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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29 06:14:03
Name orbef
Subject [유머] 연재 - 중첩(5. 꿈을 꾸는 아가씨)
유머가 아니니만큼 많은 조회수는 애초에 안바랬지만, 리플이 워낙에 없으니 재미있게 봐주시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계신지 알 수가 없네요.

-> 여기까지 리플 구걸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36부작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회까지 제목을 달아놨고 줄거리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미 정해져있지만, 아직 8부까지만 작성해놓은 상태이고..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을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 많이 죽을겁니다. 그건 약속드릴 수 있죠 ) 그리고 질문이 하나 있어요. 지금까지 주요 등장인물은 한명 빼고 모두 나왔고, 이 사람들로도 줄거리를 끌고나가는데 큰 지장은 없을 듯 합니다. 하지만 사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면, 분명히 연관되는 사람의 수는 훨씬 많겠죠. 그래서 제 심정적으로는 몇명을 더 등장시키고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단편 소설에서 너무 등장인물이 많으면 보기에 난잡한 것도 사실이죠. 소설을 처음 써보는 바, 지금의 등장인물 수가 적절한지, 5명정도 더 나와도 무난할지 의견 좀 부탁드립니다. 물론 그들은 주요 인물이라기보다는 4~5부 정도에 걸쳐서 주인공들을 도와주거나 방해할 인물들이겠죠.

-> 이상, 소설 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드리는 협조 요청 공문이었습니다.

그럼 이만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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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학자의 철학 강의를 1년 과정으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분의 사상이 철학적으로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끝내 이해할 수 없지만, 상대성 이론을 인용하면서 ‘그래서 사상에는 상대적인 따뜻함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라고 한다던지, 혼돈 이론을 인용하면서 ‘그래서 만물에 대한 완벽한 파악은 불가능한 것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결국 철학자도 과학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위안은 받을 수 있었다.

Chapter 5. 꿈을 꾸는 아가씨

‘분명히 너는 수신자가 아니야. 혈액 샘플을 스캐닝 해봐도 네게는 그런 재능이 없을 뿐더러, 내 개인적인 육감으로도 넌 절대 아냐. 말을 해! 누가 수신자지?’
‘내가 그걸 말하던 말던 넌 날 죽일거잖아?’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얼마나 고통스럽게 죽을지는 너의 대답에 따라서 달라지겠지’

2명의 남자와 한명의 여자가 나를 땅바닥에 누르고 있다. 머리가 눌려서 앞을 볼 수는 없지만, 내게 말을하는 여자의 목소리는 그 내용과는 달리 너무나 차분하다.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둘 다 모두 죽느니 하나만 고통스럽게 죽지 뭐’

라고 내가 대답한다. 일부러 브루스 윌리스같은 건방진 말투로 말했지만, 사실은 너무나 무섭다.

‘아.. 그런 의미가 아니야. 어차피 너희 둘 다 죽는 것은 똑같아. 그 과정이 다를 뿐이지.’

앞의 여자가 가방에서 뭔가를 꺼낸다. 바닥에 내려놓은 그것은 도대체 용도를 알 수는 없지만 분명히 무슨 전기 기기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나한테는 17번 정도의 공진이 가능한데, 그중 한번을 너한테 쓰는 것은 매우 아까워. 그렇지만 뭐 할 수 없지. 너한테 육체적인 고통을 조금 줘서 대답을 들어봤자, 네가 진실을 말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때 내 뒤에서 날 누르고 있던 남자가 끼어든다. 나이가 제일 많은 것으로 보아 이 그룹의 리더같다고 생각했지만, 그들간의 대화를 듣고는 곧 완전한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정도 시간동안 공진이 가능한지 검사를 안해봐도 되나?’

앞의 여자가 대답한다.

‘애초에 정화원 우선 대상자들인 너희들한테 큰 것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너희들이 내 기억을 망각하는 속도는 정말 놀랍군. 공진이 아예 불가능한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아. 이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의지력이 뛰어난 사람이더라도 5분 정도는 공진시킬 수 있어. 그리고 이 경우에 중요한 것은 공진이 되느냐 안되느냐야. 5초라도 공진을 할 수 있다면 내가 이남자의 기억을 읽어내는데에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어쨌든.. 이남자가 공진이 끝나고 나서 미쳐버릴지, 자기 의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쪽이든 일단 뒷 수습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난 아마 2분정도는 움직이지 못할거야.’
‘점점 기절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보면, 분명히 너도 한계에 가까운가보네’
‘할 수 없지. 일은 일이니까. 그럼 시작한다’

그리고는 강렬한 고통이 밀려들어왔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었다.

