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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7/23 16:10:12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덩케르크> - 세 가지 시간, 하나의 승리
※ 이 글은 영화 <덩케르크>,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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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 시간의 예술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세상은 미술의 종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사진은 미술을 대체하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의 발명은 미술을 해방시켰다. 화가는 현실을 완벽히 재현하도록 강요당하지 않게 되었다. 현실을 똑같이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 존재하는 진실을 추구한다. 그렇게 미술은 여전히 예술로서 숨 쉬고 있다.



  사진은 태생부터 모방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왜냐하면, 사진은 현실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셔터가 열리면 그 순간에 피사체로부터 반사한 빛이 감광판에 새겨진다. 여기에는 어떠한 왜곡도 존재할 수 없다. 필터랑 포토샵 무시함? 사진에 형태를 새기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전자기파(빛)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아무것도 의도하지 않는다. 피사체를 재현하려는 욕망이 없다. 그래서 사진은 모방하지 않는다. 현실을 박제할 뿐이다.



  그렇기에 사진이 예술이 되는 것은 미술보다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현실은 절대 극적이지 않다. 픽션에는 명대사가 쏟아지겠지만, 법원 속기록을 읽으며 가슴 울리는 감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훌륭한 사진작가는 순간의 박제 속에 진실을 함께 새겨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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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진에는 2차 세계대전을 이끈 처칠의 카리스마가 담겨있다. 사진작가 유서프 카시는 처칠이 도무지 입에서 시가를 놓지 않자 그의 입에서 시가를 뺏어냈다. 처칠은 화가 난 표정을 지었고, 카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덕분에 이 사진에는 인간 처칠의 진실을 담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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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처칠이 웃으면서 "한 장 더 찍으시게."라고 했다. 그러나 직후에 찍힌 사진에는 처칠이 아니라 웬 대머리 영국 할배가 서 있을 뿐이다. 이처럼 사진은 순간 속에 진실을 담아낼 수 있고, 이는 사진작가의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사진도 예술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진은 순간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순간의 현실을 담을 순 있으나, 시간이 흐르며 다채롭게 변화하는 현실을 담아낼 수는 없다. 이를 해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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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 사진을 보며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사진에는 장미가 뿜어내는 고혹적인 매력이 듬뿍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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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장미가 피어나는 활동사진을 보면 어떤가? 여기에는 고혹적인 매력뿐만 아니라 생명력이 함께 느껴진다. 사진이나 조화(造花)로는 느낄 수 없는 살아있다는 감격. 이것은 활동사진으로만 느낄 수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만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이러한 시간을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사진이 순간의 예술이라면, 영화는 시간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영화는 시간을 담을 수 있지만, 시간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고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현실은 결코 극적이지 않다. CCTV를 보며 감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영화는 시간을 재단한다. 현실을 편집한다. 컷과 컷 사이에 의미를 넣는다. 나아가 시간을 되돌리고, 빠르게 느리게 템포까지 바꾼다. 현실의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이지만, 영화의 시간은 절대로 그냥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는 극적이다.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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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리 큐브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컷과 컷 사이에 수만 년의 세월을 함축했다.




  (영화는 시간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것을 2시간 내외의 시간 안에 함축적으로 담아내야만 한다. 어느 모로 보나 영화는 시간의 예술인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 시간의 마술사



