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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7/30 15:46:32
Name 한니발
Subject [기타] [기타] [펌] 방금 낮잠 자다가 꿈을 꿨는데...
나랑,
기름지게 생겨서 능글능글한 양놈 하나랑,
덩치 크고 무뚝뚝하고 나이 든 베테랑 군인 같은 양반 하나랑.
이렇게 셋이서 어떤 폐 우주선 안으로 들어갔음.

폐 우주선이란 게 어떤 분위기냐면. '메모리즈'나 '카우보이 비밥',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그런 분위기야.
한 80. 90년대 SF에서 묘사하는 그런 우주선. 불 꺼진 고속도로 터널 안 같은 느낌.

겁나 큰 우주선인데, 안에 불은 거진 다 꺼져 있고. 근데 공기는 있었던 거 같음. 들어갈 때는 우주복 입었다가 안에서는 다 벗었거든.
어둑어둑한데서 각자 총 꼬나쥐고 작은 라이트 하나씩만 비춰가면서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음.





그러다가 제일 아래 층까지 왔음.
내가 제일 앞서서 나갔는데.
어디서 인기척 같은게 들리는 거임. 그래서 나머지 둘이 막 뭐라 하는데도 그냥 대충 받아치고 쭉 갔음.
그러니까 무슨 해치 같은 게 있대. 그걸 여니까  아래로 통하는 철 사다리가 있고.
철 사다리 타고 내려갔음.

내려갔더니 무슨 작은 방이야.
구석에는 책상에 스탠드 하나 켜져 있고. 전등 위에는 둘둘 말린 두루마리 같은 게 엄청 많이 쌓여 있었어.
다른 한 쪽에는 낡은 우주복이 여러 개 놓여져 있고. 구석에는 침대도 하나 있었음.
그리고 책상 앞에, 간이 의자에, 이쪽으로 등을 돌리고 누가 앉아있더라고.
우주선 안인데도 우주복 완전 다 껴 입고. 그 알지? 배낭 같은 것까지 완전 무장으로 우주복 다 입었더라고.

겁나 불안했는데, 일단 다가가서 툭 쳤어.
그러니까 그 사람이 돌아봄. 우주복 다 껴입고 얼굴만 딱 드러내놨더라고.
근데 여자야.
검은 머리에 검은 눈 여자. 눈 크고, 고양이 상에, 서양 여자였음. 한 20대 중반에서 후반 정도. 이쁘장한.

나보고 이제 왔냐고 물어보더라.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딱히 나한테 꼭 집어서 한 말은 아니고 '우리'보고 한 말이었어.)





나는 그냥  뭐라고 말을 못하고 있는데, 군인 아자씨랑 기름진 양놈이랑 나 따라서 사다리타고 내려왔음.
군인 아자씨는 말없이 주변 휙휙 랜턴 비춰보고 있는데, 양놈은 막 휘파람 휙휙 불면서 와서 책상 위에 쌓인 두루마리를 뒤적거리대.
그 놈이 신나서 막 떠드는데, 뭐라고 떠드냐면. 그 두루마리들이 그게 무슨 엄청 중요한 지도인데. 우린 이 지도 찾아서 보호하려고 온 거래.

뭐 꿈인데 내가 어떻게 알어. 그냥 그러쿠나 하는거지.
그 동안 그 우주복 입은 여자는 잠자코 쭉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양놈이 그 때 딱 그 여자랑 눈이 마주쳤음.
이 새끼가 히죽대더니 이탈리아 남자들처럼 바로 들이대더라고. 아가씨 턱 살짝 쥐고 위로 들어 올리고. 작업 멘트 막 늘어놓고.

근데 이 아가씨가 완전 철벽임.
양놈 얼굴이 되게 잘 생긴 편이라 뭐 반응이 있을만도 한데. 아예 표정에 변화가 없어.
그러면서 양놈 한테 존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대. 니는 여자보는 눈이 없다고.
그때쯤 뒤에서 군인 아자씨도 무뚝뚝한 목소리로 한 마디 거듬. 니는 그 여자 몸뚱이 보고도 그렇게 껄떡댈 생각이 드냐고.

나는 그냥 그 사이에서 멍 때리고, 양놈은 표정이 좀 바뀜. 이맛살 찌푸리고 여자 얼굴을 막 유심히 훑어보드라.
그래서 나도 양놈 따라서 봤는데, 그냥 이쁜 얼굴이야. 뭐 영화배우나 연예인 이런 스타일이 아니고,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그런 이쁜 얼굴.
근데, 우주복에 아슬아슬하게 안 덮힌 부분에 뭐가 순간 반짝거림.
뭐지. 그러고 있는데. 여자가 천천히 일어서서, 우주복을 절반 정도 벗었음.

