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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2/21 01:11:24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패왕 항우를 주저앉게 만든 최대의 공신, 팽월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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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월은 '초한지' 로 유명한 초한전쟁 시기에 한나라의 편을 들어 초나라와 싸웠던 장군 입니다. 유방의 부하... 라고도 할 수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별도로 세력을 거느린 용병단 대장에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도적 무리를 이끌고 거병했다가 유방이 진나라의 수도 함양으로 진군할때 그와 처음 만나 잠시 같이 움직였고, 진나라 멸망 이후 항우가 각지에 세력을 분봉하면서도 팽월에겐 달리 준 땅이 없기에 무리를 이끌고 위나라와 초나라 국경 부근을 이끌고 어슬렁거렸습니다. 그러다가 항우에게 대들었구요.




'초한지' 는 대단히 유명한 '소설' (말 그대로 소설입니다) 인데 반해서, 실제 '사기' 를 기반으로 하는 역사적 사건인 '초한전쟁' 은 묘하게 사람들의 접근도가 낮아서 가장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오해가 꽤 많은 편입니다.



이를테면 무슨 한신이 구리산 10면 매복 작전을 통해 항우의 백만 대군을 상대했다느니, 항우가 일기토로 한나라 장군 일고여덞과 싸워서 때려잡았다느니 말하자면 한두가지가 아닌데, 팽월 같은 경우에 항우의 부하였다가 배신 때렸다는 말도 종종 보는데 팽월은 단 한순간도 항우의 부하였던 적이 없습니다. 진나라가 망할때 여기저기 세력들이 일어났다가 항우가 그중에서 떠오르고 적당히 떡고물을 나눴는데, 일면식도 없는 팽월에겐 달리 떡고물을 나눠주지 않는, 그래서 소위 삔또가 상한 그 정도 사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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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 초한지 中


실제로는 이런 적 없습니다. 차라리 항우가 뭐라도 줬으면 그렇게까지 항우를 못살게 굴진 않았을듯...


다만 사기 전담 열전에서



'팽월은 당시에 양 땅(여기서 양나라 땅은 옛 위나라 땅을 뜻합니다)을 거점으로 중립을 지키면서 한을 편들기도 하고 초를 편들기도 했다.' (彭越是時居梁地, 中立, 且為漢, 且為楚.)



라는 구절이 있기는 합니다만, 아마도 이것은 실제로 초나라의 군사세력으로 활동했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유방에게 협조하지 않고 간을 보면서 떡고물을 얻어내려는 행위에 가까웠을 겁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사기 전체를 통틀어봐도 팽월이 항우에게 협조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팽월은 초한전쟁 내내 수도없이 항우를 징그러울 정도로 괴롭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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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1의 한신.




항우와 유방의 싸움에서 무장으로 가장 큰 활약을 한 사람은 바로 한신으로, 한신의 공적이란 사마광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로 이러한 것입니다.



"세상에서 어떤 사람은 한신이 첫째로 큰 계책을 세웠다고 하니, 고조와 더불어 한중(汉中)에서 군사를 일으켜 삼진(三秦)을 평정하고, 드디어 군사를 나누어 가지고 북쪽으로 가서 위표(魏豹)를 사로잡고, 대(代)를 빼앗았으며, 조(趙)를 무너뜨렸고, 연(燕)을 위협하였으며, 동쪽으로 가서 제(齊)를 공격하여 이를 소유하고 남쪽으로는 초를 해하(垓下)에서 멸망시켰으니, 한(漢) 왕조가 천하를 소유할 수 있던 것은 대개 한신의 공로입니다."




확실히 한신의 공적은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한신의 행보를 좀 살펴보면, 한신은 일찌감치 유방과 별도로 군사 행동을 하고 마지막 전투인 '해하 전투' 에만 참여했을 뿐 그 외에는 항우와 제대로 일전을 치룬 적이 없습니다. 한신이 북벌을 하는 동안 코 앞의 항우를 상대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유방의 역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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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에서 항우를 상대하며 형양 - 성고 이 두 지역을 뺸질나게 왔다갔다 했던 유방.




항우에 대한 대체적인 인식은 패망 직전의 해하 전투 이전까지 '불패의 장군' 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공성전 실패 같은건 여러차례 있습니다) 항우는 유방을 상대로 진 적이 없습니다. 유방은 항우를 상대로 이긴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유방은 항우를 상대로 전쟁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형양 - 성고 방위라인에서 밀려나지 않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사수했습니다. 항우는 일시적으로 이 방위라인을 뚫어낸 적은 있으나 결코 유지하지 못했고, 극단적으로 말해서 한 떼기의 땅도 더 얻어낸 적이 없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이는 유방과 그의 수 많은 장수, 책사, 유세객들 등 수 많은 사람들의 공헌이 합쳐진 결과였지만, 그래도 게중에서 가장 결정적으로 활약한 한 명의 개인을 꼽자면 무장으로서는 팽월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럼 대관절 이 팽월이라는 작자가 얼마나 활약을 많이 했기에 이렇게 서두가 기냐, 그래서 얼마나 활약한거냐, 부분을 이야기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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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가 조악하므로 적당히 표기했는데 검은색이 유방의 진군, 빨간색이 제나라 치러가는 항우. 초록색이 팽월






1. 팽월의 1차 교란



漢元年秋, 斉王田栄畔項王, 乃使人賜彭越將軍印, 使下済陰以撃楚. 楚命蕭公角4)將兵撃越, 越大破楚軍. 漢王二年春, 與魏王豹及諸侯東撃楚, 彭越將其兵三萬餘人帰漢於外黃. 漢王曰:「彭將軍収魏地得十餘城, 欲急立魏後. 今西魏王豹亦魏王咎従弟也, 真魏後.」乃拝彭越為魏相國, 擅將其兵, 略定梁地. 


