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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12/06 16:27:13
Name 못된놈
Subject [유머] [펌]만우절 살인사건
지금 읽는중인데 재밌네욤

        

           만우절 살인사건


                                                                                               writtten by BOB




뎅..뎅..뎅..뎅......
자정을 알리는 괘종시계가 음울하게 12번 울었다. 육중한 소리가 파도처럼 퍼지며 가라앉은 실내 공기를 들썩 한번 들었다 놓았다. 족히 100년은 묵었음직한 고풍스러운 가구들로 장식된 거실의 한가운데 지름이 2미터정도 되는 거대한 인도네시아산 티크목을 통째로 한 켜 잘라서 만든 원형탁자가 있었고 그 주위에 5명의 남녀가 둘러앉아 있었다. 짙은 갈색 가죽시트가 씌워진 나무의자는 모두 6개였는데 그 중 한자리는 비어있었다. 조명은 벽난로에서 장작이 타면서 새어나오는 희미한 빛과 원탁 한가운데 놓은 샹들리에에서 나오는 어두컴컴한 촛불이 전부였다. 살아있는 벌레처럼 끊임없이 고물거리는 촛불은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다섯 사람의 코와 뺨에 선명하고 깊은 그림자를 아로새겨놓았다. 콜록..콜록..콜록..누군가가 터트린 자지러지는 기침소리가 살얼음 같은 적막을 깨뜨렸다.
“크큼..자 이제 시간이 되었으니 슬슬 모임을 시작해 볼까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초로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고풍스런 저택의 주인이자 오늘의 모임을 주관하는 미스터리 소설창작동호회 ‘노블리스’의 회장 송하춘교수였다. 지방대학의 국문학과 전임교수를 하면서 자비로 출판하는 미스터리 계간지의 편집장이기도 한 그는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모임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처음엔 정해진 명칭도 없이 그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한명 두명 모이다가 만들어진 이 모임에 붙은 ‘노블리스’라는 이름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발음 그대로 읽으면 '고귀한(Noblesse)'이란 의미도 되고 '소설다운 소설이 없다(Noveless)'라는 의미도 되었으며 한 칸 띄어 읽으면 '축복이 없다(NO Bless)'라는 의미도 되었는데 아무도 동의한 적이 없지만 어느새 노블리스는 이 모임의 정식명칭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회장림.. 아직 한명이 오지 않았는데요”

회장의 왼쪽에 앉은 공인주가 말했다. 통통한 몸에 바싹 달라붙은 베이지색 니트 차림으로 목에 걸린 아쿠아블루 색상의 작은 물병모양 팬던트가 상큼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H사립중학교에서 국어선생으로 5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그녀는 실제나이는 20대 후반이었으나 이제 갖 20이 넘은 듯이 보이는 동안의 소유자였다. 그러나 순진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그녀의 내부엔 남성들을 향한 맹목적이고 강렬한 분노가 감추어져 있어서 회원들 사이에선 그녀가 새로 쓴 미스터리 소설 속에서 남자주인공이 이번엔 어떤 획기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죽을 것인지가 반전 맞추기보다 더 큰 화젯거리일 정도였다.
“아까 조금 늦는다고 전화가 왔었어요. 한사람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으니 먼저 시작합시다. 신입인 주제에 정모시간에 늦다니, 이참에 회원정리를 싹 해버려야지 원.”
곤색 버버리체크 남방을 입은 박충훈이 더벅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공포영화 전문 시나리오 작가인 그는 언제나 원칙과 규범을 중요시 했다. 시나리오작업을 하는 틈틈이 쓰는그의 소설은 꼼꼼한 성격에 걸맞게 철저한 사전조사에 의한 탄탄한 배경설정이 특징이었다. 다만 자료조사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자료조사모음집인지 소설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게 그의 작품의 유일한 흠이었다. 단편소설을 장편소설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그의 소설은 초판 5000부가 모두 매진되었는데 구매자의 80%가 불면증 환자였다는 씁쓸한 조사결과도 있었다.

