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모두가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유머글을 올려주세요.
- 유게에서는 정치/종교 관련 등 논란성 글 및 개인 비방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Date 2016/06/03 20:40:47
Name Anthony Martial
출처 http://m.clien.net/cs3/board?bo_style=view&bo_table=park&wr_id=46874523
Subject [텍스트] 38개월 딸과의 대화
38개월 딸이 한 9시쯤에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더니 산책을 하자고 하더군요.
저도 옷을입고 따라 나섰고 아파트 단지 내 통닭집앞을 지나가며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딸 : 아빠 저거 뭐야?

나 : 응 통닭파는거야.

딸 : 왜? 왜 팔아?

나 : 사람들 사 먹으라고.

딸 : 왜? 왜 사먹어?

나 : 지원이 통닭 좋아해?

딸 : 응

나 : 좋아하는 음식을 사먹는거야.

딸 : 왜? 왜사먹어?

나 : 맛있는 통닭을 먹고싶은데 집에 없으니까

딸 : 왜? 왜 집에없어?

나 : 집에 먹을걸 안사놓으면 없지

딸 : 왜 안사놓으면 없지야?

나 : 냉장고에 먹을걸 넣어놓고 배고플때 꺼내서 먹는건데 통닭이 없어서

딸 : 왜? 왜 통닭이 없어?

나 : 통닭을 안샀으니까

딸 : 왜 통닭을 안샀어?

나 : 집에서 해서 먹는거보다 사먹는게 더 맛있거든

딸 : 왜? 왜 사먹는게 맛잇거든이야?

나 : 집에서 만들어 먹는거보다 사먹는게 맛있는 음식이 있어

딸 : 왜? 왜 사먹는게 맛있어?

나 : 먹어보면 맛있어

딸 : 그래


(잠시 침묵)

딸 : 근데 왜 통닭이야?

나 : 닭을 통째로 튀겨서 통닭이야.

딸 : 왜? 왜 통째로 튀겨?

나 : 닭을 자르지 않고 튀기는거야.

딸 : 왜 안잘라?

나 : 통째로 튀겨야 보기에 맛있을 수 있거든. 그런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딸 : 왜? 왜있어?

나 : 아빠는 김치 그냥 먹고 지원이는 씻어먹지?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른거야

딸 : 왜? 왜 달라?

나 : 그걸 개성이라그래. 은우랑 지원이랑 똑같이 생겼어?

딸 : 아니

나 : 사람은 생긴것도 다르고 좋아하는것도 다 다른거야.

딸 : 왜? 왜 달라?

나 : 세상에 똑같은건 하나도 없는거야. 원래 그런거야

딸 : 왜? 왜 그런거야?

나 : (화제전환. 커피 집 앞에서) 지원아 주스 먹고싶어?

딸 : 아니 거기로 가지마

나 : 알았어 먹고싶으면 말해

딸 : 왜? 왜 말해?

나 : 그래야 아빠가 지원이 주스먹고 싶구나 알 수 있지

딸 : 그래

(잠시침묵)

딸 : 근데.. 할머니 어딨어?

나 : 할머니 아까 저녁에 우리집에서 저녁 드시고 어디 가셨어

딸 : 언제와?

나 : 일 다 보시고 오신댔어. 아빠도 언제오는지 몰라

딸 : 할머니를 찾아야겠어

나 : 왜?

딸 : 할머니 추우니까

나 : 지원이 지금 추워?

딸 : 아니 난 안추워

나 : 할머니도 안추울거 같은데?

딸 : 아니야 할머니는 추워

나 : 지원아 오늘은 집에 가고 할머니한테는 전화할까?

딸 : 응 전화해

(할머니와 스피커폰으로 전화연결)

딸 : 할머니

할머니 : 오 지원이 무신일이야?

딸 : 할머니 추워요

할머니 : (밖이라 잘 못알들으심) 그래 지원아 알았어

딸 : 할머니 춥다구요

할머니 : 지원아 뭐라고?

