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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6/25 15:25:32
Name 미캉
출처 http://sega32x.blog.me/150180785973
Subject [유머] [유머] 영화 평론가에 대한 평론

이동진 평론가는 관객을 위해 쓰는데 분량이나 깊이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잘 넘나들면서 쓰는 것 같다. 그런데 때로 갑자기 저돌적인 에너지가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어서 그런 게 좀 흥미롭다. 가령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 관해 쓴 글이 그랬는데, 한 번 보고 말아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글이 뒤로 갈수록 어떤 구조에서 이탈해서 막무가내로 이 작품 좋다고 우긴다는 느낌이 든다. 희한한 수사 다 써가면서. 성자의 레퀴엠. 파우스트의 지옥도. 박쥐의 화석. 마치 '운명의 데스티니', '바람의 윈드' 같아서 '아, 씨바. 할 말을 잃었습니다'란 대답을 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그 덕에 글이 상당히 귀엽게 읽혔다.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표현, 지식들을 총동원해서 그 작품이 좋다고 얘기해 주고 싶은 것 아닌가..

 

황진미, 심영섭 평론가는 자신이 의사의 능력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 평론을 쓰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장기가 십분 발휘될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펄펄 날아다니면서 인상적인 글을 쓰지만, 벗어나게 되면 심히 민망해진다. 황진미 평론가는 20자평에 남긴 그 알 수 없는 어록들과..

 

허지웅 평론가는 그 무엇보다도 생계를 위해 글을 쓴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 때 '호러타임즈'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포영화를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주된 것이었고 생계는 부차적인 컨셉의 느낌이라 재밌었는데 이제는 철저하게 생계만이 남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애초부터 그는 스스로를 '칼럼니스트'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이제 평론가나 칼럼니스트라기보다는 그냥 '방송인 허지웅'이란 생각이 든다. 방송에 나오는 모습은 내 취향과 맞지 않고, 해당 활동과 병행하다 보니 글이 재미없어 진지도 오래됐다. 그가 SNS에 남기는 글들은 원래부터 그 사람에게 인생의 낭비라는 생각이..

 

박평식 평론가는 전무후무하게 20자평 글만으로도 자신의 컨셉과 지위를 확립했다. 그러나 난 그가 쓴 '평론'을 본 적이 없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라던데 그런 글들을 예전에 썼는가 싶기도 하지만, 여튼 지금 볼 수 없어서인지 평론가라고 칭하기도 많이 뭣한 사람이다..

 

듀나라는 사람의 글은 글 자체를 읽기 전에 나를 간간히 지치게 만들곤 한다. 내겐 그 사람의 글이 '신경질적이다'라는 느낌으로 자주 다가오기 때문이다. 잘 쓰건 못 썼건 간에 내 신경질 감당하기도 지치는데 남의 신경질까지 체화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그 / 그녀 (듀나의 성별을 모르겠다.)의 글을 읽으면서 간간히 들곤 했다. 그래서 리뷰를 다 읽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정성일 평론가의 경우, 그는 감독을 위해 글을 쓴단다. 그래서인지 난 아니더라도 90년대에 그를 추종하다시피 하며 지금도 있는 팬들에게는 되게 냉정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보면 대부분의 아이돌처럼 컨셉용으로 '여러분 사랑해요'를 하는 건 아니니까 나을 수도 있겠다고도 보는데, 그 덕에 그가 어떤 작품에 관해서 호평이든 혹평이든 글을 끄적이면 일단 그 작품에 관심이 있어서 저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좋은 개성이다. 대신 감독을 위해 쓴다고 명확히 말했으니 관객이 그의 글을 읽고 욕해도 할 말은 없다. '감상'과 '평론'의 경계를 나누고, '감상'이라는 표현을 하대하는 부분도 그닥 마음에 들지 않고, 여튼 평론을 읽는 것은 결국 취향과 개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영일 평론가는 관객을 위해 썼던 것 같다. 이영일 평론가는 '기존의 세계 영화사 기준에 맞춰 사고하는 식민지 근성, 변방의식의 소산'을 타파하기 위해 평론을 썼던 것 같다. 그래서 그는 1세대 한국영화인들을 열심히 인터뷰하고 기록을 남겼는지도 모른다. 한국에도 분명 이렇게 역사가 존재한다고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영일 평론가는 그런 점에서 너무나 귀중한 유산들을 우리에게 남겼고 (그의 저작물 중 <한국영화전사>와 <한국영화사를 위한 증언록>은 특히 걸작이다.) 언제나 대단하게 느껴진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다..