  놀란의 영화에서 시간은 언제나 독특했다. 그의 충격적인 장편 데뷔작 <메멘토>는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 흑백의 화면은 시간순, 컬러 화면은 역순. 그리고 영화는 이를 지그재그로 왔다 갔다 하며 진행한다. 이 놀라운 진행을 통해 마지막 신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기억과 사실의 괴리와 존재에 대한 의문을 마주하게 된다. 시간을 뒤틀어 진리의 조각을 발견한 작품이다. <인셉션>에서는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 깊은 꿈속으로 들어갈수록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각 꿈의 단계는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몽환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인터스텔라>에서는 시간을 왜곡하는 과학적 소재를 제시한다. 바로 블랙홀이다. 블랙홀 근처에서 느려진 시간은 애처로운 부성애를 낳았다. 블랙홀 안에서 과거로 돌아간 시간은 극을 해결하는 결정적 수단이 된다. 이거 완전 데우스 엑스 마키나 아니냐? 블랙홀을 통과하여 마주한 미래는 희망찬 결말을 보여줬다. (이제 와 생각하기에 놀란이 블랙홀에 관심을 둔 이유는 바로 시간의 가변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덩케르크>에서도 시간은 독특하다. 영화는 세 가지 시간 축을 제시한다. 병사의 일주일. 선장의 하루. 파일럿의 한 시간. 세 가지 시간 축은 서로 다른 속도로 흐르며 교차되어 보여진다. 덕분에 사건의 선후가 뒤바뀌기도 한다. 이를 통해 하나의 사건에 다양한 감성을 담아낸다. 떨고 있는 병사(킬리언 머피)의 행동은 처음에는 이기적인 민폐로 다가온다. 그러나 다른 시간 속에서 그가 겪었던 공포와 고통을 보고나면 분노보다 측은함이 앞선다. 끝내 "괜찮다."고 말하는 피터(톰 글린 카니)의 대사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다른 시간 속 다른 입장은 반전과 서스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콜린스(잭 로던)의 비행기가 바다 위에 불시착한 뒤 파리어(톰 하디)는 콜린스가 무사하다는 수신호를 본다. 그러나 이는 무사하다는 신호가 아니라 탈출하지 못한 몸부림이었다. 그냥 지나쳤다면, 감흥없이 흘러갈 장면이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시간축에서 교차되어 보여졌기에 관객에게 안타까움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덩케르크>의 배경이 되는 다이나모 철수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작전 중 하나이다.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면 현장감 넘치는 영화의 스타일과 맞물려 그대로 다큐멘터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놀란은 절제의 미덕과 시간의 연금술을 통해 <덩케르크>를 극적으로 만들어냈다. 게다가 이 모두를 오로지 편집만으로 엮어냈다. 슬로우 모션도 빨리 감기도 없지만, 관객은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영화는 일주일의 날실과 하루의 씨실 위에 한 시간의 자수를 새겨넣었다. 이것은 오직 영화만이 표현 가능한 일이다. <덩케르크>를 보며 엄지를 척 들어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서로 다른 시간이 달려가는 곳



  어떤 사람은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가 아니라 재난 영화였다고 말한다. 사실 이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하다. 애국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덩케르크>는 전쟁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는 싸워서 무찔러야 할 적군도 없고, 충성을 바칠 조국도 없다. 덩케르크 해안에 몰려드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목적은 오직 생존과 귀환뿐이었다. 그러나 국가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인본주의적 가치관에서 전쟁은 재난과 별다를 바 없다. 전쟁은 권력자의 자기 과시를 위해 무고한 생명을 갈아 넣는 개 같은 일일 뿐이다. 놀란에게 있어 전쟁은 죽음을 뿌리는 재난에 불과했다. 영화 속 대사는 이러한 시각을 뚜렷이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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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들이 일으킨 전쟁에 왜 젊은이들만 총알받이가 되어야 하는가?"

  (그런 면에서 "Home"을 "조국"이라 번역한 것이 불만이다. 국가를 강조할 생각이었다면 "Home"이 아니라 "Homeland"라고 하거나 명확하게 "England"라고 불렀겠지.)



  <덩케르크>에서 세 가지 이야기는 서로 무관해 보이기도 한다. 각각의 인물은 각자의 전쟁을 치를 뿐이다. 그러나 이 모두는 단 하나의 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바로 전쟁이라는 악마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 살아남는 것이다. 결국, 40만 병사는 살아남았다. 그들은 패자가 아니라 승자였다. 독일과 싸워 이긴 것이 아니라 전쟁과 싸워 이긴 것이다. 그렇기에 독일군은 등장할 필요가 없었다.



  <덩케르크>는 전쟁을 미화하지 않았다. 영화는 살고자 하는 욕망을 변호했고, 전쟁의 고통에 괴로워하는 영혼을 위로했으며, 전쟁과 싸워 승리한 모두를 찬양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반전(反戰)영화다. 그렇기에 또한 전쟁 영화다. 모든 전쟁 영화는 반전 영화이기 때문이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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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군
17/07/2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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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늘 아침에 보고 왔는데 일단 아이맥스 퀄리티에 압도당했고 그 현장감 덕에 제가 밀덕이 된 이유를 다시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구축함이라거나 전투기의 디테일이 어렸을 적에 프라모델이랑 동봉된 데칼에 가슴이 뛰었던게 생각났습니다.