한(漢) 원년 가을에, 제왕(齊王)인 전영(田榮)이 항왕에게 반기를 들자, 이에 한왕은 사람을 보내어 팽월에게 장군의 인(印)을 주고, 제음(濟陰)에서 남하해 초 나라를 격파하게 했다. 초 나라는 소공(蕭公) 각(角)에게 명해 군대를 거느리고 팽월을 공격하라 했다. 그러나 팽월이 초 나라 군을 대파했다. 한 2년 봄에, 한왕은 위나라 왕 위표를 비롯한 다른 제후들과 함께 동쪽으로 초 나라를 공격했는데, 팽월은 그의 군대 3만여 명을 거느리고 외황(外黃)에서 한나라에 귀속했다. 


그때 한왕은 “팽장군은 위나라 땅을 거두어서 10여 개의 성을 얻었는데, 서둘러 위나라의 왕통을 이으려 하고 있소. 그런데 지금 서위왕(西魏王)인 위표도 위나라 왕인 위구의 종제이니, 틀림없는 위나라의 자손이오.”라고 말하고는 팽월을 위나라의 상국(相國)에 임명하고, 군대를 마음대로 지휘할 수 있도록 해 양(梁)나라 땅을 경략해 평정하게 했다.






엄밀히 말해서 이 시기는 항우와 유방의 대치전이 펼쳐지기 이전이지만, 항우에게 있어 팽월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성가셨냐를 살펴보기 위해 넣었습니다.



이 시기는 전쟁이 막 시작되고 유방이 삼진을 평정한 뒤 동쪽으로 진군하고 있던 상황입니다. 반면 항우는 북방 제나라에서 제나라의 군벌 '전영' 이 반기를 드는 바람에 서쪽에서 유방이 대군을 만들며 오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북쪽으로 내달려야 했던 처지였습니다.



바로 이 무렵 팽월은(기록에 따라 전영에게 충동질을 받거나, 아니면 유방에게 충동질을 받아) 봉기하여 초나라를 괴롭힙니다.




이때의 항우는 서쪽에선 뻔히 적수인 유방이 군사를 몰고 오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북방으로 말머리를 돌려야 했을만큼 몹시 귀찮고 성가신 상태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팽월이 만 단위의 병사를 거느리고 봉기를 하자 정말로 짜증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때문에 수하인 '소공 각' 을 보내 팽월을 공격케 했고 어지간한 도적떼라면 '도적 팽월을 퇴치했다' 정도로 한줄 기록으로 남겠지만 팽월은 초나라 정규군을 오히려 패퇴시켰습니다. 





이렇게 항우의 본군은 훨씬 더 바쁜 전장이 있기 때문에 올수도 없고, 잘게 군사를 쪼개서 수하를 보내면 오히려 퇴치하면서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날뛰던 팽월은 유방이 이 근처로 올 무렵에는 물경 3만에 가까운 세력이 되었고, 이후 유방의 지원을 받아 양나라(앞서 말했지만 옛 위나라 지역을 말함)에서 초나라의 영향력을 약화 시키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2. 팽월의 2차 교란


項羽聞漢王在宛, 果引兵南. 漢王堅壁不與戰. 是時彭越渡睢水, 與項聲、薛公戰下邳, 彭越大破楚軍. 項羽乃引兵東擊彭越. 漢王亦引兵北軍成皐. 項羽已破走彭越, 聞漢王復軍成皐, 乃復引兵西, 拔滎陽, 誅周苛、樅公, 而虜韓王信, 遂圍成皐. 


항우는 한왕이 완(宛) 땅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 과연 군사를 이끌고 남하했다. 한왕은 수비만 견고히 하고 싸우지는 않았다. 이때 팽월이 수수(睢水)를 건너서 항성(項聲), 설공(薛公)과 하비(下邳)에서 접전하니, 팽월은 초군을 크게 무찔렀다. 이에 항우는 병사를 거느리고 동쪽으로 팽월을 공격하니, 한왕도 병사를 거느리고 북상해 성고에 주둔했다. 이미 팽월을 격파해 패주시킨 항우는 한왕이 다시 성고에 주둔했다는 소식을 듣자 다시 병사를 거느리고 서진해 형양을 함락시킨 후, 주가와 종공을 죽이고, 한왕(韓王) 신(信)을 포로로 잡고 마침내 성고를 포위했다. 





팽월의 진정한 진가는 바로 이때부터 시작합니다. 




일단 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자면, 형양성에서 지리하게 초나라 군단의 서진을 저지하던 유방은 항우가 직접 본대를 이끌고 달려오자 결국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성을 버리고 도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유방의 부하 기신이 유방으로 분장하고 성 밖으로 나가 항우의 어그로를 끌어들인 일화가 널리 알려진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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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을 내보내고 달아나는 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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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성고로 달아난 유방



이후 유방은 형양 보다는 좀 더 후방인 성고로 달아나 전열을 수습한 후, 본래 계획대로라면 관중까지 돌아간 다음 거기서 군사를 모아 다시 동쪽으로 나와서 항우와 사생결단을 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전면전을 펼치면 승산도 희박하고, 전방의 기지들을 항우에게 당연히 다 내줄 수 밖에 없기에 수하들의 의견을 듣고 서쪽 관중으로 가는 대신, 남쪽으로 이동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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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게임을 하면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완' 지역으로 이동한 유방.





이렇게 유방은 아예 달아나는 대신 전선에 계속 머물면서 '어그로' 역할을 자처했고, 그러자 항우 역시 여기에 어그로가 끌려 형양과 성고를 완전히 함락 시키는 대신 군사를 이끌고 완으로 몰려왔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거점인 형양 - 성고 지역의 압력을 덜어내며 함락을 피하긴 했지만 이제 문제는 바로 유방이 있는 완성이 과연 항우라는 대적을 상대로 버티는게 가능한가 하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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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바로 이때 팽월이 움직였습니다. 




