시기도 삼국지 만큼 재미있는 시대인것 같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말고, 후대에서 보기에요^^;;)
괄하이드
19/02/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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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통일한나라에서 각 지방의 '왕'이란 무슨 의미였을까요? 미국대통령과 주지사 같은 관계인가요? 아니면 없애버리고 싶은데 초기에는 아직 황제의 중앙집권체제가 완성되지않아서 필요했던건가요?
최종병기캐리어
19/02/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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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버리고 싶은데, 없앨 수 없는 자리이죠. 그 당시에는 직접 지배할 수 있는 공간의 한계가 지금하고 비교할 수도 없을만큼 작았거든요.
이리스피르
19/02/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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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영주에 가깝지 않을까요...
미국 대통령 주지사와는 좀 많이 다르죠. 대통령이 주지사를 해임하거나 주지사 밑의 보좌하는 사람들을 임명할 수 있거나 하진않으니까요...
계층방정
19/02/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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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립적인 속국의 군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황제는 왕국의 궁정에 제한적인 인사권만이 있었고, 왕국의 국민은 제국의 법률에서 '외국인'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개발괴발
19/02/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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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중세의 봉신왕과 비슷하지만, 중세랑은 결이 좀 다릅니다.
초반에는 큰 공을 세운(+군권이 강한) 몇몇 신하에게도 불만을 가라앉히기 위해 왕 자리를 내어주었는데,
결국은 이성왕(황제와 성씨가 다른, 친족이 아닌 왕) 대부분을 숙청하고나서
왕들은 거의다 "유씨"가 차지하게 됩니다.
- "거의 다" 인 이유는 아직 대나라 왕 장씨도 남아있긴 했는데 여기는 군이 약해서 거의 신하급이나 다름없어서...

이성왕들을 모두 숙청한 뒤에 "왕"이란 작위는 유씨 세족들이 지방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사용되었습니다.
통일은 되었지만 아직 그 동네 주민들이 보기엔 별로 안 와 닿는 통일이니까
문화적으로 완전히 흡수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거지요.
제나라->청주 / 위나라->기주... 이런 식으로 제도만 바꾼다고 제나라 사람이 아 난 내일부터 청주사람이지 하는게 아니니까요.
주나라가 분봉한 이후 1천년 이상 조각났던 나라를 하나로 꿰메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보입니다.

그것도 이후에 대부분 정리되고 결국 한무제 이후부터는 거의 완전한 군현제를 시행합니다.
이렇게 한제국이 열심히 꿰멨는데도 장비가 "연인 장비"이라는 말을 쓰는거보면 결국 찢어져있던 문화는 몇백년 이상 계속 남은 듯 해요.
19/02/2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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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는 자기가 능력최고고 다른 애들은 하는 일도 없고 무능해보이니 뭐 주기가 아까웠을지도..
강미나
19/02/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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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딱 이런 느낌이.... 사실 우희 정도 제외하면 별로 재물을 탐내는 스타일은 아닌 거 같은데,
이긴 건 다 나때문이고 공 세우는 놈이 없는데 밥먹여주고 봉급 줬으면 됐지 뭘 또 나눠줘 하는 느낌.... -_-

써놓고 보니 로마인 이야기에 나오는 루쿨루스 같은 스타일이네요.
스웨트
19/02/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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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조별과제에 조장맡고 프리라이더들 데리고 ppt에 발표에 혼자 다하는데 프리라이더애들 이름 빼버리지 않은것만으로도 감지덕지인것처럼?
19/02/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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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다 읽고나니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북한군 장교 정재영이 마을 촌장과 나눈 대사가 생각나네요

'거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휘어잡는 위대한 영도력에 비결이 뭡니까?'
'뭐를 마이 멕여야지'

