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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8/17 23:05:24
Name cienbuss
Subject [스압]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평등주의의 종말과 그 이후3
마지막입니다.
http://cafe.daum.net/Europa/3Q5x/58778

1. 반동좌파를 넘어
2. 밑의 Charment4님의 글에 더하여 (1) - 근대 평등주의의 흥망성쇠
3. 밑의 Charment4님의 글에 더하여 (2) - 평등주의의 폐허 위에서
4. 밑의 Charment4님의 글에 더하여 (3) - 가지 않은 길에는 희망이 있을까

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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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멸망으로 가는 두 가지 방향

별로 전문적이지 않은 이 일련의 썰들에서 대체 글쓴 놈은 뭘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요? 조금 더 질문을 좁혀보자면, “그래서 어쩌라고?”

첫째, 혁신을 추구하여 경제적 도약을 통해 생존하고자 한다면 내부의 사회협약이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잃을 것이 없어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겠죠. 이럴 경우 결국 모두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티오브런던의 금융업자들은 잔뜩 꿀을 빨았을지 몰라도 국민들이 내린 브렉시트라는 결정으로 본인들도 엄청난 피해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트럼프가 뽑히면 미국은커녕 세계가 안전해지지 못할 겁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의 걸작 <문명의 붕괴>에서 멸망한 문명들이 남기고 간 쓸쓸한 자리를 돌아봅니다. 특히 그린란드 바이킹 사회를 간학문적 연구로 재구성한 그의 서술은 학제적 연구로 과거를 복원해낸 기념비적인 서술이라 할 만 하다고 봅니다. 바로 그 그린란드 바이킹 사회의 붕괴를 추적하면서, 다이아몬드는 450년 간 유지되었던 한 사회의 마지막을 이렇게 추측합니다. 중세 온난기가 끝나고 기후가 서늘해지자 그린란드의 초지들은 점차 생산성이 떨어져갔고, 더 북쪽에 있던 ‘서쪽 정착지’는 완전히 몰락했습니다. 서쪽 정착지는 일각고래 뿔과 같은 최고급 북극 특산물을 ‘동쪽 정착지’에 공급하고 최종적으로는 유럽에 판매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습니다. 그러나 서쪽 정착지가 몰락하고 북극 특산품의 공급이 끊기게 되고, 항해 환경마저 나빠지자 유럽과의 왕래는 점차 줄어들었고 최종적으로는 아예 끊겼습니다. 이는 유럽에서 파견된 주교가 바이킹 족장들에게 권위를 세워줄 수 없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그래도 바이킹 족장들은 풍요롭게 살 수 있었습니다. 드넓은 동쪽 정착지의 초지는 아직 버틸 수 있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물론 이런 상황이 오래 가진 못했습니다. 마침내 동쪽 정착지의 초지들도 점차 생산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은 굶어갔습니다. 주교가 없기에 족장들은 장례식, 세례식 등을 통한 사회적 응집력을 제공해줄 수도 없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결국 굶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부유한 목장으로 몰려가서 모든 걸 끝장내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지금 지중해를 넘어오는 난민의 물결을 유럽 사회가 전혀 통제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린란드 바이킹 족장들도 그런 식으로 최후를 맞이했을 거라는 겁니다. 다이아몬드는 그 끝에 한 마디를 덧붙입니다.

“족장들은 오직 마지막에 굶어죽을 특권만을 누릴 수 있었다.”

트럼프와 존슨은 세계를 충격 속으로 빠트렸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결국 내일이 없는 자들은 자신들의 분노가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결말로 끝나더라도 같이 죽자고 덤벼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이 없는 자는 혁신이 가속화될수록 점차 많아질 것입니다. 자동화와 아웃소싱으로 처음엔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들만 구조조정 되었습니다. 이제는 자율주행차의 등장으로 미국에서만 수천만 명의 직업이 사라질 것입니다. 사무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적으로 행하는 단순 업무, 즉 루틴으로 정의될 수 있는 속성의 업무는 모조리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바람에 날아가고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사실 2011년에 등장한 99%라는 구호는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1%가 차지하는 소득이 엄청난 비중으로 늘어서 다른 모든 걸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 밑의 고등교육을 받은 고소득자들도 상당한 소득 증대를 경험했거든요. 하지만 이들 직군들도 끝내 자동화로 대체된다면 자동화의 허리케인이 아직 덮치지 않은 직군으로 계속 노동력이 몰리게 될 것입니다. 노동시장도 결국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모든 직군 전반에 걸쳐 엄청난 임금하락이 예고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멱법칙이 지배하는 슈퍼스타 경제가 일반화되면, 정말로 1%와 99%로 갈릴 수 있을 것이고 트럼프와 샌더스의 포퓰리즘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입니다. 끝내 1%들은 온갖 부를 다 누릴 수 있었을지라도 끝내는 마지막에 굶어죽는 특권만을 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혁신을 멈춘다는 것은 성숙한 산업사회로서는 천천히 죽는 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그린란드 이야기에는 미국을 위한 교훈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본을, 유럽을 위한 교훈도 있습니다. 그린란드 족장들은 빈란드(아메리카)로 가서 목재를 많이 베어오는 시도도 중단했습니다. 이누이트의 사냥술과 그들의 목재를 훨씬 덜 사용하는 보트 제작술을 배우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유럽으로부터는 공급이 늘 달리는 철 대신 그들의 사회적 의식을 위한 종교 의례품들을 수입하곤 했습니다. 만약 그린란드의 족장들, 요즘 식으로 정책결정자들이 그린란드의 사회구조를 훨씬 유연하고 혁신지향적으로 변모시켰다면, 버티는 것이 정말 극히 고통스러웠겠지만 소빙하기를 거쳐 살아남았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누이트들은 그린란드에서 끝까지 버텼습니다. 하지만, 중세 온난기의 그린란드는 정착지 간의 정교한 분업에 의해서 성공했습니다. 이는 매우 행위주체가 각자 고정된 사회적 역할을 철저히 맡고 있어야지만 유지될 수 있는 체제였습니다. 그들은 혁신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결과는 멸망이었죠. 중세 온난기가 끝나자 기존의 사회 시스템은 도저히 그대로 끌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당분간 일본과 유럽은 계속 침체해 있을 겁니다. 혁신을 위해 창조적 파괴를 감당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거든요. 상대적으로 이질적인 구성원들이 수평적으로, 수직적으로 이동해온 미국 사회와는 달리 유럽과 일본의 사회들은 훨씬 동질적인 사회, 그리고 인구집단이 지리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사회입니다. 그들에게 혁신과 그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는, 어차피 저놈들도 나랑 똑같은 놈들인데 수저 잘 물고 태어나서 개꿀 빠는 놈들이라는 타당한 분노로 귀결될 것입니다. 분노는 타당하지만 그 결과는 좋지 못합니다.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적당히 뜯어고쳐서는 3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넘어선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적응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미국, 유럽, 일본보다 훨씬 넓죠. 2차 산업혁명은 영국에게 독일과 미국이라는, 추가적으로 소련이라는 플레이어들을 참여시켰습니다. 지금의 세계도 마찬가지죠. 유럽, 미국, 일본 이외의 세계는 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아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재 중국의 국영기업은 비효율과 정실주의의 온상으로 국가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급속히 발전하는 민간경제는 지금 스타트업의 화수분이나 다름 없습니다. 북경 근교의 중관촌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고 할 만 합니다. 중국은 정부규제로 보호 받는 거대한 지역 생태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혁신기업들을 창조해냈습니다. 유럽과 일본은 페이팔, 이베이, 아마존, 구글, 애플 어느 것도 만들지 못했고 노키아는 침몰했지만 중국은 아마존을 격퇴한 알리바바가 있고 구글 대신 바이두가 있습니다. 파리는 우버에 불법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대응했지만 중국은 얼마 전 디디추싱이라는 자국 기업이 우버를 철수시켰습니다. 차이가 느껴지시죠? 중국이 1인당 국민소득 8천 달러 주제에 이 정도의 놀라운 혁신과 스타트업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근본이 없는 나라기 때문입니다.