팽월은 별안간에 초나라의 후방에 위치한 하비 지역을 공격했습니다. '삼국지' 에서 여포가 마지막에 농성을 하다 결국 조조에게 붙잡힌 것으로 유명한 하비 지역 말입니다.



문제는 이 지역이 초나라의 수도 팽성의 후방에 있는 배후지대였다는 점인데, 서쪽의 유방과 동쪽의 항우가 중간에서 치열하게 맞붙는 초한전쟁의 구도에서 항우는 눈앞의 유방만 보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오함마로 얻어맞은 셈이나 다를 바 없었습니다. 여태까지는 계속 서쪽만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군단이 등 뒤를 갈기는 모양새인겁니다.



엄청난 위기 상황이었기에 팽월을 막기 위해서 항성(項聲), 설공(薛公) 등의 초나라 장수가 출진했지만, 팽월은 초나라의 정규군을 상대로 오히려 승리를 거두고 장군 설공을 아예 전사시켜버리는 대승을 거둡니다. 항우가 없는 초나라 군단으로는 팽월을 저지할 수 없다는 점이 명약관화했습니다. 




완성의 유방을 독안에 든 쥐로 여기며 포위하고 있었던 항우는 졸지에 동서로 유방과 팽월에게 위협받는 모양새가 되었고, 무엇보다 수도인 팽성이 팽월에게 공격 받아도 이상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결국 항우는 유방을 도망갈 틈 없이 몰아넣고도 군단을 이끌고 귀환해야 했습니다. 귀환하면서 성고 근처에 종공(終公) 이라는 수하 장수를 남겨 놓긴 했지만, 항우가 없는 초나라 군단 따위는 대수로울 게 못 되서 완성에서 나온 유방은 완에서 다시 북진하여 종공을 격파하고 형양 - 성고 수비라인을 원 상태로 수복합니다.






즉 전진 기지가 다 무너지기 직전이고 총사령관이 적군에게 포위된 상태였는데, 팽월의 후방 기동 한방으로 본대가 구원받고 전진 기지가 다시 부활한 셈입니다. 이것만으로도 큰 공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3. 팽월의 3차 교란


漢王得韓信軍, 則復振. 引兵臨河, 南饗軍小脩武南, 欲復戰. 郎中鄭忠乃說止漢王, 使高壘深塹, 勿與戰. 漢王聽其計, 使盧綰、224)劉賈將卒二萬人, 騎數百, 渡白馬津, 入楚地, 與彭越復擊破楚軍燕郭西,226) 遂復下梁地十餘城. 


한왕은 한신의 군사를 얻어 다시 사기가 고조되었으므로, 병사를 이끌고 남하해 황하에 이르러서는 소수무(小修武) 남쪽에 주둔해 초군과 다시 싸우려고 했다. 그러자 낭중(郎中) 정충(鄭忠)이 한왕을 설득해 말리면서, 누벽(壘壁)을 높이 하고 참호를 깊게 해 수비를 견고히 하고는 초군과 싸우지 않도록 했다. 한왕은 그의 계책을 써서 노관(盧綰), 유가(劉賈)로 하여금 병사 2만 명과 기병 수백 명을 거느리고 백마진(白馬津)을 건너서 초 땅에 진입하게 했다. 그리고는 팽월과 함께 연현(燕縣)의 성곽 서쪽에서 다시 초군을 무찌르게 해 마침내 또 양(梁) 땅의 10여 성을 함락시켰다. 






북방에서 별도로 펼쳐지는 한신의 싸움을 제외하고 보면, 바로 이 장면이 초한전쟁에서 가장 결정적인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팽월의 깽판을 어찌어찌 수습하고 다시 전방으로 돌아온 항우는 팽월에게 휘둘린 만큼 분노의 기세 그 자체로 순식간에 형양을 함락하고 성을 지키던 한나라의 장수 주가(周苛)를 삶아서 죽였습니다. 그리고 기세를 잃을세라 서둘러 성고로 달려갔습니다.



성고에는 유방이 있었지만 분노한 항우의 기세를 막아내긴 역부족이라 유방은 성이 함락되기 전에 믿을만한 측근 하후영과 함께 겨우겨우 도주하는 것만으로도 벅찼고, 맨몸뚱이가 된 유방은 서둘러 북방 한신의 기지로 달려가 (잠 자고 있던 한신의 병권을 빼앗은 뒤) 일단의 병력을 얻고 그걸 기반으로 남은 세력을 수습해서 성고 근처의 '공' 이라는 지역에 주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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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고 근처에 빨간 동그라미 안에 있는 곳이 '공' 의 위치 입니다. 여담으로 유방이 한신의 병권을 빼앗은 곳은 성고 위쪽의 '소수무' 북쪽 지역.




이 공 지역을 기반으로 유방은 남은 세력을 어떻게든 수습하고 있었지만, 일단 이 시점에서 한나라의 전방 수비 기지인 형양과 성고는 모두 함락된 상태였습니다. 그전까지는 이 두 기지가 어떻게든 함락까지는 피하면서 적의 병력을 분산 시키는 역할을 했지만, 이제 항우의 서쪽으로는 맨몸뚱이로 유방이 버티고 있는 공 지역만 넘으면 서쪽 관중까지는 뻥 뚫린 상태였습니다. 달리 적군을 끌어당겨 줄 수 있는 근처의 기지도, 지원을 줄 수 있는 기지도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항우는 이제 서쪽으로 진군하기만 하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던 상태입니다. 공에서 유방의 수수깡 같은 부대만 떄려눕히면 그 뒤는 아무것도 없었고, 바로 관중 입니다. 일단 관중으로 항우의 군단이 다시 들어가기만 하면, 과거에 항우가 함양에 입성하면서 한 대학살의 배가 되는 대학살이 펼쳐지고 만사가 끝장날 게 자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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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유방은 별 도리도 없으니, 새로 얻고 병력에 수습한 병력을 합쳐 기세가 오른김에 지도에서 공의 북동쪽에 위치하는 소수무 근처로 가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항우와 맞짱 한번 뜨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길 수 있느냐는 둘째치고 달리 방법이 안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최후의 발악이었습니다.