물론 유방은 욕잘하고 큰 소리 내기 좋아하고 영화에서 산골 촌장님의 느낌이랑 다르긴 하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망들을 채워주고 기대에 부응해줬다는게 참 대단하긴 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9/02/2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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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계좌로 말하는 거죠. 가족같은 회사 만들려하지 말고 뭐같아도 대우만 업계 최고로 해주면 인재는 알아서 모입니다.
Hammuzzi
19/02/22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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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이 이렇게 중요하군요!
19/02/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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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항우가 일제와 나치마냥 하도 학살만해대니 기반이 떠난거 아닌가요?
저항공성기
19/02/2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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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때는 전근대시대라서 피지배계층에 대한 학살은 물론 욕 먹는 일이긴 했지만 끌어들여야 할 지배계층 군벌들의 의사 결정에 결정적인 요인이었냐면 글쎄요...
19/02/2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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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에게서 많이 떠낫다지만 남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용저한테 수십만 대군을 줄 여력도 있었고요.
저항공성기
19/02/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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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진나라와의 전쟁 말고 초한전쟁 시기에 제나라의 반란을 진압할 때 제나라 사람들이 학살 때문에 격렬하게 저항한 것말고는 딱히 학살이 원인이 되어 항우의 기반을 무너뜨렸다는 부분이 있나 모르겠네요.
애초에 제나라의 반란 자체가 제나라 전씨에 대한 논공행상의 잘못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고 팽월과 한신의 공은 제나라와의 전쟁보다 훨씬 큰데 팽월과 한신도 또 전형적으로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유방에 붙은 사람들이란 말이죠. 즉 학살보다 논공행상 말아먹은 게 항우의 몰락에 좀 더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 타당하다고 봅니다.
계층방정
19/02/22 10:50
수정 아이콘
항우가 '끌어들여야 할' 지배계층 군벌을 '공중분해'시킬 실력은 있었는데, 공중분해시켜놓고도 두더지 잡기처럼 계속 나올 수 있는 건 피지배계층에 대한 학살 때문에 이들이 항우가 공중분해시킨 지배계층 군벌을 계속 부활시켜 준 탓이니 논공행상 엉망과 학살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 같긴 합니다.
은장식
19/02/22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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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민초들의 사정이고, 장수들의 경우엔 다른거죠. 전국시대 끝자락이라 원체 사람 목숨을 뭘로 보는 인간들이 많았습니다.
강아랑
19/02/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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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완전 삼성 vs LG 인데...
19/02/22 22:40
수정 아이콘
19/02/22 09:42
수정 아이콘
논공행상이 키워드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링크의전설
19/02/22 09:49
수정 아이콘
지금 태어났어도 글로벌기업 세울마인드
처음과마지막
19/02/22 09:55
수정 아이콘
지금이나 예전이나 돈이최고죠
그시대에는 땅이나 집이겠죠
삼공파일
19/02/22 10:00
수정 아이콘
기업경영에 적용하는 건 어렵겠고, 대학원생들 부리는 대학교수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학생을 평가하고 욕하는 건 그럴 수 있는데 그만큼 자신도 학생들한테 평가받는데 귀를 열 수 있어야 하고, 성과가 생기면 자신만 잘나서 된 게 아니니 나눌 줄 알아야 랩을 운영할 수 있을 거라고요. 자기 잘되려고 실험실 들어가는거지 교수가 잘나서 실험실 들어가는 게 아닌 것만 알아도 성공하는 교수 될 거에요.
김연아
19/02/2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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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얘기를 들어주는 것도 플러스 요인이겠죠.

항우 같았으면 삶아 죽였을텐데....
유쾌한보살
19/02/2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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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능력 없고 인격 함량 미달인 오너는, 고함과 욕설 기타 강압적인 방법으로 부하들을 다룰 수밖에 없지요.
그러면서 또 자신보다 능력있는 그 부하들이 떠나가는 것을 무엇보다 두려워 하기에,
통 크게 마구 베푸는 것으로 그들을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고요.
먹을 게 없어도, 존경스런 주군 밑에서 목숨 바칠 각오로 대업을 완수하려는 진짜 사나이는 그 난세에도 드물었나 봅니다.
19/02/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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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따지자면 대의는 항우보단 유방에게 있었을 것 같습니다.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면서 통일 중국이라는 새로운 개념, 가치라는 게 생겼는데,
그 속내야 어떤지 몰라도 항우는 시골이라 부르기도 뭣한 촌동네에서 튀어나와서 살던대로 적당히 갈라치고 살지 뭐 했던 사람이고,
유방은 어쨌든 통일중국을 향해 갔거든요.
이후의 중국사에서, 분열된 중국에서의 생활사를 볼때 현대인의 가치판단으로도 유방 쪽이 대업을 완수하려 했던 사람이 아닌가 싶네요.
마오쩌둥이 수많은 삽질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분열을 막았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인물로 칭송하는 사람이 있듯이요.