 

허문영 평론가는 영화 속으로 들어간다. 그의 글이 내 마음에 들었던 점은 비평을 통해 예술작품을 빼앗으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을 '통해' 새로이 거듭나는 2차 창작물인 평론은 해당 작품이 잘 될 수 있도록 이바지 해야 하는데, 자신이 배운 이론을 자랑하고 싶어 암호해독문으로 전락해 버리면 큰일이라고 수잔 손택이 말한 바 있다. (그녀는 뒤에 이런 말도 덧붙인다. '암호해독문 같은 비평은 지식인이 세계에 가하는 복수다. 그런 짓 좀 제발 집어치워라'고.) 그런데 허문영은 다소 친숙하다. 그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 해당 작품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글이 무엇인지 헤매는 과정도 독자에게 다 느껴지게끔 해준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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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알못이라 언젠가 한 번 영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공부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듀나가 유명한 평론가라고 들어서 영화 평론한걸 좀 본 적이 있는데 이 블로거가 말한 내용에 공감이 가네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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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레브
14/06/25 15:28
수정 아이콘
듀나는 길게 쓰는거 말고 허지웅하고 반대로 트위터에 딱 그 140자 정도로 쓴거만 보면 봐줄만합니다 크크
우주뭐함
14/06/25 15:31
수정 아이콘
듀나 제대로 지적했네요 크크크크
굉장히 까칠하고 지적인 티를 내려고 하는데 수준은 그에 못 미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허저비
14/06/25 15:31
수정 아이콘
듀나는 진짜 격하게 공감...저도 (쌩판 모르는)남의 신경질 들어줄만큼 시간 남아돌지가 않습니다
14/06/25 15:31
수정 아이콘
이동진,정영일에 대한 호의
허지웅에 대한 악의가 느겨지네요
당연히 객관성은 없는걸로
14/06/25 15:32
수정 아이콘
제가 다른 평론가분들에 대해선 잘 몰라서 그냥 듀나꺼만 읽고 가져왔습니다 흐흐
14/06/25 15:33
수정 아이콘
다른부분과는 별개로 저도 그부분은 동의합니다
14/06/25 15:34
수정 아이콘
듀나 격공감.
바다님
14/06/25 15:38
수정 아이콘
...
쭈구리
14/06/25 15:46
수정 아이콘
근거없는 유언비어를 사실처럼 말씀하시네요. 남자가 많이 따라다닌다는 것부터 우습고 듀나 성격상 테이블 뒤집는 짓은 절대 못할겁니다.
바다님
14/06/25 15:53
수정 아이콘
앗, 지인이신가보네요. 저도 지인한테 들은건데, 잘못 된 얘긴가 봅니다. 삭제 하겠습니다.
화이트데이
14/06/25 15:39
수정 아이콘
다들 대체로 공감, 듀나는 격하게 공감, 허지웅에는 별로 공감 못하겠네요.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사적인 감정을 제일 안섞는 사람이 허지웅이라고 생각해서. 맘먹고 중립을 지키려하는 부분 한에서는 정말 중립적인데요. 물론 아닌 부분에서는 무자비할 정도로 확고한 신념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기는 합니다만.
전소된사랑
14/06/25 16:46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는 허지웅은 자기객관화의 신념이 뚜렷하게 주관화 되어 취해버린...스스로를 비하할 때 조차 나르시스트적이더라구요.
王天君
14/06/25 18:44
수정 아이콘
요즘은 평을 거의 안쓰기도 하는데, 허지웅씨는 제가 볼 때는 중립적이라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오히려 성격 탓에 적당히 해도 될 부분을 굳이 더 나가버리는 느낌이랄까
Dark and Mary(닭한마리)
14/06/25 15:40
수정 아이콘
허지웅이 영화평론가였군요... 그냥 키보드애호가 겸 방송인인줄 알았는데
14/06/25 15:41
수정 아이콘
듀나는 그냥 감정을 컨트롤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횡설수설인걸로...
뭘 말하고 싶은지조차 모르겠는 글이 많더군요.
14/06/25 15:42
수정 아이콘
황진미, 유지나의 평론은 너무 페미니즘적인 성향이 강해서 영 별로...
14/06/25 15:43
수정 아이콘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네요