사실 요즘 세상이 내용가지고 감동을 주기 힘든 시대라 스토리 자체보다 시각적, 청각적 연출에 집중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스토리가 아예 씹을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이맥스의 웅장한 시야와 소리 때문에 스토리는 좀 묻힌 느낌이긴 합니다. 전체적으로 좋은 영화를 봤다기보단 좋은 구경거리 했다는 느낌이네요. 그렇다고 나쁜 영화는 아니지만서도.
마스터충달
17/07/23 16:22
수정 아이콘
놀란이 어떻게 시간을 뒤틀고 이어붙였는지 생각하신다면, <덩케르크>의 내러티브 부분에서도 충분히 감탄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심군
17/07/23 16:26
수정 아이콘
사실 네러티브에서 감탄을 안하는 건 아닌데 페라리 안에 타고 있는 유해진씨를 보는 기분이랄까요? 딱히 유해진이라기보단 갑자기 생각나는 인물이 그 정도밖에 없는데...무슨 말씀인지 아시죠?(...)
마스터충달
17/07/2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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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씨 여기예요! 막 공감가게 흉보고 있어요!!
starmaze
17/07/23 16:21
수정 아이콘
1. 영화 내내 살까말까의 서스펜스를 집요하게 밀어넣은 점 (특히 음악의 시계소리에서 집요함을 느꼈습니다)
2, 영화 내내 적 전투기 외에는 적의 실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아마 의도적으로) 배제된 점
3. 본문에서 언급해주신 세 개의 시간선에 대한 기술적인 배치
4. 아이-맥스

여러 가지가 어우러져 신파 없이 훌륭하게 몰입되는 전쟁.. 아니 생존영화를 만들었어요. 개인적으로 "특별한" 전쟁영화라는 평에 공감하는 편입니다.
하심군
17/07/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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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영화적인 기술이 현란해서 오히려 거부감이 느껴질 정도랄까... 사실 영화에 감성이 부족하다고 할정도는 아닌데도 '이 영화는 감정이 좀 메마른것 같아'라는 말이 나올 것 같더라고요.
마스터충달
17/07/2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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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모습이 배제된 이유는
1. 대상이 보이지 않는데서 오는 공포의 극대화
2. 이 영화는 독일과 싸우는 영화가 아니라 전쟁과 싸우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이죠.
17/07/2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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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CG좀 팍팍 썼으면 좋겠어요
해변에 있는 영국군 규모나 장비 양이 너무 초라해서 이게 지금 영국의 절체정명 위기가 맞긴 하냐는 생각이- _-;;
그 점만 빼면 이런 연출로도 전쟁의 참상을 적절하게 표현한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17/07/23 16:23
수정 아이콘
킬리언 머피는 선장의 시간대에만 등장한거 맞죠? 제가 외국 배우를 잘 몰라서 그런지 주인공에게 구명보트에 타지 말라고 말한 사람이랑 닮았다고 느껴져서... 그리고 킬리언 머피는 바다위 어디에 앉아있던 건가요? 추락한 비행긴지.. 뒤집힌 배인지...
하심군
17/07/23 16:24
수정 아이콘
뒤집힌 배에 앉아있었습니다. U-보트의 공격을 받았다고..
마스터충달
17/07/23 16:26
수정 아이콘
병사의 일주일에 잠깐 등장합니다.
17/07/23 16:29
수정 아이콘
하심군// 아하 감사합니다.. / 마스터충달//어떤 장면이었는지 궁금하네요
마스터충달
17/07/23 16:31
수정 아이콘
일주일의 병사가 보트에 못 타고 줄에 매달려 가는 장면에서 나옵니다.
17/07/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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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한게 맞았나보네요 크크
17/07/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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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는 음악이 참 좋았는데, 민간 배들이 병사들을 구하러 나타나는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은 뭔가 오글거렸네요 크크 거기에 '조국이야'이라는 대사가 더해지니 국뽕수치가 너무 높아져버렸어요. 차라리 집이라고 번역했으면 어땠을까 싶네요
마스터충달
17/07/23 16:37
수정 아이콘
정말 조국이 뭡니까... 민정수석도 아니고...
17/07/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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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영화 속 작은 선장의 배에 함께 승선했던 조지의 죽음에 대해 선장이나 피터가 너무 의연했던 점과 피터가 구조한 군인을 선실에 놔두고 굳이? 문을 잠그려는 장면이 긴박하게 나온 점이었습니다.