“자, 그럼 박충훈군의 의견에 따라 먼저 모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모임을 위해서 우리 조교인 지현양이 특별히 중국 절강성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녹차인 명전(明前) 용정차(龍井茶)를 준비했으니 편안하게 드시면서 이야기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충훈의 옆자리에 앉은 지현이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을 향해 멋쩍게 빠꼼 인사를 했다. 분홍색 손뜨개 가디건을 입은 아담한 미인형의 그녀는 송교수의 박사과정 대학원조교였는데 이미 시 쪽에서 신춘문예로 등단한, 한마디로 남성회원들에게 있어서는 부러움과 동시에 연모의 대상이었다. 콜록..콜록..콜록..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지현이 밭은 기침을 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연약했던 그녀는 겨울철만 되면 감기바이러스 환승역이라도 되는 양 기침이 끊이지가 않았다. 푸르릉..패앵- 곧이어 들려온 엄청난 코푸는 소리에 남자회원들은 차마 고개를 모로 돌려버리고 말았다.
“우리 노블리스의 회원들은 매달 한번씩 이곳에서 모여 정해진 주제에 따라 소설의 아이디어를 내고 기존의 형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플롯을 연구해왔습니다. 모임의 주제는 대개 운영진과의 사전협의를 통해서 결정되었지만 오늘은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4월 1일 만우절입니다. 그래서 감히 제가 독단적으로 오늘 모임의 주제를 ‘거짓말’로 정했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은 조용히 손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독단적이고 파쇼적인 송교수의 성격을 아는지라 손을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학교수라는 직업적 특성상 회원명부와 강의출석부를 종종 혼동하는 그였다. 감히 그의 뜻에 반대해 손을 들었다간 쥐도 새도 모르게 강퇴가 되는 수가 있었고 실제로 몇 명의 회원이 그런 식으로 삭제참의 이슬이 되어 회원명부에서 사라졌다. 반대하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송교수는 따끈한 용정차로 마른 성대를 축이고 말을 이었다.
“성공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관건은 바로 ‘거짓말’입니다. 범인은 어떤 거짓말로 혐의를 모면할 것인가? 작가는 어떤 거짓말로 독자들을 감쪽같이 속일 것인가? 미스터리소설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반전의 성패는 여기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제가 ‘거짓말’이니 만큼 각자 거짓말에 관련된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무서운 이야기이든 웃기는 이야기이든 어떤 내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인상적’이기만 하면 됩니다. 인상적인 정도의 기준은 청중의 반응에 달려있으며 청중의 반응은 이야기가 끝난 후 박수소리의 크기로 결정됩니다. 가장 청중의 호응을 많이 받는 이야기를 해주신 분에게는 특별히 제가 사재를 털어 준비한 100만원짜리 수표를 상금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상금은 오늘의 우승자에게 제가 직접 우편으로 부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어느 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송교수가 이 시선을 돌려 왼쪽부터 인주-충훈-지현-빈자리 순으로 훑어보았다. 100만원! 100만원! 100만원! 모두의 머릿속에 1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이 날개달린 위스퍼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문인의 자존심으로 궁핍한 생활을 참으며 살아온 그들이었지만 아무래도 100만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 지현의 머릿속에선 올 봄 신상품 카달로그에 실린 것을 보자마자 적금통장을 만지작거리게 만든 샤넬 선글라스가, 인주의 머릿속에선 변호사 남편을 잡았다고 뻐기고 다니던 영어선생의 실리콘 코를 납작하게 해줄 구찌 핸드백이, 충훈의 머릿속에는 IBM사에서 새로 나온 초경량 고성능 타블렛 노트북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나서지는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앞서 비교될 대상이 없으므로 소극적인 평가를 받게 마련이고 상금과 거리가 멀어질 확률이 높았다. 100만원이 탐나기는 하지만 그럴수록 섣불리 나설 수는 없었다. 고개 숙인 회원들의 하얀 정수리 가르마를 더듬던 송교수의 시선은 한 남성회원의 얼굴에서 딱 정지했다. 놀랍게도 그는 당당하게 얼굴을 쳐들고 회장의 두 눈을 늠름하게 쏘아보고 있었다. 송교수의 오른편에 앉은 그는 강남에서 대입 족집게 강의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학원강사 신한진이었다.  그는 항상 당당하고 남자다운 태도로 회원들의 믿음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갑자기 한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실은 누가 가장 먼저 고개를 드나 궁금해서 고개를 드는 순간 운 나쁘게도 송교수의 눈과 마주쳐버린 것이었다. 한진은 속으로 스스로의 참을성 없음에 쌍욕을 퍼부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듣기 좋은 중저음톤의 음색이었다.