공감을 위한 글이라면 전혀 공감도 안되고....
쭈구리
14/06/25 15:44
수정 아이콘
듀나평 좋아하는 분들은 없나보죠? 90년대 후반에 씨네21에 연재할 때부터 즐겨봤는데 그 까칠함 때문에 좋아했죠. 남이 지적 안하는 지점을 잘 지적하거든요. 특히 한국적 감성과 거리가 있는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듀나 특유의 스노브함이 있긴 하지만 잘난척 한다기보다 남들(특히 평균적인 한국관객)이 잘 모르는 것을 다들 알고 있는 것처럼 언급하는 것이 그렇게 비칠 때가 있죠. 실제로는 글이 간결하고 쉬운 편이라 현학적인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예전에 발간됐던 키노라는 잡지가 쓸데없이 현학적이었죠. 정성일도 그런 편이고요.
귀여운호랑이
14/06/25 15:53
수정 아이콘
스노브함. . . .
기아트윈스
14/06/25 17:55
수정 아이콘
그거슨 거만한 포쉬, 우월감의 스너비쉬..... 고결한 우월감의 호우티.....
王天君
14/06/25 18:45
수정 아이콘
전 듀나를 제일 좋아합니다.
곧미남
14/06/25 15:52
수정 아이콘
듀나랑 허지웅 공감가네요 갠적으로 젤 싫어하는 둘
14/06/25 15:58
수정 아이콘
전 듀나글 재밌게 잘 읽혀서 좋던데요. 취향 차이가 있으니까요.
Vienna Calling
14/06/25 15:59
수정 아이콘
성공한 소설가는 있어도 성공한 비평가는 없다는게 업계 명언이었는데, 오늘날엔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네요.
라라 안티포바
14/06/25 16:01
수정 아이콘
사르트르의 경우 '카뮈의 이방인을 뛰어넘는 사르트르의 이방인 평론' 이란 얘길 들었던 것 같은데,
제 예시가 너무 고전인가요? -_-;;;
요정 칼괴기
14/06/25 16:14
수정 아이콘
카뮈: 부들부들
Vienna Calling
14/06/25 16:16
수정 아이콘
제가 말하는 비평가는 본인이 작품을 만들지는 않으면서 오로지 비평만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을 칭하는 단어라... ㅡㅡ;;
성공한 작가(소설가)가 촌철살인의 비평을 하는 경우는 아주 많지만, 그 사람들은 비평가가 아니라 작가죠.
사르트르도 비평을 하기는 했지만 특정 작품들을 비평하기보다는 사회 내지는 문학 전반에 대한 비평들이 많았고...
14/06/25 16:03
수정 아이콘
성공한 영화비평가중에 박찬욱이 유명한걸로 알고 있는데..
Vienna Calling
14/06/25 16:17
수정 아이콘
박찬욱 감독도 결국 감독으로 대성했지 비평만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으니까요.
이동진 기자같은 경우를 보자면 물론 책도 써낸 사람이고 강단에 서기도 하는 사람 합니다만,
정말 '비평'만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죠.
김성수
14/06/25 16:01
수정 아이콘