충분히 가까운 사이로 짐작이되고 피터의 경우에는 절친이었던것 같은데 바로 즉사한것도 아니고 부상을 입었으면 일단 돌아가서 치료를 받을 생각 하는게 우선인거 같은데 구할지 안구할지도 모를 얼굴도 모르는 병사들 구하러 가면서 그냥 죽게 내버려둔다? 라는건 좀 이해가 안가더군요. 나중에 구조된 군인들이 얘 죽었어 했을 때에도 내려와서 안아주거나 하는건 오버라 해도 눈물 한방울 흘리지도 않고 그냥 군인들이 알아서 하게 방치해 두는건 좀. 돌아가지 않는 것에 대해 피터가 별 반발하지 않은 것도 그랬고 군인 구해서 배에 태우고 선실에 내려보냈을 때 선장이 굳이 문 잠그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피터가 문을 잠그는 장면을 몇초간 보여주는 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마스터충달
17/07/23 16:46
수정 아이콘
영화에는 "생존은 불공평하다."라는 대사가 나오죠.

문을 잠그는 행위는 살기 위해 하는 비인간적인 행동이고, 그럼에도 끝내 병사를 용서하는 것은 전쟁의 고통을 포용하는 인류애를 보여준 것이고요. 이 장면은 배 안에 숨어있던 장면과 비슷합니다. 멀쩡한 병사를 스파이로 몰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비인간적인 행동이고, 이를 막아서며 지켜주려는 것은 휴머니즘을 뜻하고요. 한 쪽은 못 나가게 막았고, 다른 쪽은 나가게 내몰았다는 게 묘하게 대비되네요.
17/07/23 16:48
수정 아이콘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문을 잠그는 행위가 피터가 살기 위해 하는 행동이었나요? --;
마스터충달
17/07/23 16:53
수정 아이콘
그렇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안전을 위해 하는 행동인데, 안전이라는 게 곧 생명을 지키는 일이니까요.
순해져라순두유
17/07/23 16:57
수정 아이콘
무섭지 않았을까요
공포에 떠는 군인이 덩케르크로 계속 간다는걸 알면 무슨짓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 들자나요
그래서 잠궜다고 생각되네요
하심군
17/07/23 16:51
수정 아이콘
이래저래 복잡한 장면이죠. 이미 큰아들을 전쟁에서 잃은 아버지고 동시에 선장이라 자신이 책임져야하는, 하지만 본토에서 이미 많이 올라온 상태에서 구할지 못구할지 모르는 아이를 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배들도 있지만 구조만 기다리고 있는 수십만의 군인들을 구하러 가야할 것인가 라는 고민이 짧은 시간동안 있었겠죠. 그런 선택을 빨리해야하는 선장의 특성도 있었을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큰 아들에 대한 빚이 크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양국 항공기를 꿰고 있는 걸 보면 특별한 일을 당한 아이의 부모-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리고 문을 잠그는 것도 본인의 배는 혼자서도 노인과 아이를 제압이 충분히 가능한 군인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판단을 그린게 아닌가 싶어요. 어린 선원수습이라면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17/07/23 16:40
수정 아이콘
스페인내전 때부터 영국의 삽질의 연속을 보면,
마지막은 특유의 정신 승리 같아 보였습니다.
나가사끼 짬뽕
17/07/23 16:50
수정 아이콘
그냥 영국인으로 놀란이 자기 스타일대로 정체성 확립한 듯한 영화같더군요.

긴박했던 그 철수작전의 급박함이 해변가에 늘어서 있는 영국병사들을 통해서도 전혀 느껴지지가 않고, 살아보겠다고 배에 타려고 온갖 짓을 다 하는 2명의 병사의 몸부림은 너무나도 태연히 줄서있는 다른 병사들에 비추어보면 그냥 삽질로만 느껴지더군요.