얼굴은 여전히 예쁨. 거기에 숏컷. 완전 내스타일.

근데 목 아래로는 죄다 기계더라고.
기계도 뭐 좀 기계 슈트나 이런 느낌이 아니고. 철골로 뼈 구조만 간신히 흉내내고 있다는 그런 느낌.
토이스토리 1편 보면 아기 대가리에 거미처럼 기계발 달린 장난감 나오지.
그게 거미같은 모양이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사람 뼈 구조만 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양놈은 갑자기 똥씹은 표정 지으면서 뒤도 안 돌아보고 지도쪽으로 가서 어슬렁거리고
군인 아자씨는 방 들어온 순간부터 그냥 지도 정리하면서 챙겨 넣고만 있었음. 겁나 프로페셔널하게.
그래서 결국 그 아가씨 앞에는 나만 남았는데.

나는 뭐라 말해야 할 지 몰라서 어버버 하고 있고. 아가씨는 다시 의자에 앉음. 나는 신경도 안 쓰고.
저 만치에서는 양놈이랑 군인 아자씨랑 지도 데이터 정리하는 작업하고 있는데, 나는 딱히 안 부르데. 무슨 신참, 견습, 그런 취급이었던 거 같음.
그래서 할 일이 없으니까 별 수 없이 아가씨 앞에 앉아 있다가.
그러다가 말을 걸었음.

둘이 뭔 말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근데 겁나 말 많이 했어.
이 아가씨가 처음에는 겁나 대꾸도 안 해주다가, 내가 한 번 물어보고 무안해서는 가만히 있으니까 조금씩 말해줌.
아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런 얘기 했던 것 같음.

대충 아귀 맞춰보면. 원래 이 여자도 군인이었는데. 사고가 나서 몸을 죄다 기계로 뜯어 고쳤대.
그러다가 이 우주선에 임무 맡고 탔는데. 우주선이 또 사고가 남. 딴 사람들은 죄다 죽고. 이 여자만 기계 몸이라 목숨 건진 거임.
그러고 나니까 이 여자가 갑자기 말문이 터져서,
막 고향 얘기도 해줌. 시골에서 행글라이더 타던 얘기랑.....

그러다가 나한테 툭 물어봄.
자기가 사람 같냐고.
나는 갑자기 뜬금없이 물어보길래, 어버버 하다가 이 아가씨보고 도저히 사람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어서.
머리만 사람이면 사람 아니겠냐고 했어.
그러니까 이 아가씨가 피식 웃으면서 살짝 머리카락을 걷어올려 주는데. 뒷통수에 조그맣게 납땜 같은 거 한 자국이 있어.
아가씨가 말하길, 이 부분만 제외하고는 머리는 다 사람 때 그대로래.
나도 그냥 피식 웃고 맘.

그 때쯤 군인 아자씨가 나를 부름.
볼 일 끝났대.





나는 당연히 이 아가씨도 같이 갈 줄 알고 아가씨가 우주복 입는 걸 기다렸어.
근데 이 아가씨는 우주복을 아예 다 벗대.
그리고 군인 아자씨는 갑자기 우주복을 챙겨 입더니, 방 구석에서 무슨 존나 큰 금속 원통 같은 걸 가져와.

아가씨는 벽으로 가더니 버튼을 삑삑 눌러대더라.
그러니까 방 구석 바닥에서 해치가 하나 더 열려. 안에는 그 금속 통  넣으면 딱 들어맞을만한 공간이 있고.
군인 아자씨가 거기다 금속통을 끼워넣고, 아가씨한테 턱을 까딱까딱함.
아가씨가 그 주변으로 다가와서 앉고.

그리고 그 때 양놈이 내 어깨 탁 치면서, 우주복 입으래.
뉴비가 뭘 아나. 까라면 까야지. 그래서 양놈이랑 같이 우주복 다시 입었음.
근데 다 입고 나니까, 군인 아자씨가 막 그 금속 통 안에 아가씨를 내려다 앉히고 있는 거야.
그것도 그냥 내려다 앉히는 게 아님.
금속 통이 아가씨 넣기에는 조금 모자랐는데. 그러니까 팔이나 몇몇 부분은 해체해서 넣더라.

내가 황당해서 조금 빡친 목소리로 지금 뭐 하는거냐고 물어봤음.

군인 아자씨가 나 보고 인상 찡그리더니 딱 한 단어 내뱉대.
유폭.