소련의 평등주의는 2차 산업혁명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3차 산업혁명에 들어서는 데 실패했지만, 중국의 평등주의는 2차 산업혁명에 들어가는 것마저도 실패했습니다. 그 엉성한 마오주의 사회계약을 등소평이 해체시키기 시작했고, 90년대 강택민 정부에서는 레이거니즘과 대처리즘 싸다구를 날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평등주의 국가의 과거를 역사의 쓰레기통에 던졌습니다. 공산당의 통치는 현대적으로 개선되려면 한~참 남긴 했어도 중국은 그야말로 미친 듯이 역동적인 국가입니다. 대신 그 조악했던 평등주의나마 없어지니 사회적 후폭풍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인민공사 시스템에 근거한 향촌의 보건관리는 심지어 마오 시절에도 중국인들의 기대수명을 기록적으로 올려줬습니다만, 농가 단위로 농지를 재편한 포산도호 실시 이후 이 모든 사회보장 시스템 또한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습니다. 중국은 혁신을 선택하고 사회혼란을 떠안았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광기와 야망의 뒤에서 스러져갔으나 대신 역사상 유례없는 빈곤탈출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좋았고, 열정 넘치는 교육받은 젊은이들은 미국 유학을 다녀와 세계적 안목을 쌓고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합니다. 반면 일본인들은 점차 미국 유학을 나가는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창조성은, 자신과 다른 배경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류해야만 획득되는 것입니다. 중국은 정부가 억지로 만들어낸 독자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외부와의 연결은 어느 나라보다 더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실 너무 잘 수행해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볼 정도죠.

물론 중국이 선진사회가 나아가야할 모델이라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저도 중국인으로 태어나고 싶냐 프랑스인으로 태어나고 싶냐 하면 당연히 프랑스인 고르죠. 중국 농민공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양산하는 비참한 사회보장 수준을 다른 나라도 감내할 수 있을까요? 이는 중국의 경제적 수준이 고도화되지 못했고 인민의 욕구가 선진사회 수준에 아직 도달 못했기에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중국도 중국 나름의 문제를 갖고 있고 관리 안 되면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에 막대한 도전으로 다가올 것입니다(중국의 문제들은 다른 글에서 또 말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우버에 대응한 파리와 북경의 태도에서 보이듯이 혁신에 있어서 중국은 유럽보다 빠르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토착 생태계에서 힘을 키운 IT 기업들이 미국 IT 기업들을 보조하면서 세계를 나눠먹고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은 그 말석에나 간신히 들어가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 그런 날은 이미 왔을지도 모릅니다. IT 업계 10대 부호 목록을 보죠. 1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입니다. 2위는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입니다. 이 양반 겁나 무시무시한 양반이죠. 3위는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4위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및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로 알고 있는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5위와 6위는 구글의 창립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입니다. 7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10위는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입니다. 공통점? 당연히 다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의 인터넷 시장에서만 돈을 벌지 않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안 쓰는 사람 있나요? 유럽과 일본은 이 대열에 참여하지 못해 미국인에게 돈을 헌납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쯤에서 드는 의구심. 8위와 9위가 비지 않았나요? 그들은 누굴까요? 예상하시다시피, 중국인들입니다. 8위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 9위는 텐센트의 마화텅 회장입니다.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을 위한 자리는 이제 없습니다.

이들 국가의 생산가능인구는 점차 줄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난다고 쳐도 이제 가장 생산성 있는 사업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적당히 생산성 있는 사업들은 기계가 대체하거나 중국인들이 가져갈 겁니다. 오히려 기존의 생산가능인구는 이제 더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아닙니다. 이들도 부양해야할 인구가 될 겁니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일하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고 그 돈으로 사회보장을 굴리는 2차 산업혁명식 모델은 더 이상 유지될 수가 없는 겁니다. 생산성만 높고 혁신적이라면 (그런 일은 사실상 없겠지만) 15살도, 85살도 엄청난 돈을 만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교 졸업생은 28살이어도 취직할 수가 없습니다. 유럽의 엄청난 청년실업은 사실상 모조리 부양해야할 인구가 된 셈인 겁니다. 경제의 또 다른 도약 없이는 넘쳐나는 사회의 요구를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고, 마침내는 위기에 봉착할 것입니다. 이미 유럽에서 경쟁력이 후달리는 국가들은 이러한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최근 부실은행들이 초래한 위기로 홍역을 앓고 있죠. 에스파냐도 정신줄 잡고 있을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포데모스라는, 새로운 평등주의자들이 오래된 레토릭으로 급부상 할 수 있었죠. 유럽이 침몰해가는데 유럽 경제의 최고존엄 독일이라고 언제까지 꿀을 빨 수 있을까요? 아마도 오래 가진 못할 겁니다. 그리스 위기 하나도 제대로 처리 못하고 있는 것이 브뤼셀과 베를린, 파리가 갖고 있는 능력이라면 말이죠. 한 가지 명백한 점은 지금 시점에서는 가지 않은 길을 걸어도, 갔던 길을 계속 걸어도 “하던 대로 하면” 결과는 파멸이라는 점일 것입니다.