긴장감 주는 요소로는 굉음을 내며 다가오는 적의 폭격기인데, 한대씩 와서 폭탄 떨어뜨리고 가는게 전부더군요.
나비1004
17/07/23 17:32
수정 아이콘
만약 수십대의 폭격기로 공격하는 영상이었다면 저는 다 못보고 나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적인 긴장감도 큰 상태에서 그런 영상이 더해지면 견디기 힘들 것 같더라구요...
제 양옆에 계시던 여성분들(제 일행 아닙니다) 두분 다 시작하자 마자부터 귀를 막고 엄청 움츠려진 상태로 영화를 보더라구요
저도 2시간 내내 엄청 긴장한 상태로 영화를 봤구요
SCV처럼삽니다
17/07/23 21:12
수정 아이콘
실제로 살기위해 몸부림쳐가며 저렇게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2차세계대전 초기였고. 당시에 나찌의 악명이 높은것도 아니었을텐데.
오히려 실제 당시엔 항복해도 산다는 생각도 했을거 같거든요.

물론 놀란이 그린 군인의 분위기가 잘한건진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런 의도가 다 고려된거 같진 않고. 말씀하신대로 슈투카가 긴장되게 등장할 뿐이지.
정말 잡히면 끝이다란 그런 절망이 그려지진 않았거든요.

그렇다고 케릭터중에 한명이 한것처럼 져서 도망치는거를 부끄러워하는 그림도 아니었고.
좀 애매했어요.
순해져라순두유
17/07/23 16:50
수정 아이콘
그래비티와 덩케르크가 많이 닮아 있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저도 공감 되더라구요
사실 특별하게 재밌거나 놀라운 이야기도 아니고 별 내용 없다고 생각할수 있는 두영화가 다른영화보다 관객을 빠져들게 만드는건 그 별내용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에 보여줄까에 대한 방법이 탁월했다는 거겠죠
좋은 영화감독이란게 똑같은 얘길해도 더 재밌게 해주는 사람과 비슷한거 같아요
죠스바
17/07/23 17:04
수정 아이콘
전 그래비티는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덩케르크는 집중이 잘 안되더라구요 음악도 너무 튀는 느낌이고... 전개도 느리고 대사나 스토리도 없어서 지루했어요
예전에 스페이스 오딧세이 보던 느낌이랄까... 명작이라고 하는데 지루한...
순해져라순두유
17/07/23 17:10
수정 아이콘
그래비티도 대사 별로 없고 스토리도 별로 없자나요
하지만 두 영화 모두 관객이 최대한 몰입을 하게 만드는 연출이 비슷하다고 하는거 같네요
산양사육사
17/07/23 17:52
수정 아이콘
아이맥스로 촬영한 화면 자체는 굉장히 광활한데
허허벌판인 덩케르크 해변은 실소가 나오더라구요. CG 안 쓸려구 병사 합판 세우고 그랬다는데
듬성듬성 보이는 병사나 장비는 좀...CG후처리만 좀 했어도 굉장한 비주얼이 될거 같은데 그점은 좀 아쉽더라구요.
우리아들뭐하니
17/07/24 15:11
수정 아이콘
https://namu.wiki/w/%EB%8B%A4%EC%9D%B4%EB%82%98%EB%AA%A8%20%EC%9E%91%EC%A0%84
근데 실제 해변이 저렇기는 했습니다. 해안까지 전선이 좁아져서 방어만 하던 상황이었고 퇴각을 기다리는 해안에선 아무것도 할수있는것이 없고 자기차례를 기다리는것 뿐이라....
17/07/23 18:10
수정 아이콘
사진은 시간 속에서 한 부분을 순간으로 박제해내는 것이란 말씀에 공감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음악은 스코어에 따라서 공간을 시간으로 변환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오딧세이 2001의 저 장면이야 말로,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 한 20분의 워프신이랑 같이..
덩케르트는 기회가 되면 보고싶네요.
아리아
17/07/23 18:33
수정 아이콘
확실히 한 번 보고 이해하기는 힘들어보였어요
다른 사이트에서도 헷갈리는 분들 많더라구요
시간이 뒤죽박죽이고
심지어 머피의 유보트장면은 생략되어서 더 그렇고
주인공들도 비슷하게 생겨서 크크

