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04/07/23 13:41:30
Name 22raptor
File #1 cine.JPG (38.8 KB), Download : 37
Subject [유머] [펌] 사람1 - 엘리펀트맨


1864년 4월 21일. 영국의 한 소도시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기괴하고

흉측한 외모의 인간이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존 토머스 메리크.

그러나 그는 엘리펀트맨으로 더 유명하다. 코끼리 인간. 그러나

실제로 코끼리와 인간이 합체된다 해도 이보다 더 기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심각한 기형의 사생아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부모와 가족의 사랑은 커녕 인간적인 대접이라고는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생물체였다. 사람들은 서커스 쇼에서 엘리펀트맨을

구경하면서 자신들의 정상(正常)을 확인하고, 안도하고, 우쭐했을

것이다. 기형의 인간에게 보내는 조롱과 경멸과 혐오와 약간의

동정심을 통해서 말이다. 죄없이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일종의 희생이다. 인간의 정신은 과연 외모 때문에 핍박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버텨낼 수 있는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라면 극단의 기형의 육체에는 어떤 영혼이 깃드는가.



엘리펀트맨을 병원으로 데려와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런던 병원 의사 프레드릭 트레브즈는, 그가 경험한 엘리펀트맨에

대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메리크는 마치 불을 지나왔으나

조금도 그을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의 고통은 오히려 그를

고귀하게 만들었다. 메리크는 점잖고 사랑스럽고 기분좋은

피조물이며 행복한 여인처럼 부드러워서 어떤 불평이나 비난의

흔적도 보이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한탄을 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하는 일이 없었다. 그는 어른의 두뇌와 젊은이의 환상과

어린아이의 상상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가 병원에서

보호받으며 사람답게 살면서 집중한 일은 독서와 모형만들기였다.

더 많이 먹고, 더 좋은 옷을 원하고, 더 인간적인 대우를

원하기보다 책과 예술을 먼저 갈망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성숙한 지성의 소유자였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가 상상으로 만든

'성필립 성당' 모형은, 그의 신체 중 유일하게 아름다운 그의

왼팔 만큼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자신의 몸을 전시하며 살아온

그는 사실 예술가였다.



그는 네 가지 소원이 있었는데, 가정집과 극장과 시골의 전원에

가보는 것, 그리고 보통 사람들처럼 누워서 자보는 것이었다. 그는

크고 무거운 머리 때문에 목이 꺾여 누워 잘 수가 없어 항상 웅크려

앉아서 자야 했다. 트레브즈 경의 도움으로 앞의 세 가지 소원을

이룬 행복한 엘리펀트맨은, 1890년 4월, 스스로 네 번째 소원-보통

사람처럼 누워서 잠들기-를 시도하며 영원히 잠들었다. 사인은

목뼈 탈구로 인한 즉사. 태어날 때부터 온통 조롱과 경멸과 혐오를

받는 데에 소진한 인간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심과 원망과 한탄을

가지지 않고 사랑과 존경과 희생, 그리고 예술적 상상력을 유지하며

살았다면 우리는 그런 사람을 성자라고 부른다. 140년이나 지난

오늘날까지 그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영화로, 책으로 쓰여지고

있는 까닭이다.


출처: 씨네21<462호> - "김형태의 생각도감"
글/그림: 김형태(무규칙 이종 예술가 www.thegim.com)

-------------------------------------------------------------------------------

이번주 씨네21의 어느 칼럼에 소개된 글입니다.
첨부된 그림은 글쓴이가 글의 내용에 어울리는 그림을 직접 그린 것입니다.
음.. 괜찮은 글인데 씨네21 홈페이지에는 찾아봐도 없더군요.
지면으로부터 직접 타이핑 해서 올려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4/07/23 14:29
수정 아이콘
멋진 글이네요. 좋은글 읽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퍼온글(? 자작이 아니니...) 이라지만... 유게에 있기는 아까운 생각이 드네요. 님의 의견을 조금만더 붙히고 자게에
올려도 손색 없겠습니다.
예아나무
04/07/24 06:13
수정 아이콘
신은 비록 그에게 온전치 못한 육체를 주셨지만, 이 우주의 어떤 생물체보다도 온전한 마음을 주셨네요.

성자시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286 [유머] IQ EQ..... SQ? [6] 태을천상원군3489 04/12/07 3489
9269 [유머] 독버섯 양의 글을 찾아 몇개 올립니다. (4편 언니와 관련된 글) 마음속의빛3289 04/12/06 3289
9257 [유머] *독버섯* <엄마 없는... 지붕아래> 아빠의 특별교육.. [8] 나를찾아서5463 04/12/06 5463
9249 [유머] 첼시의 흑진주 드로그바 [8] Rockbartum3334 04/12/05 3334
8707 [유머] [펌] S군이야기 [8] 촤촤4154 04/10/27 4154
8208 [유머] 콘프레이크.... [13] 라이디스6061 04/09/23 6061
8101 [유머] 군대 Q&A [13] SkyintheSea4932 04/09/17 4932
7977 [유머] 네이버 지식IN 군대 Q&A [13] 뉴[SuhmT]15381 04/09/10 15381
7123 [유머] [펌]19세와 20세의 차이 [12] 피그베어3620 04/07/29 3620
6987 [유머] [펌] 사람1 - 엘리펀트맨 [2] 22raptor2393 04/07/23 2393
6785 [유머] [글] 우리가 모르는 재밌는 상식들^^ [21] 양정민5337 04/07/13 5337
6677 [유머] <농활 서울대생, 농민 '성폭력' 시비로 철수>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36] Wittgenstein_TheMage3933 04/07/07 3933
5991 [유머] [펌] 메이저리그 스타들의 스카우팅 리포트 [4] 총알이 모자라.5628 04/06/04 5628
5978 [유머] 야심만만 역대 베스트 답변 [16] 사빈~★6787 04/06/03 6787
5869 [유머] [펌]DC 격투게시판의 흐름과 특징 (VS 질문글과 그에 의한 논쟁들) [11] 양창식5976 04/05/30 5976
5474 [유머] [연애일기]그녀와의 첫만남 -2 [8] immortal1901 04/05/10 1901
5291 [유머] [펌] 애니메이션의 법칙 Ver 6.0 [11] pErsOnA3859 04/05/04 3859
5129 [유머] 요가단 활력충전 뉴스 !! [24] 싸이코샤오유2514 04/04/29 2514
5125 [유머] PGR우주류 스타중계 [25] 총알이 모자라.4491 04/04/29 4491
4431 [유머] [잡담에다 펌질까지]요가란 무엇인가? - 경고 쓸데없이 긴글임 [14] 총알이 모자라.3809 04/04/05 3809
3900 [유머] [펌]19살과 20살의 차이점..ㅡㅡ;; [12] 한빛짱5113 04/03/11 5113
3792 [유머] 19금 신체 건강한 여인네의 누드사진. [9] 마왕펭귄™6211 04/03/05 6211
3647 [유머] [펌] 태어난 달로 알아보는 자신의 성격 [31] Grateful Days~5496 04/02/25 549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