“사실 제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뭐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어쩌면 다행인지도 모르겠군요. 이제부터 제가 말씀드릴 이야기는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이고 일부 회원분들에게는 심한 배신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노블리스 모임에서 오가는 모든 이야기에 대해서는 비밀을 엄수하기로 가입약관에 명시되어있지 않습니까? 가입약관은 74와 3중에 작은 수를 빈칸에 쓰는 일보다 엄중한 구속력을 지닙니다. 더군다나 노블리스는 문학창작 동호회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곳에서 오가는 모든 이야기는 ‘픽션’으로 취급됩니다. 따라서 노블리스 모임에서는 어떤 이야기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을뿐더러 우리는 회원이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개입하지 못합니다. 설령 그가 이야기하는 것이 실제로 저지른 ‘살인사건’이라고 해도 말이죠. 그러니 그 점에 대해선 염려 놓으셔도 좋습니다”
송교수의 설명에 순간적으로 좌중에 침묵이 흘렀다. 살인이라니. 그런 무서운 일을 실제로 겪은 회원이 존재하기는 할까? 안전하고 따뜻한 방에서 듀오백 의자에 앉아 세상의 끔직한 일은 혼자 다 겪은 양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 말고 실제로 차가운 단도를 움켜쥐고 칼끝이 상대의 갈비뼈에 닿아 부러지는 둔탁한 감촉을 느껴본 인간이 정말로 이 중에 있는 것일까?
“후후후 걱정 마십시오. 설령  당신이 화성 연쇄살인범이었다고 한들 제가 들고 있는 이 찻잔이 떨릴 일은 결코 없으니까요.”
충훈이 호르륵 차를 불어마시며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공포시나리오를 쓰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였다. 자료조사를 다닌답시고 전국의 이름난 흉가만 골라 다니며 혼자 침낭 속에서 잠을 자고 온 적도 있었다.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안심하고 말씀드리지요. 오늘의 주제가 거짓말이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는 이제껏 회원분들께 커다란 거짓말을 했습니다.”
자못 비장한 한진의 말에 좌중은 상체를 앞으로 15도 정도 기울이며 귀를 기울였다. 한진은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내서 주민등록증을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남성우월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입니다. 아무리 여성부가 생기고 페미니스트들이 설치고 다녀도 이 사실은 바꾸지 않습니다. 제아무리 실력이 있고 열정이 있으면 뭐합니까? 지삼대 출신의 여자가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주가 왼쪽에 앉은 충훈에게 ‘지삼대’가 뭐냐고 속삭이자 충훈이 ‘지방삼류대학’이라고 간단히 대답해주었다.

“그런 현상은 강남 학원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무리 졸업성적이 4.3점이고 토익이 950점이어도 여자가 전임강사로 발붙이기는 힘들었습니다. 그 바닥에서 여자가 인정받는 길은 단 하나, 바로 남장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분. 이 자리에서 그동안 제가 했던 거짓말에 대하여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사실 여자입니다.”
