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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23 20:25:39
Name Love.of.Tears.
Subject [일반] 장애에 대한 잡설
차별. 그리고 그에 대항해 저항하는 반대 세력들(?)
이것이 사회에서의 장애이고 장애에 대한 소식이며, 장애에 대한 편견이다.


오늘 나는 이러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고백하자면 추게 글에 많은 감동을 받았고, 그 감동에 조금만… 아주 조금만 첨언하고 싶은 마음에 라이트 버튼을 눌렀다. 오래 전에.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탈퇴할 때쯤엔 어리석은 공약 한 가지를 밝혔던 기억이 난다. 장애에 대한 글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불편해 하는 분이 계셨었다. 아무리 소수자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불편한 분들이 있다면, 공동의 공간에 관련 글을 쓰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서였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니 그 약속이 오늘 글로 파기됐다. 혹시라도 불편해 하실 분이 계실까봐 불안하고 죄송하다.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어떠한 단어로도 형언할 수 없기에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모를 뿐 아니라 심지어는 낯설다. 이것이 장애와 장애인의 현주소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차마 권장하기 어렵다. 장애와 비장애의 갭 그것은 신체의 건강 차이가 아닌 인생 전반의 차이다.

아침에 이를 닦고 머리를 감으며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을 때… 그것은 낭만의 서막이지만 치열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면 그야 말로 장애의 현실이다. 때론 초라함도 느낀다. 어디선가 무리를 지어 안대리의 뒷담화를 하던 무리들이 이윽고 그를 발견하고 수습 안 되는 표정을 지을 때… 그 때의 따돌림보다 천만 배는 더 시리다.


지하 벙커 몇 천 미터 아래에 있을만한 로보트 태권브이. 그는 철이에 의해 무적의 우리친구가 되지만 장애인은 길을 가던 어린이들에게 태권브이 취급을 받아야 한다. 왠지 의연하다. 늘 들어왔으니. 하지만 한 번쯤 되새긴다. 로봇다리 같다는 말이 메아리친다. 내겐 보행 보장구도 없고 손목 구축 방지 보장구도 없다. 난 그저 명령을 보내는데 이놈들이 징하게 말 안 듣는 건데 이걸 어찌 설명할 길이 없다.


라일락 향기보다 더 진한 인내가 필요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지만 그래야 한다. 꿋꿋이 살아야 한다. 그래야 비장애인 분들이 무언으로 인정한다. 그게 내 포지션이고 장애인의 포지션이다. 솔직히 말하면 동정이라는 것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동정은 다른 의미로의 관심이다. 관심이 있어야 함께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지나친 동정, 그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제시할 수는 없지만 일정정도는 필요하다. 동정을 친분으로 바꾸는 것은 나와 그의 몫이다.


장애인은 솔직하고 순수하다는 게 정말일까? 일정부분은 맞고 일정부분은 틀리다. 대다수가 이야기 하는 순수의 의미는 Don't know의 의미이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은 Much know쪽에 근접하다. Many대신 Much를 쓴 건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어서다. 장애인은 지나치게도 제 분수를 정말 잘 안다. 자신이 얼마나 둔한지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 얼마나 중증인지를 매시간 간과하지 않는다. 이렇기에 나와 그들의 완벽주의는 존재한다.


그와 별개로 장애인은 순수하다. 그들은 분명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순수하게도 이 악물고 버틴다. 목표가 곧 삶이고 삶이 곧 목표다. 그 순수성은 누구보다 영롱하다. 추게에 올라 온 글의 그 소녀는 지나치게 제 분수를 잘 알아서 비 오는 날에도 휠체어를 타고 언덕을 올라갔을 터. 그것이 곧 그녀에겐 삶이었을 테니…


아쉬운 것이 있다. 얼마 전 힐링캠프에 출연한 닉 부이치치는 자신은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세상은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장애인보다 그럴 수 없는 장애인이 많다. 그렇기에 가슴속에서 끓어오르고 차오르는 그 일들을 다 할 수 없다. 장애인은 사실 독립적인 이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비장애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은 자신의 실수에 절대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옹고집이나 외골수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완벽주의는 비장애인의 평범함과 같다. 그래야 가장 나답고 평범하게 살 수 있으니까


미칠 듯한 사랑도 하고 싶고, 결혼 후 하는 섹스의 황홀함도 짐작 가능하다.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는 것은 단순히 할 수 없다는 상실감 뿐 아니라 혼자 이뤄갈 수 없음이 사실 더 크다. 예컨대


“아무개야. 저 쪽 아무개 생일이라 선물을 사러 가는데 같이 가지 않을래?”
라든가 혹 그것까진 괜찮다 하더라도


“아무개야 생일 축하한다. 널 위해 선물을… 내 휠체어 뒷주머니에서 꺼내가.”


조금은 아프지 않을까?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완벽주의자지만 그 내면은 한없이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는 자유분방한 외톨이다. 그러나 외로움을 몰라야 하는 채로 살아야 한다. 무언가 물 흐르는 듯한 글을 생각했었는데 잉크가 많이 진했나보다. 글이 지저분하다. 졸필이란 사실을 지울 수가 없구나. ㅡ.ㅡ


Written by Love.of.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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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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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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