그리고 유방이 능력 없고 인격 함량 미달인지도 의문인게 위에서 전두환 얘기도 했지만...
유방은 앞에서 누가 고깝게 굴면 한대 쥐어박고 말지 그게 무슨 정치, 군사적으로 문제되는 거 아니면 뒤끝은 없었던 거 같고,
앞에서 신하들이 대놓고 욕하는 말이나 무명 필부들의 고언도 들을만하다 싶으면 시원하게 들었던 것에 비해,
전두환은 모르긴 몰라도 자기 입안의 혀처럼 안굴면 자기가 직접 갈구진 않아도 수행부관이 조인트 정돈 까지 않았을까 싶네요.
유쾌한보살
19/02/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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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과 전두환을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점에선 공감합니다.
제가 초한지를 고우영 만화로 떼었습지요. 유방에 대한 평가 역시 그 수준을 넘지 못하지요.
정상을위해
19/02/22 21:53
수정 아이콘
천하 다 통일해놓고서는 수도를 원래 근거지였던 저 동쪽의 서주 팽성에 잡았던 것부터가...
19/02/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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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이 참 대단하네요.. 저렇게 나눠준다는게 사실상 자기가 높아질수록 힘든일임에도 불구하고 황제가 되고서도 끝까지 할려고 노력했다는게 대단한것 같네요.. 굳이 백성들한테 고혈을 쥐어짜지 않았다는것도 정말 높고 좋은점이라고 봐야..
메가트롤
19/02/22 10:31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19/02/22 11:12
수정 아이콘
남자라면 유방을 좋아하겠죠
정상을위해
19/02/22 21:52
수정 아이콘
!?!?!?
화씨100도
19/02/22 11:14
수정 아이콘
논공행상을 잘 한것 뿐만 아니라 유방은 입은 욕설을 담고 있었지만 귀가 열려있었죠.
예를들어 소하의 말을 듣고 한신을 대장군으로 임명한다던가,..

