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곳인 www.mlbpark.com(엠팍, 메이저리그 관련 커뮤니티) 불펜(자유게시판)의 '이름따윈없다'님의 경험담입니다. 원작자 허락을 받고 퍼왔습니다.
간만에 너무 웃었네요. 죄송하지만 다른 곳에는 퍼가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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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 지나?
여전히 햇살은 따갑게 내리쬐고, 노출된 피부가 걱정되고, 눈이 부시지만... 이젠, 그늘에 서면 서늘한 기운을 조금은 맛볼수 있습니다.
찢어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서서히 귀뚜라미들의 울음소리가 커져가던, 그런 늦여름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뭐,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매미의 울음소리와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는 거 만큼 자주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니, 그보다도 적은 확률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여자 취했습니다.
친구들과 진탕 마시곤 취해서 내게 연락해준 이 여자가 고맙습니다. 날 믿어주고, 내가 생각났다는게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술취하지 않으면 연락하지 않는 그녀 때문에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여느 취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점차 상대하기 힘겹습니다.
다행히, 이 여자 주사는 평범합니다. 했던말을 또하고, 또하고, 다시하고, 아까 했던말에 흥분했던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하고 흥분하고, 아까 했던말에 눈물지었던 것처럼, 똑같은 말을 하고 다시 눈물 짓습니다. 또 아까 했던말에 웃었던 말을 다시 하곤, 다시 웃습니다. 그리고 혀가 자신의 의지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시작합니다.
"... 그래소~ 그 오빠가 3년전에 나항텡 겨론하자꼬 했는데~ 내가 시타코 해짜나~ 그땡 내카 마냐게 누쿠랑 켜론하게 대면~ 이름이랑 하꺼라고 해짜나~ 내가 왜 그때 크러케 마랬는지 나토 모르게써~"
"3년전에 내가 만나자고 하면 맨날 튕겼잖아"
"... 크래쏘? "
"응... 그리고 이 얘기 지금 4번째 하는거 혹시 알아?"
"...너 지큼 나 치해따코 무시하니? 유남땡? 하하하"
"아니, 혹시나 몇번째 같은 이야기 하는지 니가 궁굼해 할까봐"
"...채썹써 이름"
몇번의 이젠 집에 들어가자는 내 말을 무시하고 체내 알콜수치를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처음에 듣고는 슬펐던 이야기들이고, 처음에 듣곤 그녀의 직장생활이 힘들어 보이고 걱정되었었지만. 서서히 피곤해 집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녀가 지쳐서 집에 데려다달라고 하길 기다렸습니다. 그때 이 늦은 시간에 그녀에게 누군가 전화를 했습니다. 그녀의 전화기가 울립니다.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 웅~ 나 치큼 이름이랑 술한잔 해요~ "
"워~"
" 엄마가 너 바꿔달래 "
"워워~~"
" 받어~ "
어릴적부터 뵈어온 분이긴 하지만, 그리고 평소 나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은 분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렇게 당신의 딸래미가 만취한 상태에서 전화를 건내 받으니 긴장되었습니다.
내 목소리가 신뢰도 높은 성우의 그것과 비슷하길 간절히 기도하며 곧 그녀를 집에 데려가겠다고, 그리고 살짝 내가 이렇게 먹인게 아니라고 변명도 섞어가며 이야기하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 핑계를 팍팍대며, 내 입장을 완강히 표현하며 설득해서, 결국 그녀를 알콜의 천국에서 탈출시키는데 성공했습니다.
힘들었습니다.
가녀린 몸매의 그녀였지만,자신을 잘 가누지 못하는 그녀는 최소한 쌀반가마 이상의 무게를 지닌, 70%가까이 액체로 이루어진 흐느적거리는 물자루에 가까웠습니다.
다행히... 간혹 손끝에 닿는 평소 상상할수 없는 그녀의 신체부위를 스치며 힘을 내고, 약간의 땀을 흘렸지만. 안전하게 그녀의 집앞까지 데려다 주는 미션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문을 열려는 찰라 그녀의 어머니께서 문을 여십니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 분주한 소음에 당신의 딸이라 생각하시고 문을 여신듯 합니다.
약간의 당황함을 단숨에 숨키고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의 딸을 여기까지 모셔오느라 조금은 피곤했다는 연기를 할려는 찰라...
"엄마~ 이름이가 내 몸 막 만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