대부분 글쓰는 사람과 글은 좋아합니다. (읽는것을 즐기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평론가들의 평론을 보면서 영화에 대한 애착이 없다고 느껴진 경우는 없어서 좋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시선이 중요하거든요. 단순히 글을 위해서 쓰는것과 별개로 영화에 대한 시선 그 자체 말입니다.
듀나가 까칠하던(블로거나 네티즌의 평론 사이에도 많이 있는 일반적인 문체라고 보지만) 정성일이 어렵던 말이죠.
아마 저 평론을 쓰셨던 분은 듀나는 차갑고 허문영은 따뜻하다를 어필하려 하는느낌인데, 하고자 하는 말은 어느정도 공감이 가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은 글의 형식과는 상관없이 모두 따뜻한 글을 쓴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라 안티포바
14/06/25 16:02
수정 아이콘
영화를 안보다보니 영화평론도 안보게되는데...
그나마 듀나랑 허지웅 두 사람은 아는 것 같네요.
듀나는 예전에 서울법대 하버드법대 비교글로 본 기억이 나고...
허지웅이야 뭐 마녀사냥에서;
14/06/25 16:07
수정 아이콘
아 그리고 박평식 평론가의 장문을 보고 싶으면 이곳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www.daliboni.or.kr/cinematalk/main.jsp?cate=1&sub_num=26&idx=&c_idx=68&pubDate=201403&magazine=201403
난키군
14/06/25 16:19
수정 아이콘
영화평론가 하면 왠지모르게...오동진씨부터 생각납니다;;; EBS 덕분인가봅니다..허허허;;;
Blooming
14/06/25 16:30
수정 아이콘
저는 듀나글 좋아합니다. 나 자신이 까칠해서 그런가..
푸른 모래
14/06/25 16:38
수정 아이콘
저는 듀나 밖에 안읽...
14/06/25 16:4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40살이하 평론가 중 최고는 신형철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전문이 아니라 그런가 없네요. 올드보이 비평은 정말 좋습니다.
근사한 닉네임
14/06/25 16:46
수정 아이콘
듀나글 좋아하는 사람 여기 한명 더요. 싫어하는 분이 많아서 놀랐네요; 생각보다 호불호가 갈리는 모양이군요
대한민국질럿
14/06/25 17:06
수정 아이콘
평론가라는게 본질적으로는 키보드워리어와 같죠. 그냥 둘다 똑같은 이야기 하는데 평론가는 세련되게 하는거고 키보드워리어는 그냥 막하는거고..
14/06/25 17:08
수정 아이콘
요즘엔 거의 안 읽지만 제 기준에선 허지웅이 글은 그래도 잘 썼던 것 같은데... 가끔 똘끼있는 공격성이...
BlackRaven
14/06/25 17:26
수정 아이콘
위에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요즘 김혜리 씨의 글이 참 좋더군요.
라엘란
14/06/25 18:07
수정 아이콘
저도 김혜리씨 참 좋아합니다. 평론도 좋고, 라디오에서 이동진씨랑 같이 영화 소개해주는것도 참 좋아합니다.
하지만 사실 더 좋은 김혜리씨의 인터뷰.. 여기 거론된 분들과는 다르게 인터뷰에서 확고한 위상이 있는 분이죠.
14/06/25 22:36
수정 아이콘
저두 여기에 한표요.