하지만 측근들이 이를 저지하면서 '일단은 수비에 힘쓰자' 고 주장하자, 유방은 선선히 여기에 따라 공 지역의 보루와 참호를 점검하면서 '일단 수비' 상태로 나섰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유방이 수비만 힘쓰고 있으면 다가올 파멸적인 운명에 그저 정면으로 마주서는 것 밖에 안되었을텐데, 이때 유방은 엄청난 승부수를 던집니다. 전방에 항우라는 대적이 금방이라도 몰려올 수 있는 상태에서, 수중의 병력을 한데 모으는 대신 오히려 따로 병력을 분산시켜 항우의 후방을 찌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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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방어전선인 형양 - 오창 - 성고 지역 등이 항우에게 넘어가고 그 지역에 항우가 주둔한 상태에서, 유방은 멀리 북쪽을 통해 2만 명의 병력과 수백가량의 기병전력을 별동대로 파견 합니다.




이 별동대의 지휘관들도 꽤 특이한데, 유고(劉賈)와 노관(盧綰)이 이 부대를 이끌었습니다. 유고는 유방의 친형은 아니고 종형(從兄) 쯤 되는 인물이고 노관은 유방의 가장 친한 친구로 유명합니다. 둘 모두 유방의 부대에서 오랫동안 종군하긴 했지만 딱히 전공으로 이름을 날린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유고와 노관의 약력을 살펴보면, 이 사람들에 검증된 뛰어난 장수는 아닐지 몰라도 유방의 입장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은 알 수 있습니다. 유방이 가장 위험하고 풍전등화인 상태에서, 따로 군사를 별도로 떼어가면서 그 군대를 이끄는 사람들로 유방이 가장 신뢰하는 인물들을 보낸 겁니다. 




이 부대는 멀리 북쪽으로 돌아 '백마진' 으로 이동합니다. 백마진은 훗날 삼국지에서 원소와 조조의 관도대전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백마전투(안량이 여기서 관우에게 참살됨)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고와 노관은 이 백마진을 통해 황하를 건너 교묘하게 초나라의 후방 지역으로 잠입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배후를 찌른다고 한들, 아무것도 보증이 없는데 말 그대로 적진에 이 두 명만 믿고 부대를 보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유방에게는 믿을 수 있는 담보가 이쪽에 있었습니다. 바로 팽월이 여기에 있었습니다.






3.5 팽월의 지속적인 교란



漢王三年, 彭越常往來為漢遊兵, 撃楚, 絶其後糧於梁地.

한 3년, 팽월은 항상 여기저기에서 한나라의 유격병이 되어 초나라를 공격했고, 위나라에서 초 나라의 후방으로 오는 군량 보급로를 차단했다. 




팽월은 앞서 펼친 큰 군사활동 이외에도 꾸준히 유격전을 펼치면서 초나라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팽월은 위나라 영토 부근에 주로 머물면서 초나라의 후방을 공략했는데, 위나라 영토 부근이 어딘지 아주 간략하게 이야기해보자면 형양 - 성고의 위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항우와 유방이 피터지게 싸우는 머리 쪽에 있다가, 초나라 본국에서 이쪽으로 군량을 보내려고 하면 득달같이 내려와 차단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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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동그라미 부근에서 박터지게 싸우고 있는걸 위에서 지켜보다가 득달같이 남동쪽으로 내달리는 식.





이렇게 위나라와 초나라 국경 부근을 왔다갔다 하는 팽월이 현지에 있었고, 백마진을 거쳐 후방에 잠입한 유고-노관의 별동대는 여기서 팽월과 협력하여 초나라의 무자비하게 후벼팠습니다. 군량미건 군수물품이건 정말 무자비하게 후펴팠고 이쪽에서 전방의 초나라 본대에는 아무것도 갈 수 없게 차단했습니다. 당연히 현지에 남아있을 소수의 초나라 병력들도 이 별동대의 움직임을 막으려고 애를 썼지만, 문제는 팽월이었습니다. 



초나라군이 몰려오면 별동대는 근처의 요새에 틀어박혀 수비만 하면서 버텼고, 그 사이에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팽월은 팽월대로 난장판을 쳐버린 겁니다. 이렇게 되니 초나라 군은 한곳만 막을 수 없어 물러나야 했고, 한나라의 별동대와 팽월은 서로 기각지세를 유지하며 완전히 메뚜기판을 펼쳤습니다. 그렇다고 본대가 빠진 초나라 군이 이 둘을 동시에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구요. 만일 팽월의 세력이 상호보조해주지 않았다면, 별동대 단독으로는 이런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을 겁니다.