‘아아악!’

학생들의 과제물을 채점하다가 깜빡 졸고있던 지영은 소리를 지르며 꿈에서 깼다. 너무 생생한 꿈이어서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앞에 있는 물컵을 잡아보려고 했지만, 결국 물컵마저 떨어뜨렸다.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곧 자신의 그런 감정이 익숙하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이정도의 강렬한 꿈을 그녀는 꾸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원숭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잘 아는 사람.

‘박상진씨’

상진의 회사 전화와 셀폰은 완전히 불통이었다. 지영은 바로 경찰에 신고할까 생각도 했지만, 본능적으로 이런 일은 경찰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꿈에서 유괴현장을 봤다는 일을 믿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수신자라는 개념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꿈에서 상진이 그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떠올리던 사람은 지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가 – 실제로는 상진이 - 느꼈던 고통은.. 분명히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앞에 서있던 여자의 말로 판단할 때, 공진이라는 일이 끝나고 나면 그들이 상진을 어떻게 할지도 명백했다.

무엇보다도.. 겨우 세번 만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을 지키려는 이유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가 죽어야만 한다면, 한명만 죽는 것이 옳다.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한다면 그는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영은 무작정 차를 몰고 상진의 병원으로 출발했지만, 그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꿈에서 본 그 일이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만이 희미하게나마 느껴졌다.

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즈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녁 8시 반이었으니 누가 있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주차장에 놓여있는 레조가 지난번 저녁식사때 상진이 몰고왔던 차라는 것을 그녀는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미 그들이 왔다는 뜻이다.

‘지영아 침착해라. 그들이 몸값을 요구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살해해버리려는 것이면.. 그렇게 멀리 갔을리가 없어. 자.. 지영아 니가 꿈에서 뭘 봤지?’

주차장에서 나온 지영은 눈을 감고 자신이 꿈에서 본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려고 노력했다. 밤.. 어둠.. 야경.. 분명 상진은 그곳이 어디인지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

‘납치당한 사람이 그런 생각도 안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이남자야! 아니지.. 침착해라 지영아.. 왜 생각을 안하고 있었을까? 납치당한 사람이라면 그런게 제일 궁금한 법 아닌가? 자.. 분명히 어느 건물의 옥상이야.. 그다지 크진 않은.. 평범한 건물. 주변보다는 약간 높고.. 하지만 고층건물은 아닌..근데 왜 고민을 안하고 있었지? 자기가 아는 곳도 아니었을 텐데.. 아는 곳!’

그녀는 자신의 뒤를 돌아봤다. 상진의 병원은 8층짜리 세원빌딩 중 7층에 있었다. 그리고 옥상에는 어렴풋이 두어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옥상 문을 열자, 3명의 남녀가 서있고, 어떤 여자와 상진이 바닥에 엎드려 신음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꿈에서 직접 그들의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그들이 꿈에서 상진에게 이야기하던 사람들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그만둬요! 그를 놓아주세요. 그러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어요!’

입구문만 살짝 열고 건물 안쪽에서 그녀가 말했다. 셀폰을 귀에 바짝 붙인채였다. 옥상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가 하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그 문이 건물 안쪽에서 잠글 수 있다는점은 지영에게 유리했다. 진호와 정진은 잠시 서로를 돌아보더니 의외로 순순히 지영의 앞까지 상진을 부축하고 온 뒤, 지영이 상진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섰다. 부축하는 사람이 사라지자 상진은 바로 다시 엎드려서 바닥에 대고 구토를 했지만, 의식은 되찾은 것 같았다. 지영은

‘쫓아오지 말아요! 쫓아오면 신고할거에요’

라고 말하며 실내로 들어가는 비상구로 상진을 부축하고 들어갔다. 바로 문을 걸어잠근 후, 그녀는 자신의 셀폰으로 119를 눌렀다. 경찰서의 번호는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미처 통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그녀의 뒤에서 일어난 상진이 그녀를 덮쳤다.