더하기, 지금 계속되고 있는 이동진+김혜리 조합도 너무 좋지만, 얼마전 개편되어 사라진 성시경+김혜리 조합이 참 매력적이었는데 말이죠.
알킬칼켈콜
14/06/25 17:29
수정 아이콘
제가 옛날에 트랜스포머1을 보고 왔다가 '그래도 음악은 신나네' 라는 감상을 가진 뒤, 듀나 글에서 '덜떨어진 음악' 이라는 표현을 읽고는 덜떨어진 음악을 좋아하는 덜떨어진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고는 듀나의 평론은 읽지 않습니다...
마스터충달
14/06/25 18:23
수정 아이콘
일단 전 듀나의 평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더불어 린킨파크를 좋아하다 보니 트랜스포머의 ost도 좋아하구요.
이 말씀을 먼저 드리는 이유는 듀나를 옹호한다거나, 해당 평을 긍정한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함입니다.

알킬칼켈콜님이 느끼시는 평론에 대한 감상은 좋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댓글을 씁니다.
우선 누군가에게 덜떨어진 음악이 누군가에겐 좋은 음악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니까요.
그리고 평론가가 덜떨어졌다고 평하는 것은 작품이지, 그것을 좋아하는 관객이 아닙니다.
듀나가 덜떨어졌다 평했다고 해서, 자신을 덜떨어진 사람이라고 느끼시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평론에 대해서도 불만이라면 평론으로 맞받아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평을 날리는 근거에 맞서, 호평을 해야할 근거로 받아쳐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 이전에 반박할 평론이 그런 논리적 전개를 해야겠지만요.
(그래서 제가 듀나를 별로 안좋아 합니다. 평론의 근거가 결국 취향인 경우가 많아서;;)
그러나 혹평에 대해 불쾌감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만족감만 드러낼 뿐
반론의 근거를 보여주는 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이 쓰레기라고 하는 작품을 좋아하는게 나쁜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기 개성이 드러나니 좋은 것 아닐까요?
저만해도 <귀여워>라는 작품을 매우 좋게 봤는데요. 가끔 커뮤니티에 역대급 망작이라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같이 올라오더라구요.
쓰레기라고 평해도 전 이 영화가 좋더라구요.
저의 취향과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기에 영화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종종 화두에 올리기도 합니다.
'키치에 대한 자조적이고 무책임한 선망' 이라는 포장과 함께 말이죠.

얼마전에 <수상한 그녀>에 대해 글을 쓰면서 '쓰레기'란 용어를 사용해서 좀 소란을 일으켰는데,
그때 불쾌함을 느꼈을 다른 분들에게도 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장문의 댓글을 남깁니다.
王天君
14/06/25 18:48
수정 아이콘
그런데 평론은 결국 취향입니다. 어떤 작품을 평하는 건 당연히 주관적인 영역이죠. 그 근거가 객관적이긴 하지만.
혹평에 대한 불쾌감과 영화에 대한 자신의 만족감만 드러낸다는 부분은 정말 공감합니다.
마스터충달
14/06/25 19:00
수정 아이콘
듀나는 그 근거에서 객관성이 부족하다 느껴지더라구요.
같은 근거로 듀나는 싫어하는 이유가 되고 저는 좋아하는 이유가 되니,
근거가 취향이 되어버리는 그런 부분이 많더라구요.
알킬칼켈콜
14/06/25 19:42
수정 아이콘
저도 압니다. 하지만 상처받거나 기분 나쁜 건 어쩔 수가 없죠. 그렇게까지 쿨해질 수 있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내가 밥을 먹고 있는데 누가 옆에서 그건 개돼지나 먹을 법한 쓰레기같은 냄새나는 걸레짝 같은 음식, 아니 똥이야 라고 말하면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듣고 있을 때에는 표현 하나, 어휘 하나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고 이건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본적인 예의 중에 하나인데 유독 평론의 형태를 띌 때 이러한 예의에 관대해지더군요.

특히나 당시 듀나평에 불쾌했던 점은 덜떨어졌다는 표현 자체가 욕설에 가까운, 해당 음악에 대한 호평 혹평을 떠나 단어 그 자체로 불쾌감을 일으키는 비속어로서 문장이 거의 인격모독적인 형태를 띄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었죠. 애초에 덜떨어졌다는 표현 자체가 모욕을 위해 사용되는 단어이니만큼 작곡가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작곡가의 음악에 대한 평가였다는 논리만으로 과연 인격모독에서 벗어날 수 있은가 하는 의문이요. 더군다나 왜 덜떨어졌는지에 대한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마스터충달님이 사용하신 쓰레기라는 표현에는 그리 불쾌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수상한 그녀에 대한 글에서 마스터충달님의 표현에 불쾌감을 느끼신분들도 태반은, 긴급조치 19호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같은 영화에 분명히 쓰레기라는 손가락질 한번은 해보셨을 겁니다 ㅡㅡ 미묘한 차이라면 미묘한 차이지만, 듀나 역시 '쓰레기 같은 음악' 이라고 써놓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니 좀 마음이 언짢을 수는 있더라도 그 이상의 상처는 없었을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안좋은 소리를 한다면 기분이 나쁜게 인간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내 과격한 표현이 누군가를 언짢게 했다면 그것이 관점의 차이요 표현의 자유요 의도치 않은 파장이요 정당한 표현에 불과했더라도 한 발짝 물러서 미안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올바르지 않나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과격한 표현이라는 것에 객관적인 기준이 없고 과격하지 않는 평범하게 부정적인 표현 조차 불쾌해하는 소위 '빠'들도 부지기수로 끼어드는지라 닥치고 싫은 소리 하지마라는 논리로 비벼지기 딱 좋은 생각입니다만. 크.

