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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11/24 03:45:57
Name 이교도약제사
출처 FMKor
Link #2 https://www.fmkorea.com/3218231267
Subject [LOL] 용갤문학 DRX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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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이 미술관의 창고 안을 희미하게 밝힌다. 달빛에 의해 드러난 창고의 모습은 미술관의 화려한 겉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투박했다. 본래 칠흑 같은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심야의 창고지만 달빛에 의해 몇 점의 그림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단연코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그림 하나가 돋보인다. 그 아름다운 그림 앞에 한 남자가 서있다. 남자가 그림의 귀퉁이를 조심스레 매만진다. 관리 소홀로 인해 생긴 귀퉁이의 상처들이 느껴진다. 그 상처들이 다시 칼날이 되어 남자의 마음을 난도질한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아무 말 없이 그림의 귀퉁이만을 매만지던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 넌 이런 곳에 전시되어 있을 작품이 아니야. "]


남자는 화가다. 동시에 이 미술관의 관리인이다.

남자의 앞에 있는 그림은 무명 화가였던 그를 한순간에 스타 화가로 만들어준 그의 첫 걸작이었다.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관리를 맡았던 미술관에서 쫓겨날 때 함께 챙겨 나온 두 점의 그림 중 하나였다.

남자는 처음으로 몸담았던 미술관에서 쫓겨났을 때를 회상해본다. 자신이 일 할 새로운 미술관을 찾던 도중 중국의 한 대부호가 거금을 제시하며 이 그림을 팔라는 제안을 해왔었다. 당연히 팔았어야 할 만큼의 거금이었으나 지금 관장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이 미술관에 1년간 이 그림을 전시하기로 했었다.


'차라리 그때 팔았어야 했다...'


명화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 소중히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소유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 미술관의 관장은 명화를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림을 알아보는 눈은 있으나 그림을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할 뿐 그림을 소중히 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남자가 고개를 돌려 다른 그림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방금까지 보고 있던 그림을 포함해 다섯 점의 그림이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망할 뻔했던 이 미술관을 1년 사이에 손에 꼽는 인기 미술관으로 만들어 준 그림들이다.

[높디높은 산을 그려낸 그림]. 얼핏 보면 투박해 보이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느껴진다. 남자가 이전의 미술관에서 쫓겨날 때에 챙겨 나온 또 하나의 그림이었다.

[초원에서 평온하게 풀을 뜯고 있는 알파카를 그려낸 그림]. 이 그림은 세계 최고의 명화의 반열에 들었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세월이 지나 빛이 많이 바랬다.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그림이었다.

[농부들이 수확 중인 포도밭을 그려낸 그림. 처음 공개되었을 때만 해도 역대급 명화라고 평가되었지만 지금은 다소 평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평가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한 그림이다.

남자의 시선이 앞의 네 점의 그림을 지나 마지막 그림에게로 향한다. 이 그림은 남자의 두 번째 걸작이다. 그리고 다섯 점의 그림 중 유일하게 내년에도 남자와 함께 이 미술관에 남아 있을 그림이다. 앞선 네 점의 그림은 미술관이 가진 소유권이 곧 끝나지만 마지막 그림은 남자의 남은 계약기간 2년을 그와 함께 이 미술관에서 보내야 한다.

내년에는 이 그림을 중심으로 새롭게 미술관을 꾸며야 할 것이다. 하지만 관장의 지원이 시원치 않아 이대로는 올해 끌어올린 미술관의 실적을 유지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올해의 실적을 유지하지 못하면 그의 능력에 의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또 생겨날 것이다. 항상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남자도 이번에는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들이 남자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남자가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남자의 한숨이 차가운 창고 안을 맴돌다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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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소설을 쓰고 있네요 킄킄. 서글픈 DRX스토브리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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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ymaster
20/11/24 04:26
수정 아이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ongzhugaming&no=739386

이런건 원 출처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죠.

명작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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