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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4/07/14 10:02:19 |
Name |
박현석 |
Subject |
[유머] 혼자 상상하기 |
시뮬레이션(Simulation)
간만에 채널(Op G.M.G.)에 들어가 보니 아는 이들이 몇몇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미'라는 고등학생 여자아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넹.. 저두요"..
몇 마디 인사를 나누고 제가 얘기했습니다.
"보미야, 오빠랑 한 겜 할텨?"
"엇. 형.. 보미 굉장히 잘하는데요. 채널에서 일대 일로 이기는 사람 몇 안되요."
"그래? 보미야 한겜 하자.. "
"넹.."
방을 만들고 들어갔죠. 'gmg/1'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승은 제가 따냈습니다. 질럿 싸움으로 치고 박고 하다가 보미의 리버를 막아내고 올인 한 것이 운 좋게 'GG'를 받아냈죠.
'힝, 여고수라더니, 머이 여고수야.'
우쭐해진 맘으로 둘째 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은 셋째 판.
보미는 일찌감치 투넥을 가더니 잠잠한 시점을 틈타 공발업 질럿으로 몰아치더군요.
세 부대가 넘는 것 같았습니다.
'허헉!'
빠른 투넥을 보았기에 전.. 탱자탱자 스리넥으로 올리고 있었습니다.
뭐.. 망했죠. 싸우면서 어림잡아 보니 거의 반 배 이상이더군요.
투넥은 액션이었고 자원을 짜내어 질럿만 뽑은 겁니다. 셋째판도 그렇게 하기에 저도 물량 뽑느라 뽑았는데도 밀리드라구요.
"허허.. 보미 잘하네. 내가 밀린다야.. "
"호호.. 뭘요. 오빠도 잘하시는데요.."
그리고는 배틀넷을 나왔습니다.
'여자 애한테 지다니... 으흐흑..'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아시다시피 플플전에서 기본 유닛이 밀린다면야 어떻게 도리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 밀고 당기기를 맞추어야지 다크나 리버 쪽으로 생각이 넘어 갈 수 있겠죠.
그 날 이후, 다시금 확인한 자신의 허접함에 주욱 침울 모드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창 당구에 맛을 들렸던 때가 있었죠.
그때, 밤중에 자다 눈을 떠보면 천정 위로 데루룩 굴러다니는 빨간 공 하얀 공에 밤잠을 설쳤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사각형 천정은 녹색의 당구대였고, 그 한쪽엔 열심히 큐질하는 내 모습이 보이더군요.
스핀(속칭 히네로)과 쿠션의 포인트를 생각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습니다.
제 나이 대와 그 윗선의 아저씨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추억을 가지고 있으리라 봅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놀이문화가 없었거든요.
그때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처럼 혼자 전장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고민했죠.
아직까지도 마땅한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패배의 잔상 때문에 은근히 겁도 나고, 이리 저리 당황하는 나의 유닛들 생각뿐입니다.
어제 한창 비가 내리더니, 오늘은 그나마 잠시 비가 멎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다시 한번 채널에 가봐야겠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다시 한번 부딪혀 봐야죠.
그때는 리플도 못했었는데, 오늘은 몇 겜 리플 좀 뽑아 봐야겠네요.
손도 느린 초보 아저씨가 별 수 있겠습니까. 보고 생각해 보는 수 밖에요.
저녁때 보미가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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