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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6/10/22 23:17:35 |
Name |
카발리에로 |
File #1 |
i13356505991.png (2.69 MB), Download : 36 |
출처 |
DC SKT T1 갤러리 |
Link #2 |
http://m.dcinside.com/view.php?id=lolt1&no=443717&page=2&recommend=1 |
Subject |
[LOL] 벵기 헌정 단편 - 창을 쥔 오른손 |
지난 1년 간 많은 이야기를 들어 왔다. 팀을 도울 뿐 팀을 이끌 수는 없다. 15년의 영광을 후광처럼 둘렀을 뿐인 2류 선수다. 메타에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정글러다.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성웅은 몸서리쳤다. 날 선 비판을 거짓으로 만들기 위해 그는 매일같이 연습했다.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다친 손목이 삐걱여도, 스프링 시즌과 MSI 우승의 영광을 바라보기만 했을 때도, KT 롤스터에게 팀이 무너지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 성웅의 팀은 월드 챔피언십 4강까지 올라왔다. 상대는 오랜 라이벌인 락스 타이거즈. 세트스코어는 1:2. 한 걸음만 물러나면 기적처럼 이어졌던 여정도 끝이었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아직 성웅은 자신의 부활을 온전히 증명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시 한번 선수석에 앉았다.
밴 목록에 하나둘씩 이름이 새겨졌다. 고릴라의 미스 포춘. 페이커의 신드라. 스멥의 제이스. 페이커의 라이즈. 그리고 쿠로의 아우렐리언 솔. 다음은 뭐냐. 성웅은 가라앉은 눈으로 화면을 보았다. 레드 사이드는 거의 항상 니달리를 밴했다. 과연 락스 타이거즈의 선택은 무엇일까.
마지막 밴 카드가 올라왔다. 카시오페아였다. 너 니달리 못하잖아.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이어서 관중들이 탄식했다. 방만한 밴픽으로 니달리를 열어주었다고, 성웅이 니달리를 고를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웅은 오른손을 꽉 쥐었다.
호성이 물었다.
"코치님. 뭐 할까요?"
코치 대신 성웅이 답했다. 망설임 없이.
"니달리."
정적. 진심이냐고 묻는 듯한 동료들의, 코치의 시선. 너무하다 싶었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니달리를 열어준 것부터가 실수였고 성웅은 공식 경기에서 니달리를 쓰지 않았다. 차라리 성웅의 오랜 친구인 렉사이나 엘리스를 고르는 것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니달리를 윤왕호에게 쥐어줄 수는 없었다. 그의 니달리는 언제나 매섭고 날카로웠다. 그러니 성웅이 해야 했다. 할 수밖에 없었다.
"풀렸잖아. 가져와야지."
호성이 니달리를 클릭하자마자 관중들이 환성을 터뜨렸다. 그에 호응하듯 화면 속의 니달리가 으르렁거렸다.
─야생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주지.
성웅은 생각했다. 야생으로는 부족하다고. 협곡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피식 웃었다. 올라간 입꼬리가 창끝처럼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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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팩트 날조와 꼬치 미화가 섞여들어가 있으니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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