꿈이 다 그렇듯이. 그 한 마디 들으니까 다 이해가 됐음.

아, 이 아가씨는 뭐 방사능 오염이나 그런 비슷한 걸 당한 거구나.
그래서 지금 우주로 몸뚱이 채로 버리려고 하는 거구나.

아가씨는 통 안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그냥 다시 무표정한 얼굴임. 그거 보니까 맥이 풀려서 뭐라 할 기운도 안 나더라고.
양놈도 똥씹은 표정으로 통 주변으로 와서 서고, 군인 아자씨가 또 벽에다가 스위치 막 조작함.
그러니까 금속 통 저  아래서 뭐가 열리는 소리가 나고.
공기가 막 바깥으로 미친듯이 빠져나감.
우주 쪽으로 문이 열린거지.

근데 그 때 갑자기, 아가씨가 내 쪽으로 고개 돌리고,
머뭇머뭇하더니만. 안녕, 잘 가. 그러더라고.

근데 XX, 난 또 존나 어버버 하고 있었어. 별 말도 못하고.
그 때 갑자기 누가 내 목을 존나 쎄게 휘어잡더니, 팍 땡기더라.
보니까 군인 아자씨야.
이 아자씨, 표정은 아까부터 존나 진지하고 비장한 얼굴로 한 번도 안 바뀌는데. 지금은 목소리가 묘하게 가라앉아 있음.
나한테 그러더라. 너 이 새끼 지금 뭐하는 거냐고. 빨리 인사 해주라고.

나도 어떻게든 무슨 말이라도 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근데 점점, 금속 통은 아래로 빠지고.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뭐라도 말 해야 겠다는 심정으로, 그랬어.
'언젠가 또 만나요.'

잠깐 멍 때리더니. 아가씨 활짝 웃더라.
그리고 금속 통 위로 뚜껑 덮히고. 쾅 소리 내면서 아래로 빠져나감.





그러니까 갑자기 시야가 바뀌더라.
칙칙한 우주선 안이 아니고. 완전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 떠 있고 하늘엔 해가 하얗게 반짝거려.
아래로는 경사 진 녹색 초원이 쫙 펼쳐져 있고.

내 몸이 갑자기 확 공중에 떠오름.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밀리는 바람에 타고 떠오르는 느낌으로.

또 꿈이라서 알았지.
이게 그 아가씨가 말하던, 고향에서 행글라이더 탈 때 보던 그거구나.
그 아가씨는 그 금속 통에 실려 우주로 떨어지면서, 이걸 다시 본 거구나.





그리고 잠에서 깼음.
한참 동안 멍 때리다가, 잊어버리기 전에 빨리 써놔야 될 거 같애서 쓴다.



/디씨인사이드 판타지 갤러리 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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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도사
14/07/30 15:50
수정 아이콘
짠하네요..
Faker Senpai
14/07/30 15:56
수정 아이콘
발전시켜서 소설로 써도 될듯한데요.
Rorschach
14/07/30 15:58
수정 아이콘
문체만 좀 바꿔도 그냥 단편소설 되겠네요;;
14/07/30 16:01
수정 아이콘
이런 꿈 꾸고나면 후유증 장난 아니더라구요. 크크크
TwistedFate
14/07/30 16:05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14/07/30 16:16
수정 아이콘
원글 올라온지 20분도 안됐는데 피지알까지 진출 덜덜;;;
로이드
14/07/30 16:26
수정 아이콘
그래서 이건 언제 개봉하는 영화 시나리오인가요? 덜덜
Starlight
14/07/30 16:29
수정 아이콘
저 동네 친구들이랑 예전에 참 잼나게 놀았었는데 그게 벌써 10년 가까워지네요;
스테비아
14/07/30 16:34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사람들로 인해 엄청 험한 갈등을 겪고... 정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무렵 꿈에서 깼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래, 혹시나 복무연장이나 이런 거 생각하지는 말자. 반드시 전역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자. 잘 이겨내보자."
하고 한 10여분간 열심히 다짐하고 또 다짐하다가 생각해보니... 전역한 지 1년이 넘었;;
14/07/30 17:08
수정 아이콘
저는 훈련소 15일차때 꿈속에서 말년병장이었던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눈떠보니 2-122번 훈련병....
스테비아
14/07/30 17:13
수정 아이콘
엉엉.........ㅠㅠ
14/07/30 17:15
수정 아이콘
전역하고 군대 다시 가는 꿈도 엄청 꿨었는데.. 예비군 끝나니까 안꾸더군요.
저희아버님 (=36개월 복무)께도 여쭤보니 웃으시면서 한 50되니까 안꾸더라..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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