그렇지만 용산아이맥스에서 본 결과
정말 만족했습니다
이 영화는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합니다
감상이 아닌 체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예매가 빡세지만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시기를
강력 추천합니다
하심군
17/07/23 18:41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몇천만원짜리 5k텔레비젼에번들로 나가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아이맥스보다 더 욕심이 생기는 체험이었습니다.
덴드로븀
17/07/23 18:44
수정 아이콘
용산 아이맥스에서 보고왔는데
개인적으론 별5개에 4개밖에 못주...겠더군요.
그나마 아이맥스 뽕때문에 0.5점이 추가.
정말 아이맥스 촬영씬들은 정말 압도된다는 느낌이 뭔지를 보여주더라구요. 다른 상영관에선 절대 이 느낌을 못받을테니...
놀란 감독의 최근 작품들에서 느끼는 기승전결 의 전~결 단계가 뭔가 되게 흐물흐물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덩케르크도 마찬가지 느낌이 났습니다.
편집이나 영상/음악 모두다 대단한 수준이지만 어느순간이후부턴 헐겁다 흐물흐물하다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어쨋거나 이영화는 용산아이맥스에서 보지 않으면 제대로 본게 아니라고 할정도로 심각한 아이맥스편향 영화입니다. 거기다 다른 아이맥스에서 본것도 코웃음치게 만들만한 아이맥스 레이저의 어처구니없는 밝기와 명암비 표현 사운드까지... 너무하더군요 크크크 예전 용산아이맥스를 순식간에 일반관으로 만들어버리고 천호 왕십리조차도 이젠 같은 급으로 두기 미안할지경...
H열 중앙 강추입니다.
17/07/23 18:47
수정 아이콘
영화 타짜 정도의 찰지는 전개는 요새 참 없어요...
아, 영화 내부자들? 그건 참 전개 완전 딱딱 맞았는데.
람보르기니
17/07/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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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실력이 부족해 한 편의 글로 감상평을 남기기는 힘들 것 같아서 고민했는데 충달님 글이 보여서 댓글로 남기게 되네요. 우선 저는 음향이 괜찮은 편인 신촌 지하 3층 1관에서 1번, 그리고 용산 아이맥스 F 열 중앙부근에서 1번 더 보았습니다. 이틀 동안 같은 영화를 두 번 본적은 처음인 것 같네요.

처음 영화를 봤을 땐 '응?'이었습니다. 재미있었냐? 다소 지루했습니다. 교차 편집되는 장면들로 정신없는데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에 마치 곡성을 볼 때처럼 속이 더부룩했습니다. 게다가 그 긴장감이 개인적으로 생뚱맞다고 생각하는 장면들에서, 그것도 기승'전결' 부분에서 맥 빠지게 풀려버렸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감상한 놀란 감독의 영화에서는 모순을 재미있게 표현했었는데 본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다른 감상보다는 '아, 힘들다. 근데, 이거 찍느라 고생 많이 했겠네.' 였습니다. 당일 컨디션이 무척 안 좋은 상태에서 다소 무리하여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힘든 것도 있었지만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에 아쉬웠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몇 시간의 눈팅을 통해 힘들게 아이맥스 표를 구해서 다시 보게 된 이유는 다른 분들의 리뷰를 읽고 조금 다른 측면에서 한 번 더 영화를 처음부터 감상하고 싶었던 게 2할, 영화관 자체에 대한 극찬이 너무도 자자해서 아이맥스를 감상해보고 싶었던 것이 8할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첫 감상 때와 같이 지루하고, 더부룩함과 함께 맥없는 긴장의 완화였음에도 상영관이 바뀐 것만으로도 마치 다른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가능하시면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아이맥스용으로 촬영한 영화란 것이 아이맥스 관에서 볼 때 비로소 느껴졌습니다. 영화 시작 장면의 카메라 움직임부터 일반관에서의 느낌과 사뭇 달랐습니다. 꼭 용산 아이맥스가 아니어도 아이맥스 관에서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압도적입니다. 천호 아이맥스에서 인터스텔라 재상영 때 보았었는데 그때도 화면보다는 사운드가 정말 좋았는데 덩케르크의 경우는 화면과 사운드모두 아이맥스관을 강추합니다.

쓰다보니 영업글 같네요.
피지알볼로
17/07/2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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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맥스로 보려고 저 멀리 있는 전주까지 가서 보고 왔습니다...너무 만족스러웠어요..
서동북남
17/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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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짐머가 감을 잃었다는 느낌만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거의 혼자 불협화음을 내는 수준이었어요.
17/07/2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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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머의 이번 사운드에 대해서 평이 극과 극이더라고요 좋았다는 사람도 많고 오스카 얘기가 엄청 나오는 반면 싫었다는 사람도 꽤 되네요
저는 정말정말 좋았지만 중간에 아예 음악이 없었으면 좋았을것 같은 장면도 있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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