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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5/09 08:38:27
Name orbef
Subject [유머] 연재 - 중첩(8. 광란)
연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여의나루역이 25000 볼트의 교류전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알고보니 1500볼트의 직류를 사용하더군요. 25000 볼트의 교류전원은 통신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그것으로 공진기를 무력화하려던 원래 생각이 틀어지면서 잠시 혼자 난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냥 '우기기'로 줄거리를 막 쓰고싶진 않거든요. 결과적으로는, 원래 계획보다 좀 더 액션스러운 장면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다음주부터 기말고사 기간인지라, 당분간 연재 속도는 약간 늦어질 듯 합니다. 일주일에 2편정도는 올릴 생각입니다만, 애초의 약속보다 많이 느려져서, 제 글을 기다리시는 분들(20분은 계신듯 합니다 ^^)께 죄송하네요.

그럼 궈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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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들이 믿지 못할 것들을 보아왔어.오리온 좌 근처에서 불에 타던 전함도 보았고, 탄호이저 게이트 가까이서 어둠 속에 빛나는 C-빔의 불빛도 보았지. 그 모든 기억들은 이제 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빗 속의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 블레이드 러너


Chapter 8. 광란

5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역사 아래쪽에서 두명의 남녀에게 둘러싸인 지석이 나타났다. 20년 넘게 같이 살아온 동생이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은 지영으로서는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석의 표정은 그녀가 평생 알아왔던 평소의 동생 그대로였다. 그 3명이 계단 아래쪽에 도착하자, 정진만이 계단을 올라왔다.

“이제 내려가시죠?”
“제가 내려가는 동시에 동생은 위로 올라가도록 해주세요. 어차피 당신들한테 필요한 사람은 나잖아요?”
“그건 맞아요. 하지만 당신을 처리할때까지 동생분이 얌전히 기다린다는 보장이 없는 관계로, 일단은 당신 먼저 내려가 주셔야겠어요. 어차피 제 말을 그냥 믿는 것 이외에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요.”

그렇게 말하며 정진은 자신의 코트 안쪽을 살짝 보여주었다. 모델명이야 당연히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그것이 총이라는 것은 알아볼 수 있었다.

“저번이야..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지만, 이젠 어차피 시끄러워진 듯하니 이걸 쓸 생각도 있어요. 그러니 그만 떠들고 따라오세요”

그녀의 말마따나 지영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아직 상진이 부탁했던 10분은 되지 않았지만 지영은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영민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가려고 했지만 ‘다행히도’ 지영의 부러진 손가락을 건드렸고, 지영은 아프다는 핑계로 영민을 뿌리칠 수 있었다.

계단의 맨 아래까지 내려온 지영은 역사를 살짝 둘러보았다. 매표소 옆의 움푹한 공간에 씨아가 기둥을 기대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동생은 비록 겁에 질려있었지만, 누나의 표정을 보며 뭔가 짐작한 듯 조용히 그녀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씨아의 앞 10미터정도까지 다다른 지영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 개찰구쪽으로 달렸다. 뭔가 날카롭게 소리지르는 씨아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개찰구의 평행바를 넘어 플랫폼쪽 계단으로 달려가는 지영을, 곧 2명의 정화원들이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을 따라 곧 씨아와 진호도 지영의 동생을 끌고 쫓아오기 시작했다.

‘ - 공진기를 통한 명령체계를 유지하려면, 그들은 서로간에 멀리 떨어질 수 없어요. 따라서 지영씨가 플랫폼으로 도망간다면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일단은 쫓아와야 하고, 결국은 전부 따라와야 할겁니다. – 가 상진씨의 생각이었지. 그럴듯한데?’

계단의 아래에 다다른 지영은, 약속대로 북쪽 진입구쪽에 앉아있는 상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마치 노숙자처럼 벤치에 널부러져 있었고, 그녀는 더 이상의 주저함없이 그쪽으로 내달렸다. 그녀의 뒤를 쫓아오는 정화원들은,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해야한다는 부담때문에 지영만큼 빨리달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씨아와 진호가 계단 아래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정진과 영민은 이미 지영을 바짝 뒤쫓아 북쪽 전동차 진입구에 이르른 상태였다. 그순간 자리에 앉아있던 상진이 바닥에 놓아두었던 강철 체인을 들고 일어났다. 체인은 상당히 두꺼웠고, 그가 잡고있는 쪽은 두터운 헝겁으로 휘감겨있었다.

