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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2/04 18:49:44
Name 거침없는삽질
출처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story/read?bbsId=S101&articleId=30358&RIGHT_DEBATE=R5
Subject [유머] 아무도 모르게 군대 갔다 온 사연


6학년 아들에게
아들아..요즘 가끔 TV나 영화 같은 데서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아빠한테
여러 가지 궁금한 질문을 하는데...아빠가 정말 환장하겠다.
지금부터 아빠의 화려한(?) 군대 이야기를 해줄 테니 잘 들어라.



네가 알다시피 아빠가 5대 독자 아니냐..물론 너는 6대 독자..
20여년 전 아빠가 군대에 들어 갈 때쯤에는 3대 독자 이상은 군 혜택이 있었단다.
아빠가 신검을 받으면서 전광판에 "신체등급 1급" 그리고 그 밑에 당연하게
붙어야 할 "현역입영대상"이란 판정 대신 "6개월 방위" 일명 6방 판정을 받았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방위 기간도 몇 단계로 세분화되어서 그중에 가장 짧은 기간인
6방으로 판결이 났단다.
당시 6개월 군 생활한다는 건 거의 신의 아들이라고 추앙받던 시기였단다.



이렇게 시작하려던 아빠의 군 생활은 한 번의 위기(?)를 맞았단다.
1년 정도 군입대를 대기하고 있는데 어느 날 통지서 한 장이 날아오더구나
"군 면제 통지서" 사유는 장기대기...
알고 봤더니 아빠가 군입대를 기다리는 동안 6방이란 제도가 없어졌단다.
아빠는 친구들한테 말도 못했단다...휴가 나온 친구들한테 맞아 죽을까 봐~~
그리고 아빠는 군 면제자들이 최소한 받아야한 실미교육이란 걸 신청했단다.
3주 동안 출퇴근 교육...



이렇게 시작하려던 아빠의 3주 군 생활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았단다.
얼마후 도착한 실미교육 통지서에는 "1주 교육" 이라고 쓰여 있더구나
알고 봤더니 얼마 전부터 실미교육이 3주 출퇴근 교육에서 1주 입영 교육으로
바뀌었더구나....
이로써 아빠의 최종 군 복무기간은......1주가 됐단다.
아빠는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1주라도 군대에 간다는 생각에 걱정하실까 봐..
당일날 아침에 1주일 동안 친구 집에 좀 있다 오겠다고 하고 군대에 갔단다.

그래서 아빠 군대 갔다온 거 아직까지도 아무도 몰라..



실미교육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우스갯말로 군대 갈 때 군복, 전투화 같은 거 사서 가야 된다는 말이 있단다.
그런데 아빠는 진짜 군복하고 전투화 가지고 입영했단다. 통지서에 써 있더구나
[준비물 : 군복, 전투화] 물론 친구들거 빌려서 갔다.
월요일에 입대를 해서 한 내무반에 30여 명 정도의 인원과 같이 생활하는데 조교란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구나
"여러분은 오늘 월요일은 이등병입니다~~"그러니까 긴장 좀 하라고
다음날 화요일은 일등병이라고 하더구나
그리고 목요일 되니까 병장 취급해주고..금요일은 예비군 취급해주고..토요일
퇴소 전에는 걍 민간인 취급해주더구나



이렇게 짧은 아빠의 군 생활에도 에피소드는 있단다. 가장 생각나는것은..
야산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면서 '수색매복'이란 교육을 받고 있었단다. 진짜
군대에서는 수색매복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아빠는 걍 흙바닥에 앉아서
졸면서 듣고 있었단다. 그런데 갑자기 조교가 맨 앞에 앉아서 졸고 있는 아빠의
머리를 툭툭 치더니 묻더구나



"8번~~수색 중에 적군과 마주 쳤을 땐 어떻게 한다고?"
멍하니 졸고 있던 아빠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가까운 파출소나 인근 군부대에 ......신고 해야죠"
아빠 남들 담배 피는 휴식시간 10분 동안 대가리 박고 있었다.

이렇게 아빠는 짧은 군 생활을 마치고 토요일에 제대(?)를 했단다. 아빠 손에는
54시간 훈련 수료증이 들려 있었고..