저는 말에는 말로 논리에는 논리로 맞받아쳐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꼭 영화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도 궁극적으로는 이상적인 방향이요 옳은 태도입니다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논리를 정리해서 일목요연하게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고도의 문장력과 표현력,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일이고 그러한 능력을 갖추는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요원합니다. 그렇다면 막연한 형태의 분노라도 표출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지요. 즉 평론에 대해 평론으로 받아치지 못하는 것은 태도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이며, 이것을 강요하는 것은 결국 억울하면 능력있어라...억울하면 출세해라 하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능력이 없으면 단순무식하게 피켓 들고 나가서 짧은 구호라도 외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평론에 불만을 느껴도 반박할 논리력이 부족하면 그냥 불쾌감이라도 드러내는 수 밖에요. 훌륭한 위정자가 그러하듯이 훌륭한 평론가...혹은 키보드 워리어라면 이러한 투박한 항의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평론가를 좋아하게 되는 요인도 이런 점에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고 어떤 만족감, 혹은 불쾌감을 느꼈는데 내 논리나 식견이 부족하여 명확한 형태로 게워낼 수 없는 것을 명쾌통쾌하게 대신 표현해주는 나의 변호인, 나의 챔피온이 되니까요.
마스터충달
14/06/25 20:03
수정 아이콘
저도 표현의 과격함이 옹호받을 대상이라곤 생각지 않습니다. 그래서 불쾌함을 유발한 부분에 대해서 해당 글에서도 사과를 드렸었죠.
말씀하신대로 사회에서 통용되어야 할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불쾌하게 만든 부분에 대해서 쉽게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구요.

저는 같은 이유로 평론에 평론으로 받아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던 일기던 글을 쓰는 행위는 수고가 들어갑니다.
그런 수고에 대해 불쾌함과 영화에 대한 만족감만 드러낸다면 그 수고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안은 그 내용이 복잡할 수도 있기에 다르겠지만
영화 리뷰가 산업적 전문성이나 문학적, 철학적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 편이기에 (그렇게 리뷰할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능력부족이라 그렇다는 말은 변명으로 느껴집니다.

