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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07 14:12
근데 사실 진지 좀 먹자면
창작물에서는 현실보다 더 엄밀한 개연성이 요구되기는 하죠. 현실에서야 많은 일들이 우연히 일어나고 해결되기도 하지만 창작물에선 그래선 안되니...(엄근진) 전 너의 이름을을 아직 안봤기 때문에 너이름이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7/01/07 14:30
사실 서로 반할 만한 이유는 영화 내에서 다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리플에서 옮겨온 것이지만 첫째로 잘생기고 예쁜(ㅡㅠ), 둘째로 주변인들과의 인간관계와 반응을 보건대 분명 좋은 사람인, 셋째로 그 사람과 얼마간의 시간 동안 부정기적으로 하루 웬종일(어떤 의미에서는 두 개의 몸으로 둘이 함께 있는 것보다도 더) 가까이 지낸, 넷째로 세상에서 셋도 없고 넷도 없는 단둘만의 특별한 고립 상황(서로 상대방의 몸에 갇힌다는)에 처한, 다섯째로 그런 상황에서 휴대폰 메모 기능으로, 노트로, 때로는 몸으로(!) 온갖 시시콜콜한 감정들을 교환한 청춘 남녀라는 점에서요.(스포는 아니고 예고편과 시놉만 봐도 대강 알 수 있는 부분들이에요)
진지하게 말하자면 현실만 놓고 보더라도 저 부부의 말처럼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정말로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단지 그 계기가 일상 속에 깊게 녹아들어서 차근차근 쌓아올려진 것일 경우에는 사랑을 자각한 뒤로도 명확한 계기를 떠올리기 어려울 뿐이죠. 하다못해 첫눈에 반했다고 해도 첫인상이라도 이유가 될 것이구요 흐흐
17/01/07 14:34
제가 본 추리 소설 중에 제일 어이 없고 당황스러운(아니, 입장 바꿔 생각하면 완전 말이 안 된다고 하기도 어렵지만 아무리 그래도 직관적으로 좀) 살해 동기는 여학생이 수학여행에서였나, 자신이 자위 하는 것을 남선생에게 들켰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어서...였네요 크
17/01/07 14:38
제목이 무엇인지 어떤 작가가 썼는지 안 밝힌 채로 가능하다면 직업을 바꿔서(이를 테면 보험 판매원이 살해 당한 거면 우체국 택배원이 살해 당한 거라는 식으로) 말씀해주실 수는 없나요? 흐흐;;;; 이것보다도 더 말이 안 되는 거면 뭔지 정말 궁금해지네용
17/01/07 14:40
아... 맞아요 흐흐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것만 기억했는데 아마 맞을 것 같습니다. 거기 나오는 히로인이(살인한 애 말고) 오타쿠적인 감성으로 봤을 때 맘에 들었었던 기억이 나네요.
17/01/07 14:41
그래서 괄호 바깥에서는 어이 없고 당황스럽다고 썼고 괄호 안에서는 완전 말이 안 된다고 하기도 어렵지만이라고 썼습니다 크
진지하게 따지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이런 걸 소설의 동기로 쓰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네요 흐흐
17/01/07 17:52
이건 다르죠 흔한 막장드라마들은 법적으로 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니 그런거고 막장드라마도 단순히 사랑의 계기가 충동적이고 우발적이다란 이유로 막장소리 듣는건 아니죠. 사랑은 원래 그런게 맞으니까요
17/01/07 18:08
다른 이유로도 막장소리 듣지만 막장소리 듣는 이유중 큰 부분이 개연성 없는 전개 때문이죠.
갑자기 신혼여행간 사람이 불량배한테 떠밀려 벽에 머리를 부딪혀 죽는다거나 웃찾사를 보고 빵터져서 웃다가 죽는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분명 죽는 이유를 그려주고 충분히 그 이유로 죽을수도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 그게 설득이 안되면 막장전개 소리 하거든요. 살면서 인과관계가 뚜렷한 일보다 어쩌다보니 일어나는 일이 더 많지만 그건 현실이고 작품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든 영화든 애니든 만화든 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도 그걸 개연성있게 그려내서 작품에 몰입시키고 보는 사람이 그럴수 있다라고 생각할수있게 만들어야지 원래 그런거야라고 하는건 좀 별로네요.
17/01/07 18:15
저는 그런 다른 일들이랑 사랑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도 다른 일들은 충분히 개연성 있게 일어나고 해결이 되고 설사 그렇지 않아도 작품 속에선 그래야겠지만, 사랑만큼은 저런 식으로 다뤄져야 그게 오히려 개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연인들에게 사랑은 딱히 이유를 찾을 수가 없는데 일어나는 것에 가깝고, 오히려 작품 속에서 남자가 이러저러한 3가지 이유 때문에 여자를 좋아한다. 이렇게 서술이 되면 음 뭐지 저건..?할 것 같고 오히려 감정을 제대로 못 담아낼것 같아요. 사랑 말고 강렬한 미움 같은것도 비슷하구요
오히려 이유 없고 조건 없는 우발적 사랑이야말로 현실적인 사랑이니까요.. 전 그게 오히려 현실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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