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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11/24 12:39:30
Name 미남주인
Subject [유머] 알보칠! 그 무서운 음모에 대하여.
이 글을 그들이 읽게 될 지 몰라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용기 있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떨림을 멈출 수 없지만, 저의 용기 있는 선택을 격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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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보칠을 아는가? 알보칠은 입병을 치료하는 데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적인 약이다. 하지만, 입 안에 투약되는 순간 굉장한 고통을 몰고 오며, 입병에 의한 고통을 순식간에 잊게 할 만큼의 강력한 데미지를 수반하기 때문에 굉장한 용자가 아니고서는 도전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며, 첫사랑의 아픔 때문에 다시는 사랑을 하지 못하게 되는 이들에게 닥치는 시련만큼이나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쓰라린 추억을 남기는 마법의 약물이다.

그런 굉장한 녀석이 나의 방 안에 나타났다. 각종 커뮤니티와 유머 게시판에서 보았던 경험담은 가히 전설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심지어는 화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에 영영 혀를 움직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압박을 느끼고 구급차를 부르려던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녀석이 왜 나타난 걸까? 나는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궁금증에 추리를 시작했다. 뭔가 굉장한 음모가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기에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명탐정 모드로 전환하고 추리를 시작해 보자.

단서
1. 알보칠은 내 방 책장 위에서 두 번째 칸에 자리 잡고 있다.
2. 집을 방문하는 외부인 중 내 방에 온 사람은 단 두 명의 친구와 사촌동생 뿐이다.
3. 다른 외부인은 모두 누나의 여자 후배들이다.
4. 상태를 점검해본 바 개봉되어 있지 않다.
5. 먼지가 쌓여있다.
6. 가족 구성원은 누나와 동생을 포함 3인 뿐이다.

추론
1. 올 봄에 이사를 할 때 약상자를 열어 하나하나 정리할 동안에도 없었고, 방을 세팅하면서 디테일을 추구하여 하나하나 확인하며 옮겼으므로 그 당시에는 없었던 것이 확실하다.
2. 내 방에 들어온 이들은 모두 나의 감시 하에 움직였으며, 모든 만남은 술자리나 만찬을 수반했음으로 매번 맛있게 음식을 먹었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입병을 앓고 있는 자들이 아니다.
3. 내 방은 귀신이 나올 지경이기에 주인을 대동하지 않고는 들어올 경우 심각한 정서적 장애를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누나의 후배들은 모두 무사히 돌아갔으며, 이후에도 아무렇지 않게 출입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 방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
4. 개봉되어 있지 않으므로 알보칠은 필요에 의해 구입되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5. 모두에게 잊혀졌으며, 먼지가 두텁게 쌓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1~2개월 전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6. 동생의 결혼 이후로 가족 구성원은 누나와 나 단 두 명. 동생을 포함한다 해도 셋. 가끔 이름과 전화번호를 생각해 내기 힘든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내가 모르는 가족 구성원이 있음을 망각할 만큼 건망증이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추론을 통한 수사

알보칠은 가을 즈음부터 책장 위에 놓여 있었으며, 그 누구도 필요에 의해 구매하지 않았고, 사람의 침투가 용이치 않은 곳이므로 내가 모르는 이의 침입은 없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넣어 확인해 본 결과 알보칠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을 뿐더러 입병 때문에 약을 발라본 일 조차 없다고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 알보칠과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으며 믿어도 좋을 만큼 완강한 반응이다. 상식적으로 절대 내 방에 있어선 안 되는 녀석임이 틀림없으며 비밀스런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잠시 미궁에 빠졌으나, 새로운 단서 포착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결과 놀라운 점을 발견하였다. 그 무렵, 정확히 말하자면 10월 14일 오후 5시경 광화문에 유에프오가 출현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눈에 띄는 것을 꺼려하여 목적이 있을 때 외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 난 유에프오의 존재를 믿어왔으며, 그 괴 비행체의 주인들, 즉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하여 항상 경계해 왔다. 그들의 첫 번째 타깃은 당연히 그들의 지구 정복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자일 것이다.

그렇다.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날짜가 알보칠의 출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가. 그들은 정복에 앞서 지구인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생체 실험 대상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대상은 실험의 위험성으로 미루어 그들을 경계하고 침략에 맞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지구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며, 운이 없게도 내가 선택된 것이다.

그저 시기의 일치만으로 어설프게 한 추론이 아니다. 난 항상 궁금하게 생각해 왔다. 어째서 전설이 되어 버릴 만큼 고통스러운 알보칠을 사람들이 사용하고 그 전설을 퍼뜨렸는지, 왜 그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경험할 수밖에 없도록 사회의 분위기가 조성이 되었던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다. 감각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아무도 사용해선 안 될 그 것.

나의 추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시작했다. 알보칠을 초기에 사용한 자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의 글은 남아있지만, 그들의 실체는 없다. 실체가 없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쯤 되면 누구나 짐작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지구인이 아니다. 공작을 위해 미리 침투한 외계인인 것이다.