2. Valley of Value

오래된 시대가 끝날 때는 사회의 권력과 부를 주도하는 세력이 바뀝니다. 그리고 그들이 새로운 시대가 열어젖힙니다. “하던 대로 하지 않던” 사람들입니다. 프랑스 혁명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한다면 부르주아들이 정치경제를 장악하고 그것을 자유주의를 통해 정당화했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이 새로운 시대를 열은 것이 아니라요. 산업시대는 자본가들이 주도했고 차르의 통치는 정교회로 정당화되었습니다. 노동자가 자본가에 준할 정도로 생산영역에서 힘을 갖게 되자 자본가들의 질서는 노동자를 포용하는 쪽으로 변화했고 공산당이 러시아를 장악하고 경제를 관리하기 시작하자 스탈린을 키워낸 신학교들은 모조리 문을 닫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는 누가 시대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3차 산업혁명과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이들은 누굴까요? 즉, 작금의 세계 경제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부가가치(Value)를 창출하는 이들은 누굴까요? 위에 그 사람들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우버, 에어비앤비,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도부들이 이 시대를 만들어낸 사람들입니다. 2차 산업혁명기의 미국을 포드, 카네기, 밴더빌트, 록펠러가 만든 것처럼 우리 시대는 빌 게이츠와 제프 베조스, 마크 주커버그와 세르게이 브린이 만들어낸 시대입니다. 인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의 광범위한 정보교환이 가져다준 결과물이 2016년인 겁니다. 여러분은 스마트폰 없는 일상생활을 얼마나 기억하시나요?

실제로 이런 테크기업의 창시자들은 엄청난 부를 긁어모으고 있습니다. IT 산업은 슈퍼스타의 경제가 가장 극심하게 작동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즉 우리가 은메달 아무리 많이 따도 올림픽 순위는 결국 금메달 숫자로 집계하듯이, 1등 빼고는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복수의 사진업로드 앱들이 있다고 칩시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이 제일 기능이 좋아서 초창기에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이 집중됩니다. 어차피 인스타그램은 친구들끼리 먹짤 올리면서 “이 빙수 넘나 맛있다는 것.. ^0^ #빙수스타그램 #먹스타그램 #다이어트는내일부터” 하려고 존재하는 앱이기 때문에, 내가 새로 앱을 깔 때도 지인들이 많은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네트워크 효과지요. 인스타그램 이외의 선택지는 이제 고려 대상도 아니게 됩니다. 이럴 경우 사진 업로드 및 공유 앱이 갖는 막대한 시장성과 수익은 인스타그램만 혼자 다 처먹게 되고 나머지는 국물도 없다는 것이죠. 실리콘밸리가 소재한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소득이 월스트리트의 소득보다는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캘리포니아의 혁신 클러스터는 어마어마한 부호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말 그대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발전소, “가치의 계곡(Valley of Value)”라고 할 만 합니다.

이들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는 경제주체들은 자신들이 동원 가능한 그 자원을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이권을 보장해주고 이상을 구현시켜줄 정치인들에게 제공해줍니다. 이를테면 막대한 경제적 실권을 지닌 소련의 지방당관료들이 트로츠키와 부하린 대신 스탈린과 협력한 바가 있습니다.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을 열어젖힌 이들이 곧 정치마저도 바꾸게 됩니다. 영국도 흑사병 이후 자영농과 상인계층이 성장했고, 그 결과로 왕과의 권력 줄다리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왕의 패배였죠. 실리콘밸리 부호들도 이제 자신들의 끝없는 자산들을 단순히 섬을 매입하고 개인 전용기를 사고 자기가 좋아하는 지미 헨드릭스를 위한 박물관을 사재를 털어 건축하는 것 이외에도 본격적으로 현실 정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사실 어느 정도 왔습니다. 오바마는 롬니와의 대결 전에 에릭 슈미트를 포함한 실리콘밸리 거물들과 만나서 선거전략을 짠 바가 있습니다. 우선 오바마 선본은 인터넷 및 SNS 유저의 방대한 데이터 부스러기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유권자 개개인이 어떠한 주제에 관심이 많은지 정확히 캐치해냈죠. 그 다음에는 맞춤형 공약집을 제공해줬습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을 표한 사람들이 친구가 많고 그런 키워드로 검색도 많이 했다면, 환경에 관한 내용이 주가 되는 공약집을 보내주는 겁니다. 이런 말 그대로 스마트한 선거운동은 오바마 승리의 비결 중 하나로 여겨지죠. 또 사회성을 활용한 이런 전략들은 파편화되어 있던 잠재적 지지자들의 집단동원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술에 힘입어 실제 오바마 선거본부는 선거 막바지에 자기들이 이길 건 이미 알고 있었고, 당일에는 오차나 맞춰보자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오바마의 승리였죠. 이미 실리콘밸리가 우리 일상에서 행사하는 영향력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것을 포괄합니다.