유고에게 2만 명과 기병 수백을 거느리고 백마진(白馬津)을 건너 초나라 땅으로 들어가 쌓아 놓은 군량 등에 불 질러 그들의 생산을 파괴하게 함으로써 황왕에게 군수를 보급하지 못하게 했다. 이윽고 초나라의 군대가 유고를 공격했으나 유고는 보루를 단단히 지키며 싸우지 않는 한편 팽월(彭越)과 서로 지원하며 함께 지켰다. ─ 사기 형연세가





이렇게 별동대가 초나라의 보급을 차단하며 성과를 거두는 동안, 팽월은 단지 이를 보조하는 역할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별동대가 팽월의 협조로 일을 쉽게 푼것 이상으로, 팽월이 이 별동대의 지원을 바탕으로 이전까지의 리미터가 해제된 듯한 폭주를 거듭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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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팽월은 어디까지나 어떤 지역을 위협하는 정도로 움직였는데, 별동대로부터 지원을 받고 움직임 역시 자유로워지다보니 이때부터는 아예 대놓고 온갖 요새를 함락시키기 시작합니다. 팽월은 연현(燕縣) 근처에서 별동대와 함께 연전연승을 거두더니 이윽고 외항, 수양 부근의 성 17개를 돌아가면서 함락시켜버리는 묘기 대행진을 펼쳤습니다. 초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후방이 좀 위협받는 수준이 아니라, 전방에 있는 본대와 수도 팽성 사이가 적에게 전부 다 넘어가서 아예 연락이 차단되어 버리는 지경에 이른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전방에 있던 항우는 극도로 모순적인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서쪽으로 가기만 하면 이길 수 있는데, 갈수가 없고, 결국 반대로 동쪽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항우는 "보름. 딱 보름이다. 보름만 버티고 있으면 내가 돌아와서 모든걸 끝내버리겠다." 라며 대사마 조구(曹咎)와 사마흔, 동예 등의 장수에게 성고를 맡겨두고 팽월을 막으러 떠났고, 실제로 항우가 본대를 이끌고 오자 팽월은 얻었던 모든걸 토해내고 서둘러 북쪽으로 달아났지만, 그 사이에 유방은 사수(汜水) 전투에서 조구의 군대를 깨부수고 형양 - 성고 수비라인을 모조리 회복했습니다.



항우가 그렇게 난리를 치고 고생을 했지만, 전쟁을 처음 시작할때와 완전히 똑같은 상태가 되어버린 겁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초나라의 보급선과 생산이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으니 처음보다 더 나빠진 상태였습니다. 본인은 진 적도 없는데...






4. 팽월의 4차 교란 및 + 군량 지원


漢五年秋, 項王之南走陽夏, 彭越複下昌邑旁二十餘城, 得谷十餘萬斛, 以給漢王食. 

한 5년 가을에 항왕이 남쪽의 양하(陽夏)로 도주하자, 팽월은 다시 창읍 부근의 20여 성을 함락시키고 10여 만 곡(斛)의 곡식을 얻어서 한왕에게 군량으로 주었다. 




이미 여태까지 한것만 쳐도 해도 초나라 입장에선 너덜너덜 해지는 상태였는데, 팽월은 전쟁이 끝나는 시점까지 계속 항우를 괴롭혔습니다. 초한전쟁은 BC 202년 12월에 펼쳐진 해하 전투로 끝났고, 이 BC 202년이 한왕 5년 입니다. (이때는 진나라의 역법을 따라 9월이 마지막 달이였고 10월에 한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항우가 몰락했던 해하 전투, 한겨울인 12월에 펼쳐진 이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까지도 팽월은 초나라를 들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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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월은 항우의 상황이 좋지 못한걸 보고 본래 자기가 살던 곳인 '거야택' 아래쪽에 있는 창읍 지역에서 아예 자리를 잡고, 이 근처의 성 20여개를 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양곡을 무려 10만 곡(斛)이나 거둬들였는데, 이때가 가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에 초나라가 수확한, 안그래도 보급 곤란으로 어려움을 겪는 초나라에 있어서 정말 피와도 같은 막 거둔 양식들이었을 겁니다.



즉 해하전투를 치룰 무렵의 항우는 본국인 초나라 내부가 이미 팽월에게 쑥대밭이 되고 아예 대놓고 자리를 깔고 누워버린 상태고, 막 생산된 양식 마저도 실시간으로 적에게 털려버린 신세였던 겁니다.



팽월은 이후 이 10만 곡의 양식을 유방에게 지원해줬는데, 이 당시에 팽월이 유방이 불렀지만 처음에는 오지 않고 주판알을 튕기다가 나중에 유방이 "왕을 시켜주겠다." 고 하자 그제야 움직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마 이때 유방에게 양식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찌되었건 유방 입장에서는 적의 양식을 줄이는 동시에 아군의 양식을 늘리게 되었던 상황.