딸 : 할머니 추워서 안돼요

할머니 : (못 알아 들으심) 그래 지원이 안녕

딸 : 할머니이~~~이↑ ↓ 추! 워! 요!

할머니 : (못 알아 들으심) 지원아 나중에 봐~

나 : 오마니. 지원이가 할머니 보고 싶대요. 언제오세요?

할머니 : 지금 가고 있어

나 : 그럼 집 앞 놀이터에서 잠깐만 더 놀고 있을게요. 얼굴이나 보고 가죠 뭐

할머니 : 그래 이따가 보자

(전화 끊음)

딸 : 안되겠어 할머니를 찾아야겠어

나 : 할머니 금방 오신대

딸 : 저기가 할머니 집이야

나 : 우리 놀이터에서 할머니 기다릴까?

딸 : 그래

(놀이터로 걸어감)

딸 : 아빠 나 다리가 쪼금 아파

나 : 안아줄까?

딸 : 그래!

(걸어가는 길)

딸 : 나 주스먹고싶어졌어

나 : 그래 먹자

딸 : 주스집으로 가

나 : 그래 (블루베리 바나나 주스 주문)

딸 : (테이블에 앉으며) 아빠 이리와 우리 얘기좀 해

나 : 그래. 여기 주변에 이쁜것들 많은데 둘러보고 있어봐

딸 : 왜? 왜 이뻐?

나 : 여기는 손님들이 와서 뭘 먹는데라 이쁘게 꾸며야해

딸 : 왜? 왜 꾸며야해?

나 : 지원이는 집이 막 어지럽고 더러운게 좋아 아님 깨끗하게 좋아?

딸 : 깨끗한거

나 : 다른사람도 깨끗하고 이쁜게 좋아. 그래서 이쁘게 꾸며놓은거야

딸 : 난 이게 가장 좋아 (타이포 이미지로 가득 찬 액자를 지목)

나 : 왜? 액자가 왜좋아?

딸 : 그냥 좋아

나 : 왜? 액자가 왜 좋아?

딸 : 액자가 좋아서

나 : 그래

(음료수 나옴)

딸 : 아빠 이거 왜 마셔?

나 : 지원이가 주스 먹고싶다고 해서 아빠가 사온거야

딸 : 왜? 지원이가.. .어.. 지원이가.. 어
왜 주스먹고싶다고 그랬어?

나 : 지원이가 목이 말라서 먹고 싶었나봐

딸 : 근데 아빠 주스 왜 사왔어?

나 : 지원이가 먹고싶다고 했으니까

딸 : 맛있어

(잠시 주스를 빨아먹음)

딸 : 아빠도 먹어봐

딸 : 맛있지?

딸 : 맛있다고 말좀해봐

딸 : 맛있지?

(밤중에 찬거 많이 먹으면 배아플까봐 크게 쭉 빨아들임)

딸 : 아~ 아~ 아~ 다먹으면 안돼

나 : 아니야 다 안먹어. 맛있어서 그런거야

딸 : (빨대 입에 닿는 부분을 손으로 만짐)

나 : 지원아 여긴 손으로 만지는거 아니야

딸 : 왜? 왜 만지면 안돼?


이후 빨대 입에 닿는 부분을 왜 손으로 만지면 안되는지
왜 카페의 문이 열려 있는지
왜 놀이터에 사람이 없는지 심도깊은 대화를 나눴고...
할머니를 만나 끝내 들어가서 토마토까지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왜 벌레를 밟으면 안되는지에대한 한바탕 대화 후
집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한참을 걸린 덕분인지 어젯밤은 잘 자더군요.
오늘저녁도 해 봐야겠어요