‘우웁! ..왜?’

상진은 그녀의 목을 더욱 세게 조르며 말했다.

‘이단자. 개인적인 감정은 없지만, 신전의 비밀은 이단자들이 알아서는 안돼요. 미안합니다 지영씨’

의식이 흐려져 가는 와중에서도, 목을 조르면서 존대말을 쓴다는 자체가 개인적인 감정이 없다는 증거로 충분하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지영의 머리를 스쳤다. 몸을 뒤틀려고 노력하던 중 둘의 다리가 얽혔고, 본능적으로 그녀는 다리를 힘차게 굽혀 상진의 낭심을 걷어차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분명히 정확히 가격했는데도 상진의 손은 약해지지 않았다.

‘삶에 대한 미련이 없으면, 고통도 공포도 없다.. 불교의 가르침인가요?’

상진이 말했다. 하지만 지영은 마지막 힘을 다해서 그의 다리를 걸고 같이 계단으로 굴러 떨어지는 데 성공했다.

한편 옥상에서는 영민이 씨아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누나, 괜찮아?’
‘당연히 괜찮지 않아. 수신자가 누구인지 알았어. 그녀를 잡으러 가자. 그 남자는 처리했나?’
‘그게.. 아마 그녀가 누나가 말하는 수신자였나보군. 지금쯤 박상진 아저씨가 처리했을거야. 어떻게 알았는지 그사람을 구하러 왔더라고. 어차피 상진 아저씨도 지금은 우리편이니까 데려가라고 보내줬지.’
‘뭐라고? 그걸 말이라고 해?’
‘왜? 최소한 5분은 통제할 수 있다며? 아직 3분도 안됐어. 곧 처리하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거야.’
‘수신자 급의 사람이 옆에 있으면 얘기가 다르단 말이야!’

씨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공진의 후유증으로 그녀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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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잉
06/04/29 06:30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5명정도 더나와도 복잡하진 않을거 같네요.
GaRaeTo[HammeR]
06/04/29 06:48
수정 아이콘
안녕하세요~ 저를 기억하실지..쿨럭.. 5명정도가 나와도 복잡하진 않겠지만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름이 비슷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ㅠ 제가 수호지를 읽다만것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인물에 대입되는 성격이라든지.. 그런것이 이름을 봤을때 실시간으로 정보들이 머릿속에 생각나지 않아서거든요..(워낙 글 읽는 스타일이 성격이나 의도를 파악하고 나서 캐릭터에 젖어드는 타입이라서...) 아무튼 잘 보고 있습니다 ^^ 다음화 기대할게요~
06/04/29 07:29
수정 아이콘
^^ 리플 감사 흑흑흑

가래토님/
아.. 그건 맞아요. 저도 수호지 108영웅 스타일은 짜증나요 ^^;; 저번에 말씀하신 일종의 '설명'이 소설에 필요할 것 같아서, (가래토님의 의견을 받아들이고자) 원본과 달리 상진과 씨아를 공진시켜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음회랑 다다음회는 약간 설명의 분량이 많이질 듯 하네요 ^^
GaRaeTo[HammeR]
06/04/29 09:28
수정 아이콘
호오.. 저의 의견을 반영해주시다니 감사할따름입니다 ㅠㅠ
Chaosmos
06/04/29 17:31
수정 아이콘
항상 즐겁게보고있습니다 ~
FreeComet
06/04/29 17:57
수정 아이콘
재밌게보고있습니다. 중간고사때문에 안 보고있다가 1화부터 한번에 몰아봤네요. 앞으로도 일주일에 한번씩 몰아보는 형태가 될 것 같은데.. 그럼 리플을 못달아드릴것 같아서 아쉽..-_-a
FreeComet
06/04/29 17:58
수정 아이콘
참, 작은따옴표와 큰따옴표가 구분이 안되어있어서 좀 햇갈리네요.
도시의미학
06/04/29 20:37
수정 아이콘
흐음 분량을 좀 늘려달라고 하는건 무리일까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상진과 지영, 씨아(모여자그룹이생각나네요;), 영민..저는 등장인물에 치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스토리에 맞춰 글을 읽어가는 타입이라, 등장인물이 많아도 나올때 열심히 읽다가 나중에 잊어버립니다; 더 늘려도 관계없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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