이렇게 초한전쟁 내내 팽월의 세력은 전쟁의 향방 자체를 완전히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큰 활약을 했습니다. 대중적으로 항우는 '불패의 장군' '역사에 길이남을 무적의 지휘관' 같은 식으로 '무적불패전설' 이 유명하고, 실제로도 형양에서든 성고에서든 완에서는 외항에서는 팽월이나 유방은 항우가 등장하면 패퇴하거나 도주하거나 지리하며 버티며 수비만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 '무패의 항우' 라는 전설의 실체는 '유방과 팽월 사이를 아무런 소득 없이 끊임없이 오고 갔던' 것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사실 그리 큰 문제는 없을 정도입니다. 초한전쟁의 거의 대부분 동안 항우가 한 것이라곤 동쪽과 서쪽을 기약없이 오고갔을 뿐에 가깝습니다. 한신이 소수의 병력을 기반으로 이를 굴려서 독자적으로 대세력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쟁의 균형추를 흔들었다면, 팽월은 좀 더 직접적으로 유방이 항우의 샅바를 부여잡고 있는 동안 계속 뒤에서 발길을 해대었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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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의온도
19/02/21 01:30
수정 아이콘
넥서스 근처에서 적 탑솔이 깽판치면 본대 진입이 안 되죠. 스플릿 푸쉬와 날개 운영이 중요한 이유. 크크.
잘 읽었습니다.
19/02/21 01:34
수정 아이콘
근데 이 양반은 끝이 너무나도.... ㅠ.ㅠ
모리건 앤슬랜드
19/02/21 01:37
수정 아이콘
소금독 고기젓갈엔딩ㅜㅜ
모리건 앤슬랜드
19/02/21 01:35
수정 아이콘
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중간에 팽월의 본거지라고 지도상에서 언급해주신부분은 위표가 분봉받았던 서위 즉 안읍과 곡옥 강성을 위시로한 분하 지역이고, 팽월이 주로 활약했던 지역은 대량성-복양쪽을 위주로한 위나라 후기 즉 양나라쪽 지방이었죠. 대략 같은 지도에 상산-제나라 사이 어딘가라고 볼수있지 않을까 싶은데 한편으론 저동네도 딱히 초나라 영향권이라기엔 멀고 옆에 제나라는 그 나름대로 개판이고 하던 시절이니 팽월이 저리 활동할수 있던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호로관이란 명칭은 주나라때부터 있었다고 알고있는데 저시절엔 성고라고 불렸더라구요.
계층방정
19/02/21 07:48
수정 아이콘
그쪽보다는 지도상 초나라로 나오는 지역 중 서쪽 일대일 겁니다. 지도상의 초나라가 항우의 봉국 서초인데 항우가 서초에 위나라 동편 대량 일대를 포함시켰거든요. 즉 팽월의 본거지는 서초의 최전선과 수도 딱 그 중간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19/02/21 01:38
수정 아이콘
이 사람 최후는 정말 너무 불쌍한게
한신처럼 오해받을 짓을 하거나
영포처럼 대놓고 난을 일으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방에게 직접 붙잡혀 죽은것도 아니고
난 잘못한게 없다고 분명히 낲작 엎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여후에게 ..(..)
19/02/21 01:44
수정 아이콘
질문이 있습니다.
1. 글에 따르면 초나라는 항우 외에는 장수들이 전투마다 패한 것 같은데 항우 빼고는 다 무능했나요?
2. 항우는 왜 팽월 먼저 쓸어버리지 않았나요?
3. 유방이 별동대 보내려면 한참을 돌아보내야 될텐데 그 사이 항우는 공으로 안쳐들어갔나요?
신불해
19/02/21 01:53
수정 아이콘
1. 그 부분은 뭐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항우 외의 장수가 독자적으로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뭘 한 사례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항우가 그 부분을 증명시킬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별로 안 줬다고 봐야 할것 같습니다. 워낙 고대에 당시가 혼란기에다 당시 상황상 기록도 남길 전문적인 문인도 드물었던지라 한나라쪽 인물들도 몇몇 사람들 제외하면 기록이 부족한데 패자인 초나라쪽 인물은 기록이 거의 없는 측면도 있구요.

2. 항우가 팽월을 진압하려고 할때마다 팽월이 빠져나가 결정타를 피했습니다. 팽월의 세력이 유격부대에 가까워서 한곳에 명확하게 둥지를 틀지 않아 잡기 어렵기도 했고, 그렇다고 팽월을 쫒아다니다가 시간을 다 보내면 전방의 유방이 문제구요.

3. 기록의 미비로 부대가 움직인 정확한 타임라인은 알기 어려우나 당시 유방은 낭중 정충이라는 인물의 조언을 받아 공 지역의 보루와 해자 등을 보강하는 등 방어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었습니다. (별동대가 움직이기 이전 시점에서도 팽월이 계속 후방에서 작전을 펼치며 초나라 본대의 움직임을 무겁게 하기도 했고)이때문에 항우의 본격적인 공략이 지체 되었을 가능성이 있겠네요.
신의와배신
19/02/21 05: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첫번째 질문만 대답해볼께요.

성공한 벤쳐기업은 당연히 CEO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습니다. 그가 창업자이고 최대주주이니까요.
항우가 가진 불리한 점은 항우는 창업자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은 몰락한 명문가의 자제가 절치부심하여 20년 이상 심사숙고 하다 벤처열풍을 틈타서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합니다. 그 자제는 자신의 친척과 친구들과 인생을 바쳐 창업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의 친척과 친구들은 대부분 명문가 자제라서 우아하신 분들이기도 하죠.

그리고 어느정도 창업후 성공을 거둔 뒤에 창업자인 명문가 자제는 갑자기 사망합니다. 그는 고자라서 형제도 있고 많은 친척도 있기는 한데, 아들이 없습니다. 모두가 어리벙벙했던 상황에서 기업의 경영권이 주식이 하나도 없던 어떤 이사에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대주주인 창업자의 형제, 친척들은 경영권을 다투지 않습니다. 어느 비내리는 날 조카가 나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 끝에 경영권을 장악합니다.

경영권을 장악한 조카는 올인을 즐기는 타입입니다. 기업을 장악하자마자 단 하나의 기회에 기업의 모든 자원을 들이붓습니다. 모두가 실패한다고 말할 때 그는 대박을 일굽니다. 위기 상황 때문에 그는 성공을 할 때까지 경영권 분쟁을 겪지 않았습니다. 대박은 터졌고 기업의 가치는 천배만배이상 앙등했습니다. 조카의 경영권은 분명해졌지만, 창업자의 친척과 창업자의 친구에 조카의 친구까지 이 회사의 주식, 경영권에 군침을 흘리고 있습니다. 회사의 가치가 앙등한 이때에 주식을 배분하고 경영권을 보좌해줄 이사를 선임해야할 상황입니다.

삼촌의 친척과 친구들은 20년이상 삼촌과 교우를 나누면서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경영권 위기 상황에서 침묵했지요.
조카의 친구들은 날건달이었습니다. 우아하지도 않지요.
그런데 대박은 친척 친구 모두 하나가 되어 함께 일구어냈습니다.

당신이라면 누구에게 이사의 자리를 주겠습니까?




초나라 사람들에 유능한 이도 있었고 무능한 이도 있었습니다.
항씨 친척들은 대부분 무능했고, 신기하게도 항량의 친구들도 대부분 무능했습니다.
그런데 이사진은 이 두 부류가 대부분이었지요.

결과적으로 볼 때 유능한 사람은 범증이었습니다.