=============================================

왜? 왜 해봐야 해?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6/06/03 20:43
수정 아이콘
태엽감는새
16/06/03 20:43
수정 아이콘
왜냐면...쌩쌍
자루스
16/06/03 20:44
수정 아이콘
그놈의 왜?!
딸이 말이 터지기 시작하니까...
옛 연애시절 왜에? 가 생각이 나면서 아아아악~!
여자들은 왜? 왜인가?
16/06/03 20:47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옛날 생각 납니다.
애들은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은지^^;
CoMbI COLa
16/06/03 20:48
수정 아이콘
귀엽네요. 물론 제 딸이 아니라서 귀엽습니다.
하카세
16/06/03 20:51
수정 아이콘
딸 : 액자가 좋아서에서 집요하게 왜로 공격해보고싶네요 크크... 역으로 왜를 받으면 어떻게 반응하나요?
yangjyess
16/06/03 20:53
수정 아이콘
흐뭇
자루스
16/06/03 20:56
수정 아이콘
그런데 따님 이름이 똑같네요....
The Essay
16/06/03 20:57
수정 아이콘
전 아들만 하나라서 딸 있는 아빠들이 너무 부럽습니다.

애교도 많고 조잘조잘 얘기도 많이 한다고 하네요

우리아들은 질풍노도의 시기가 다가온듯한 겁없는(?) 초4라서...

예쁜 부녀지간 같아서 흐뭇하네요~
16/06/03 21:00
수정 아이콘
아빠 여기에 우리 대화한거 왜올렸어???
16/06/03 21:01
수정 아이콘
뭔가 훈훈하네요

끝까지 대답 해주는 자세가 정말 멋지십니다!
16/06/03 21:01
수정 아이콘
딸 : 난 이게 가장 좋아 (타이포 이미지로 가득 찬 액자를 지목)
나 : 왜? 액자가 왜좋아?
딸 : 그냥 좋아
나 : 왜? 액자가 왜 좋아?
딸 : 액자가 좋아서
나 : 그래

이부분 반격하려다가 실패하신건가요 크크
일간베스트
16/06/03 21:03
수정 아이콘
이런대화가 엄청 중요하다고 하더군요...잘봤습니다.
16/06/03 21:04
수정 아이콘
욕보셨습니다 지원이아버님..
16/06/03 21:04
수정 아이콘
이런게 하루면 괜찮은데 날마다 이러는거 아닌가요 (...)
뱃사공
16/06/03 21:08
수정 아이콘
why not?
16/06/03 21:10
수정 아이콘
으어...전 못받아줄거 같아서 애안키우고 결혼도 '안'하겠습니다!
못하는거 아님 ㅠ.ㅠ
달달한고양이
16/06/03 21:18
수정 아이콘
저 읽는데 쫌 눈물났어요 크크크 애 낳을때가 된겐가....
16/06/03 21:23
수정 아이콘
아 자신이 없어진다..
Soul Tree
16/06/03 21:26
수정 아이콘
저런 질문에 대답을 잘 해줘야 아이의 지적 발달에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요?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빠독이
16/06/03 21:41
수정 아이콘
저걸 다 기억하심 건가 덜덜
16/06/03 21:45
수정 아이콘
상상만해도 너무 귀여운데요..... 물론 애 생기면 저걸 하루같이 이겨내긴 어려울 것 같은데... 퇴근할때 아이 생각이 넘나 간절할 것 같아요.... 유머(?)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으면서 봤습니다.(아 웃으면서 봤으니 유머겠군요 하하...)
오하영
16/06/03 21:45
수정 아이콘
그냥 보면서 빙구 웃음 지었네요 히히히
메피스토
16/06/03 21:46
수정 아이콘
전 어린왕자를 읽는 기분이었어요...
Knights of Pen and Paper
16/06/03 21:52
수정 아이콘
저희 딸인줄.....