인간을 잡아서 생체실험을 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사람들의 갑작스런 증발은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나처럼 의심의 끈을 쥐고 있는 자들을 자극하여 조사에 착수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미국이나 영국 등의 정보기관에서 외계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음을 각종 언론을 통해 심심찮게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실체가 없는 뜬소문인 양 이슈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진 것은 그들이 이미 사회 내부에 많은 공작원을 침투시켜 와해했기 때문이며, 어쩌면 그 일련의 과정 속에서 동족을 잃을 수밖에 없는 비극이 발생하여 조심을 기하게 된 것일 게다.

알보칠은 큰 의심 없이 이성을 상실한 인간 본연의 모습을 연구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약물임에 틀림이 없다. 덕분에 그들은 입병 치료약으로 둔갑 시켜 그 동안 의심받지 않고 연구를 계속 해왔으며, 꽤 큰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전처럼 조용히 연구를 진행시키지 않고, 무리수를 두어 나를 대상으로 선정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의식체계를 가지고 있는 자들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들을 끊임없이 경계하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계획을 무산시킬 수 있는 잠재적 불안요소를 가지는 사람들이다. 그 가운데에 각종 기관에서 활동하는 연구원들에게 접근을 하기엔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재야에 있는 나를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며,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는 내 방에 그들의 첨단 침투능력을 바탕으로 알보칠을 가져다 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실패했다. 내 방에 알보칠이 놓일 만한 계연성이 전혀 없다. 난 항상 그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고, 논리적인 인간인 까닭에 발생할 수 없는 일련의 사태를 정확히 해석해냈다. 또한, 호기심을 유발하는 많은 글들을 접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직감력으로 알보칠을 멀리해온 덕분에 그들의 계산에 의해 한 달 이상 잘 보이는 책장 두 번째 칸에 놓여 있던 그것에 눈길한 번 주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머지않은 시기에 지구를 정복할 수도 있다. 나는 숙청 대상 1호가 되어 위험에 처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일제의 강점을 막기 위해 혼신을 다했던 것처럼, 아니 재야에 숨어서 뜻을 굽히지 않고 올바로 나아갈 바를 설파했던  자랑스러운 당시의 식자들처럼, 흔들림 없는 의지로 그 시일을 늦추거나 빨리 벗어나도록 하는 데에 일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함께 동참하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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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실
08/11/24 12:57
수정 아이콘
망한글 궁지로 -_-
planetai
08/11/24 12:59
수정 아이콘
정말 큰일이군요... 아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
08/11/24 13:05
수정 아이콘
흠..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아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2)
미남주인
08/11/24 13:06
수정 아이콘
planetai님// 어흥~님// 정말 큰일입니다. ㅡㅡ;;
Hildebrandt
08/11/24 13:13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사실이군요... 아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3)
미남주인
08/11/24 13:22
수정 아이콘
Hildebrandt님// 실은... 댓글을 달다가 글이 길어져서 불편한 나머지 한글을 구동시키고... 쓰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점점 진지해지고... 자게에 올리려니 자게에 올릴 글은 아니고... 지우자니 너무 오래 써서 아깝고... ㅠ.ㅠ

유머 포인트는 '00000000... 아 물론 읽지는 않았습니다.'입니다.
밀가리
08/11/24 13:49
수정 아이콘
어흥어어흥
08/11/24 13:53
수정 아이콘
밀가리님//그렇게 심한 말을...
애플보요
08/11/24 13:57
수정 아이콘
홀로로로롤롤롤로
OBiKWA_shiraz
08/11/24 14:04
수정 아이콘
흠..이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아 물론 다 읽었습니다..
미남주인
08/11/24 14:09
수정 아이콘
밀가리님// 애플보요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OBiKWA_shiraz님// 감사하옵니다.
익스트라
08/11/24 14:27
수정 아이콘
네이버에 음모를 치면 19세 인증화면이 나오는 이유란?
MoreThanAir
08/11/24 14:31
수정 아이콘
내용은 점점 심각해지고... 스크롤은 점점 빨라지고

단서 3 다른 외부인은 모두 누나의 여자 후배들이다.

까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흐흐
08/11/24 14:32
수정 아이콘
익스트라님// 털종류거든요 -_-a
미남주인님// 멀더요원에게 어서 연락을 ... 쿨럭 ~ !! (아 .. 물론 다 읽었습니다)
미남주인
08/11/24 14:36
수정 아이콘
MoreThanAir님// 후반부가 주제인데요...흙흙
김태연아
08/11/25 01:18
수정 아이콘
이상해 재밌게 읽은 내가 비정상인 것 같아.. 어흥어흥
08/11/25 02:20
수정 아이콘
'향수'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돌조개가 소재였던 단편소설이 생각나는 글이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단편 소설집 제목은 '깊이에의 강요' 인데, 단편 소설이름은 생각안나네요.
글의 착상이 비슷해서 미남주인님께 추천해드립니다^^; 비슷한 소재의 글이라서 재밌게 읽으실거에요 크
미남주인
09/02/10 22:05
수정 아이콘
김태연아님// 오늘 알보칠에 대한 현혹글이 올라와서 읽어보고 다시 찾았는데 재밌다고 해주시니 어찌나 감사한지.^^* 늦었지만 감사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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