와장창! 갑작스런 소음에 좌중의 시선이 한곳에 쏠렸다. 바닥에 깔린 붉은 카페트 위에 깨진 비취색 찻잔 조각이 널부러져 있었다. 충훈이 들고 있던 찻잔을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던 것이다. 충훈의 손은 허공에서 찻잔 고리를 잡던 모습 그대로 굳은 채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뭐..뭐라고! 믿을 수가 없어! 당신이 어디로 봐서 여자라는 거야!”
“흥분하지 마시고 탁자위의 제 주민증을 확인해 보십시오. 그래도 정 못 믿으시겠다면 제 가슴을 직접 만져보셔도 좋습니다”
한진이 봉긋한 앞가슴을 들이밀며 말했다. 꼴깍..누구의 것인지 침 넘어가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저..정말인가?”
침묵을 깨뜨리는 예상치 못했던 목소리에 좌중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송교수였다.
“물론입니다. 단, 제 말이 사실일 경우에는 전자팔찌를 차실 각오를 하셔야 할겁니다”
“아..알겠네. 주민등록증을 보니 분명히 2로 시작하는구만. 자네의 말을 인정하지.”
한진의 당찬 어조에 송교수는 움찔 몸을 사렸다.
“자,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그럼 신한진군..아니 신한진양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생각하시는 회원분들은 박수를 쳐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짝...........짝.
상대를 비웃는 듯이 일부러 느린 박자로 치는 공허한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좌중이 돌아보니 열린 현관문 앞에 낯선 인물이 서서 물개처럼 성의 없는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바닥에 비친 그림자가 바나나맛 우유같이 옆으로 퍼진 뚱보였다.

“히히힛 이거 늦어서 미안합니다. 저는 신입회원 A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실명은 밝힐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이쿠, 저기 빈자리가 제 자리인가요? 이거 아리따운 아가씨 옆에 앉게 되어서 행운입니다 그려 히히히히..”
철컹..철컹..철컹...A는 절뚝거리는 다리에서 요란한 금속음을 내며 지현의 옆자리에 넉살좋게 가서 앉았다. 까만 뿔테안경과 두 눈만 빼고 얼굴 전체를 뒤덮고 있는 기름진 여드름. 게다가 임산부역을 맡은 희극배우처럼 부자연스럽게 튀어나온 똥배. 그의 실명을 알고 싶어 하는 여자는 한명도 없을 것 같았지만  정작 본인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여자회원들에게 ‘그냥 A라고만 불러달라’며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었다. 철컥..철컥..철컥...탁자 밑으로 드러난 그의 왼쪽다리에는 금속핀을 박은 보행 보조 장치가 달려있었는데 신체의 불구를 도구삼아 남에게 위협감을 심어주려는 속셈인지 노래방 탬버린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떨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A의 옆자리에 앉은 지현은 절망스런 표정으로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작은 소리로 ‘안돼여..안돼여..안돼여..’라고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지현의 앞자리에 앉은 인주가 안돼긴 뭐가 안돼냐고 속삭이자 다시 ‘안여돼..안여돼..안여돼..’하고 중얼거렸다.
“A군은 다음부턴 늦지 않도록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신한진군..아니 신한진양은 안타깝지만 이야기의 강도에 비해서 반응은  썩 좋지 않았군. 다만 거짓말을 고백한 자네의 용기는 높이 사도록 하겠네. 자, 다음은 누구차례인가?”
다시 먹잇감을 찾는 독수리 같은 송교수의 눈빛이 회원을 1초씩 한명 한명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송교수 자신을 기준으로 시계방향으로 인주-충훈-지현-A를 지나 한진의 가슴에서 2초를 머물너니 다시 반시계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다가 지현에게 딱 못박혔다. 그 이유라면 그녀가 휴지모퉁이를 도롱이모양으로 말아서 코를 후비다가 송교수의 눈에 딱 걸렸기 때문이었다. 콜록..콜록..콜록..팽~ 일련의 의식을 다시 반복한 후 지현이 입을 열었다.