심지어 요샌 잔소리도 합니다. ㅠㅠㅠ
미카엘
16/06/03 22:23
수정 아이콘
크크 반격 실패한 곳에서 현웃 터졌습니다.
16/06/03 22:55
수정 아이콘
으잌크크크 같은 스킬로 반격해도 상성상 대미지가 안들어가는군요 크크크
쩌글링
16/06/03 23:00
수정 아이콘
반격 수시로 시도해 보지만 안 통합니다. 안 해본 분들은 몰라요.
파랑파랑
16/06/03 23:04
수정 아이콘
귀엽 ㅠㅠ
16/06/03 23:26
수정 아이콘
아 너무 귀엽네요 크크
근데 제가 저런 입장이 되면 저렇게 침착하고 차분하게 대답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마이러블리걸즈
16/06/03 23:48
수정 아이콘
와 진짜 귀여워요!!!
이런 거 보면 결혼하고 싶어지네요..ㅠㅠ
수면왕 김수면
16/06/04 12:00
수정 아이콘
몸으로 대화하는 아들 vs. 모든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딸. 누가 더 나은가...
16/06/19 22:34
수정 아이콘
지원이 너무 귀여워요ㅜ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315101 [기타] 책에 불을 질러라! [1] JUFAFA5573 17/10/29 5573
314283 [유머] 실제 판매됐던 골 때리는 발명품 20선 (몇개는 사고 싶어지는..) [22] 한박9728 17/10/16 9728
313522 [유머] 노크온을 사랑하는 LG전자 [24] 홍승식10755 17/10/02 10755
313319 [유머] (영어, 이미지) 진정한 친구들 [4] OrBef9119 17/09/28 9119
309582 [서브컬쳐] 다시 꿀잼된 웹툰 [14] 탄야9774 17/07/23 9774
308522 [유머] 1억 2천만원짜리 당근 [40] 이쥴레이13170 17/07/05 13170
308514 [게임] 게임보이 머그컵 [7] VKRKO5570 17/07/05 5570
308099 [유머] 편의점 판매물품의 상태가... [4] 홍승식9066 17/06/28 9066
307191 [유머] 이래서 오뚜기 오뚜기 하는구나 [8] tannenbaum11041 17/06/11 11041
306473 [서브컬쳐] 여동생이 원조교제를 하는 것 같다 [17] lenakim18689 17/05/28 18689
302352 [유머] 한밤 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 보니~ [11] 길갈11380 17/03/07 11380
301195 [방송] 소방관 라면의 법칙.gif [20] ezconv19797 17/02/17 19797
292995 [기타] 달리는 냉장고 [10] 좋아요6798 16/10/02 6798
285946 [기타] [2ch괴담]안 좋은 소문이 도는 집 [24] 물범6749 16/07/29 6749
285600 [유머] 정체성에 혼돈이 온 루리웹... (2) [7] 캬옹쉬바나6829 16/07/27 6829
282087 [연예인] [데이터 주의] 오늘 인기가요 공승연 + 트와이스 합동 무대 예정... [6] evene9978 16/07/03 9978
281752 [연예인] 이연복셰프 [25] 달라이라마13057 16/06/30 13057
280655 [연예인] 냉부 트와이스 정연 "아빠는 한식 경력 20년 유창준셰프" (데이터) [33] 달라이라마15064 16/06/21 15064
280578 [연예인] [트와이스] 다리 부상중인 정연이가 Cheer up 엔딩에 참여하는 법 (데이터 주의) [11] evene15534 16/06/20 15534
280054 [방송] 냉장고 두개 동시에 드는방법 [13] 반복문8500 16/06/16 8500
279739 [연예인] [트와이스] 정연 : 저는 사슴고기가 (제일 맛있었어요) [19] 홍승식8750 16/06/14 8750
278404 [텍스트] 38개월 딸과의 대화 [33] Anthony Martial8587 16/06/03 8587
277789 [유머] 냉장고에서 물통이 떨어졌는데.jpg [19] 김치찌개6609 16/05/29 660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