이게 아빠 군 생활의 전부란다. 그래서 너한테 부탁을 할게~~
군대 얘기 궁금해도 아빠한테 물어보지마~~안 가봐서 몰라~~
아빠는 PX에서 뭐 파는지 몰라..아빠는 거기서 왜 닭발을 파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가고
사발면은 파는지...팔면 뜨거운 물도 부어 주는지.... 아빠도 궁금해~~
차라리 아빠한테 여자 목욕탕에 공동 치약이 있는지..대병짜리 스킨하고 로션이 있는지
물어봐~~대답은 똑같단다........ 안 가봐서 몰라~~~
아빠, 엄마가 연애할 때 엄마가 아빠한테 이런 말을 했단다
"자기는 군대 얘기 안 해서 좋다" 고...아빠가 군대 얘기 안 하고 싶어서 안 했겠니~
안 가봐서 몰라~~뭘 알아야 얘길하지..
그래서 아빠는 군대 얘기하는 남자들 틈에 앉아 있으면..여자들 마음 100% 이해한단다.
여자들과 똑같은 심정이거든.



마지막으로 형우야~
아빠는 항상 군 복무 열심히 하고 몸 건강히 제대한 대한민국 모든 남성에게 감사한
맘을 가지고 살고 있단다.
그리고 네가 6대독자라고 뭐 혜택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요즘은 10독자도
다 현역으로 간단다. 그리고 아빠는 20년째 민방위란다..담에 기회 있으면 아빠의
20년 민방위 노하우를 너에게 알려주마~




===========================
그냥 읽다가 빵 터져서요...

올해 예비군 7년차...
이제 민방위 노하우가 필요한데...


출처 다음 아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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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노
10/02/04 19:03
수정 아이콘
뭐이런 황당한... 크크크크크크
10/02/04 19:05
수정 아이콘
20년째 민방위..
10/02/04 19:24
수정 아이콘
크크크크크...엄청 웃기네요..
10/02/04 19:24
수정 아이콘
이것이 레알이라면 레알돋네요ㅡㅡ;
생마린
10/02/04 19:32
수정 아이콘
~~
forangel
10/02/04 19:45
수정 아이콘
60년대생이 6방, 18방 같은 방위제도가 있었죠.
3대독자 방위 혜택은 대략 70년대초반생까지 있었구요.
그리 심하지 않은 평발도 방위판정 많이 받았었고...

진짜 예전엔 현역가는 사람이 꽤 드물었죠.
그래서 제가 아주 어릴적에 동네에서 누가 현역입대한다고 돼지 잡았고,순대를 만들어서 동네에 돌리던 기억이 있네요.
결론은 그 순대가 너무 맛있었답니다. 어찌나 맛있었던지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10/02/04 19:55
수정 아이콘
저희아버지도 6방이셨죠...(64년생)
힘을내요힘
10/02/04 20:02
수정 아이콘
오호, 재밌고 유익한 글이네요!!!^^
Zakk Wylde
10/02/04 20:07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는 군 면제 사유가 두 가지가 있었는데, 자진해서 군대를 가셨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그 두가지를 모두 유전으로 물려 주질 않으셨죠.

그리고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한다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먼 훗날의 내 아들아 너도 군대가서 X뺑이 좀 치다 와라.. 크킄
닥터페퍼
10/02/04 20:58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도 현역으로 입대하셨다가 가입소 끝나고 피한번 토해주시고 바로 면제...(결핵입니다.)
그때가 그립기도 합니다.크크크크크
아스트랄
10/02/04 21:55
수정 아이콘
나야나님 글이군요.
이분 글 유명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전 책도 구입했거든요..크크)
강추 합니다.
다음 아고라에서 검색해서 보세요.
10/02/04 23:12
수정 아이콘
제 친구(78년생)은 보훈자녀로 6방 갔다 오더군요..
Thanatos.OIOF7I
10/02/05 04:25
수정 아이콘
아. 감정이입이 절로 되는 글이로군요.
저도 참고로 면제입니다-_-.. 돌던지지 마시구요.
저 역시 8년째 민방위....(서른 안되었습니다;)
저 역시 술자리에서 군대얘기 잘 안하는 편이지만
휴가나온 군바리들 술상무해주면서
육해공군 해병대 모두 얘기들어주다보니
군대 온 갖에피소드 규율 다 알고 있습니다;;
가끔 군얘기 물어보시는 윗사람들 상대하다보면
면제 사유 이런얘기 하기 귀찮아서 그냥 군대 어디어디부대
갔다왔다고 뻥칩니다.. 적절히 골라서말이죠......
켈로그김
10/02/05 08:27
수정 아이콘
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축구하다가 제대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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