저도 그런 경우가 있죠. 감성은 반대인데 지능과 지식이 부족하여 이성적 반론을 할 수 없는 경우.
그럴 때 평론에 대해 불쾌감만 던지고 가는 것은 예의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봅니다.
王天君
14/06/25 18:47
수정 아이콘
그건 어느 평론가에나 할 수 있는 공격입니다. 뭐 평론가 싫어하는거야 자기 마음이지만.
알킬칼켈콜
14/06/25 19:58
수정 아이콘
어느 평론가나 할 수 있는 일이겠죠. 어느 평론가나 하는 짓은 아니지만.
王天君
14/06/25 20:07
수정 아이콘
어느 평론가고 하는 일입니다. 안좋은 건 안좋다고 하는 거죠.
작품에 대한 평론은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연결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14/06/25 17:30
수정 아이콘
여기 듀밍아웃 하시는 분들 꽤 계시는군요 크크크크
페스티
14/06/25 17:3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런 평론보다는 각 평론가의 취향을 분석해놓는게 더 도움될 것 같네요.
어떤 영화에 관심이 생겼을 때 자신과 맞는 평론가의 반응을 보는게 선택에 꽤 도움이 되거든요.
14/06/2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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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에 하이텔에서 채팅해본 바로는 듀나는 "절름발이 이리"님 필이 났음. 평론가라는 역이 그(사실 그녀라고 확신함)에게 딱 맞는다는 생각을 했음.
아마도 근본적으로 참여보다는 비판과 관조에 어울리는 캐릭이라서...? 듀나는 평론보다는 차라리 소설이 더 훌륭함. 특히 단편 "율리시스의 귀환" 같은 작품은 읽어볼만한 수작.
압도수
14/06/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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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일수도...
王天君
14/06/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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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듀나의 신경질 때문에 좋아합니다(아마 듀나도 자신의 예민하고 까칠한 고양이 수염 같은 글을 부정하지는 않겠죠)
특히 이끼 리뷰는 제가 듀나 평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글입니다. 얼마나 논리적인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http://www.djuna.kr/xe/index.php?mid=review&search_keyword=%EC%9D%B4%EB%81%BC&search_target=title&document_srl=307549
다만 SF에 대해서는 좀 호의적인 부분이 많더군요. 변호의 여지가 없는 펜듀럼 같은 작품에 별 세개를 주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쭈구리
14/06/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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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럼 아닌가요? 팬도럼이라면 찾아보니 두 개 반입니다. 뭐 두 개 반도 많다고 느끼시겠지만.
듀나가 SF에 호의적인 건 맞지만 작품성 떨어지는 것까지 좋은 점수를 주진 않죠. 듀나의 별점은 본문의 평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후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별 반 개 정도는 뺐으면 하는 평들이 아주 많더군요.
王天君
14/06/2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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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팬도럼이네요.pendulum이랑 단어를 헷갈렸어요.그런데 왜 전 듀나 팬도럼 리뷰를 못찾겠죠.... 그리고 왜 별은 세개로 기억하고 있는지.
쭈구리
14/06/2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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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juna.kr/movies/pandorum.html
구글에서 '듀나 팬도럼'으로 검색하니 나오네요. 뭐 듀게 보다보면 쓰지도 않은 리뷰 썼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데 별점 정도야...
14/06/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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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인 글 사이사이에 그냥 호불호의 영역에서 신경질적인 리뷰를 하는게 너무 많아서...
음 그 반대겠네요 신경질적인 리뷰 사이에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는 리뷰가 있는 편이라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평론가들 글 읽는 맛이라는게 워낙 쏠쏠해서 자주 챙겨보고 있네요.
singlemind
14/06/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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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는 재미있게 봤는데 대차게 까였군요
위원장
14/06/2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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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듀나는 공감이 안되더군요
레지엔
14/06/2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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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평이 가장 힘을 받는 지점은 특정 장르의 장르 문법에 기반한 평론을 할 때고, 그 외의 요소(특히 사회적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한 내적-외적 가치관의 충돌)를 다루는 지점은 극히 약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데 이 둘을 같이 쓴다는게 듀나의 함정...
절름발이이리
14/06/25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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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이 레알이죠.
독수리의습격
14/06/25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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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화는 그냥 간간히 보는 수준이라, 그냥 이동진 영화평만 믿고 갑니다.
이 분 영화평에서 호평하는 작품은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봐서....가장 라이트팬에 어울리는 영화평론가가 아닐까 생각하네요
샨티엔아메이
14/06/2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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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라는사람은 별로인가 보군요.
14/06/2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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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듀나가 별로다라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 보다 듀나의 홈페이지를 직접 가보시면 그 분위기를 딱 아실것 같습니다.
마치...뭐랄까... 나쁘게 말하면 지적허영, 좋게 말하면 한차원높은? 그런 분위기가 폴폴 느껴지지요.
듀나도 듀나지만 그 게시판에 글을 남기시는 분들도 마찬가지로요.
샨티엔아메이
14/06/2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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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가서 봤는데 저에게는 별로인거 맞더군요.
몇개만 찝어봤는데 30대중후반의 아줌마?노처녀? 파워블로거느낌이 물씬.....
14/06/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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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경과 함께한 이동진, 김혜리 두 평론가가 참 좋네요
최근 이동진(전)기자님이 라디오를 시작하며 김혜리기자와 화요일에 영화얘기를 하는데
정말 추천합니다. 라디오방송시간은 한시간이 채안되는데 팟캐스트로 이어서 두어시간남짓 영화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시간의 제약이 없으니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도깊게 나눠지는데 정말 좋아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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