3. Value of Valley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을까요? 과연 부가가치의 계곡(Valley of Value)은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을까요(Value of Valley)? 1차 산업혁명 당시 자본가들은 스펜서의 사회진화론의 열렬한 옹호자였습니다. 21세기 최고의 SF 작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테드 창의SF 소설, <일흔일곱 글자>에는 빅토리아 시대, 진화의 패배자들인 빈민들의 출산을 통제해 사회진화론의 이상향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나옵니다. 이들에게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존재이고, 경제적 불평등은 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뭐 조금 냉소적으로 말해보자면 이들의 도덕적 지향점의 결과는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이었죠. 2차 산업혁명과 함께 힘을 키운 노동자들은 잘 아시다시피 평등주의의 전사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국가의 개입을 옹호하고 경제적 평등의 실현을 곧 사회정의의 구현으로 보았습니다. 실리콘밸리 거물들은,얼핏 보면 전자와 유사해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들은 세계 순위권에 들어가는 부호들이고, 스타트업은 정부의 규제와 맨날 씨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까. 미국 사회에서 세를 확보한 리버테리안 운동이 이들의 작품일까요?

아닙니다. 아까 언급했듯이 오바마 선거운동에 실리콘밸리가 기여한 바는 매우 컸습니다. 실제 수치는 더 대단한데, 83%의 기술 기업들은 민주당과 오바마에 자금을 기부했습니다. 리버테리안이라면 공화당 론 폴에 몰빵 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엥겔스처럼 약자에 호의적인 부유층일까요? 사실 그것도 아닙니다. 계속 언급 했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옛 관념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전에는 없던 정치적 가치들의 조합을 통한 새로운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기술 업계 저널리스트인 그렉 페렌스타인은 실리콘밸리 거물들, 내로라하는 테크기업의 창시자들에게 랜덤 설문을 돌려서 이들이 어떤 사상과 비전을 갖고 있는지 분석한 바가 있습니다. 그 결과는 흥미롭습니다. 이들 중 3%만이 스스로 공화당 성향이라고 밝혔습니다. 43%는 민주당이라고 밝힌 것과 매우 대조적이죠. 그는 이 집단을 “실리콘밸리 민주당원(Silicon Valley Democrat)”이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더 재밌는 건 이들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 그룹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으로 세계를 보고 있던 것이죠. 몇 가지 소개해보겠습니다. 다만 당연히 모두가 이런 것은 아니고 이러한 경향과 담론들이 주로 선호된다 수준으로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첫째, 낙관주의와 변화지향적입니다. 사실 선진국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이 엿을 먹는 동안 최고로 단 꿀을 쪽쪽 빨아먹었으니 낙관주의일 법도 하죠. 하여튼 이들은 기술이 가져오는 혁신과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설령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지는 몰라도, 끝내는 인간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확신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들은 너무 당연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혁신을 창출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찬성합니다. 낙관주의야말로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의 가장 근본이 되는 사상이기도 합니다.

둘째, 친정부적 성향입니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정부를 좋아합니다. 이들은 인터넷이 미국 국방성의 안보 계획으로 탄생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부가 인프라와 교육을 비롯한 공공 서비스에 투자하여 혁신을 촉진시키기를 원하고, 단기 수익은 안 나올 기초과학 연구 진흥에 앞장서주기를 기대합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리버테리언의 관점과는 전혀 다르죠. 실제로 실리콘밸리에 미국 리버테리언의 거두 론 폴이 와서 강연을 할 때 “나를 혼자 내버려둬(Leave Me Alone)”라고 하는 리버테리언 단체에서 온 사람 있냐고 물어보았을 때 아무런 호응이 없던 적도 있습니다. 이것이 이들이 진정으로 독특한 점입니다. 혁신을 추구하고, 엄청난 부를 쌓은 사람들이지만, 기존의 자본가 세력과는 달리 몹시 친정부적입니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규제는 극혐하지만, 적당한 넛지(슬쩍 밀기)와 능동적이고 유연한 개입은 선호합니다. 정부는 규제자(Regulator) 대신에 투자자(Investor)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셋째, 상품이동, 인력이동에 우호적입니다.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과 달리 이들은 자유무역과 이민에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각 사회가 자신들의 비교우위를 최적화시켜서 살리면 자기들은 혁신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고숙련 이민을 매우 선호합니다.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은 인도와 중국의 엄청난 인력수출로 많은 득을 보았습니다. 정부가 이런 것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줘야만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입니다. 한편 자유무역과 이민은 선진국 노동자들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들입니다. 이들은 평등주의에 입각하여 상품과 인력의 이동에 통제를 가하자고 합니다. TPP를 롤백시키고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자는 주장은 혁신에서 뒤쳐진 자들의 분노의 표출입니다.

넷째, 교육의 변화를 적극 추구합니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들로 교육이 갖는 놀라운 힘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시스템에는 여러모로 굉장히 불만이 많습니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세워진, 교실에 애들 몰아넣고 교사가 잠 오는 수업 하는 프로이센 모델을 왜 구태여 해야 하냐는 거죠. 인터넷 학습이라는 기술적 돌파구가 있는데 말입니다. 빌 게이츠가 강력히 지지하고 있는 살만 칸의 “칸 아카데미”는 아마 대표적인 사례일 것입니다. 칸은 집에서 인터넷 학습으로 수업을 듣고, 학교에 와서 연령대가 섞여 있는 100명의 학생이 한 반으로 구성된 교실에서 또래들과 함께 숙제를 하는 혁신적인 교육 개혁안을 제시한 바가 있습니다. 스탠포드의 제리 카플란 교수는 ‘직업대출제’를 제안합니다. 기업이 원하는 학력인증 포트폴리오를 이수해오는 것에 기업들이 교육비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향후 그 기업에서 일하면서 월급에서 조금씩 떼서 갚아나가게 하는 모델입니다. 이러한 것은 더 이상 변화의 시대에 20대에 잠깐 배운 것 가지고 평생직장에서 근무하는 2차 산업혁명 모델이 지탱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기원합니다. 이들이 평생교육에 우호적인 이유입니다. 직장에서 짤리면 새로 변화하는 사회환경에 맞추어 유연히 기술을 배우고 다른 직장에서 또 잠깐 일하면 된다는 겁니다.