”이봐 너희들, 이게 뭔지 알아?”

일이 틀어질 경우의 도주를 위해, 씨아는 정화원들과 일행이 아닌것처럼 보이도록 약간 뒤쪽에서 쫓아가고 있었다. 그때문에 그녀가 상진의 의도를 눈치채는 데에 아주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했었고, 그녀가 자신의 정화원들에게 ‘거기서 도망쳐’ 라고 외치기 전에 상진은 체인을 선로 천장쪽의 전력선에 던져 걸 수 있었다.

전력선에 체인이 걸리자 상진은 곧 손을 놓았고, 체인의 끝자락은 바닥 레일로 떨어졌다. 곧 철제 체인과 선로 사이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눈으로 볼 수는 없었지만, 스파크에 이은 열로 인하여 체인 조각들이 녹아서 튀어나왔고 이후에서 서너번, 중간 부분이 녹아 떨어질 때까지 굉음과 함께 강한 섬광이 번쩍였다. 2~3초 후 역사의 누전차단기가 작동하면서 비상등을 제외한 모든 조명이 꺼졌다.

즉시 상황을 깨달은 씨아를 제외한 다른 3명의 정화원들은 처음에는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이내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당황하는 정화원들 사이로 상진은 지영의 동생에게 소리쳤다.

“야! 너도 싸워!”

상진의 외침을 듣고서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자신이 당장 무엇을 해야할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던 지석은 진호의 복부를 가격했다. 진호는 이미 정화원이 아니었다. 전동차의 전력선으로 부터 뿜어져나온 네번의 전자기 펄스로 인해 공진을 통한 제어는 풀려버렸고, 돌아온 그의 의식은 63명의 기억 중 어떤 것을 자신의 메인 데이타베이스로 잡아야할지 몰라서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제법 건장한 진호였지만 이래서는 승부가 안된다. 지석은 그의 배를 걷어차 쓰러뜨리고, 이미 목적은 없으면서도 지석을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진호의 목을 밟아 짓이겼다.

“아아아아아아악! 아악!”

전력선에 더욱 가까웠던 정진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인간의 눈에서 한꺼번에 그정도의 눈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것도 육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적 고통만으로.

반면에 영민은 분명히 파동의 영향권 안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미 난장판이 된 이상 더 이상 숨길 것이 없다고 판단한 영민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곧바로 상진에게 달려들었다. 30살을 넘긴 이후로 운동다운 운동을 해본적 없는 데다가 발목까지 다친 상진은, 원래는 16살 팔팔한 젊은이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죽이려는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의 싸움은 단순한 권투시합과는 다르다. 영민이 휘두르는 칼에 바로 오른팔을 다치긴 했지만, 상진은 영민의 팔을 잡아채는데 성공하였고 둘은 엉켜 넘어지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영민아, 이리와!”

그 와중에도 3명의 변화를 침착하게 지켜보며, 영민만큼은 발광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챈 씨아가 다급히 말했다.

“지금은 여기까지! 일단 이곳을 벗어나자.”
“안돼요! 저 개자식들이”
“이제 그만!”

전력선에서 튀던 섬광과 파이프가 녹아 떨어지는 굉음에 잠시 물러섰던 주변의 시민들은, 조명이 꺼지자 비명을 지르면서 개찰구로 밀려갔고, 씨아는 영민을 앞세우고 인파에 섞여 역을 빠져나갔다. 3 대 2라고는 하지만 손가락이 부러진 여자와 발목을 삔 남자, 좀전까지 납치당한 상태였던 남자로 이루어진 세명은 쫓아갈 수가 없었다.

