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8/10 23:53:13
Name VKRKO
Subject [리뷰]장산범 - 사상누각
W7zYyIe.jpg


2009년, 괴담 전문 블로그 "잠들 수 없는 밤의 기묘한 이야기" 에 실화괴담 한 편이 올라옵니다.

http://thering.co.kr/1887

부산 장산에 산다는 미확인 생물체에 관한 이야기였죠.

이 이야기는 일파만파 퍼져나가면서 장산범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이 생물체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탔습니다.

웹툰에도 등장하고,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죠.

그리고 올해, 그 장산범을 주제로 한 영화가 개봉합니다.


CUE1tzj.jpg


사실 장산범 이야기는 애시당초 별로 매력적인 공포 소재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제보된 목격담은 하얀 털옷을 입고 있는 사람 같았다는 정도 내용이 끝이었으니까요.

사람들의 입을 타면서, 이런저런 설정들이 달라붙기 시작한 거죠.

박지원의 "호질" 에 등장하는 창귀처럼 죽은 이의 목소리를 흉내낸다는 것도 그렇고, 이름도 없던 것이 장산범이라는 이름까지 붙었고요.

결국 이 문제는 영화화 되면서도 발목을 잡는 본질적 문제로 남았습니다.

얼핏 흥미로워보이지만, 제대로 된 기반이 없고 어디서 빌려온 설정들로 이야기를 꾸려가야 하니까요.


uFiDESI.jpg


영화의 전개는 목소리를 흉내내며 사람들을 꾀어내려드는 알 수 없는 존재의 공포와, 도플갱어가 오리지널의 자리를 빼앗으려드는 체인질링 느낌의 투-트랙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두 이야기는 서로 전혀 연결되는 느낌이 나지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애시당초 궤가 다른 이야기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후반부 들어 급격하게 설정이 붙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두 대상이 겹쳐보이지는 않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이것 또한 장산범에 대한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다 끌어쓰다보니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었겠죠.


MWXsp50.jpg


허정 감독은 전작 "숨바꼭질" 에서 흥미로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서 다소 헐거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장산범은 어떻게 보면 "숨바꼭질" 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으로 느껴질만큼 그와 비슷한 단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두어번의 놀래키기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지만, 극 전체로 봤을 때는 긴장감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력과 거울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것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없다보니 작위적으로 느끼게 되고요.


snbavFI.jpg


결국 이런 간극을 메우는 건 배우들의 열연 뿐입니다.

염정아씨는 "장화홍련" 에 이어 공포 영화에 어울리는 좋은 연기를 보여줬고, 박혁권씨도 자기 역할은 충분히 잘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준혁씨 연기에 무척 감탄했는데, 한국 공포 영화 역사에 이름을 올릴만한 남성 캐릭터가 나온 느낌입니다.

영화 전체적으로는 그저 그랬어도 이준혁씨한테는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네요.





21세기에 자생하는 도시전설이라는 점에서, 장산범 이야기는 많은 흥미와 주목을 끌어왔습니다.

하지만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데 그 위에 열심히 무언가를 쌓는다해도, 그 결과는 자가당착으로 이어질 뿐이겠죠.

그야말로 사상누각.

보는 내낸 서서히 발밑이 무너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였습니다.

이제는 장산범을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네요.



10점 만점에 5점 주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그대의품에Dive
17/08/11 00:37
수정 아이콘
숨바꼭질의 하위호환이면...아이고
17/08/11 00:42
수정 아이콘
제 기준으로 숨바꼭질이 훨씬 좋은 영화네요...
허정 감독은 배우운이 좋은 거 같아요.
숨바꼭질 때도 손현주씨 문정희씨 연기력 대폭발이었는데 이번에도 염정아씨 박혁권씨 이준혁씨 다 연기는 좋았습니다.
마스터충달
17/08/11 01:12
수정 아이콘
<숨바꼭질>이 좋았던 이유는 서사에 내집마련이라는 시대의 욕망과 공포를 담아냈기 때문이죠.

<겟 아웃>이 호평을 받는 이유도 비슷하고요.

<장산범>에는 그런 게 없었나보네요;;
17/08/11 01:16
수정 아이콘
없는 콘텐츠를 긁어모으긴 했는데 밑천이 드러나더군요.
창귀 컨셉을 이용한 후반부 장면 하나는 괜찮았는데, 솔직히 그거도 염정아씨한테 더 갈채를 보내고 싶어요.
17/08/11 01:12
수정 아이콘
허 비디오 여행이나 cf로 보니 좀 땡기던 영화였는데 별로란말이네요 ..
17/08/11 01:1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그저 그랬습니다.
잠밤기 때부터 장산범 이야기가 부풀려져 온 걸 지켜봐왔는데, 그 정점을 본 거 같아 묘한 기분이네요.
내일 애나벨 보러 가는데 그건 좀 무서우면 좋겠네요.
노련한곰탱이
17/08/11 08:17
수정 아이콘
장산범이 전통설화가 아니었군요...
알테어
17/08/11 09:37
수정 아이콘
장산범 영화는 아무래도 IPTV로 볼거 같습니다. 숨바꼭질이 워낙 바닥을 기던 영화였기에 장신범도 같은 감독이라는걸 알았을때 영화의 미래가 보일 정도였으니...


