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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8/02/03 04:54:44 |
Name |
저글링 |
Subject |
[유머] 웨이터 공화국 (어느 나이트 클럽 이야기) |
오랜만에 한국관(나이트)을 찾았다.
이 곳에는 오래된 내 구좌(자주 찾는 웨이터)가 하나 있는데
사람이 참 좋다.
저 누구 찾으시죠?
'노면' 형 있어요?
아 잠시만요...
오랜만에 찾은 구좌는
반갑게 맞아준다.
통통한 얼굴에 주름진 얼굴
나이는 좀 들어보이지만
좋은 인상이다.
형 저 이제 웨이터 생활 접습니다...
어 왜요??
나 여기 오면 형만 찾는거 알자나...
서운하네...
그냥 고향으로 내려가서 가게나 하나 할까하구요...
에이 이제 한국관 못오겠네 형 없으면
그래도 많이 찾아주세요
'노면' 형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고 보면 형을 알게 된지가 한 5년 되었던가...
참 사람은 좋은데
융통성이 좀 떨어지긴 했지
이 형은 룸을 잡던
테이블을 잡던
부킹은 다 비슷비슷하게 해줘서
룸 손님들한테 욕 좀 먹었지...
도무지 룸을 잡는 이점이 없다나...
거기다 또 테이블 손님들한테는
오크만 데려온다고 또 욕먹고
참 그러고 보면 뭘해도 욕먹었구나...
엘프 찾으려면 메이저를 가든가
무슨 변두리 성인 나이트
것도 테이블에서 물을 따져...
형의 얼굴은 오늘따라 지쳐보인다.
에휴.. 형 술 한잔 하세요.
나는 그에게 술한잔 따라준다.
그가 한잔 먹고 말한다.
아 전 인수인계하느라 좀 바쁘구요
예전에 제 보조 웨이터하던 애 있죠
게가 이제 메인이에요.
불러 드릴께요...
아 게요??
그 누구더라..
아 맞다... '2MB??'
들리는 소문에
그 친구 어디 룸살롱에서 일할 때
술취한 손님 상대로 바가지 쒸우다 걸려서
경찰 조사 받고 있다던데??
맞습니다. 맞구요...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부킹만 잘해주면 되죠...
'노면' 형의 웃는 모습은 웬지 씁슬해 보인다.
여튼 형 또 뵈요~
웨이터 '노면'이 '2MB'를 부른다.
오랜만에 왔으니 잘해드려
2MB가 와서 내게 말을 건낸다.
형 저 경찰 조사받는다는 소문 어디서 들으셨어요??
아 '노면'형이 또 얘기했나 보네;;
난 뻘쭘한 미소로 대답한다.
아 뭐 저도 지나가다 어디서 들은거 같은데...
2MB가 가느다란 눈으로 웃으며 말한다.
'형 그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사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웬지 믿음은 안간다.
이 형은 '노면'이랑 반대로
테이블 손님은 전혀 신경 안 쓰고
룸 손님만 부킹에 신경써주고
또 그만큼 팁도 과하게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좀 걱정된다.
형 오랜만에 오셨는데 룸 가셔야죠~
역시 아니나 다를까;;
아니 오늘은 그냥 테이블 잡으려구요...
흐흐 그러세요 그럼
오늘 제가 형 부킹은 책임지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MB가 사라지고
같이 온 친구와 나는
한 30분 쯤 부킹없이
맥주만 마셨다...
그때 웬 웨이터 하나가 내게 말을 건다.
'허영??' 누구지??
손님 팁 좀 주십쇼...
그는 다짜 고짜 팁을 요구한다.
형 제 담당은 2MB에요
그 인간 믿지 마세요...
여기 한국관에선 제가 짱입니다.
뇌파로 조정해서 이쁜 여자분만
손님 테이블로 데려 오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아이큐 430입니다...
뭐지?? 이 인간은??
내가 곤란해하고 있던 와중에
2MB가 나타나서
다른 웨이터들을 시켜
'허영'을 끌고 간다.
죄송합니다.
인근 병원에 있는 환잔데
어떻게 매일 우리 업소로 와서
깽판을 치고 끌려나가고 하네요
MB는 그 말을 마치고 또 사라진다.
부킹은 포기하고 있는데
MB가 웬 이모뻘 되는 여자분을 하나 데려와
내 옆에 앉히고
또 그 가느다란 눈으로
한번 웃더니 사라진다.
몇살일까??
이 아가씨...
아니 이 아주머니
아무리 봐도 이모뻘인데
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그네에요...
나.. 그네...
그녀는 오늘 좀 기분 안좋은 일이 있나보다.
표정이 별로 안좋다.
별로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부킹녀한테 기본 예의는 지키는게
내 모토였고
그녀와 나는 꽤 여러 잔의 술을 같이 마셨다.
사실 제 아버님은
여기 한국관 사장님이었어요...
그런데 일찍 돌아가셔서
잠시 제가 이 곳을 맡게 됐었죠...
근데 2MB 그 인간이
제게 접근했어요...
전 그때 외로웠고
MB를 믿었죠...
그에게 경영을 맡겼어요.
근데 정신차려보니 어느새
한국관은 그 녀석에게 넘어갔더라구요...
그녀는 울기 시작한다.
당황스럽다.
MB가 다시 나타나
웨이터를 시켜 그녀를 끌고 나간다.
아 여기 단골손님인데
주사가 좀 있으세요...
취하시면 항상 저렇답니다.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그는 또 사라진다.
역시 들리는 소문처럼
룸 손님에게만 신경쓰나 보다.
뭐 나도 오랜만에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들렸을 뿐
굳이 부킹에 욕심은 없다.
친구 녀석이 좀 투덜거리긴 했지만...
2시가 넘어가자 홀이 꽉 찬다.
변두리 나이트인데도 꽤 장사가 잘 되나 보다.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남자 4명이서 테이블이 없다고 MB한테 투덜거리고 있었다.
MB는 일단 그 넷을 다짜꼬자 테이블에 앉힌다.
아니 이러면 부킹은 어떻게 하냐고??
손님들이 또 투덜거리자...
MB가 웃는다.
제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MB는 갑자기 톱을 가져 오더니
테이블 한 가운데를 반으로 자른다.
자 이제 테이블은 2개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8분이 앉을 수 있을겁니다.
좋은 시간되세요~
그 넷은 술에 취했는지 좋다고 앉아 있는다.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어이가 없다 ㄷㄷ
시간은 어느새 새벽 4시를 넘어가고
아까 울고 나간 그네 이모 말고는
더이상 부킹은 없다...
부킹을 책임진다던 MB는 보이지도 않고
곳곳에 반으로 잘린 테이블 사이에서
웃고 떠드는 손님들이 보인다.
술도 좀 됐고
분위기 적응도 안되고
나는 친구와 조용히 나왔다.
한국관은 내가 오지 않던 사이에
조금 변한거 같다.
다시 이곳을 찾는 날이 올까??
몇 달 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MB는 그곳의 영업부장이 되서
한국관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클럽 'MB'로 바꿨다고 한다.
거기다 웨이터들에게 국제화 시대라며
영어를 쓰게 한다는 좀 이상한 이야기도 들린다.
뭐 어쨌든 상관없자나...
나이트가 부킹만 잘해주면 되지....
P.S : 그냥 주말에 심심해서 올렸습니다. 만약 거북하신 분 있으시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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