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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8/07/05 15:47:45
Name 피카츄백만볼트
File #1 조선시대_군관_편지.jpg (52.6 KB), Download : 30
출처 루리웹 유게+ 정창권 고려대 교수님 해석
Subject [기타] 조선시대 군인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 (수정됨)


나신걸의 편지는 현존하는 최초의 한글편지로 1490년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443년 한글이 창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지방에 사는 일반 평민층이 한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이 편지는 2011년 대전시 유성구에 있는 안정나씨 문중의 분묘를 이장하던 도중 한 여인의 목관에서 발견되었다.

편지에는 ‘나신걸의 아내 신창맹씨’라고만 적혀 있고, 이름은 밝혀있지 않았다. 그 편지는 고향인 회덕 근처에서 근무하던 군관 나신걸이 갑자기 북쪽 지방인 함경도 종성으로 전근을 가면서 집에 있는 아내 신창맹씨에게 보낸 것이었다. 평소 그녀는 남편의 사랑이 듬뿍 담긴 이 편지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던 듯하다. 때문에 그녀가 죽자 목관의 머리맡에다 고이 넣어 주었던 것이다. 우선 그 편지의 주요 내용을 함께 살펴보자.

“논밭은 다 소작을 주고 농사짓지 마소. 내 철릭 보내소. 안에다 입세. 봇논(洑) 모래 든 데에 가래질하여 소작 주고 절대 종의 말 듣고 농사짓지 마소. 내 헌 비단 철릭은 기새(인명)에게 주소. 그 옷을 복경이(인명)한테 입혀 보내네. 가래질할 때 기새 보고 도우라 하소. 가래질을 다하고 순원이(인명)는 내어 보내소. 부리지 마소. 꼭 데려다 이르소. (중략). 내 삼베 철릭이랑 모시 철릭이랑 성한 것으로 가리어 다 보내소. 분과 바늘 여섯을 사서 보내네. 집에도 다녀가지 못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울고 가네. 어머니와 아기를 모시고 잘 계시오. 내년 가을에 나오고자 하네. (중략). 안부가 몹시 궁금해 계속 쓰네. 집에 가서 어머님이랑 아기랑 다 반가이 보고 가고자 했는데, 장수가 자기 혼자만 집에 가고 나는 못 가게 해서 다녀가지 못하네. 이런 민망하고 서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군관에 자원하면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네.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을 구태여 가면 병조에서 회덕골(집)로 사람을 보내 잡아다가 귀양 보낸다 하니, 이런 민망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니 가려 하다가 마지못해 함경도 경성으로 군관이 되어 가네. (중략). 논밭의 온갖 세납은 형님께 내어달라 하소. 공물은 박충의댁에 가서 미리 말해 바꾸어 두소. 쌀도 찧어다가 두소. 고을에서 오는 모든 부역은 가을에 정실이(인명)에게 자세히 차려서 받아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인명)가 슬기로우니 물어보아 모든 부역을 녹송이가 맡아서 처리하라 하소. 녹송이가 고을에 가서 뛰어다녀 보라 하소. 쉬이 바치게 부탁하라 하소.”

정창권 고려대 초빙교수

좀더 현대식 말투로 해석

논밭은 다 소작 줘버리고 당신은 농사 짓지 마. 종이 꼬드겨도 당신 농사 짓으면 안돼.
아, 봇물 있는 논에 모래가 꼈을텐데 그거 가래질 해야 하는데 기새(아들 이름)한테 거들라고 해
그리고 내 옷 좀 보내줘. 안에 껴 입어야겠어. 내가 입던 헌 비단 옷은 보낼테니까 기새 한테 물려 줘.
바늘 여섯개 사서 보낸다. 이번엔 휴가 짤려서 집에 못가. 짜증난다....눈물이....
어머니랑 애들 데리고 잘 있어. 내년 가을에 휴가 나갈께.
(중략)

상관이 지는 가족 보러 집 가면서 나는 못가게 해. 뭐 이런.....
군인이 되고 나니깐 뭐 내 맘대로 안되네. 내가 만약 박박 우겨서 집에 가면
병조(국방부)에다가 보고해서 우리집으로 헌병 보내 잡아서 영창 넣는다네.
어쩔수 없이 함경도에서 뺑이 쳐야 함.