다섯째, 파괴적 창조도 서슴지 않습니다. 노동조합에는 일반 민주당보다 당연히 비우호적입니다. 특히 저런 급진적인 교육 개혁안을 주장하는데 교사노동조합이 받아들일 리가 있나요. 실제로 오바마가 차터 스쿨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교육개혁을 시행하려고 하자 교사노동조합은 격렬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만 지향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반동입니다. 그 밖에 직업대출제라던가 평생교육에 근거한 노동유연성은 2차 산업혁명기 평등주의적 노동조합 운동에 정면으로 반하는, 새로운 생애주기 모델에 근거하고 있기에, 노조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혹은 자율주행차라던가 자동화라던가가 몰고 올 “파괴적 창조”도 무릅써야한다고 주장하죠. 사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긴 합니다. 아마존은 월마트를 비롯한 전통적인 유통망을 모조리 파괴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미국의 백화점 업체 메이시는 728개의 점포 중 100개를 폐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 직원들은 모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런 변화가 올바른 것이라고 주장할 것입니다.

여섯째, 그래도 공생을 추구합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대체 얘들이 3차 산업혁명의 부산물, 마왕 트럼프를 낳은 그 힘과 뭐가 다른 건지 잘 감이 안 오시겠죠. 위에서 열거한 모든 변화의 폭풍 한 가운데에서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이 나름 열렬히 외치는 가치가 있습니다. 바로 소득불평등을 막아야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노동이 더 이상 가치를 담보해주지 못하는 시대에 대체 어떻게? 여러 논의들이 전개되고 있고 아직 합의된 바도 없습니다. 가장 유명한 건 얼마 전 김종인씨도 알아보라고 권한 기본소득제가 있겠죠. 이들은 기술낙관론자기 때문에 모든 자동화와 혁신은 빈곤을 줄이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 것 또한 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제 슈퍼스타 경제가 독점하는 엄청난 양의 생산을 효과적으로 분배할 새로운 관념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특히 이런 것은 변화지향적인 실리콘밸리 성향과도 잘 맞습니다. 잡다한 정부규제라던가, 수없이 많은 복지서비스 다 없애버리고 걍 돈으로 주는 게 훨씬 편하고 더 시장원리에 맞다는 것이죠. 실제로 이는 신자유주의의 거두로 종종 언급되고 하는 밀턴 프리드먼도 주창한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대규모 소득재분배와 과세를 요구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반규제라면 모를까 반과세는 아닙니다(물론 구글은 아일랜드로 도피했지만요 크크). 그저 끝없는 혁신에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OK입니다. 사람들이 경제적 안정성을 보편적으로 갖게 된다면, 파괴적 창조는 더 이상 파괴적이지 않게 되겠지요.

그 밖에도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제리 카플란은 지배구조가 더욱 평등하고 다수의 주주를 포괄한 기업들에게 세금 혜택을 줘서 혁신기업들의 수익을 배당 받는 식의 소득분배 모델을 고려해보자고 합니다. 서섹스 대학교의 마리아나 마추카토는 스타트업 기업들에 정부가 투자를 촉진하는 것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모델을 제시합니다. 공공사업의 결과물로 부를 거머쥔 구글이 정작 세금 안 내겠다고 아일랜드로 먹튀하는 걸 방지하자 이거죠. 정부 소유의 혁신기금 같은 것이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투자를 통해 (지배권은 행사하지 않는 형태로) 지분을 소유하고 배당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태양광 발전, 저탄소 산업 등도 많은 혜택을 볼 수 있겠죠. 투자기금이 주도적으로 이쪽에 자금지원을 해줄테니까요. 역소득세도 있습니다. 이건 기본소득제를 보조해줄 아이디어이기도 한데, 일을 하면 그동안은 거기서 세금을 떼갔지만 이제는 역으로 돈을 주자는 겁니다. 기본소득제가 충분히 자리잡지 못하고 저임금 일자리만 남아 있는 과도기에는 해볼만한 시도겠지요.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진,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이 그려내는 이상적인 도시를 상상해봅시다. 도시 또한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에게 핵심적인 주제입니다. 언제 어느 시대나 도시는 혁신의 동력원이었습니다. MIT 미디어랩의 알렉스 펀들런트는 “창조적인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서 다른 부서 사람들끼리 잠깐 자판기 앞에서 커피 마시면서 하는 짧은 수다가 어떤 식으로 혁신과 창조성의 원천이 되었는지를 사회물리학을 통해 증명한 바가 있습니다. 다양한 집단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비공식적 교류는, 기존의 업무수행 방식 혹은 아이디어에 놀랄만한 창조성을 부여해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늘 부대끼며 사는 도시는 혁신의 최적의 장소입니다. 이 글에서 디트로이트는 몰락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그 디트로이트에도 영광스러웠던 날이 있었습니다. 포드와 같은 혁신적인 중소기업인들을 낳은 곳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디트로이트라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도시들, 특히 정작 혁신의 최전선인 샌프란시스코는 중대한 도시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언 모리스는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 도시의 크기는 사회의 조직력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라고 한 바가 있습니다. 도시는 한 사회의 조직력에 따라서 그 크기의 한계가 주어집니다. 로마와 카이펑은 100만 명 이상으로 성장할 수가 없었습니다. 현재 세계 최대의 도시인 도쿄는 380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있는데, 현재로서 인류의 조직력의 한계라고 할 만 합니다. 밀집된 공간의 무지막지한 인구에게 공급해야하는 식량, 물, 치안, 보건 시스템도 문제입니다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역시 주택과 교통입니다. 서울지하철 9호선의 그 끔찍함을 경험해보신 분은 감이 오실 겁니다. 아이젠하워 시대 이후 미국 도시의 개발철학은 고밀도의 고층건물들로 도시를 밀집시키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망을 짜는 것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무질서한 스프롤과 규격화된 전원주택들이 전후 미국 도시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죠. 이런 도시들은 막대한 양의 자동차와 무한히 뻗어나가는 택지들로 인해 몸살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의 주택난은 엄청납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집 값은 그야말로 실리콘밸리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고층화와 밀집화를 통해 다량의 주택을 공급하는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이 원하는 대로 고층화와 밀집화(densification)을 이뤄내면 문제가 생기는데, 사실 대중교통은 환승 때문에 자동차보다 통근시간이 더 깁니다. 그리고 혼잡하죠. 미국인에게 자동차 중심의 삶을 포기하게 할 만한 인센티브를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해법은 자율주행차에 있습니다. 테슬라, 우버, 자율주행차가 합쳐진 교통을 상상해보세요. 도시 외곽의 차량기지에서 사물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도시 교통 정보를 전송 받고 새벽 쯤 교통량이 늘어날 때 시내로 배치되기 시작합니다. 우버 같은 실시간 앱으로 택시처럼 무인자동차를 불러서 원하는 데까지 탑승하고, 차는 스르륵 사라져 다음 손님을 태우러 갑니다. 당연히 경로가 겹친다면 다른 시민들도 그 차에 탑승하겠죠. 테슬라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그러한 차들이 만들어내는 탄소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절감시킬 겁니다. 무엇보다 도시를 오가는 차량 자체가 현재 수치의 20% 이하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도시의 수많은 주차공간들은 모조리 쓸모없게 되어 더욱 유용한 공간으로 재편될 것입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로봇이 결합된 스마트 시티의 관리시스템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5천만명의 인간이 부딪히며 사는 도시 안에서, 그리고 도시 사이에서 어떤 혁신의 불꽃이 튈지 누가 감히 예상하겠습니까? 도시는 인터넷 학습을 기반으로 한 실헙적 형태의 교육이 이제 일반적인 교육철학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고 평생교육이 보편화되어 노인들도 집에서 남는 시간에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고 있겠죠.그러나 이런 서비스들을 제공하게 될 로봇과 자율주행차들은 전례 없는 대량실업을 일으킬 겁니다. 그런 변화의 흐름은 각지에서 다양한 소득 재분배 정책들을 실험하게끔 만들고. 성공적인 것들이 미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정착할 것입니다.