논공행상을 아무리 잘해도 공을 세울 기회가 없으면 인재가 모이지 않으니..
정상을위해
19/02/22 11:21
수정 아이콘
기껏 없앤 제후국을 부활시키는 등 논공행상도 좀 이상했죠
저격수
19/02/22 11:28
수정 아이콘
유방 관련한 글에서는 그 신하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꼭 명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크크크크크
19/02/22 11:57
수정 아이콘
이거리얼.. 왕 되고 나서 뒷 이야기도 다 풀어야...
폰독수리
19/02/22 14:44
수정 아이콘
창업군주에 최적화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읽어주세요
19/02/22 15:46
수정 아이콘
유방 전두환 이건희 ?!
웅진프리
19/02/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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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글에서 유방은 원래부터 자기를 따랐던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세력이 큰 이성왕들만 숙청됬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틀린 설명입니다. 유방은 원래 어릴때 부터 친했고 자기를 따랐던 노관, 번쾌같은 인물들을 숙청하려고 한 사람 입니다. 노관같은 경우에는 반란을 일으킨 진희와 결탁했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고, 흉노로 도망쳤으니 죄가 있다고 치더라도 번쾌같은 경우에는 아무 죄도 없고 왕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유방이 숙청하려 들다가 유방이 죽자 겨우 풀려나기도 했죠. 그리고 팽월같은 경우에는 유방이 직접적으로 죽였는지는 모르지만 죄가없는데도 불구하고 억울하게 죽기도 했고여
따라서 유방이 수하들을 죽인 이유가 단순히 죽은 수하들이 자신들이 얻은 걸 위협할 수도 있는 불순분자로 보여서 죽였다는 설명은 잘못된 설명인 것 같습니다.
유방이 수하들을 죽인 이유를 설명하려면 유방한테 덜 충성하고 자신의 이익을 쫓았던 한신 뿐만 아니라 팽월, 진희 , 노관. 번쾌 , 경포 등 좀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이유에서 죽었는지 설명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서 팽월처럼 여후가 직접 죽인 사람도 있었는데 이들이 단순히 여후가 죽이길 원해서 죽였는지 아니면 유방도 동조했는지 설명해야 유방이 수하들을 죽인 이유를 더 명백하게 밝혀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은장식
19/02/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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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번쾌는 이후 여후의 행동에 대한 예방조치입니다. 사실 수만 군대를 데리고 있는 번쾌한테 유방 본인도 보신주의자라 혼자 뭘 할 사람이 못된다고 평가한 진평 하나만 보냈다는 점에서 정말로 번쾌를 죽일 셈이었는지부터가 수상하고(그래서 진평도 건성으로 들은 것), 이 번쾌 제거 명령이 여후한테 장기적으로 준 타격은 어마어마하거든요. 조고의 선례가 보여줬듯 유방 시체를 숨기기만 하면 가능했던 무궁무진한 전횡을 저지했고, 이 일 때문에 여수가 진평을 괴롭힌 탓에 진평이 원한 상 여씨와 결탁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오히려 기가 막힌 한 수라고 해야하지 않을려나요.
팽월은 본문에서도 적히고 있듯 따지고보면 유방의 신하였던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통일 후에도 죽을때까지 신하답게 행동하지 못했고요. 팽월이 토사구팽인 건 분명하지만 유방의 신하라면 고릉 때 주판 튕겼던 것 만으로도 이미 처형감이었던 것도 또 사실입니다. 의도적으로 유방을 항우에게 밀어넣었던 의도는 뻔하니까요
웅진프리
19/02/22 19:0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번쾌 주살은 이후 여후 행동에 대한
견제 목적 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다만 유방이 번쾌를 정말로 죽일려는 의도는 아니였다의 근거로 댓글에서는 진평 한명만 보냈다는것을 근거로 얘기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진평과 주발을 함께 보냈고 진평이 황제의 명령을 어길만한 사람은 아닌것을 감안했을때 유방이 진평을 보냈다고 해서 유방이 번쾌를 정말로 죽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강동원
19/02/22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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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자연스럽게 바뀌는 유비...
웅진프리
19/02/22 19:02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시나브로
19/02/23 17:33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
계층방정
19/02/22 16:31
수정 아이콘
노관은 근본적으로 왕이 될 자질이 없는 사람을 억지로 왕으로 앉혀놓은 게 화근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관이 보낸 신하가 흉노와 교섭 나갔다가 옛 연왕 장도의 신하들을 만나서 설득되고 노관도 차례로 설득되면서 반란의 길을 걷습니다. 이는 연나라 자체가 한나라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데, 이들을 구슬리거나 억누를 능력이 없는 노관을 왕으로 보냈더니 거꾸로 연나라에 동화되어버린 것이지요.
웅진프리
19/02/22 19:03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노관은 왕급정도 자질은 아닌것같아요
신불해
19/02/22 18:21
수정 아이콘
한신, 경포, 팽월과 번쾌의 경우는 괘가 많이 다르지 않나 하고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말 그대로 이성왕들에 대한 견제가 '결과적으로' 된 상황이라면, 번쾌는 여씨에 대한 견제 문제의 차원이니까요. 이미 유방은 자신의 의사를 이루지 못하고 척부인이 아니라 여씨에게 후사를 물려주게 되었는데, 척부인 일족을 멸망시키려 한다는 혐의로 번쾌에게 체포 명령을 내렸었죠.