허정은 감독하면 안되는 사람이에요.
영화 너무 못만듭니다.
17/08/11 09:57
수정 아이콘
원래 소재의 빈약함을 매꾸고 상위 버젼으로 발존시키는 것도 감독의 역량인데... 보통 실력으론 어렵갰죠
DavidVilla
17/08/11 11:14
수정 아이콘
숨바꼭질보다 낫다고 해도 볼까 말까인데(그만큼 숨바꼭질은 소재가 아까울 정도로 대망작),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니요 ㅠㅠ
이번에도 소재 날려먹기 시전인가요..

근데 이준혁 씨 연기력을 칭찬하시니,
왠지 '좋은 친구들'에서 이광수, 주지훈 씨가 생각나네요. 영화는 참 별론데, 두 사람의 연기력은 정말 보기 좋았던..
17/08/11 13:51
수정 아이콘
이준혁씨는 리얼이었습니다 이 아저씨가 마리텔에서 마임하던 그거만 생각하고 갔는데 우와
트와이스정연
17/08/11 15:29
수정 아이콘
장산범이 전통 귀신 아닌가요? 영남에서 살던 친구들 중 몇몇은 할머니한테도 듣던 이야기던데요. 전국단위 귀신이라기보다 지역 설화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요?
17/08/11 16:23
수정 아이콘
문헌으로 남은 기록이 하나도 없으니 구전으로 내려오는 게 전부인데, 그나마도 명확한 형태가 구체화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부산 장산보다는 태백산맥 따라서 가끔 이야기가 있더라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파고 올라가도 한국전쟁 이후에 생긴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임시닉네임
17/08/11 23:45
수정 아이콘
장산범은 전통 설화가 아닌건 맞습니다
정작 장산 근처에 사는 사람중 그거 들어본 사람 거의 없는 수준.
차라리 해운대 기장 그쪽은 도깨비불 목격담이 좀 있었고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21 우리가 죽기 전까지 상용화 되는 걸 볼 수 있을까 싶은 기술들 [82] 안초비11330 24/04/02 11330 0
101219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 B급이지만 풀팩입니다. [32] aDayInTheLife6610 24/04/02 6610 2
101218 RX 7900XTX 889 달러까지 인하. [16] SAS Tony Parker 7390 24/04/01 7390 1
101217 한국 경제의 미래는 가챠겜이 아닐까?? [27] 사람되고싶다8338 24/04/01 8338 12
101216 [패러디] [눈마새 스포] 케생전 [8] meson4280 24/04/01 4280 8
101215 XZ Utils(데이터 압축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초고위험 취약점 발생에 따른 주의 [13] MelOng5347 24/04/01 5347 4
101214 5월부터 다닐 새로운 KTX가 공개되었습니다. [45] BitSae8645 24/04/01 8645 1
101213 EBS 스페이스 공감 20주년 기념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선' 선정 [71] EnergyFlow7006 24/04/01 7006 4
101212 LG 24인치 게이밍 모니터 24GN60K 역대가(16.5) 떴습니다 [26] SAS Tony Parker 5805 24/04/01 5805 0
10121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99] 초절정미소년7344 24/04/01 7344 6
101210 [서평]《만안의 기억》- 안양, 만안이라는 한 도시의 이야기 [14] 계층방정3600 24/03/31 3600 2
101209 최근 2년동안 했던 게임들, 소소하게 평가를 해봅니다 [66] 공놀이가뭐라고7152 24/03/31 7152 2
101208 20년을 기다린 건담 시드 프리덤 후기 [미세먼지 스포] [38] Skyfall5132 24/03/31 5132 1
101207 [고질라X콩] 간단 후기 [25] 꾸꾸영4648 24/03/31 4648 2
101206 [팝송] 제이슨 데룰로 새 앨범 "Nu King" [4] 김치찌개3281 24/03/31 3281 0
101205 우유+분유의 역사. 아니, 국사? [14] 아케르나르4182 24/03/30 4182 12
101204 1분기 애니메이션 후기 - 아쉽지만 분발했다 [20] Kaestro4327 24/03/30 4327 2
101203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6) [3] 계층방정4247 24/03/30 4247 7
101202 [스포] 미생 시즌2 - 작가가 작품을 때려 치우고 싶을 때 생기는 일 [25] bifrost8468 24/03/30 8468 8
101201 정글 속 x와 단둘이.avi [17] 만렙법사4563 24/03/30 4563 17
101200 삼체 살인사건의 전말 [13] SNOW_FFFF11706 24/03/29 11706 3
101199 갤럭시 S23 울트라 One UI 6.1 업데이트 후기 [33] 지구돌기8029 24/03/29 8029 3
101198 전세계 주식시장 고점신호가 이제 뜬거같습니다(feat.매그니피션트7) [65] 보리야밥먹자14795 24/03/29 14795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