(중략)

논밭에 세금 붙는거 납부하는거는 복잡하니까 일단 우리 형한테 내달라고 해.
현물 필요하면 박충의댁 가서 바꾸고.


조선시대에도 변함없던 군대의 부조리함(...)과 본인은 함경도로 발령나가면서도 아내는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 사랑에
뭔가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이 군인은 이 편지 이후로도 25년을 더 살았다고 하니 다행히 살아서 아내랑 보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편지에 나오는 소작줘라, 종, 뭐 이런 표현에서 드러나듯이 무과 합격한 사람으로 요즘으로
치면 직업군인이니 조선시대 기준 완전 평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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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핀폐인
18/07/05 15:54
수정 아이콘
휴가짤린 군인의 딥빡..
강동원
18/07/05 15:55
수정 아이콘
자기는 손에 흙 묻히지 마.
캬...
다람쥐룰루
18/07/05 16:01
수정 아이콘
갓종대왕님...
사스가 그때도 역시 헬조선의 군대...
이시대의 진정한 로멘티스트...
여명의설원
18/07/05 16:08
수정 아이콘
갓종대왕님..
메가트롤
18/07/05 16:09
수정 아이콘
그글자
18/07/05 16:16
수정 아이콘
킹글
신분을 떠나 일반 여성도 한글을 읽었다는 거에서 어마어마..
이부키
18/07/05 16:17
수정 아이콘
신분은 대충 중인쯤 되는 것 같군요. 그리고 직업군인이니 한글이라도 글자를 익힌건 놀랍지 않은데 아내가 글을 읽을 줄 알았다는게 놀랍네요. 역시 갓종대왕님...
전자수도승
18/07/05 16:1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저분이 대충 부사관 짬 좀 찬 분 정도가 되려나요
그래도 이집트 모 청년마냥 4천년 전에 쓴 연애편지 발굴돼서 쪽실리는 것보단 내용이 평이하네요
지니팅커벨여행
18/07/05 20:24
수정 아이콘
군관이라 했으니 지금으로 치면 장교교, 당시 부사관의 명칭이 장교입니다.
본인만 집에 갔다 오고 자기를 못 가게 한 사람을 장수라 칭하고 있으니 상관은 대대장이나 그 이상일 것 같고, 이 사람은 중대장 쯤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Zoya Yaschenko
18/07/05 16:31
수정 아이콘
상관이 지는 가족 보러 집 가면서 나는 못가게 해 크크크
역시 고조선!
통풍라이프
18/07/05 16:5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삭제(벌점없음), 분란 조장하는 댓글입니다
홍승식
18/07/05 17:19
수정 아이콘
조선 초기인데도 여자가 한글을 읽을 수 있었다니 정말 대단하네요.
18/07/05 17:44
수정 아이콘
읽을 수 있을수도 있고, 기새가 읽어줬을수도 있고....
미카엘
18/07/05 17:56
수정 아이콘
찡하네요.
18/07/05 18:00
수정 아이콘
순원이는 일 못해서 짤린 듯? ㅠ
롯데닦이
18/07/05 19:20
수정 아이콘
걘..안되 쓰지마
미네랄은행
18/07/05 19:25
수정 아이콘
저땐 무슨 맞춤법 이런게 없었을테니 성인이면 정말 순식간에 익혔을것 같네요.

편지 내용을 보나 잘 보관해서 자신의 관에 넣어둔걸보니 금슬이 엄청 좋았겠네요. 아들 기새한테 돈까스 먹으라고 엽전 좀 쥐어줬을듯.
18/07/05 19:42
수정 아이콘
https://pgr21.co.kr/?b=10&n=142341
이에 버금가는 400년전 원이엄마의 편지가 있습니다.
18/07/05 19:54
수정 아이콘
원글도 찐하지만 이건 정말 강하네요 ㅠ
아점화한틱
18/07/05 20:15
수정 아이콘
ㅠ 왜 사람을 울리고그래요 뜬금없게 ㅠㅠ
브라이언
18/07/05 21:51
수정 아이콘
눈물 나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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