항우의 친구들은 대부분 유능했음에도 항량의 사람들에 밀려서 고위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종리매와 계포의 유능함은 당대에도 소문이 난 것으로 보임에도 이 둘은 초나라 시절 장군자리에 앉지 못합니다.
19/02/21 09:22
수정 아이콘
항우 성깔 있어 보이는데 인사 임명할 때는 힘을 못썼나보네요.
19/02/21 22:13
수정 아이콘
본인 잔인한거랑 별개로 항우 인성은 젠틀하다는 평이 있습니다. 휘하 병사들도 아끼고요...
오히려 인성 부분에서는 유방이 괴담이 많....
은장식
19/02/21 22:45
수정 아이콘
항우가 무시무시한건 행동원리 자체는 지극히 평범하다는 겁니다. 꼴보기 싫은 놈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나보다 다른 사람이 더 주목받는건 싫다. 잘못되더라도 내 잘못은 아니다. 나랑 내 가족이 대우받는 건 당연하다. 이런 특이할 것 없는 생각을 필터링 없이 폭력을 이용해 전부 실현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끔찍한 결과가 나오는데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까지 따라하게 만들어버리니 마치 인간이란 종에게 시비를 거는 듯한 양반이라고 할까요(.... 유방은 '너 때문에 반란 안하면 멍청이 소릴 듣는다.'고 하기도 했죠
신의와배신
19/02/22 07:21
수정 아이콘
천하를 제패한자라서 자기가 모든걸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걸 진짜 혼자서 한거죠. 조언을 듣지않고 안들었다고 뒷담화를 하면 솥에 삶아 죽였습니다.

인사가 만사인데 외부적인 인사에 실패해서 초한대전을 벌어지게 만듭니다. 제나라와도 팽월과도 경포와도 싸웁니다.

내부인사에도 실패합니다. 그가 임명한 장수들은 대부분 무능했습니다. 사기를 읽다가 용저가 천하의 반을 휩쓴 한신을 무시하는 장면에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무원칙한 인사로 대박을 일군 벤쳐기업이 4년만에 망합니다.
수부왘
19/02/21 01:44
수정 아이콘
마치 후삼국시대 고려의 나주겐세이를 연상케하네요
펠릭스30세(무직)
19/02/21 01:47
수정 아이콘
아아..... LCK가 예전에는 그러했는데....

요즘은 날개를 펼치면 본대가 박살이 나니....
MC_윤선생
19/02/21 01:54
수정 아이콘
초한지는 엔딩이 진짜 별로라.... 두번 읽기가 좀..크크. 열심히 산자. 쉬어라!! (죽어!!)
19/02/21 02:41
수정 아이콘
그야말로 레이드의 기본이죠. 유방이 메인 탱커에 팽월이 어그로 나눠 끌며 서브 탱딜러, 소하는 끊임없이 양곡과 병사를 보급하며 힐러, 그리고 메인딜러인 한신이 잡몹정리 다 끝내고 막타. 도중에 한신이 중립몹 테이밍하려는 역이기를 팀킬하는 삽을 푸긴 했지만요.

바꿔말해 항우는 그야말로 몹 NPC급의 인공지능이었....
홍승식
19/02/21 09:17
수정 아이콘
유방 : 전사
팽월 : 암살자
소하 : 사제
한신 : 마법사
vs
항우 : 드래곤
목소리패티쉬
19/02/21 02:43
수정 아이콘
벌처같은 분이군요..
LucasTorreira_11
19/02/21 22:47
수정 아이콘
임진묵의 sk테란..
19/02/21 06:11
수정 아이콘
완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제이홉
19/02/21 07:17
수정 아이콘
메뚜기보다 곡식을 더 잘 털어먹었던 팽월인데 제가 좋아했던 초한지 인물들은 말년이 다들 처참하더군요. 신불해님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계층방정
19/02/21 07:4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근데 꺼라위키에 보면 당시 항우 진영에 항우가 포로로 잡아놓은 유방의 가족들이 있었으니, 여후도 팽월의 깽판 때문에 보급이 끊긴 초군 포로로 지내면서 엄청 고생했을 거고, 그래서 팽월의 위험함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팽월을 그토록 잔혹하게 죽인 거 아니냐는 말이 있으니, 그 추측이 맞다면 진짜 인생 무상합니다...
wish buRn
19/02/21 08:58
수정 아이콘
망치(팽월,한신)와 모루(유방)인건가요..
좋은 글 잘봤습니다 ^^
플로렌치
19/02/21 09:17
수정 아이콘
최후가 아쉬운 인물이죠 팽월...
19/02/21 09:31
수정 아이콘
보통 삼국지 뒤통수 안맞으려고 구석부터 밀어놓고 진군하는데 3만 독립유군이 뒤통수 치면 세이브/로드각 나오네요 크크 헬난이도 인정합니다
남광주보라
19/02/21 09:39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읽은 고퀄리티 글입니다!!

팽장군님, 천하 명장에 손색없으신 분
마프리프
19/02/21 10:36
수정 아이콘
항우도 장한한테 지원좀 해주고 숨통좀 열어줬으면 관중지방을 흔들어 볼수 있었을텐대...
곰돌이푸
19/02/21 12:40
수정 아이콘
일전에도 비슷한 질문글을 남긴적 있는거 같습니다. 저기서 말하는 몇십개의 성들은 castle을 의미하는게 아니라 군 현 리 같은 행정단위들을 지칭하는 것이겠지요?
19/02/21 15:09
수정 아이콘
소설말고 초한전쟁에서의 항우가 일기토나 개인용력도 리차드나 척준경같은 기록이 많나요?

