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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1/04/28 19:47:43
Name 추천
출처 https://www.fmkorea.com/best/1136432801
Subject [텍스트] 시인 뺨치는 치킨배달원의 감성 .txt
와이프가 가게하는데 거기 배달이나 도우면서 사는거
내 자존심이란건 원래 어디쯤 붙어있던건지 기억조차 나지않고
그저 일 끝내고 불꺼진 테이블위에 잔도 없는 소주병나발
꺼내놓고 멍하니 허공어딘가를 응시하다가 담배연기에 따가워진
눈을 껌뻑이며 눈비비면 눈시울이 벌개지는게 그저
손등으로 문질러댄 탓이겠거니
술은 쓰고달고 어때도 좋다
문드러진 가슴한켠 적실수만있으면 양잿물이라도
시원하지않겠나


내일도 추워진다하드라
패션이고 지랄이고 뜨신솜바지주워입고
이집저집 헤헤웃음팔며 전단지하나더 끼워넣은
음식봉지 밀어넣어주고 그집 잠깐열린 문틈으로
슬쩍 느껴지는 온기가 낯설다


내삶은 이거지
어디 내것이 있더라
내손지나간 온갖것들이 이제는 다 나를 외면한다
모퉁이가게 아줌마가 깡술먹지말라고
집어준 문어다리가 뭐라고 울컥해서
차마먹질못하고 찬장에 모셔줬다
누군가의 호의가 익숙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젠 문어다리가 뭐라고 감동받고 궁상이다


도시가 잔다
나를 이천년초반 어디쯤 떨궈놓고
세차게 달려가는 도시가 지금은 자고있다
나는 그 잠에 기대서 지난것들을 살피고있다
이게 나지.. 이게 내 삶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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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탐구자
21/04/28 19:51
수정 아이콘
[호의가 익숙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 부분만큼은 남 이야기 같지 않아서 훌쩍
우주나라시
21/04/28 20:05
수정 아이콘
이미 시인이네요
This-Plus
21/04/28 20:13
수정 아이콘
정상수 스타일로다가 찰지네요
살려야한다
21/04/28 20:20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kr/humor/418658

하지만 피지알에서는 가차없지
유자농원
21/04/28 20:57
수정 아이콘
정석적인 피쟐...
대문과드래곤
21/04/29 09:53
수정 아이콘
프로도 아닌데 이 정도 필력에 감성에 엄청난거같은데,, 굳이 모진 댓글 달며 일침이랍시고 으쓱 했을 사람들 더 한심하네요.
서린언니
21/04/28 20:27
수정 아이콘
자이언티가 랩하면 되게 멋있을거 같네요
리듬파워근성
21/04/28 20:27
수정 아이콘
와...
아이묭
21/04/28 20:34
수정 아이콘
저는
[어디 내것이 있더라
내손지나간 온갖것들이 이제는 다 나를 외면한다]

이 부분에서 펑펑 울고 갑니다
21/04/28 20:34
수정 아이콘
부풀었던 꿈들이 하나 둘 시들해져가는 나이가 되다보니 이게 내 자리인가 싶은 순간들이 찾아오더라구요. 내가 바라는 자리는 저 높은 곳에, 저 앞에 있는데,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결국 나에게 배정된 자리인가 싶은 마음에 울컥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이게 체념인가 싶고, 약해진다는게 이런건가 싶습니다.

지금보다도 더 어렸을 적에 형하고 술 마시면서 이거하고 저거할거야 라고 호기롭게 떠들어대던 기억들이 밤마다 이불을 차게 만듭니다.
Lord Be Goja
21/04/28 20:45
수정 아이콘
구동매
21/04/28 21:23
수정 아이콘
와 노래 너무좋네요 감사합니다
21/04/28 20:40
수정 아이콘
이제 나는 딸기향 해열제 같은 환상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21/04/28 21:08
수정 아이콘
도시가 잔다
나를 이천년초반 어디쯤 떨궈놓고

표현이 찰지네요.
60초후에
21/04/28 21:26
수정 아이콘
하우.. 지금 직장을 너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데.. 포기하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 어렴풋하게 그리는 모습과 비슷해서 슬프네요
이라세오날
21/04/28 21:27
수정 아이콘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도시가 잔다 라는 표현 보고 잠깐동안 멍해지더라구요
그 짧은 다섯글자 안에 들어가 있는 여러 감정을 맛보게 되서 순간적인 몰입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21/04/28 21:38
수정 아이콘
시대상 반영이 장난 아닌데요?
교과서에 나와도 되겠어요.
티모대위
21/04/28 22:21
수정 아이콘
이 글만 봐서는 글쓰는걸 직업으로 해도 될 정도라고 느껴지네요. 예전에도 봤지만 참 잘썼어요
21/04/28 23:12
수정 아이콘
굿
21/04/28 23:45
수정 아이콘
참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시 입니다.
21/04/29 00:12
수정 아이콘
따봉
interconnect
21/04/29 00:22
수정 아이콘
글쓴이의 상황에 개인적 감정이입이 된 점도 있지만, 제 기준으로는 엄청 잘 쓴 시로 느껴지네요.
아우구스투스
21/04/29 00:37
수정 아이콘
씁쓸하네요
MC_윤선생
21/04/29 02:24
수정 아이콘
와.. 직업이 시인 아닌가..
Cafe_Seokguram
21/04/29 12:29
수정 아이콘
글쓰는 걸 직업으로 해도 될 정도입니다...

혹시 모르죠. 이미 신춘문예로 등단했을지도요...
말랑요괴
21/04/29 22: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인의 필력은 아닌거같아요... 배달이라는 일이 문턱이 낮은것도 생각하면 아마 등단 준비 하시다가 꼬인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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