“아이참, 저는 거짓말이란 주제에 대해서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저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해본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와아아아--짝짝짝짝짝짝!!!!!!!!!!!!
갑자기 요란한 함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지현은 예상치 못 한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지현양의 이야기가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냈군. 하지만 이 자리는 거짓말에 관한 일화를 말하는 자리이지 거짓말을 하는 자리가 아닐세. 따라서 큰 호응을 얻어내긴 했네만 자네는 일단 수상권에서 탈락일세. 자, 다음은 그 옆자리에 충훈군이 한번 재밋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나?”
하는 듯 마는 듯 지현을 지나 공을 넘겨받은 충훈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 킬패스를 넘겨받은 박지성처럼 특유의 당찬 어조로 단어들을 몰고 다니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릴 말씀은 만우절의 기원에 대한 역사적 고찰입니다. 요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껏 우리가 알아왔던 만우절의 기원에 관한 학설들은 모두 날조된 것이고 실제 만우절의 기원은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4월 1일은 만우절(萬愚節)입니다. 서양에서는그 날 속아 넘어간 사람을 4월 바보라고 하여 April Fools’ Day라고도 불리우죠.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분분하지만 16세기에 프랑스의 샤를9세가 새로운 달력법을 채택해서 4월1일을 신년으로 정했는데  그 소식이 말단백성들까지 전달되지 못해서 4월1일을 신년제의 마지막 날로 착각하여 선물을 주고받던 풍습을 조롱하던 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하지만 만우절에 관련된 이런 설은 근거 없는 소문에 지나지 않습니다. 최근 역사학계에서 떠오르는 가장 유력한 설은 바로 만우절의 인도기원설입니다.
인도에는 200∼AD 200년경에  만들어진 백과전서적인 종교경전이 있었는데 이 경전의 이름이 바로 '마누법전'입니다. 마누법전에는 우주의 개벽, 만물의 창조에서부터 설교하기 시작하여 인간이 일생을 통해 행하여야 할 각종 의례, 일상적인 행사, 조상에 대한 제사, 학문, 국왕의 의무, 민법 ·형법 ·행정에 관한 규정, 카스트 제도 등등 방대한 분야에 걸쳐 세세한 규정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6장의 347번째 줄에 운문형식으로 기록된 '라마누스 절기의 언어사용에 관한 규정'입니다. 인도 역법에서는 129,600년을 윤회의 주기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1월1일을 기준으로 12900시간째인 4월 1일을 '라파누스' 라고 해서 최고신 브라흐만의 창조력에 따라 새로운 우주창조의 주기가 시작되는 절기로 기념했습니다.
한 가지 기이한 점은 라파누스 절기에 인도인들 사이에선 서로 악의 없는 거짓말을 주고 받는 풍습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인도신화에 따르면 라파누스 절기는 브라흐만의 창조력 뿐만 아니라 그의 능력을 시기하고 방해하는 악신 '앙그라 마이뉴'의 활동이 활발해 지는 때이기도 했습니다.
언어로 세상을 창조하는 브라흐만이 '라파누스' 절기에 '세상에 장미꽃이 피어라'라고 말하자 중간역할을 하는 악신 앙그라마이뉴가 '가시덤불이 생겨라'라고 전달해서 세상엔 가시덤불이 넘쳐나게 되었습니다. 또 브라흐만이 '세상에 사랑이 넘쳐라'라고 말하자 역시 앙그라 마이뉴가 '세상에 시기와 질투가 넘쳐라'라고 전달하는 바람에 세상엔 시기와 질투가 넘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화가 난 브라흐만은 앙그라 마이뉴의 속셈을 눈치 채고 본래 의도와 반대로 '세상에 온갖 악이 판쳐라'라고 거짓말을 하자 앙그라마이뉴가 '세상에 사랑이 넘쳐나라'고 전달해서 비로소 세상에 사랑이 생겨났습니다. 또 브라흐만이 '세상아 바싹 메말라라'라고 말을 하니 앙그라 마이뉴가 '세상에 비가 내려라'라고 전달하는 바람에 세상에 비가 내려 새싹이 움텄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대 인도 사람들에게는 앙그라 마이뉴를 속이고 세상을 창조한 브라흐만의 지혜를 기념하여 라파누스, 즉 4월 1일에는 평상시와 달리 반대의 뜻을 담는 말, 즉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풍습이 생겨났던 것입니다. 이것을 명문화 한 것이 바로 마누법전은 6장 347행입니다.