전투에서 지휘관으로 다 때려부신건 유명하긴하던데
신불해
19/02/21 19:56
수정 아이콘
항우 본기에서 거병할 즈음에 '힘이 세발솥을 들어올릴 정도였다' 는 언급과 거병할때 회계 군수 은통을 죽이고 '부하 백명을 죽였다' 는 충공그깽한 언급이 있기는 한데, 기록에는 언급이 없지만 설마하니 거병까지 하는데 항우가 따르는 부하들도 없이 그걸 다 죽이진 않았을것 같고..


그 외에 소설에서 나오는 일기토 장면 같은건 정사엔 없습니다. 다만, 유방에게 일대일 승부를 신청하고 유방이 나서는 대신 부하인 누번이라는 사람이 튀어나왔는데 일갈 한번으로 겁에 질려 달아나게 했다는 일화는 있습니다.
19/02/21 17:18
수정 아이콘
조구 vs 마속 ??
19/02/21 17:48
수정 아이콘
진정한 스플릿 푸셔였군요 ‘그 날개’ 는 꽤나 전통있는
전술..
noname11
19/02/21 20:50
수정 아이콘
항우군이 얼마나 팽월에게 시달렸는지를 마침 항우에게 포로로 잡혀서 거기 있던 여후가 저 사람은 진정으로 위험한 인물이다라는 것을 몸소 체험했고 먼 훗날 유방에게 오해를 사 귀양가던 팽월을 구해주는 척 다시 꼬셔서 데리고 와서 인간 젓갈을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있죠
처음과마지막
19/02/21 22: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잡아먹는 법이죠

유방이 진짜 무서운 사람이죠

조금 다른이야기지만요
살아생전 무시무시한 장군들을 수족같이 부리고 배신은 꿈도 못꾸고 부하들이 그냥 전적으로 믿고 의지했던 칭기즈칸이 진짜 대단한것 같습니다
아니면 배신한 부하들은 다없애서 기록에 없는것일까요?
수보타이만해도 유방 항우 다합쳐도 그이상가는 엄청난 전투기록들이 있죠

알렉산더도 죽음후에 부하장군들끼리 전쟁이 나고 영토를 나누어 먹었죠
그에 비하면 칭기즈칸은 진짜 단단한 대제국이 유지 되었죠

호라즘 원정도 남아도는 유목민 세력가들의 전투력해소 차원이라는 견해도 있더군요
미련한 호라즘왕이 잠자는 호랑이 콧털을 건들은 껶이랄가요?
고기반찬
19/02/21 22:51
수정 아이콘
알렉산드로스는 좀 억울할만 하죠. 적어도 칭기즈칸은 네 아들이 장성할 정도는 되었는데 알렉산드로스는 말 그대로 급사에, 후계자도 한 명은 정신이상자, 한 명은 아예 태아여서 후계구도 다질 시간도 없었고...
강미나
19/02/21 23:10
수정 아이콘
전 오히려 알렉산더는 위엄이라고 생각하는 게 본인은 여기저기 땅만 점령하러 돌아다니다 30대에 급사했는데
그럼에도 그가 만든 세계 자체는 200년 가까이 갔다는 게....
처음과마지막
19/02/21 23:31
수정 아이콘
알렉산더는 선왕한테 받은 군사 영토 많았죠

칭기즈칸은 진짜 맨땅에서 흙수저로 시작했어요

알렉산더가 칭기즈칸처럼 무일푼에 시작했다면 비교조차 안될것 같아요
처음과마지막
19/02/21 23: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칭기즈칸은 알렉산더에 비하면 아버지한테 받은게 없는 흙수저죠 자수성가 형이랄가요?
알렉산더는 칭기즈칸에 비하면 진짜 금수저입니다
이리스피르
19/02/22 08:39
수정 아이콘
사실 유방이 토사구팽의 원인이 된 사람이긴 한데 딱히 사냥이 끝나서 사냥개를 잡아먹었다기보단... 사냥개가 죽을 빌미를 계속 던지던 것에 가깝죠.

사실 숙청 위험에서 원인이 사기에 가깝다 싶은게 한신, 팽월, 번쾌 정도인데 한신은 그 최후의 원인은 사실이 아닐 수 있어도 그 이전에 했던 짓들을 보면 죽이는게 당연한 수준이고... 한신은 두번 반란 고변이 있었고 한번은 죽일 수도 있었는데 유방이 회음후로 강등만 하고 살려주죠. 그 후에 두번재 고변이 있었을때 하필 유방이 반란 진압하러 나가서... 그 사이에 여후가 죽여버린 것에 가깝죠... 팽월도 반란 고변 됫을 때는 죽이지 않고 파촉 지역으로 귀양...보냈는데 자긴 억울하다고 여후한테 하소연했다가... 여후가 유방에게 팽월 죽이게 부추긴거죠... 다시 반란 고변시키기도 했고...
처음과마지막
19/02/21 23:3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알렉산더는 급사보다는 독살 가능성 생각하면 오히려 자신의 실수일지도요?
열병에 걸린거면 그것조차 운명이 부족한걸테니가요

흙수저 칭기즈칸이 더 위대해 보입니다

알렉산더는 선왕에게 받은 유산만큼이나 빨리죽었고

흙수저 칭기즈칸은 초년엔 힘들었지만 무일푼에서 대제국에 역대급 제왕이니가 더 위대해 보입니다


둘다 위대하지만 칭기즈칸이 한티어 위라고 봐요

어릴적 둘다 제 맘속 영웅들이지만 나이들수록 자수성가 하기가 힘든지 경험이 되서요

알렉산더가 부자 건물주 나 대통령 아들이라면 칭기즈칸은 어릴적에 아버지 돌아가신 진짜흙수저 입니다

시작 가진게 비교조차 할수없어요
칭기즈칸이 알렉산더처럼 군대 영토등유산이 많았다면 진짜 전 세계 통일 했을지도 모른다고 봐요
一言 蓋世
19/02/22 23:30
수정 아이콘
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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