아마 이것이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이 그리는 미래상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4. 상황은 단지 사람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보여줄 뿐이다

이오시프 스탈린이 한 말이라고 합니다. 어디서 한 말인지는 잘 못 찾겠습니다. 나무위키에서 본 말인데, 링컨 대통령 각하께서 인터넷 어록에 대해 남기신 말도 있듯이 진위여부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만은... 하지만 말 자체는 시사하는 바가 크죠.

실리콘밸리 민주당이 제시하는 미래는 분명 장밋빛입니다. 그러나 장밋빛 미래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장밋빛 과거도 겪어본 적이 있습니다. 서구 사회가 2차 산업혁명의 사회협약을 충실히 지키고 있던 1945년부터 1975년까지의 약 30년 말입니다. 그러나 그 장밋빛 과거를 쟁취하기 위해 더 먼 과거에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대공황과 양차세계대전이었습니다. 패러다임 교체기는 변동성이 워낙 크기에 어떤 가능성이라도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저런 멋들어진 스마트 시티에서 여가를 즐기고 창조성의 불꽃을 번뜩이면서 살 수 있겠지만 2016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 전망은 어떻게 될지 또 알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보여줄 때입니다. 낡은 관념은 낡은 시대에 어울리는 것이지 새 시대에 어울리는 것이 아닙니다. 혁신의 물결을 감당 가능한 속도로 늦춰보겠다고 규제를 할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어떤 규제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적절한, 능동적 대처 없이 자율주행차의 시대를 맞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도시는 지옥이 되고 재정은 파탄납니다. 위에서는 저렇게 아름다운 미래를 얘기해놓고 갑자기 뭔? 자율주행차 이용 요금 및 사용 가이드라인이 없는 세계를 생각해보세요. 일단 집 근처의 도미노 피자에 전화를 겁니다. “페페로니 피자 치즈 크러스트로 라지 사이즈 주세요. 차 번호는 좀 있다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해놓습니다. 그리고 자율주행차 이용 소프트웨어에 접속해서 도미노피자를 거쳐서 집으로 오는 루트를 설정하고, 차 번호를 다시 피자집에 알려줍니다. 우리가 자율주행차에 수동적으로 대응한다면 이런 식의 “좀비 차량”들이 범람해 도로는 훨씬 더 헬이 될 겁니다. 또, 주차요금, 교통딱지, 자동차 세, 톨비, 운전면허 발급비용 등 모든 세원들은 삭제될 것입니다. 이는 지방 및 중앙재정의 파탄으로 이어집니다. 물론, 모조리 실직하게 된 택시운전 기사들과 버스운전 기사들, 화물운송업자들은 단체로 트럼프를 능가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주고자 투표장에 자율주행차를 타고 가겠죠.

자율주행차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4차 산업혁명에 다가올 다른 기술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어떤 위험이 생길지 상상이 가세요? 자동화에 따른 대량실업, 로봇의 윤리와 책임성 문제, 합성생물학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흔히 인터넷 여론을 무시하지만 사회가 충분히 혼란하고 개노답이라면 인터넷은 분노를 응집시키는 정보의 하수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획득한 놀라운 사회적 연결성은 분노 또한 연결시켜, 사회적 불안정성을 증대시키는 방식으로 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다른 미래도 있습니다. 소득 이전과 부의 평등한 분배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면 부자들은 우리와 아예 다른 존재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신체와 정신을 강화시켜서 기존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생물이 되는 것이죠. 다 SF 소설에 나올 얘기고 죽을 때나 떡밥 나올 설레발이라고 생각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10년 전에 핸드폰 뭐 쓰고 있었는지 기종 기억하시는 분? 1990년에 태어난 사람이 100세를 산다고 쳐봅시다. 2090년입니다. 1790년에서 1890년 사이에 인간은 농촌 사회의 절망적 빈곤에서 맬서스 트랩을 뚫고 철도와 전신이 이끄는 2차 산업혁명의 대공장으로 도약했습니다. 1890년부터 1990년 사이에는 2차 산업혁명의 전성기를 지나 가전제품과 개인 자동차의 시대로, 그리고 마침내 인터넷이 세계를 연결해주는 기술적 도약을 거쳤습니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변화는? 가리 카스파로프한테 쳐발린 IBM의 체스 인공지능, 깊은 생각(Deep Thought)은 1989년에 나왔습니다. 2016년,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는 이세돌의 각을 떴습니다. 기술은 기하급수로 발전합니다. 멍 때리고 있으면? 소련 꼴 나는 거죠.