마누법전의 '마누'는 달마대사의 불교전파를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면서 한역(漢易)되어 음차 되어서 '만우(萬愚)'로 되었고 '라파누스'는 '마누의 절기' 즉 '만우절'로 기념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만우절의 인도기원설입니다. 불교의 전파경로를 따라 중국을 거쳐 한국, 일본. 베트남,라오스 , 캄보디아 등지로 퍼져나간 만우절은 1960-70년대 동양사상에 관심이 지대해진 히피문화의 붐을 타고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April fool's Day'로 정착하게 되었죠. 하지만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서 무지했던 서양인들은 그 근원에 대해 온갖 추측을 했고 그때  만들어진 만우절의 기원에 대한 거짓말이 현재에까지 전해져 내려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충훈이 기나긴 설명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자 제대로 눈을 뜨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인주와 지현은 팔짱을 끼고 심사숙고하는 자세로 고개를 들 줄을 몰랐고 요란했던 A의 다리 떠는 소리마저 잠잠해져 있었다. 송교수 역시 2분의 2박자 리듬으로 허공에 해드뱅잉을 하면서도 교수로서의 마지막 체통을 지키고자 사정없이 감기는 눈꺼풀을 정신력 하나로 떠받치고 있었다. B면이 다 돌아간 카세트테이프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적막에 정신을 차린 송교수가 입가의 침을 닦고 말했다.
“자...잘 들었네. 역시 충훈군의 자료조사는 일품이군. 덕분에 강의시간에 조는 학생들의 입장을 잘 헤아려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네. 자네의 연구결과를 정리해서 역사학계에 정식으로 논문을 내보는 것은 어떻겠나?”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에게 있어 마누법전은 역사적 자료가 아니라 종교경전입니다. 종교란 믿는 것이지 논문을 작성하고 학술지에 싣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마누법전에 기록된 계명에 따라 살아갑니다. 마누법전 6장 359행 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브라흐만은 세상의 창조라는 선한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 따라서 라파누스에 행해지는 거짓말은 오로지 상대를 즐겁게 해 주기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만일 거짓말로서 상대를 해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는 앙그라 마이뉴의 저주가 평생을 함께 할 것이다.’ 저는 이 구절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아서 매 순간 이 말씀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특히 ‘라파누스’인 오늘은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럼 오빠의 지금까지 한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었단 말씀이신가요?”
그제야 잠에서 깬 인주가 흐트러진 머리를 포니테일로 질끈 묶으며 물었다.
“그건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겨두겠습니다. 시나리오에서건 소설에서건 저는 항상 열린 결말을 추구하니까요.”
충훈은 알듯 모를 듯 미소를 띄우며 말을 마쳤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상은 거짓말인지 진담인지 모호하게 함으로써 상품을 받으려는 속셈이었다. 앞서도 보았듯이 오늘의 모임의 주제는 ‘거짓말에 관한 일화’이지 ‘거짓말’ 자체가 아닌 것이다. 충훈이 스스로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순간 상품을 받을 자격이 박탈된다. 그렇다고 해서 ‘진실’이라고 말했다간 ‘거짓말’이라는 오늘 모임의 주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실로 제갈공명도 울고 갈 만 한  교묘한 꾀였다.