노관의 경우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유방이 누굴 숙청하고 배신 한게 아니라 오히려 유방이 배신 당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습니다. 유방이 노관에게 무얼 섭섭하게 해준건 전혀 없고, 오히려 노관 쪽에서 유방에게 의심 받을 짓을 했고 제풀에 겁에 질렸으니까요. 더 웃긴건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노관은 "어쩄든 유방이라면 결국 용서는 해주겠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구요.



번쾌를 시켜서 연을 치게 했다. 연왕 노관이 궁인과 가속(家屬)과 기병 수천 명을 거느리고 장성 아래에 머물면서 상황을 살폈다. 고조의 병이 나으면 스스로 들어가서 사죄하려고 했다. 4월에 고조가 세상을 떠났다. 노관은 드디어 무리들을 거느리고 도망쳐 흉노 땅으로 갔다. ─ 사기 노관 열전



유방이라면 용서해주겠지 싶었는데 덜컥 죽어버리고 여후가 득세하자 아 이젠 틀렸구나 싶어 흉노로 도망갈 정도니..


그리고 전 생각해볼 것이 생에 마지막 원정(경포토벌)을 마치고 수도로 돌아온 유방은 경포 토벌전에서 얻은 부상으로 죽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를 거부한 유방 본인이 자기가 죽어가고 있다는걸 가장 잘 알고 있었구요. 이떄 유방이 보인 다소 성급한 태도 - 어떻게든 태자를 바꾸려고 하다가 격렬한 반대에 직면해서 결국 좌절하고 낙단한 것, 권력이 큰 소하에 대한 일시적인 의심, 번쾌에 대한 격한 분노 등등은 '죽어가고 있는, 그리고 자기가 곧 죽는다는 걸 아는 사람의 반응' 이었다는걸 전제로 살펴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기가 죽고 난 이후의 일에 대해서 계속 생각이 떠오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이전보다 좀 더 급해지고 의심이 많아질 수 밖에 없구요.
웅진프리
19/02/22 19:11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번쾌의 경우에는 여씨에 대한 견제와 관련이 있을수 있겠네요
그리고 궁금한게 신불해님 생각에는 팽월의 숙청에 유방이 개입해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건가요?
이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이 없어서 글쓴분의 생각이 궁금하네요
라울리스타
19/02/22 20:51
수정 아이콘
크크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항우의 리더쉽도 그리 나쁘진 않다고 봐요. 단지 유방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것일 뿐...실제 세상을 보면 유방처럼 대하고 항우처럼 짠 상사, 사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크크크크
스트라스부르
19/02/22 21:54
수정 아이콘
아랫 사람들이 같은 말을 해도 좋게좋게 표현할 방법이 분명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님은 XXX 가 매우 그지같은 점이지만~'
이라고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크게 느껴지네요.
19/02/22 22:40
수정 아이콘
논공행상을 잘하는거 엄청 중요하죠..
一言 蓋世
19/02/22 23:43
수정 아이콘
잘 배우고 갑니다.
19/02/23 08:51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좋은 내용이네요
처음과마지막
19/02/23 11:39
수정 아이콘
유방이랑 유비랑 피가 섞이기는 한건 펙트인가요?
시나브로
19/02/23 17:41
수정 아이콘
완전 좋은 글, 댓글들 감사해요. 게다가 흥미 있기까지..

피지알에서 삼국지나 초한쟁패 주제 관련 글들은 나와도 나와도 흥미롭고 유-익
19/02/24 14:25
수정 아이콘
당시 기준으로 덕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라 호탕하게 팍팍 주고 공평하고 주는 게 덕이예요.

후대로 갈수록 글을 많이 쓰고 논쟁도 많이 하면서 여러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을 덧붙이면서 변화해서 그렇지.뭐 5성 호텔에서 저녁 식사 먹고 고상하게 바이올린을 켜면서 저녁 대화를 나누고 이런 이미지는 글쎄요, 당시의 개념하에선 시골 깡패가 그냥 평소에 입에 달고 사는 쌍욕하고 비교해 볼 때 무엇이 덕에 가까운지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을 걸요. 유방 자체가 도가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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