실리콘밸리 민주당원들이 내리는 답이 정답이 아닐 수는 있습니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세계가 흘러갈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니고 이럭저럭 갈 수는 있겠죠. 그러나 뭐가 되었든 중요한 건 그 때 우리가 발을 담굴 강물은, 옛날부터 어 시원하다 하면서 발을 담가왔던 그 강물과 같은 강물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이 세계를 앞으로도 주도해 갈 실리콘밸리, 그리고 나아가서는 중관촌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가에 집중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시대가 이렇게 급격하게 바뀌어 가는데, 시대로 따지면 조선시대에 쓰여진 책들을 붙잡으면서 비의가 있을 것이라고 그것을 통한 정치운동을 전개한다는 게 타당할까요?

위대한 사람은 상황에 맞추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보여주는 법입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도 그러한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기존의 경제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자신들이 뭔가 하고 있다고 단단히 착각한 동료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했죠.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그것이 옳을 때에나 틀릴 때에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수준보다 더 강력하다. 사실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이것 말고는 별로 없다. 자신은 그 어떤 지적인 영향으로부터도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믿는 실무가들도 대개는 이미 죽은 어떤 경제학자의 노예다. 하늘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권좌의 광인들은 몇 년 전에 졸렬한 글을 써댄 어떤 학자로부터 자신의 광기를 뽑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사상을 만들어냈습니다. 결국 대공황과 2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적 위기라는 상황을 맞이하여 동료 경제학자들과 케인스는 서로가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를 증명해보였습니다.

지금 시대를 기존의 사회통념이 적용되지 않는, 변곡점에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스탈린의 말대로 우리는 작금의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에 따라서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멸종하여 사라지느냐? 아니면 살아남아 다시 번영하느냐 말입니다. 그리고 그 첩경은 과거를 돌아보아 여기는 어디인지, 우리가 어떤 경로를 통해 여기까지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문제설정에 있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훨씬 짧고 멋지게 한 말이 있죠.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인류 문명이 어떤 종류의 문명인지 증명해보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질문일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인스타그램의 뒷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14명의 소규모 창업으로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1년 반 만에 페이스북에 10억 달러라는 상상초월하는 가격으로 매각되었습니다. 물론 다른 이야기도 있죠. 14명의 1만배에 달하는 14만 5천명의 임직원을 고용하던 코닥은,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매각되어 창업자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다 준 바로 그 해에, 2012년에 파산합니다. 코닥의 기업가치는 300억 달러에서 1억 5천만 달러로 추락했죠. 사진이라는 같은 테마로 운영되던 정 반대의 두 기업의 엇갈린 운명은 선진국 사회, 나아가 지구 사회가 처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증거 아닐까 싶습니다. 그걸 보여주기라도 하듯, 인스타그램의 공동 창업자 중 하나인 케빈 시스트롬은 이런 말을 했죠.

“우리가 똑같은 채로 멈춰 있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프로메테우스는 진군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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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정도가 레퍼런스를 물어보셨는데,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 모든 생각을 형성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여를 한 책은 이언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디트로이트의 성장과 몰락을 비롯한 도시 관련 내용들은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에 잘 나와 있습니다.
근대 이전 경제가 동양과 서양 가릴 것 없이 맬서스 트랩에 갇혀 있었다는 점은 케네스 포머런츠의 “대분기”를 보세요. 다만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읽으면 굳이 찾아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2차 산업혁명이 교육을 어떤 식으로 바꾸었는지는 살만 칸의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의 프로이센 모델 부분을 보시면 됩니다.
세계화 일반은 피터 디킨의 “세계 경제공간의 변동”, 제조업 아웃소싱과 중국은 에드워드 스타인펠드의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가 좋습니다.
국가 내의 제도를 둘러싼 정치세력과 경제세력의 이해관계, 그것이 성장과 혁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스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보세요.
미국 정치가 어떤 식으로 시민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흘러갔는지는 매튜 크렌슨과 벤자민 긴스버그의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가 있습니다.
일본 이야기는 던컨 맥카르고의 “현대 일본의 이해”가 입문으로 좋았습니다. 존 다우어의 “패배를 껴안고”는 전후 일본 사회의 형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책입니다.
러시아는 존 M 톰슨의 “20세기 러시아 현대사”가 무난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비교는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이 훌륭합니다.
복잡성의 기하급수적인 증대를 우주 일반으로 확장한 책으로는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시간의 지도”, 레이 커즈와일의 그 유명한 “특이점이 온다”가 있습니다. 지식에 관한 기하급수적 폭발은 새뮤얼 아브스만의 “지식의 반감기”에 잘 나와 있습니다.
과거 사회는 어떤 식으로 몰락했는가에 대한 쓸쓸하면서도 지성이 빛나는 통찰을 엿보고 싶다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가 필독서입니다.
오바마 선거 운동은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와 제임스 파울러의 네트워크 이론에 관한 책, “행복은 전염된다”에서 본 내용입니다.
그렉 페렌스타인과 실리콘밸리 민주당 이야기는 구글에 Greg Ferenstein을 검색하면 정보를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유튜브 강연도 있습니다.
제리 카플란의 “인간은 필요없다”, 에릭 브린욜프슨과 앤드루 맥아피의 “제2의 기계시대”는 인공지능 시대의 다가올 위협과 기회, 그리고 대처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계의 다양한 저명인사들이 쓴 “4차 산업혁명의 충격”도 매우 재밌습니다.
그 밖의 많은 자료와 인사이트들은 네이버 블로그 "Santacroce의 세상 이야기"에서 많이 따왔습니다.

생각나는 건 이 정도네요. 아마 직접적으로 언급되거나 내용을 많이 빌려온 책은 이 정도 아닐까 합니다. 또 무수한 드립의 원천은 갓흥겜 고오오급시계에서 빌렸습니다. 제발 한국이라면 오버워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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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17 23:4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결론은 실리콘 밸리식의 지식 혁신 + 부의 강력한 재분배라는 거군요. 그 양반들이 그걸 진심으로 원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길 같긴 한데, 본문에도 나왔다시피 구글의 예를 본다면 좀 의심나긴 합니다.