“어쨋든 충훈군의 해박한 지식에는 교수인 나조차 감탄을 금할 수 없었네. 만우절의 인도기원설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더 깊이 캐묻지 않겠네. 그보다는 이제 청중의 반응을 알아봐야겠군. 충훈군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는 회원분들은 박수를 쳐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짝...
제법 풍성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앞서 절정의 박수갈채를 받은 지현의 이야기를 압도하기에는 다소 부족했지만 지현이 수상권에서 탈락한 이상 이정도면 상금을 타기에는 충분할 것 같았다. 충훈의 여윈 뺨에 슬며시 썩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충훈군의 이야기가 상당히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었으므로 다음 분은 상당한 부담이 되시겠군요. 이제 인주양과 A군만이 남았습니다. 어느 쪽이 먼저 이야기를 해주시겠습니까?”
철컹! 송교수의 말이 끝나자마자 A군이 의족을 한번 굴렀다. 그런 식으로라도 관심을 끌려는 모습이 안쓰러워 지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흠흠 이제 제가 이야기를 해야 할 차례인 것 같군요. ‘노블리스’의 가입약관에는 분명히 ‘이곳에서 이야기되는 모는 것은 픽션으로 간주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요?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그렇게들 아시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장장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듯 A군은 벌써 반 너머 식어버린 용정차를 막걸리 처럼 벌컥 벌컥 들이마셨다. 꺼억- 요란한 트림까지 뱉어낸 그는 턱을 괸 손으로 뺨에 난 팥알 만 한 여드름을 문지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거짓말로 인해 발생한 살인사건입니다”
A군의 말 한마디에 좌중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살인사건이라니? 설마 피가 튀고 뼈가 꺽이는 그런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단 말인가? 낮에는 조직폭력배들의 뉴스에 분노하면서도 밤에는 프루나 창에서 ‘김선일 참수장면’을 검색하는 악마적인 호기심이 일순간 좌중은 휘어감았다.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은 제 왼쪽다리였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심한 열병을 앓고 난 이후 뇌성마비증상이 찾아왔는데 다른 부분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불행히도 왼쪽다리는 제 기능을 잃고 말았지요. 그 이후로 성장이 멈추었는지 오른쪽 다리와 길이차이가 많이 나서 이렇게 항상 보조장치를 달고 삽니다요”
철컹 철컹 철컹..다시 A군이 자랑스럽게 발을 굴렀다. 지현은 ‘다른 부분도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라고 말하려다가 그만 입을 꾸욱 다물었다.
“치아교정장치를 해 보신 분이라면 제 심정을 만분지 일 이나마 이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조장치가 없으면 돌아다니지를 못했으니 그 불편함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마치 뿔 달린 외계인처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저는 그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친구들의 놀림과 집단 따돌림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 실내화 속에는 압정이 종종 들어있었고 체육시간이 끝난 후 도시락 뚜껑을 열어보면 밥 위에 흙이나 유리조각이 뿌려져 있었지요. 그뿐인 줄 아십니까. 제가 앉는 책상에는 누군가가 칼로 ‘OOO 나가 돼져!’라고 새겨놓았고 어쩌다가 제 몸에 손이 닿은 녀석은 보란 듯이 화장실로 달려가서 비누로 손을 박박 닦곤 했지요. 책을 넣어두는 제 사물함에서 발견된 것은 목이 없는 닭, 내장이 도려진 고양이, 네 다리가 모두 잘린 강아지 등등 여러분이 상상하실 수 있는 모든 가축들이었습니다. 아, 물론 소 같은 건 빼고요. 정말이지 자살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을 만큼 고통스런 나날들 이었습니다. 일명 오타쿠라고 하죠. 밖에서 학대를 받을수록 저는 방문을 꼭 걸어 잠그고 에니메이션이라든지 프라모델 따위에만 파묻혀 살았습니다. 지금도 저희집에는 DVD. 만화책, 비디오테치프, 화보집 등등 제가 그때 수집해 놓은 자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쭉 그렇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있다던가요. 저에게도 인생의 빛이 찾아왔습니다. 살아가야할 이유가 생긴 것이지요.”