“누나 괜찮아?”
“어, 너도 괜찮니? 어디 좀 보자.”
“저사람들 누구야? 아는 사람같던데 어어어.. 비켜 누나!”

지영의 뒤편에서 나타난 것은, 급격히 상승한 혈압을 못이켜 터져버린 안구의 혈관에서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리는 정진이었다. 이미 수십명의 기억과 인격이 엉켜 하나의 개체로 돌아갈 수 없게된 정신은, 머리 속이 터져나갈 것 같은 고통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미 무엇이 자신의 기억인지도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그 와중에 지영의 모습을 본 순간 그녀가 자신의 고통의 원인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가 품에서 총을 꺼내는 짧은 시간동안, 일단 누나를 옆으로 밀쳐낸 지석은 본능적인 판단으로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어차피 총을 가진 상대로부터 도망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그건 올바른 생각이었겠지만, 상대는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었고 그것이 지석의 불행이었다. 몸이 포개지고 상대에게 발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정진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석의 목을 온 힘을 다해 물어뜯었다.

“으어아아아그으으으…”

지영이 급히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그녀를 지석으로부터 떼어냈지만, 뒤로 물러난 정진의 입에는 한웅큼의 살덩이가 물려있었다. 그녀는 다시 지영에게 달려들고자 했지만, 지영의 행동이 더욱 빨랐다. 지영은 그녀는 선로 아래로 밀쳐버렸고, 떨어지면서 하필 레일에 후두부를 충돌한 그녀는 서너번의 경련 후 움직임을 멈췄다.

“지석아 괜찮아? 잠시만 참아, 잠시만 참아”

하지만 지석의 동맥은 이미 끊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소리치는 누나를 바라볼 경황도없이 허우적거리며, 대여섯번에 걸쳐 자신의 피를 그녀에게 뒤집어씌운 후 이내 숨이 끊어져버렸다.

“지석아! 안돼!”

그때, 피가 멈추지 않는 오른팔을 움켜쥔 상진이 지영의 어깨를 잡았다.

“이곳에서 도망가야 해요”
“저리 꺼져! 당신 때문이잖아!”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그래도 우린 도망가야해요. 저놈들이 어떤 놈들인지 알잖아요!”
“시끄러워요! 지금이라도 경찰한테 신고하겠어요.”
“경찰은 도움이 안돼요. 누구든 저놈들의 표적이 되면 다 마찬가지에요. ‘수신자’인 당신과, 이미 공진을 한번 겪고 살아남은 나밖에 서로 믿을 사람이 없어요.”

경찰에 대한 상진의 언급은 다시 한번 분명한 거짓말이었지만, 지영으로서는 그것을 알아챌 수 없었다. 그녀는 동생의 시체를 남겨둔 채 상진을 따라 어두운 역사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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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aeTo[HammeR]
06/05/09 09:59
수정 아이콘
저왔습니다~ 오.. 액션신이네요! OrBef님의 글은 제가 좋아하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합니다. 혹 님도 그 작가를 좋아하시는지.. 무튼 이번에도 1등리플인가요? ㅋ
06/05/09 10:53
수정 아이콘
베르나르 베르베르씨야 지존급이죠. 저를 그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주시니 지나친 칭찬이시네요 ^^
06/05/09 10:56
수정 아이콘
20명중 제가 들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언제쯤 연재 종료 되나요? 전 주로 종료되면 한번에 몰아 읽는 편이라... ^^*

아무튼 기대기대 하며...
06/05/09 11:08
수정 아이콘
^^ 3~40편 정도로 쓸 계획입니다. 약간 길어질 수는 있고, 짧아질 것 같진 않고 그러네요.
06/05/09 15:23
수정 아이콘
20명 중엔 저도 있어요.ㅡㅡ)a(다소 띄엄띄엄 읽긴 하지만)
06/05/09 15:54
수정 아이콘
애공 괜한 소리를 했네요. 정말로 20명이더라도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
GaRaeTo[HammeR]
06/05/09 16:55
수정 아이콘
전문적인 지식이 가미된 소설은 처음엔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수 있으나 한번 호기심을 가지면 파고들게 돼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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