기본 소득제는... 장기적으로는 그것밖에 없을 것 같긴 합니다. 근데 정말 무서운 건 그 다음인 거죠. 기본 소득이나 받으면서 VR 게임만 하루 종일 하는 사람이 인구의 90% 면 그건 디스토피아 무비의 단골 소재니까요.
cienbuss
16/08/18 00:33
수정 아이콘
그들 모두가 혁신과 분배를 통한 유토피아를 꿈꾼다기 보다 기존의 분배방식보다는 그런 방식을 선호한다고 보는 게 맞겠죠. 어떤 부자가 부자과세보다 기부를 선호한다고 해서 그 부자가 꼭 기부를 하지는 않을테니까요.

근데 말씀하신대로 기본소득제를 도입서 부는 재분배해도 노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긍심은 어찌할 수 없겠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사상이 나오거나, 아니면 사람들이 적응해야겠죠...
지하생활자
16/08/18 14:40
수정 아이콘
기본소득제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비교우위에서 행복감을 느낀다고 생각해서요.
임전즉퇴
16/08/18 21:31
수정 아이콘
기본소득제 하에서 재취업을 위한 평생훈련보다는 좀더 이름이 어울리는 평생학습, 이것이 주를 이루는 방향으로 여가문화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기본소득제는 결국 기존의 노동이 아닌 활동도 반사회적으로 굴지 않는 한 생산적인 것으로 봐주겠다는 명분을 품고 있으니까요.
사악군
16/08/17 23:40
수정 아이콘
재미있고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포프의대모험
16/08/17 23:54
수정 아이콘
저는 조또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사축이지만 글에서 현기가 느껴지는거는 알겠네요. 혹시 직업이?
좋은 글 고맙습니다

근데 제가 바뀌지 않을거라는걸 자각할때마다 넘나 슬프군요.
cienbuss
16/08/18 00:29
수정 아이콘
처음 올렸던 글에서 언급했는데 제가 쓴 글이 아니라 유로파카페에서 작성자분에게 허락을 받고 올린 글입니다 크크크. 어차피 제가 작성자가 아니라 중요하진 않지만 평범한 대학원생입니다.
닭장군
16/08/18 02:56
수정 아이콘
현기 = 검을 현, 기운 기 = 검은 기운 = 블랙 스피릿
그렇다면 이 글은 흑마술서군요! 하하하하!
아이 웃기다!
VinnyDaddy
16/08/1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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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내용은 어려운데 술술 읽히는,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하심군
16/08/1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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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전사 건담 1년전쟁사에서 언급되는 우주세기 0000년 부터 0079년까지의 역사가 글쓴이의 관점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인류를 지구에서 밀어내기 위한 제3세계를 우선한 인류 이동, 그 안에서 벌어지는 오롯이 인류의 생존만을 위한 콜로니 개발. 부가가치를 얻기위한 행성 자원 개발, 그리고 콜로니 독립 시도까지. 현재 SF작가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현재의 소비와 생산활동 (?)을 지속할 수 있는가'가 아닌가 싶어요. 그것이 곧 미래를 보는 사람들의 근심거리 같기도 하고요.
한쓰우와와
16/08/18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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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저런 글을 쓸 정도로 식견이 넓었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은 시궁창이네요.
결국 좋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마왕 트럼프를 소환하지 않으면서, 파괴적 혁신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고,
그 파괴적 혁신의 과실을 어떻게 잘 나눌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야 미국에서 뭔가 잘 나가면, 바로 따라붙는 방식으로 혁신을 해 왔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와중에 뭔가 한국적인 요상한게 얽혀서, 꼬여버리면 헬조선의 재림이 되겠지만요.
16/08/18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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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모두가 놀고먹는 세상이 될 수 없다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약간의 소득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다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는데, 3차 산업혁명 이후로는 그것이 정보를 생산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인공지능 연구에서 최전선에 서고 있는 이유도 많은 사용자 수를 기반으로 한 우월한 데이터베이스에서 기반한 점이 가장 크고, 이 일은 소수의 엘리트에게 맡기기보다는 그야말로 이용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유리한 분야입니다.
결국, 소수의 사람들이 정보를 분석하고 재분배하며, 나머지 사람들은 정보를 재생산하는 구조로 사회가 흘러가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6/08/1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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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6/08/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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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다만 IT 분야에 대해서는 예시가 좀... 중국같이 내수 확보하고 빗장 지르면 어느 국가도 저 정도의 자국용 플랫폼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루리
16/08/1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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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교육이야기로 한 가지 보태자면 인간의 지능을 측정하는 툴이 과거의 스탠포드-비네검사 (우리가 흔히 보는 IQ검사) 쪽에서 하워드 가드너가 제창한 다중지능 검사 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탠포드-비네 검사가 지체장애를 분석하기 위해 도입되었지만 인간을 줄세우기 위한 툴로 목적이 호도된 이유는 현대의 제조/금융 기반 사회에 어울리는 인간상과 스탠포드-비네 검사 수치가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었겠죠.

21세기의 중후반에 인공지능에 의한 산업혁명이 완성된다면 말씀해주신 대로 인간 삶의 주된 목적이 공산품이나 식량을 만들고 소비하는 것에서 컨텐츠를 만드는 쪽으로 옮겨갈 것이고, 인간을 평가하는 방식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 봅니다.

다만 산업혁명기에 러다이트 운동이 일어났듯 어떤식으로든 진통이 나타날텐데, 그것을 구태에 사로잡힌 많은 정치인들이 해결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네요.
16/08/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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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류의 99퍼센트는 무직상태로 보조금을 받게 되고, 가상공간에서 열심히 컨텐츠를 생산하면서 좋아요를 누가 더 많이 받는지 경쟁하며 평생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군-
16/08/1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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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그룹들의 아이러니 중 하나는, 구글이나 마소같은 회사들이 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컨텐츠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제품들을 사용할만한 소득과, 정보망에 수시로 접근할만한 교육수준, 삶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전의 공장노동자들이 하루종일 공장에서 일을 해서 생필품을 생산하면, 그것을 소비하는 것도 그 노동자들이었던 시절과는 사뭇 다르죠. 표현력이 부족해서 설명하기가 좀 힘들지만... 어쨌거나 기본소득제 같은 사회안전망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기도 한데, 이 기본소득제를 돌리기 위한 자금은 또 IT슈퍼스타들한테서 나올것이니... 무슨 자가동력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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