이야기를 듣던 지현의 눈에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고였다. 그에게 이런 아픔이 있었을 줄이야. 성격이 이상하게 변한 것도 어린 시절부터 반복되어 온 학대에 의한 것이었다니 지금까지 꼴 보기 싫었던 A에게 동정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대는 남녀공학이었던 고등학교 만화반에서 함께 활동하던 여자선배였습니다. 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여자였지요. 청순한 외모와 상냥한 성격, 전교 10등 안에 꼬박 꼬박 드는 우수한 두뇌 그리고 사생대회가 열리면 최우수상을 맡아놓는 뛰어난 그림실력까지, 우리학교는 물론이고 그 옆의 옆 학교까지 그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도 남몰래 그녀를 동경하긴 했지만 그것은 사춘기 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는 짝사랑일 뿐 설마 그녀와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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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_Couple
06/12/06 16:28
수정 아이콘
음.. 이게 사실이라면 조금 무섭군요.
쓰레기의 피나
06/12/06 16:38
수정 아이콘
아 너무 길어서 ... 다 못읽음
구경플토
06/12/06 16:39
수정 아이콘
호오...괜찮은걸요.
밀로비
06/12/06 16:41
수정 아이콘
왠지.. 마지막 장면은 유주얼 서스펙트같군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L = Lawliet
06/12/06 16:43
수정 아이콘
자, 이제 웃긴점을 찾아봅시다 ㅇ.ㅇ
하루빨리
06/12/06 16:47
수정 아이콘
회장림~~~ 회장림~~~
06/12/06 16:55
수정 아이콘
하핫 세 페이지 넘어가는 글 중 오랜만에 만난 재밌는 글이군요. 글빨도 상당히 안정되었고,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는 모르지만 8,90년대 국내 통속추리가 떠오르는 묘사와 적절히 가미된 통신어가 수준급입니다~=b
06/12/06 17:06
수정 아이콘
상당히 괜찮은데요... 예전에 통신망시절에 추리소설동호회 같은데 올라오던 단편소설들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수준급이네요 ^^
스타나라
06/12/06 17:08
수정 아이콘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A씨는 상금 100만원을 못받는다는거?^^;;;

재미있는 글이네요. 반전에 반전도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혹시... 내 수준이 낮은건가;;
Kyrie_KNOT
06/12/06 17:12
수정 아이콘
저에게는 솔직히 예상한 반전이었어요.-_-;;
06/12/06 19:07
수정 아이콘
호오 마지막꺼 까지는 예상못했는데.....
율리우스 카이
06/12/06 20:10
수정 아이콘
마지막 반전이 무슨 의미에요? A가 실제로 사람을 죽인것도 아니고 단지 연극해서 최고의 거짓말을 다룬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건가요? 그러나 송교수는 돈을 안줄거라는거? 왜 전 마지막 반전이 이해가 잘안되죠. 바보인가? 0 (글은 재밌네요.)
jjangbono
06/12/06 20:49
수정 아이콘
오우 처음엔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으니 재밌네요.
06/12/06 20:55
수정 아이콘
풉. 이거 쓴 분은 아마 저희 학교 출신일 듯합니다. 국문과 송하춘 교수님의 이름이 등장하는 데다 K대학교라....푸핫.
화염투척사
06/12/06 22:54
수정 아이콘
... 꾸미는데 든 비용이 백만원은 넘을것 같은데요 ㅡ.ㅡ;

정말같아 보이는 피부를 만드려면
06/12/07 18:05
수정 아이콘
글 정말 재밌네요...! 처음에 좀 지루하긴 했지만;;
이런 글 많은 사이트같은 곳은 없나요?
그나저나 저렇게까지 할 정도로 100만원을 원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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