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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4/25 06:57:42
Name orbef
Subject [유머] 연재 - 중첩(1. 논문)
심심해서 끄적거리던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쓰다보니 나름대로 애착이 생기게 되었고,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당연히 생기더군요. 어딘가에 올려볼까 고민하다가, 제 3대 포탈 - 한겨레, 구글, 피지알 - 중에서 이곳에 올리고 싶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유머글이 아니지만, 누군가가 심심풀이삼아 읽어주신다면 기쁠것 같습니다.

글의 수준은.. 낄낄 제가봐도 많이 모지랍니다. 이전에 이런걸 써본적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눈높이를 살짝 낮춰서 봐달라구요!

당연한 얘기지만, 소설에 나오는 집단, 인물은 실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 예를 들어서, 본문에 나오는 Journal of biochemistry 라는 학술지는.. 실제로 있긴 하지만, 그걸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닙니다. 제가 화공 전공도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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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논문

Nature나 Science 의 SCI factor 가 24인데 반해, 대부분의 공학 저널은 1 ~ 1.5 정도의 factor 를 가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SCI factor 8.5 를 랭크하고 있는 The Journal of biochemistry(이후 JB)는 공학계열 학술지 중에서는 단연 앞서나가고 있고, 생화학쪽의 학자가 이쪽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번쯤 '논문 실어봐야하는' 그런 메이저 학술지였다.

그렇기 때문에, JB의 선임 논문 심사위원인 듀이 교수는 도대체 본업이 연구인지 강의인지 아니면 논문 심사인지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농담을 즐겨했었는데, 매월 최소한 12편의 공식적인 심사를 해야했고, 이 외에도 이메일을 통해 '5분만 읽어보시면 제 논문의 가치를 아실 수 있습니다' 류의 스팸을 하루에 50통씩은 받았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에 받았던 심사 대상 논문은 조금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제목때문이었는데, 그는 거의 같은 제목의 논문 - 제출자가 사용한 생물의 종류만 빼고 - 들을 지난 14년간 7번 심사해왔다. 물론 그것들 중 어떤것도 출판되지는 못했지만.

'침팬지 대뇌피질의 전자기파 방사현상에 대한 연구'

또인가..??

듀이의 솔직한 심정은, 이제 더 이상은 이 현상을 그들만의 것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해가 다르게 개선되는 저잡음 안테나기술을 이용하면 누구나 이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아마 이제부터는 매년 두세건의 같은 발견이 있을 것이었다. 유일한 위안거리라면, 이런 현상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조차 못한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이런식의 초보적 개별 관찰로만 첫 논문이 쓰여진다는 점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듀이는 지난 3년째 '빛의 형제회' 정기 회합에서 매번 이 현상의 공표를 제안해왔었다. 최고위원회의 답변은 언제나 '우리측에서 통제할 수 있기 전에는 아무도 이 현상을 알아서는 안된다.' 였다.

결국 선택은 하나 뿐이다.

'빛의 형제회입니다. 누구를 찾으시나요?'
'듀이 호소이입니다. 신전에 이단자가 들어왔습니다.'
'... 알겠습니다. 곧 정화원을 보내겠습니다.'

가장 가까운 빛의 형제회는 대략 15마일정도 거리에 있으니, 퇴근시간도 지난, 밤 9시의 지금이라면 아마 10분내로 정화원이 도착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듀이는 다시 전화를 들었다.

'여보세요?'
'전 듀이 호소이 교수입니다. 준숭 신씨를 찾습니다'
'접니다. 그리고 제 이름은 준'성'이라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아 예 죄송합니다. 이번에 JB 에 논문을 제출하셨죠?'
'네 그런데요..?? 아 호소이 교수님이십니까? 아 영광입니다!'

그나마 나이가 좀 되는 사람이라면 덜 미안하지만.. 앳띤 목소리로 보건대.. 많아야 서른살이 될까 말까한 사람이었다. 후... 도대체 얼마나 더.

'네.. 공식적인 답변은 내일중으로 가겠지만, 귀하의 논문을 이번에 커버스토리로 채택할 것 같습니다. 같은 학교의 일원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와우! 대단하군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이 논문이 커버스토리로 다루기에는 조금 짧아요. 해서 말인데.. 제 연구원 중 한명이, 아 물론 준숭씨가 괜찮으시다면, 귀하의 저택을 잠시 뒤에 방문할 듯 합니다. 사진 및 데이타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하고 싶다고 해서요. 밤늦은 시간이니 원래는 응당 내일 해야겠지만, 이 연구원이 내일부터는 샌디에고로 학회발표를 가거든요'
'아 물론이죠. 제가 뭘 준비하면 되겠습니까?'
'실험 과정에 대한 소개 및 미발표 데이타들 중 중요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한시간 뒤에 오시면 좋을 듯 하네요.'
'네... 방문은 어디로?'
'아, 제 주소가.. 32 River St, Cambridge 입니다.'
'알겠습니다. 한시간 뒤에 방문토록 하겠습니다, 연구원 이름은 토드 세이건씨입니다. 가족분들께 죄송하네요 밤늦게..'
'아닙니다. 마침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있습니다'
'잘됐네요. 그럼 수고하십시오'

잘됐네. 아무리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가족들은 영 찜찜하기 때문에..

'딩동'
'정화원인가?'
'네. 이름과 주소, 상황을 알려주십시오'
'거기 적은 대로야. 혼자있는 듯하더군.'
'네 알겠습니다. 주교님쪽에서 하셔야 할 일은 아시죠?'
'물론이네. 그럼 조심하시게'

다음날 MIT 에서 발행하는 The Tech 에 짤막한 부고가 실렸다.

'준숭 신, 화공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던 학생은 오늘 아침 9시 자택에서 숨진채로 발견되었다. 상당수의 금품이 유실된 것으로 보아 경찰은 단순 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수사중이다. 그는 평소에도 밝은 성품의 소유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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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없어도 연재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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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25 07:52
수정 아이콘
재미있네요.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LED_nol_ra
06/04/25 10:36
수정 아이콘
'글의 수준은.. 낄낄 제가봐도 많이 모지랍니다' 라고 할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요..기대 잔뜩 하고 있습니다. 부담 많이 받으시길..^^
배고파잉
06/04/25 19:18
수정 아이콘
워우 재미있을거 같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도시의미학
06/04/25 22:27
수정 아이콘
못알아 들을 외계어는 많지만 글의 흐름을 크게 방해할 정도는 아니라.

재밌네요. 왠지 앞으로의 전개가 흥미진진합니다 ^^

근데 말이죠;
'침팬지 대뇌피질의 전자기파 방사현상에 대한 연구' <- 이게 무슨말인지 해석좀 orz
(저 문과라구요-_-!)
06/04/25 22:33
수정 아이콘
앗.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께요 ^^ 그리고 방사현상에 대한 묘사는 지속적으로 나올거에요. 이 글에서 중심이 되는 소재라서요. 그러니 지금 모르셔도 당연히 상관없습니다. 계속 모르시겠다면, 제가 글을 이상하게 쓰는거구 따라서 제가 반성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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